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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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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작품등록일 :
2019.04.14 02: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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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4
추천수 :
217
글자수 :
200,291

작성
19.05.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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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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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에피소드 사이 - 란과 엘의 시선

DUMMY

란은 레온을 배웅한 뒤 집에 들어왔다.


하여튼 실력이랑 다르게 어벙한 면이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소드 마스터가 낙마하지 않으려 말 갈기를 전력을 다해 붙잡는 모습이란.


뭐가 좋은지 낄낄대던 란은 부엌을 본 뒤 아차 싶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런, 설거지를 시키고 보냈어야 했는데.”


3인분 푸짐하게 요리해놨더니, 빈 그릇이 장난 아니게 쌓여 있다. 더군다나 집채만한 냄비에, 기름기 가득한 프라이팬에··· 설거지가 여간 까다롭겠군, 하고 란은 생각했다.


그 때 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굳이 이런 연극을 한 거야?”


엘이 찌푸린 얼굴에 팔짱을 낀 채로 란을 째려보고 있었다. 란이 웃으며 대답했다.


“뭐야, 이제 쭉 반말 쓰기로 한 거야? 아니면 원래부터 반말이 쓰고 싶었나 보지?”


그러자 엘은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듯 태도를 바꿨다.


“흥, 그럼 다시 묻죠. 왜 굳이 이런 연극을 한 거죠?”


란이 시치미 떼며 되물었다.


“무슨 연극?”


“모른 척 하고 있었잖아요. 마족 여자가 레온과 제이크를 죽이려고 할 때. 다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엘은 가증스럽다는 듯 란을 쏘아봤다.


“···더군다나 이런 말도 안되는 여동생과 오빠 컨셉으로 역할 놀이나 시키고.”


란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뭐야, 맘에 안 들었어? 연인 컨셉으로 할 걸 그랬나?”


란의 농담에 엘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농담하지 마세욧!”


엘이 곧장 손을 뻗어 마법을 캐스팅했다. 순식간에 글래셜 스파이크 다섯 개가 란의 목을 살벌하게 겨눴다. 란이 난감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 아하하, 미안··· 이것 좀 치워줄래?”


“흥!”


엘이 손을 휘두르자 얼음 송곳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 쓴 프라이팬을 옆으로 대충 밀어놓고 작은 냄비를 올려 차를 끓였다.


“···그래도 불평하는 것과는 다르게 꽤 잘 해주던걸? 마족한테 신나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실력 드러내지 않고 성질 죽일 줄도 알고. 우리 엘. 많이 컸네. 이제 시집 보내도 되겠어. 하하하.”


-퍽


결국 턱에 엘의 라이트를 허용하는 란이었다.


“쓰읍, 엄청 아프네.”


란은 붉게 변한 턱을 눈물 흘리며 매만졌다.


“그래도 덕분에 녀석의 실력도 확인했고, 일석이조로 녀석의 실력도 한 단계 상승한 것 같으니 잘 됐지, 뭐. 그 정도면, 뭐라도 기대해봐도 되겠던걸?”


엘이 끓어오른 냄비에서 차를 우리며 쏘아붙였다.


“고작 인간 따위에게 무슨 기대를 한단 거에요? 고작 최상급 마족 하나에 쩔쩔 매는 녀석에게.”


란은 엘이 우려낸 차를 한 입 마셨다. 향이 좋은 홍차다. 차를 우리는 사람의 실력도 상당하고.


“세상을 바꿔온 건 항상 드래곤이 아니라 인간이었다고. 엘.”


엘은 품에서 테가 얇은 안경을 꺼내 썼다. 본래 그녀가 애용하는 안경이었다. 이번에는 부러질 지 몰라 품 속에 숨겨두고 있었지만.


“그보다, 최상급 마족이 중간계에 나타난 건 수 천년 만이네요. 마왕들도 넘어올 생각인 걸까요?”


란은 참지 못하고 남은 차를 한 번에 몽땅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엘에게 빈 잔을 건내 주며 대답했다.


“이미 오천 년 전에 정해진 침입이야. 녀석들이 최선을 다 하지 않을 리가 없지. 오랜만에 마왕 녀석들 얼굴 좀 보겠군. 그 녀석들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 엘은 헤츨링이었던가?”


“성년이나 다름 없는 나이였거든요.”


엘은 투덜거리며 냄비에서 남은 홍차를 란의 잔에 따라 주었다.


마족의 계급은 실로 간단하다.


최하급 마족 열 마리가 하급 마족 한 마리, 하급 마족 열 마리가 중급 마족 한 마리, 다시 중급 마족 열 마리가···

그리하여 열 마리의 최상급 마족이 마왕 한 명에 필적하는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그 윗 단계가 없으니 마왕의 전력은 가장 낮게 잡아야 최상급 마족 열 마리의 힘을 합친 정도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동족을 잡아 먹으며 성장하는 마족이니 그 계급제 자체가 힘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마계에는 7명의 마왕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수 백 마리의 최상급 마족이 있고. 이들만 넘어온다 하더라도 머리가 아픈데, 그 밑에는 게이트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하위 마족이 존재한다. 거기다 마족들의 특기인 세이크리드 랜드를 통해 일어나게 되는 언데드의 수까지 고려한다면···


오천 년 전에 이를 막아낸 선배들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엘은 그런 생각으로 뜨거운 홍차에 입을 데이고 있는 란의 얼굴을 바라봤다.


“앗뜨뜨! 엘, 물, 물 좀!”


‘···저런 꼴을 보면 절대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엘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오천 년 전에 현역으로 마족들을 상대했던 선배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아무튼 엘로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 했다.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도 모자랄 판에 란은 최상급 마족 하나에게도 쩔쩔매는 햇병아리에게 시간을 쏟고 있었으니까. 대체 뭐 때문에 저러는 거람. 늘 생각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 더 불안하다.


엘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냉수를 마시고 가까스로 데인 입을 진정시킨 란이 말했다.


“자, 아무튼 이제 대충 할 일은 끝냈으니, 우리도 슬슬 다른 드래곤들한테 소식 전파하고 세계석부터 단단히 지켜 보자고.”


“···드래곤 로드께도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엘의 물음에 란은 고개를 저었다.


“그 노인네는 아직 수면기시잖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 모를 양반도 아니니 그냥 둬. 뭔가 생각이 있으니 아직 자고 있는 거겠지.”


말을 마친 엘은 훌쩍 일어나 배낭을 걸쳤다.


“자, 그럼 내가 다른 녀석들한테 알리고 올 동안 엘은 집에서 애들 좀 잘 보살펴주고 있어. 흑마법 때문에 너무 오랫동안 잠들어 있어서 몸이 많이 허약해졌을 거야.”


엘은 혼자 떠나려 하는 란의 모습에 조금 의외라는 듯 물었다.


“저는 같이 안 가고요? 이래봬도 비서인데?”


그러나 란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애들이 더 중요해.”


하여간, 수호자라는 이명답게 남들 지켜주는 거 엄청 좋아하는 양반이다. 뭐, 저런 점 때문에 계속 밑에 있는 거지만.


“그럼 갔다 올게, 텔레포트!”


란은 엘에게 윙크를 마지막으로 푸른 빛에 휩싸였다. 7클래스의 텔레포트. 물론 란 정도의 드래곤이 사용하면 그 이동거리는 대륙 안에서 제약이 없을 정도다.


이내 푸른 빛이 사라지자, 그 곳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엘은 란이 사라진 자리에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푸른 수호자, 블루 드래곤 로드 란 라 프라시엘고를 향해.


작가의말

챕터 끝났습니다.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다음 챕터는 이보다 짧을 예정이에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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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푸른 수호자 09 19.04.26 2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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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푸른 수호자 02 19.04.22 345 5 13쪽
20 푸른 수호자 01 19.04.22 359 4 9쪽
19 검의 양면 08 19.04.21 364 6 15쪽
18 검의 양면 07 19.04.21 369 5 12쪽
17 검의 양면 06 +3 19.04.20 379 5 11쪽
16 검의 양면 05 19.04.20 377 6 10쪽
15 검의 양면 04 19.04.19 390 6 10쪽
14 검의 양면 03 19.04.19 405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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