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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법가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암살자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퓨전

두끼만
작품등록일 :
2024.01.20 12:48
최근연재일 :
2024.04.04 19:15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882
추천수 :
3
글자수 :
144,568

작성
24.01.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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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보름 안에 살인을

DUMMY

‘탈명군주’에 조필은 무영당 당주 석날두의 오른팔로 나온다.

조필의 머리에서 정윤수 암살 작전에 9조를 동원하자는 꾀가 나왔다.

최근 무섭게 성장해서 당주 자리를 위협하는 강담을 제거할 속셈이었다. 한데 나 김병태가···. 강담이 살아와서 녀석은 화가 치밀어 어떻게든 내 팔목을 자르려는 속셈이다.

이렇게 된 이상 물러날 수 없다. 조필 녀석을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 가야겠다.


“이 머리가 천산마 머리라는데 내 목을 걸겠다. 조필, 너는 무엇을 걸 거냐?”

“내가 왜 네놈 장단에 놀아야 하는 거지?”

“방금 천산마의 머리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나?”

“천산마의 머리란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한 것이다”

“천산마의 머리보다 더 강한 증거가 어딨지? 죽은 몸뚱이라도 가져와야 하나?”

“천산마를 죽였다는 강력한 증거는 한빙검 하나면 충분하다. 한빙검은 천산마가 죽기 전에는 결코 놓지 않을 애병이니까 말이다”

“한빙검을 보여주면 인정하겠냐?”

“물론이다”


나를 노려보는 조필의 눈이 흔들렸다. 녀석은 설마 우리가 한빙검을 갖고 왔으리란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수림아!”


내가 부르자 당주실 밖에 있던 수림이 보자기에 싼 검을 들고 들어왔다.

슬쩍 곁눈으로 멧돼지를 보니까 눈을 가늘게 뜨고 수림이 든 검을 쳐다보고 있다. 수림이 보자기를 풀자 멧돼지의 목 울대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한빙검은 검집이 검은데 손잡이는 하얗다. 흑백이 대비된 검이라 고급스럽게 보인다.


“당주님께 바치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한빙검을 두손으로 멧돼지에 바치며 말했다. 멧돼지의 목 울대가 또 다시 움직이며 침을 삼켰다.

멧돼지가 잠시 주저하다 한빙검을 잡았다. 멧돼지가 천천히 검을 뽑는데 싸늘한 검광이 뿜어져 나왔다. 검 속에 에어컨이라도 장착이 됐는지 한기가 풍겼다.

정말 비싸게 보인다. 이십일 세기 한국으로 가져가면 부르는 게 값이다.


“어디서 검 하나 주어와서 당주님을 속이려고 하는 모양인데···”

“닥쳐!”


조필이 놀란 눈으로 멧돼지를 쳐다봤다.

자신의 장단에 맞춰 멧돼지가 내 팔을 자르고 지옥도로 쫓아 보내야 하는데 화를 내니까 미칠 것이다.


“흠흠, 좋은 검이구나”


정윤수를 못 죽였다고 갈갈이 날뛰던 멧돼지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돈과 보물이라면 환장하는 멧돼지의 아킬레스 건을 제대로 건드렸다. 지금이다 싶어 미리 준비한 말을 꺼냈다.


“천산마를 죽였듯이 이 달 말까지 정윤수를 죽이겠습니다. 당주님!”

“이 달 말까지?”

“네, 당주님이 제게 정윤수를 제거하라고 정해준 시간이 오월 말입니다. 아직 보름 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지 기필코 정윤수를 제거하겠습니다”


멧돼지가 손에 든 한빙검 검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한빙검이란 보물이 멧돼지의 마음을 흔든 게 틀림없다.


“당주님, 안 됩니다”

조필이 입에 거품을 물고 나선다.


“우리 무영당에 두 번의 기회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윤수 암살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강담에게 물어야 합니다.”


조필 녀석이 내 손목을 자르고 지옥도로 쫓아내고 싶어 환장한다. 조필의 말을 들은 멧돼지의 눈빛이 바뀐다. 설마 보물을 받고 내 팔을 자를 생각은 아니겠지? 안 되겠다.


“이번에 실패하면 제 목을 바치겠습니다.”


내가 뭔 말을 한 거지?

내 손목과 머리를 맞바꿨다. 내 꾀에 내가 빠졌다. 아··· 안 돼. 뱉은 말을 주워 담으려 난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정말이냐?”

머뭇거리자 장천이 빨리 대답하라고 옆구리를 쑤셨다.


“예”

허리를 숙였다.

내 꾀에 내가 빠졌다. 보름 후에 내 머리가 천산마 머리가 있는 탁자 위에 놓일 것이다.


“좋다, 아직 기한이 남았으니까 해봐라. 대신 실패하면 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멧돼지가 만족스러운 듯 한빙검을 검집에 넣었다.


장천과 당주실을 나와 방가장 경내를 걸었다.

방가장은 언뜻 보기에도 규모가 엄청나다. 담장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다. 장원이 아니라 성이다. 성벽처럼 보이는 높다란 담장이 안 보이는 곳은 산으로 가로막힌 북쪽뿐이다.


“저 산 이름이 뭐냐?”

내가 북쪽 산을 가리키자 장천이 눈을 깜빡였다. 얘가 갑자기 왜 갑자기 산 이름을 물어보지 하는 표정이다.


“원래 이름은 대성산인데 지금은 만석산으로 불린다.

“만석산이라··· 왜 만석산이란 이름이 붙었지?”

“방가장 주인이 만석지기라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데 왜 묻냐? 갑자기 산에 관심이 생긴 것도 아니고···”

“산 이름을 들으면 기억이 돌아올까 싶어서 물었다.”


라고 말했지만 거짓말이다.

탈명군주에 나오는 만석산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물어본 거다.

만석산 저기 어딘가에 멧돼지의 비자금이 묻혀 있을 것이다. 탈명각 총부에 보낼 돈을 삥땅 친 것과 부하들이 상납한 돈을 멧돼지는 만석산 비밀 장소에 묻어 놨다. 오늘 상납한 한빙검도 멧돼지의 비밀 금고에 들어갈 것이다.


여유가 생기면 멧돼지의 보물을 훔칠 것이다.

아! 내게 여유가 생길까?

당장 목이 떨어지게 생겼는데···.


“조장이 애써서 당주님이 한 번 더 기회를 주셨다. 이 달 말까지 정윤수를 죽이면 조장이 손목이 잘리고 우리 조원들이 손가락이 잘릴 일은 없을 것이다”


장천이 조원들에게 말했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안이 고요하다.

난 전혀 기억 못하는데 내 방이라는 곳에 다섯 명의 9조 대원이 모여 있다. 내 방은 원룸 일곱 평 정도 넓이다. 침상, 서랍장, 탁자가 각각 하나씩 있다. 등받이 없는 의자에 앉은 조원들이 탁자를 빙 둘러 앉아있다.


육구가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한테 엄지 손가락을 내민다.

알았다, 내가 최고라고! 날 죽이려는 인간들이 가득한 세계에서 심복을 얻었다. 그냥 죽으란 법은 없다. 심복이라니! 현실 세계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난 현실에선 쭈그리였다.


비영은··· 패스다. 비영은 가면을 쓰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가 없다.

저 가면 뒤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쩌면 가면처럼 무표정일지 모른다.

무표정한 얼굴로 언제 내 등을 쑤실지 모른다. 조심해야 할 인간이다.


수림은 못 마땅한 표정이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입술을 깨무는데···. 이쁘다! 날 못 죽여 환장한 인간이 예뻐 보이다니 큰일이다.


“이번 암살 미수 사건 때문에 정윤수는 연화장에서 두문불출할 거예요. 꼭꼭 숨어 나오지 않는 정윤수를 암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날 죽이고, 아니 강담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수림이 초를 친다.

내가 강담이 아니라 김병태라고 말해도 믿지 않으니 큰일이다. 내가 죽지 않으면 언젠가 수림이 내 등에 칼침을 놓을 것이다. 그 전에 도망쳐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손목이 붙어있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한다 해서 죽은 형제들이 살아 돌아오진 않아.”


아, 혈압이야!

내가 죽어야만 분이 풀릴 모양이다.

현실이나 무림이나 왜 이렇게 인생이 꼬이는 건지 모르겠다.

어머니, 내 기필코 현실로 돌아가겠습니다. 저런 예쁜···. 아니, 아니 못된 년한테 미움 받느니 차라리 현실에서 쭈그리로 살겠습니다.


결심했다.

내가 저 똥인지, 된장인지, 김병태인지, 강담인지, 구분 못하는 수림에게 나란 존재를 알려주겠다.


“정윤수가 연화장에서 안 나오면 나오게 만들면 된다. 한데 연화장이 뭐하는 곳이냐? 여관이냐? 아니면 헉···.”


비수를 던지려는 수림의 손목을 장천이 붙잡았다.

장천이 조금만 늦었다면 날이 시퍼렇게 선 비수가 내 얼굴에 박혔을 것이다.

꿀꺽, 방안에 내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렸다.


“지금 우리를 갖고 노는 거지?”

수림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아니라고 말하려는 데 혀가 마비됐는지 말이 안 나온다. 장천이 흥분하지 말고 다들 앉으라고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조장이 절벽에 떨어진 후유증으로 기억을 상실했다. 우리야 연화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지만 조장은 기억 상실 때문에 모른다. 그러니까 수림이 네가 이해해라.”

“저 인간 초롱초롱한 눈을 보세요. 기억을 상실한 눈이 저렇게 초롱초롱할 수가 있나요?”

“초롱초롱한 눈이야 조장 눈이 원래 그런 거고 기억을 상실한 것은 맞다. 너도 봤지 않냐? 네가 비수를 뽑았는데 조장이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걸.”

“내가 던졌으면 바로 피했을 걸요.”

“아니, 조장은 못 피한다.”

“왜요? 설마 무공을 까먹었다고 말하려는 거 아니겠죠?”

“안타깝지만 지금 조장은 일반인이나 다름없다.”


장천이 네 말이 맞아. 난 전에도 일반인이었고, 지금도 일반인이야.

군대에서 딴 태권도 일 단이 내 무공의 전부이고 칼 보면 벌벌벌 떠는 일반인이야.


“흥, 저는 안 믿어요. 저 인간 언제까지 우릴 속이는지 지켜보겠어요”


백날 지켜봐라.

하늘이 뒤집히지 않는 한 너희처럼 공중을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강담아 연화장은 정윤수의 저택 이름이다. 연화장은 항주에서 제일 큰 저택이지. 안에 산도 있고 호수도 있고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넓다.”


장천이 말하다 말고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 새겨들으라는 건가, 아니며 넌 ‘좆됐다’라는 건가?


“문제는 연화장이 넓기만 한 게 아니라 경비 병력이 수백 명이 넘게 있다는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 뽑았기 때문에 경비병들이 다들 일류 고수다. 일류 고수 수백 명에 이제는 사도맹까지 정윤수를 경호하고 있다. 천산마가 사도맹의 수석 장로이니까 우리 손에 천산마가 죽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사도맹에서 아마 최고 고수들을 파견했을 것이다. 지금 상태론 연화장은 난공불락 요새나 다름없다”


입이 떡 벌어진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존재할 것이다. 장천이 날 쳐다본 의미를 알겠다. 난 좆됐다.

수림이 이때다 싶은 지 입을 열었다.


“잘난 조장이 연화장에 들어가서 정윤수를 멱살 잡고 끌고 나올 테니까 걱정할 것 없어.”

“방법이 있어.”


더는 수림에게 밀리기 싫어 강하게 나갔다.


“아, 또 그 작전! 조원들 시켜서 닥치고 돌격하려고? 그래서 남은 우리 조원들 싹 죽이려고?”

“그런 무식한 방법은 이제는 안 써. 사람은 말야, 모름지기 머리를 써야 돼”


육구가 뜨악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비영의 가면이 들썩였다. 비영 저 자식 웃는 거 아닐까? 수림은 말할 것도 없다.

장천 또한 쟤가 뭘 잘못 먹었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 중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 아! 정말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 쭈구리가 차라리 낫다.


“머리로 연화장 대문을 쿵쿵 찧게?”


수림이 말하자 육구가 참지 못하고 큭큭 웃었다. 너, 내 심복에서 탈락이다.


“너희들이 못 믿는데 내가 정윤수를 열흘 내로 연화장에서 끌어내겠다”

“못하면?”

“그럼, 당주 손에 목이 잘리겠지”

“아니, 그 전에 너는 내 손에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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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4. 죽여야 산다 24.04.04 10 0 9쪽
31 3. 죽여야 산다 24.03.14 24 0 9쪽
30 2. 죽여야 산다 24.03.12 18 0 11쪽
29 1. 죽여야 산다 24.03.11 18 0 11쪽
28 12. 암살의 서막 24.03.07 15 0 11쪽
27 11. 암살의 서막 24.03.06 18 0 11쪽
26 10. 암살의 서막 24.03.05 18 0 10쪽
25 9. 암살의 서막 24.03.04 18 0 9쪽
24 8. 암살의 서막 24.02.29 20 0 11쪽
23 7. 암살의 서막 24.02.28 20 0 10쪽
22 6. 암살의 서막 24.02.26 19 0 9쪽
21 5. 암살의 서막 24.02.23 23 0 9쪽
20 4. 암살의 서막 24.02.22 20 0 8쪽
19 3. 암살의 서막 24.02.20 21 0 11쪽
18 2. 암살의 서막 24.02.19 24 0 10쪽
17 1. 암살의 서막 24.02.16 27 0 11쪽
16 2. 당주 암살 24.02.14 25 0 10쪽
15 1. 당주 암살 24.02.12 26 0 9쪽
14 3. 최고 미인과 하룻밤 24.02.08 33 0 11쪽
13 2. 최고 미인과 하룻밤 24.02.07 30 0 9쪽
12 1. 최고 미인과 하룻밤 24.02.06 29 0 10쪽
11 3. 열흘 안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24.02.05 26 0 12쪽
10 2. 열흘 안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24.02.01 30 0 10쪽
9 1. 열흘 안에 못 죽이면 내가 죽는다. 24.01.31 29 0 11쪽
8 4. 보름 안에 살인을 24.01.30 29 0 9쪽
7 3. 보름 안에 살인을 24.01.29 30 0 10쪽
» 2. 보름 안에 살인을 24.01.26 40 0 11쪽
5 1. 보름 안에 살인을 24.01.25 34 0 10쪽
4 4. 어쩌다 무림에 24.01.24 35 0 10쪽
3 3. 어쩌다 무림에 +1 24.01.23 4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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