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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여자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이원호
작품등록일 :
2018.01.29 15:20
최근연재일 :
2018.01.29 15:24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018
추천수 :
39
글자수 :
35,608

작성
18.01.29 15:24
조회
306
추천
4
글자
7쪽

강한 여자 8화

DUMMY

“먼저 한 점 떠줄까?”


하고 회칼의 날을 귀에 붙였을 때 사내가 부들부들 떨었다.


“살려주십셔.”


“이 새끼, 불알을 확 떼버릴까?”


하면서 강한이 한 손을 쑥 사내의 바지 혁대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 순간 손에 사내의 오그라든 고환이 잡혔다.


“아그그그.”


회칼은 귀에 붙었고 손에 고환이 잡힌 사내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지만 꼼짝도 하지 못했다.


“으으악.”


그 순간 사내의 입에서 숨이 끊어지는 것 같은 신음이 터졌다. 강한이 고환을 꽉 움켜쥐었다가 비틀기까지 한 후에 손을 빼냈다. 귀에 붙인 회칼도 떼어낸 강한이 발길로 사내의 옆구리를 찍듯이 찼다.


“어억.”


사내가 한 바퀴 뒹굴었을 때 강한이 이 사이로 말했다.


“각서를 써라. 월세 올리지 않고 세입자가 원하는 날까지 살게 한다고.”


그러고는 생각난 듯 덧붙였다.


“만일 각서 내용을 어겼을 때는 1억 위자료를 지급한다고. 이건 확인서로 받아.”


강한이 그때까지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던 황택수에게 말했다.


“확인서를 말이야. 알았어?”


“알았어, 형.”


“빈틈없이.”


“알았다니까.”


심호흡을 한 황택수가 집주인 사내에게 다가갔다. 황택수는 행정담당이다.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는 각서까지 사내에게 받아낼 것이었다.


“자, 우리 저 방으로 가실까?”


황택수가 이번에는 목표를 바꾸고 말했다. 이제 강한의 의도를 안 것이다.


 


윤명심의 창백한 얼굴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한쪽 무릎을 세우고 방바닥에 앉은 윤명심이 시선을 강한의 가슴께에다 준 채 꼼짝하지 않는다. 여자아이는 제 엄마 옆에 딱 붙어 앉아 있었는데 역시 가만히 있다. 다만 시선이 강한의 얼굴에 똑바로 향해진 것이 다르다.


방바닥에는 집주인 돼지가 써놓고 간 각서와 확인서, 그 확인서를 강압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확인서까지 세 장의 서류가 나란히 놓여졌다. 윤명심이 읽을 수 있도록 펼쳐져 있었다. 집주인 돼지는 10분쯤 전에 황택수와 함께 나갔는데 지금 마무리 공사 중일 것이다. 마무리 공사란 뒤탈이 없도록 어르고 겁주는 일인데 그것도 황택수 담당이었다. 이윽고 강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거 압니다.”


강한이 윤명심을 보았지만 시선은 올라오지 않았다. 강한이 입을 열었다.


“이 서류 다 읽어보셨으면 내가 보관하고 있지요. 저 돼지는 아마 두 번 다시 방 빼라는 소리 못할 겁니다.”


“······.”


“그리고 채무는 무기한 보류시키지요.”


“······.”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하세요.”


하면서 강한이 윤명심 앞에 명함을 놓았다.


“내가 담당으로 있는 한 돈 안 갚으셔도 됩니다. 찾지도 않을 테니까요.”


윤명심이 시선을 들어 강한을 보았다. 눈이 맑았다. 물기가 배어 있어서 번들거렸다.


“왜 이러시죠?”


윤명심의 목소리가 떨렸고 아이는 더욱 엄마의 허리에 달라붙었다. 그러나 시선은 강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러시니까 더 겁나요.”


눈을 크게 뜬 윤명심이 한 마디 한 마디를 또박또박 말했다.


“차라리 내쫓기든지 행패를 당하는 것이 낫겠어요.”


이번에는 강한이 가만있었고 윤명심의 말이 이어졌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요. 미칠 것 같아요.”


“엄마.”


하고 아이가 엄마를 불렀을 때 강한이 말했다.


“이유는 없어요. 나도 좀 미쳐서 그랬다고 생각하십쇼.”


그리고 몸을 돌렸을 때 윤명심이 말했다.


“고맙습니다.”


잠자코 등을 보인 채 강한이 신발을 신자 윤명심이 말을 이었다.


“저, 열심히 살게요.”


강한이 문의 손잡이를 잡았을 때 윤명심이 서두르듯 말했다.


“제가 전화 드려도 되죠?”


강한이 앞에다 대고 머리를 끄덕였지만 윤명심은 보았을 것이다.


 



“응, 왔어?”


주방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나주 댁이 웃음 띤 얼굴로 장미를 보았다. 첫인상은 뚝뚝했지만 사흘쯤 지나자 곧 친해졌다. 장미가 붙임성이 있는데다 나주 댁도 겉보기와는 다르게 싹싹했다. 조홍인 앞에서는 아가씨로 존칭을 쓰지만 둘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반말을 했다.


“저녁 조금밖에 안 먹던데, 내가 미역국에 밥 말아줄까?”


“네, 아줌마, 좀 배가 고파요.”


식탁에 앉은 장미가 웃음 띤 얼굴로 나주 댁을 보았다.


“꼭 이 시간엔 배가 고프네요.”


벽시계가 밤 9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달리고 나오니까 그렇지.”


밥을 푸면서 나주 댁이 말했다. 등을 보이고 있어서 표정은 안 보였다.


“영감님 제대로 하기는 하는 거야?”


“아줌마도 참.”


쓴웃음을 지은 장미가 리모컨으로 텔레비전 화면을 바꾸다가 곧 꺼버렸다. 밥과 찬을 식탁께 늘어놓은 나주 댁이 앞쪽에 앉았다.


“어서 먹어. 갓김치 맛이 괜찮아.”


찬그릇을 앞으로 밀며 나주 댁이 말했다. 나주 댁의 음식 솜씨는 뛰어났다. 자칭 조홍인의 전속 주방장으로 15년 동안 모셔왔다는 것이다.


“저 영감님한테 얼마 받기로 했어?”


나주 댁이 국을 떠먹는 장미한테 물었다. 장미의 시선을 받은 나주 댁이 은근하게 웃었다.


“한 달 예정으로 내가 여기 왔으니 기간은 한 달이겠고······. 1억? 2억?”


밥을 떠 입에 넣은 장미가 머리만 젓자 나주 댁이 정색했다.


“그럼 3억? 5억?”


씹던 것을 삼킨 장미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아이참, 아줌마도······ 별 걸 다.”


“작년에 얄궂은 계집애 하나하고 여기서 겨울 한 달을 지냈는데 그년이 얼마 받은 지 알아?”


나주 댁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장미를 보았다.


“2억 5천이야, 2억 5천.”


“그 기집애에 비하면 거기는 두 배는 받아야 돼. 그럼 5억이지.”


밥맛이 달아난 장미가 수저를 내려놓았다.


나주 댁이 커피를 끓여 내왔으므로 장미는 커피 잔을 들고 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았다. 별장 안은 조용했다. 도시의 정적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 아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저 전보다 조용해 졌을 뿐이지 귀 밝은 사람들에게는 끊임없이 소음이 울린다. 이곳은 밤이 되면 귀를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바람소리,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뿐이었다. 나주 댁이 앞자리에 앉더니 힐끗 위쪽을 보았다.


“저 영감님은 10시면 누가 떠메어 가도 모르지.”


벽시계가 딱 10시 정각이 되어 있었다. 텔레비전도 꺼놓았으므로 거실에 앉은 둘의 숨소리까지 들렸다. 창밖은 짙은 어둠에 덮여서 숲의 윤곽만 희미하게 드러났다. 어느 쪽에도 불빛 한 점 보이지 않았다. 한 모금 커피를 삼킨 나주 댁이 혼잣소리처럼 말을 이었다.


“도대체 저 영감님은 몇 살까지 사실 건가? 지금 여든둘이니까 3년? 5년?”


장미의 시선을 받은 나주 댁이 히죽 웃었다.


“지금도 힘 좋아?”


“아주머니도 참.”


“산삼 녹용을 몇 천만 원어치씩 고아 먹으니 그 나잇대 노인네들보단 낫겠지.”


“······.”


“하지만 저렇게 밝히다간 몇 년 못 가.”


“그만 하세요, 아주머니.”


“답답해서 그래. 좀 화가 나기도 하고.”


“화가 나다뇨?”


정색한 장미가 나주 댁을 보았다. 커피 잔을 내려놓은 나주 댁도 정색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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