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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여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20
최근연재일 :
2018.01.29 15: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020
추천수 :
39
글자수 :
35,608

작성
18.01.29 15:24
조회
323
추천
3
글자
8쪽

강한 여자 9화

DUMMY

“나도 10년쯤 전에는 저 영감님 수청을 들었거든.”


“······.”


“나야 혼자 살고 있었으니 걸릴 게 없었지. 영감님한테 찍힌 것이 솔직히 좋기도 했고.”


“반년 살고 1억 5천 받아서 자식 둘 분가시키는 데 요긴하게 썼지.”


“······.”


“그러고는 계속 따라다니면서 주방장 겸 별장지기, 여자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장미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오해는 하지 마. 내 팔자타령을 하는 중이니까.”


“오해는요.”


나주 댁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장미한테 물었다.


“산삼 넣은 술이 있는데 마실 거야? 진짜 산삼인지는 모르지만 맛은 좋아.”


“전 그냥.”


장미가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소주 주세요.”


“그래, 소주도 있어. 그럼 소주 마시지.”


나주 댁이 금방 술과 안주를 쟁반에 차려 들고 오더니 웃었다.


“지난번 그 기집애는 어린 것이 이주 거만해서 나한테 말도 안 했지. 싸가지가 없는 년이야.”


나주 댁이 잔에 술을 채우더니 먼저 한 모금에 삼켰다.


“지금은 텔레비전에서 가끔 뜨더구만. 뭐라더라? 윤리지?”


얼굴은 알았지만 관심 없는 화제여서 장미는 잠자코 소주잔을 입에 대었다. 그러자 나주 댁이 말을 이었다.


“저 영감이 자식들한테 무시당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아? 아직도 재산을 꽉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야.”


제 잔에 술을 따른 나주 댁이 힐끗 2층에 시선을 주었다.


“주식 지분도 아직 배분해주지 않았고 현금도 다 쥐고 있어.”


그러고는 나주 댁이 목소리를 낮췄다.


“이 별장 금고에도 수십 억 현금이 있어. 그건 나만 알지.”


 


“윤리지?”


조재일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한을 보았다. 가는 눈이 더 가늘어진 조재일의 눈은 그야말로 실낱같았다. 눈동자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체격은 크다. 둥근 어깨에 주먹은 작은 냄비만 했다. 조재일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 그 일 누구한테 받은 거야?”


“유경.”


강한이 말하자 조재일은 혀를 찼다.


“얀마, 잊어.”


“잊다니?”


“우리가 먹었어.”


술잔을 내려놓은 강한이 조재일을 노려보았다.


“대신 받아먹었다는 거냐?”


북창동 골목의 포장마차 안이었다. 말이 포장마차지 번듯한 음식점의 상호였다. 둥근 드럼통 위에 알루미늄 받침을 올려놓고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곱창과 삼겹살만 파는데도 넓은 홀은 손님으로 꽉 찼다. 강한은 구석에서 조재일과 마시는 중이었다.


KK단 행동대 간부 조재일은 강한의 시선을 받더니 먼저 곱창 한 점을 씹었다. 조재일과 강한은 친구 사이지만 아무도 모른다. 친구가 된지는 1년쯤 되었다.


“인마, 우리도 윤리지가 유경금융에 채무가 걸려 있는 거 알아.”


조재일이 곱창을 씹으며 말했다.


“유경이 받아내려고 개지랄을 한 것도 다 알고. 그러다 몇 놈 다쳤지.”


KK단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디가드도 KK에서 보낸 놈들이다. 곱창이 질긴지 씹다가 바닥에 뱉어버린 조재일이 말을 이었다.


“아마 5억쯤 되었지?”


“5억 5천.”


“또 늘어났군, 도둑놈들.”


“내가 받아낼 거야.”


“그러다 너 죽어.”


이번에는 좀 연하게 보이는 곱창을 집은 조재일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대놓고 우리한테 까불래?”


“아니, 모르게.”


그러자 조재일이 정색했다. 눈이 다시 가늘어졌다. 입 끝에 고깃점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었으므로 강한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얀마, 어떻게 모르게 한다는겨?”


조재일이 묻자 강한은 한 모금 소주를 삼켰다.


“잠깐 데리고 있으면 되겠지.”


“납치?”


눈을 치켜뜬 조재일이 코웃음을 쳤다.


“이 새끼 죽으려고.”


“한 시 간만 데리고 있으면 돼. 양평에서.”


“양평?”


“그 기집애 양평 별장에 한 달에 두 번씩 가더구만. 너도 알지?”


조재일이 이 사이로 말했다.


“너, 이 새끼. 나한테 그 말 하는 이유가 뭐냐?”


“네가 조금만 도와주면 돼.”


“내가 미쳤다고······.”


강한이 눈을 치켜떴다.


“그 기집애한테 당연히 받아낼 돈이야. 그리고 그 기집애한테는 5억 5천이 지금은 푼돈이 되었지. 왜냐하면······.”


강한이 조재일에게 바짝 얼굴을 붙였다.


“이광그룹 한 회장을 물고 있으니까 말야. 겉으로는 그게 아예 숫처녀 흉내를 다 내고 있더구만.”


“얀마, 안 돼.”


정색한 조재일이 머리를 저었을 때 강한은 술잔을 들었다.


“넌 윤리지가 양평에 가는 날만 알려주면 돼. 그것들이 아주 007처럼 철저하게 연막을 치더라니까.”


“양평 건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거기까지는 정보망이 있지.”


강한이 조재일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정보 값으로 2천을 낼게.”


“개자식.”


안주는 놔두고 술을 한 모금에 삼킨 조재일이 다시 눈을 가늘게 떴다. 어느덧 입 끝의 고깃점은 떨어져 있었다.


“3천 내, 새꺄.”


 


윤리지. 언제나 이름 앞에 톱 또는 슈퍼라는 타이틀이 붙는 탤런트. 그러나 2년 전만 해도 윤리지는 단역도 아쉬워하는 무명 신분이었다. 2년 전 윤리지가 <사랑의 종말>이라는 그렇고 그런 내용의 드라마에서 암에 걸려 죽는 역 할을 맡고 나서 주가가 급상승했다. 지금도 윤리지의 팬클럽 이름이 암에 걸려 죽은 여주인공 ‘오희선’이다.


윤리지가 응접실로 나왔을 때는 오후 2시 반. 오늘은 양평 별장에서 자고 가는 날이었으므로 오전 11시 반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잠깐 낮잠까지 잔 것이다.


“커피 드릴까요?”


뒤쪽에서 낮은 목소리로 김 씨 아줌마가 물었다. 1백 평도 넘는 2층 별장에는 지금 김 씨 아줌마와 윤리지 둘뿐이었다. 1백 미터 쯤 앞쪽 정문 옆에 별장지기 노부부가 살고 있을 뿐 양평 산속 별 장은 언제나 조용하고 평화롭다.


“네, 아줌마.”


윤리지가 웃음 띤 얼굴로 대답했다. 50대 중반쯤의 김 씨 아줌마는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묻는 말에만 대답했고 시선도 마주치지 않는다. 그래서 윤리지는 이광그룹 회장 한창수가 부르는 대로 김 씨 아줌마라고만 했지 그 외는 아무것도 모른다.


베란다 유리 창 밖으로 강과 들판이 보였다. 시야가 탁 트였어도 건물이나 도로, 인적마저 보이지 않았다. 별장이 외진 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 시선을 차단시키려고 아래쪽 마을 방향은 숲으로 막아놓았다.


김 씨가 소리 없이 다가와 커피 잔을 내려놓고 사라졌다. 소파에 등을 붙이고 앉은 윤리지는 두 다리를 길게 뻗었다. 그러자 만족감으로 가슴이 편안해지면서 입가께 저절로 웃음기가 떠올랐다. 내일 아침에 떠날 때면 한창수는 한 달분 용돈 5천만 원을 줄 것이다. 한 달에 두 번 별장에서 자고 가는 대가였다.


가운 주머니에 넣은 핸드폰이 진동을 했으므로 윤리지는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발신자는 매니저 최강문이었다.


“오빠, 왜?”


전화기를 귀에 붙인 윤리지가 대뜸 묻자 최강문의 쉰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가 꼭 철판을 긁는 소리 같았다.


“저기 너, 내일 저녁에 양 사장 만날래? 저녁 먹고 술 한잔 같이 하자는데.”


“둘이서?”


윤리지가 낮게 묻자 최강문이 끽끽 웃었다.


“그럼 셋이냐? 그 자식 변태 아냐. 정상이라구.”


“······.”


“하룻밤에 천만 원 낸단다. 어때?”


“싫어.”


다시 소파에 등을 붙인 윤리지가 차갑게 말을 잘랐다.


“그리고 오빠, 앞으론 그런 일 맡지 마.”


“그게 무슨 말야?”


최강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그런 일 맡지 말라니?”


“나, 싸구려 아냐.”


이번에는 최강문이 입을 다물었고 윤리지가 말을 이었다.


“그 자식도 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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