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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법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암살자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두끼만
작품등록일 :
2024.01.20 12:48
최근연재일 :
2024.04.04 19:1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87
추천수 :
3
글자수 :
144,568

작성
24.03.0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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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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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 암살의 서막

DUMMY


주태가 날린 총 아홉 개의 단도가 내 몸의 형상을 따라 박혔다.

단도가 언제 내 몸에 박힐지 조마조마했고, 조필 귀신을 찾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다행히 주태는 날 하루 더 살려줬다.

정윤수가 오기전에 조마조마해서 심장이 오그라들겠다.


공연이 끝나자 장천을 찾아 구경꾼들 사이를 헤맸다.

한참을 헤매다 장천을 발견했다.

장천은 저번에 함께 구경하던 연화장 하녀와 양 옆으로 갈대가 우거진 뚝방길을 오르고 있다.

근처 갈대밭에 들어가 애기라도 만들 것처럼 둘이 다정하다.


자갈을 집어 장천의 뒤통수에 던질까 고민하는데 장천이 여자에게 손을 흔들고 돌아선다. 다행이 애기까지 만들 생각은 아닌가 보다.


장천과 눈짓을 교환하고 갈대밭으로 들어갔다.

우린 남자니까 애기 만들려고 들어간 건 아니다.

난 장천에게 너무, 너무 급하게 할 말이 있다.


“나, 방금 조필 귀신 봤다.”

“나도 봤다.”


헉, 장천도 봤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무림은 인간과 귀신이 함께 사는 사회란 말인가.

내 놀란 표정이 웃긴지 장천이 웃으며 말한다.


“조필 녀석 안 죽었어.”

“그게 뭔 소리야? 분명히 그 자식 독 먹고 사지가 뒤틀려서 들려 나가는 걸 내가 봤는데···. 아 그렇지, 너도 봤지?”

“그게 진짜 독은 아닌가 보더라. 고통만 잔뜩 주는 독인가 봐.”

“뭐야 그럼, 탈명 고양이가 우리를 속였다는 이야기네.”

“탈명 사자 보고 고양이라니 너도 참 대단한다. 너는 탈명 사자가 누군지 잘 모르지?”

“내가 그딴 새끼 알아야 하나.”


내 명줄을 쥐고 있는 놈이지만 무시하고 싶다.

갑자기 나타나서 대장 노릇을 하다니 내가 무공만 할 줄 알았다면 당장 없앴다.


“탈명사자는 직책이고 본래 이름은 명사철이야. 살수에서 시작해서 호법 자리까지 올라간 전설적인 인물이지. 성격은 너도 알다시피 무자비하고 냉정해. 서열은 탈명각 내 이인자야. 탈명군주 다음의 이인자니까 무소불위의 군력을 쥐고 있는 거지. 탈명각 사람들치고 명 호법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 없어. 명 호법에게 찍히면 죽음이야.”

“조필은 찍혔는 데도 안 죽었잖아.”

“이용가치가 있으니까 살려둔 거겠지.”

“무슨 이용가치?”

“우리를 감시하는 역할”


이렇다면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는 건데.

난 탈명 고양이가 냉혹하지만 똑똑하진 못하다고 봤다.

멍청한 조필조차도 석날두의 죽음에 의심을 품었는데 탈명 고양이는 별 의심없이 넘어갔다. 석날두가 실종된 날, 당주실에 들어간 장천을 끝까지 추궁하지 않는 것도 그렇다. 계속 그날 밤 장천의 행적을 문제 삼았다면 꼬리가 잡혔을 것이다.


우리를 풀어주고 조필을 미행시켜 증거를 찾을 생각인가?

우리와 가장 적대적인 세력은 조필이다.

조필에게 맡기면 없는 증거도 만들 것이다.


“이대로 조필을 놔두면 위험해. 아닌 말로 조필이 정윤수에게 밀고하면 우린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어.”

“막가는 놈이라지만 저도 걸리면 죽는데 조필이 우리를 밀고할 수 있을까?”

“정신차려 장천. 이건 죽고 죽이는 전쟁이야. 우리가 살리면 조필을 죽일 수밖에 없어.”


암살 짬밥 십 년 이상인 장천보고 조필을 죽이자고 설득하고 있다.

장천이 일반인이고 내가 진짜 암살자처럼 느껴진다.

암살이 내 숨겨진 재능인가?

알 수 없다.

내가 살기 위해 죽이는 것이다. 천산마도 그렇고 석날도도 그렇다. 이제는 조필을 죽이려 한다. 그들이 날 가만 놔뒀으면 내가 그들을 죽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조필 녀석 분명히 밀고할 거야. 이대로 당할 순 없어. 죽이자.”

“나도 죽이고 싶어. 하지만 명 호법이 우리 짓이란 걸 눈치 챌 거야.”

“그럼 정윤수에게 밀고할 때까지 기다려? 너야 연화장 밖에 있으니까 도망칠 구석이라도 있지만 난 꼼짝없이 잡혀서 목이 잘릴 텐데?”

“우리 손으로 죽이면 들킬 테고 그렇다고 가만있자니 조필이 뭔 짓을 할지 모르고 난감하다.”


그렇지!

꼭 우리 손으로 죽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차도살인지계다.

남의 칼을 빌려서 조필을 죽이는 것이다.

왜 화월 궁주 생각을 못 했지?

궁주라면 우리에게 힘이 돼 줄 것이다.


“방금 생각한 건데 조필을 죽여달라 부탁할 사람이 있어.”

“누구?”

“화월 궁주”

“그 여자가 우리를 도와줄까?”

“이미 놀이패까지 불러서 우리 일에 적극 협조하고 있어. 이 상황에서 조필이 정윤수에게 밀고하면 자기 자신도 다치니까 도와줄 거야.”


“그럴까?”


장천이 머리를 긁적인다.

괜히 일을 크게 만드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서려 있다. 조필은 내게 맡겨두라고 말하고 공연장에 함께 있던 여자에 대해 물었다.


“이름이 자영이라고 정윤수 시녀야.”

“정윤수 시녀라고? 대단하다! 어떻게 정윤수 시녀를 꼬신 거냐?”

“육구를 시켜서 돈 주머니를 훔치게 했거든. 내가 도망치는 육구를 잡아 돈 주머니를 돌려줬지.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잘 통했어. 자영이 차를 사러 나왔는데 그 돈을 잃어버렸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엄청 고마워 하더라고. 덕분에 네가 원한대로 연화장에 촐랑극단 공연이 재밌다는 이야기가 쫙 퍼졌을 거야. 고명하신 대학사님 정윤수 귀에 들어갔을 테고.”

“퍼펙트”

“뭐라고?”

“그런 말 있어. 아주 잘했다고.”


내가 기대한 이상으로 장천이 해냈다.

이제 정윤수가 복마전 연화장에서 나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정윤수가 과연 날 맘에 들어할까?

아, 그 생각은 그만하자.

하나씩 풀어나가자. 일단 화월 궁주를 만나 조필 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겠다.


늦은 밤, 달마저 구름에 가려 깜깜한 밤, 올빼미 소리만 들리는 밤, 드넓은 서호 위를 떠도는 유람선 위에서 화월 궁주를 만났다.

내가 따로 만나자고 요청할 필요도 없었다.

왕소팔 사부를 통해 화월 궁주가 먼저 보자고 한 것이다.


백 명도 넘게 탈 수 있는 커다란 갑판 위에 화월 궁주와 나만 있다. 선미에 걸려 있는 외로운 등만이 여기에 배가 있음을 알려준다.

배에 탈 때 보이던 선원들도 안 보인다.

화월궁주가 나와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선원들을 선실로 들여보낸 것 같다.


흐흐흐, 화월 궁주 또한 나를 맘에 두고 있다.

내 여자라 그런지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쁘다. 황금 천냥을 바쳐야 볼 수 있는 금발 미인을 공짜로 마음껏 본다.


정말 완벽한 미인인데 딱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

얼굴이 너무 차갑다.

보고 싶은 내가 왔으니까 호수물만 바라보지 말고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어요 아가씨.


“명 호법이 왔다는 데 사실인가요?”


앗, 나 말고 무영당에 첩자가 있단 말인가?

탈명 고양이가 방가장에 온 사실을 화월 궁주가 알고 있다. 죽은 석날두 대신 무영당 당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대답하자 화월 궁주가 그 예쁜 얼굴을 찌푸린다.


“그 자는 제 부모님을 죽인 원수 중의 한 명이에요.”

“살인마처럼 생긴 게 어쩐지 느낌이 오더라고요. 그놈 죽일 생각인가요?”

“아직은 아니에요. 탈명군주가 어디 있는지는 명 호법만 알고 있어요. 명 호법에게 탈명군주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 해요. 할 수 있겠어요?”


갑자기 뜬금없이 할 수 있냐는 말에 당혹스러웠다.

지금 내가 지고 있는 짐만 해도 허리가 부러질 정도인데 명 호법에게 탈명군주의 소재를 알아 내라니 돌아버리겠다.


하룻밤 은자 천냥 가치의 얼굴을 홀린 듯 쳐다보다 난간 너머 호수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엔 화월 궁주가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렇게 쳐다본다고 안 되는 게 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 당장 알아내라는 게 아니에요. 시간을 갖고 탈명 군주가 어디 있는지 찾아주세요.”

“내가 해야 할 일이란 거 알고 있습니다. 정윤수 암살에 성공하면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고마워요.”


고맙다는 한 마디에 입이 귀밑으로 찢어진다.

나란 놈 이렇게 가벼웠나?

무림으로 오기 전까지 당최 여자와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 보니 예쁜 여자가 말만 걸어도 입이 찢어진다.

고맙다니 황송하기까지 하다.

황송한 분에게 조필을 죽여달라 부탁해도 될까?


“무영당 조장 중에 조필이란 놈이 있습니다. 날 못 죽여서 환장하는 놈이죠. 오늘 낮에 조필이 서호 공연장에 있는 걸 봤습니다. 아무래도 명 호법의 명령을 받고 날 미행하는 것 같습니다. 조필이 정윤수에게 밀고할까 두렵습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내가 죽으면 탈명군주를 함께 죽이기로 한 궁주님과의 약속이 깨질까 두렵습니다.”


‘걱정마세요, 내가 조필을 사라지게 해줄 테니까’란 대답을 기대했는데 궁주가 그 예쁜 입술을 꽉 다물고 있다.

뭐라고 말 좀 해요 궁주님.

난 침묵이 두렵다.

뭘 생각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조필이 밀고하리란 생각은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요? 강담님을 미워한다지만 자신의 생명을 걸고 밀고하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궁주 또한 장천과 똑 같은 소리를 한다.

당신들은 조필을 몰라. 조필은 관상이 시기와 질투, 배신의 상이야.

할 줄 아는 건 잘난 놈 시기하고 배신하는 것뿐이야. 조필 같은 놈을 목숨을 걸고라도 잘난 놈을 죽이려 들지.

갑자기 잘난 내가 싫다.


“조필은 지금 최악이에요. 석날두 당주가 죽어 끈 떨어진 연이나 마찬가지라서 물불을 안 가려요. 더군다나 장천과 내가 석날두를 죽인 걸 눈치챘어요. 날 죽일 수만 있다면 밀고 아니라 그 이상도 할 겁니다.”

“제 생각보단 상황이 심각하군요. 그렇다면 조필이 밀고하지 못하게 제가 손을 써볼게요.”

“명 호법이 우리 소행이란 걸 눈치 못 채게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다정한 밀어를 속삭여도 시원찮을 판에 사람 죽이는 이야기나 나누고 있다.

일 부는 일 이야기했으니까 이 부는 어깨를 맞대고 다정하게 달을 보며···


기대는 와장창 깨졌다.

바로 호수가에 배를 대고 나를 내려줬다.

괜찮다.

기대는 깨지라고 있으니까.

그리도 또 기대만큼 잘 복구되는 것도 없으니까 다음을 기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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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2. 암살의 서막 24.03.07 15 0 11쪽
27 11. 암살의 서막 24.03.06 18 0 11쪽
» 10. 암살의 서막 24.03.05 19 0 10쪽
25 9. 암살의 서막 24.03.04 19 0 9쪽
24 8. 암살의 서막 24.02.29 20 0 11쪽
23 7. 암살의 서막 24.02.28 20 0 10쪽
22 6. 암살의 서막 24.02.26 19 0 9쪽
21 5. 암살의 서막 24.02.23 23 0 9쪽
20 4. 암살의 서막 24.02.22 20 0 8쪽
19 3. 암살의 서막 24.02.20 21 0 11쪽
18 2. 암살의 서막 24.02.19 25 0 10쪽
17 1. 암살의 서막 24.02.16 27 0 11쪽
16 2. 당주 암살 24.02.14 25 0 10쪽
15 1. 당주 암살 24.02.12 26 0 9쪽
14 3. 최고 미인과 하룻밤 24.02.08 33 0 11쪽
13 2. 최고 미인과 하룻밤 24.02.07 30 0 9쪽
12 1. 최고 미인과 하룻밤 24.02.06 29 0 10쪽
11 3. 열흘 안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24.02.05 26 0 12쪽
10 2. 열흘 안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24.02.01 30 0 10쪽
9 1. 열흘 안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24.01.31 29 0 11쪽
8 4. 보름 안에 살인을 24.01.30 29 0 9쪽
7 3. 보름 안에 살인을 24.01.29 30 0 10쪽
6 2. 보름 안에 살인을 24.01.26 40 0 11쪽
5 1. 보름 안에 살인을 24.01.25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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