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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엔테로
작품등록일 :
2019.04.14 02: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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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5
추천수 :
217
글자수 :
200,291

작성
19.04.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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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검의 양면 01

DUMMY

나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순간이동 특유의 이질감을 느꼈다. 아아, 이렇게 장거리를 이동해본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색다른데?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분명 내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은 깎아지른듯한 절벽이었는데, 지금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촉촉한 풀 냄새가 났다.


눈을 뜨자 넓게 펼쳐진 들판이 보였다.


내 뒤로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맥이 바로 내가 17년 동안 살았던 드라카잔 산맥일 것이고, 산맥의 앞으로 넓게 보이는 숲이 밀림 같이 펼쳐진 자연림일 것이다. 윽, 저 밀림을 직접 헤치고 나왔다면 아마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만신창이가 되었겠지.


나는 새삼 몸을 떨며, 마법의 위대함에 다시금 찬사를 보냈다.


자, 아무튼 좋아. 이렇게 상쾌하게 내 여행의 첫 걸음을 떼는 거다!


"···근데, 여기 어디지?"


나는 배낭을 뒤져 간신히 지도를 찾아냈다. 아마 이것도 스승님이 어머니의 부탁으로 챙겨두신 것일 텐데...


지도는 조금 낡은 듯 바스락거리며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나는 지도가 먼지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지도를 펼쳤다.


음... 그러니까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 하나 있군.


마을의 이름이··· 피오렌?


지도에 적혀있는 대로라면 피오렌은 대규모의 과일 농장으로 유명한 마을인 듯 했다.


피오렌 마을은 걸어서 두, 세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나는 '여행, 생각보다 별 거 아니잖아?' 하는 마음이 되어 두꺼운 가죽 부츠를 잠시 벗어 배낭에 넣어두고 샌들을 꺼내 신었다(이렇게 여분의 신발을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게 다 내가 가진 마법 배낭 덕분이다.).


들판의 풀은 억새지 않고 부드러웠다. 덕분에 샌들을 신고도 불편함은 커녕 오히려 상쾌함을 느끼며 나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그래, 이런 게 바로 여행이지! 자, 위대한 여행의 서막을 기분 좋게 시작해보자고!"



어느 새 꽤 큰 규모의 마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요새의 구실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이 보이는 성벽 너머로 가정집에서 나고 있는 것 같은 굴뚝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집에서 출발했을 때가 점심을 먹은 직후였는데, 여기까지 오는 동안 벌써 저녁이 되었나 보다.


"음, 그러니까 어머니가 챙겨 주셨던 통행증이 주머니에 있던가?"


모든 드래곤은 인간 세계에 유희를 나갈 때 나라에서 (왕을 협박하여 얻어낸) 받은 1급 통행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평범한 3급 통행증을 가지고 있는 일반 인간 여행객에서 상인들이 주로 가지고 다니는 2급 통행증을 지나 귀족들이나 왕족들이 사용한다는 1급 통행증은, 도시 자체가 위급한 일로 폐쇄되거나 전쟁이 일어나 출입이 통제되지 않는 한 한밤중에라도 마을을 통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시선이 끌리기 일수이니, 보통 1급부터 3급까지의 통행증을 다 가지고 다니면서 필요에 따라 사용하도록 되어있었다.


나는 시간도 적당하고 한가로워 보이는 마을에 녹아 들고 싶은 마음이 커 손에 3급 통행증을 챙겨 들고 몇 걸음 앞에 있는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뭐냐?"


나름대로 군기가 잡혀있는 모양새로 서 있던 문지기는 꽤 어려 보이는 나를 보고 인상을 쓰며 물었다.


음, 조금 인상이 험악하긴 하지만, 마을을 지키는 문지기니까 오히려 이것이 더 지위에 어울리는 태도이겠군.


"어어, 그러니까 저 산맥을 다니며 약초를 연구하는 마법사입니다. 이번에 부름을 받고 잠시 동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나는 조금 얼빵하게 대답하며 슬며시 통행증을 손에 쥐어 주었다.


평범한 여행객이라고 하기에 나는 지나치게 어리다.


나이로는 이제 막 성인이 되었기 때문에 괜찮지만, 지나친 동안이(그러니까 스승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작은 키와 덩치가) 그보다 더 어리게 보이게 만들기 때문에,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여행객이라기 보다 가출 소년 같은 느낌을 줄 염려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가장 적당하게 둘러댈 수 있는 신분이 마법사다.


아무래도 높은 경지를 이룬 마법사들은 폴리모프 마법을 통해 외형을 어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외모만으로 평가 당하는 일을 줄여준다.


게다가 전사들과 다르게, 마법사들은 수준이 오르면 오를수록 자신이 지은 마법사의 집이나 저 위대한 마법사들의 모임인 상아탑에서 연구만을 하기 때문에 세간에 알려진 정보도 적다.


그러므로 적당히 마법사로 속일 수만 있다면, 그다지 엄격한 신분 검증을 받지 않고도 검문검색을 통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 생각대로 문지기는 곧 내 외형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허리에 꽂힌 조그만 완드를 발견했다. 그리고 여행자의 로브와는 조금 다르게 생긴 마법사들의 로브를 확인했는지 이내 말했다.


"아, 그러시군요. 실례가 많았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아마 일반 여행객으로 가장하더라도 통과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수도에서 먼 지방의 도시일수록 문지기들이 뇌물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하니, 아예 허튼수작 부리면 파이어 볼로 날려버릴 것 같은 마법사로 위장하는 것이 더 속이 편하다.


나는 고개를 까닥하며 조금 거만하게 인사를 한 후, 성문을 통과했다.


"휘유, 생각보다 훨씬 평화로운 걸?"


아이러니하게도, 수도에서 가장 먼 외곽의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분위기는 아늑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상인 몇몇이 거리에 짐을 풀어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뛰어놀고 있었다. 사이사이로 인력거를 끌고 다니는 인력거꾼들의 손님을 찾는 듯 이리저리 거리를 둘러보는 모습이 보였다.


"자, 그럼 어디부터 가봐야 할까?"


급하게나마 준비를 하고 나온 덕분에 마을에서 따로 구입해야 할 여행 장비 같은 것들은 없었다. 밥을 워낙 성대하게 먹었다 보니 그다지 배도 고프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라고 하면...


"여관을 둘러봐야 겠군."


나침반을 아까 확인해본 바로는 방향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아까 그대로 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보아 아마 그녀는 조금 더 먼 동쪽에 있는 것 같았다.


어째서 수도에 가겠다던 그녀가 마을도 없는 동쪽에 있는 것일까? 의아했지만, 스승님이 주신 물건이 틀릴 리가 없으니 나는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충 계획을 세워본 후 눈을 돌려 여관을 찾으려 했다.


"응?"


문득 나는 거리에서 한 조그만 여자아이가 훌쩍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야? 저 아이는 왜 거리 한복판에서 울고 있는 거지? 호기심이 동한 나는 수상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하며 꼬마 소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 있니, 꼬마야? 왜 혼자 울고 있어? 엄마를 잃어 버렸니?"


꼬마는 훌쩍이는 걸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그리 깨끗한 용모는 아니었다.


꽤 밝은 금발인 것 같은 머리는, 흙먼지를 이리저리 뒤집어 썼는지 먼지가 가득해 보였고, 얼굴도 군데군데 까맣게 흙이 묻어있었다.


조그만 분홍색 원피스는 아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부지런히 손빨래를 해야할 것 같아 보였다.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으며 소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훌쩍. 뭐야, 자기도 꼬마면서 나보고 꼬마래."


...뭐? 이 꼬마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나도 모르게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해 냈다.


"아... 아하하하하. 꼬마야 농담이 재밌구나. 그런 입담을 가르쳐 준 게 누구니? 아버지?"


"흐, 흐흑. 애애애앵"


꼬마는 아버지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다시 차오르는 듯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윽, 뭐 애 울음소리가 이렇게 커?


나는 꼬마 앞에 쪼그려 앉아 꼬마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니 꼬마야? 진정하고 오빠한테 한 번 말해볼래? 오빠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줄게."


내 말을 들은 꼬마는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얼굴을 들어 나를 봤다.


그리고 곧 '썩 미덥지 않음' 이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뭐, 뭐냐? 그 믿음직 하지 않은 녀석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은 눈빛은?"


꼬마는 잠시 망설이더니 곧 울음기가 마르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아빠가 싸우셔서 도망쳐 나와 있었어요."


"음... 그러니까 부부싸움?"


“응!”


꼬마는 내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러니까 부부싸움을 하시고 계시단 말이지 너희 부모님께서?


“좋아, 당장 가보자!”


나는 꼬마를 안아 들며 외쳤다.


작가의말

에피스드 시작입니다!

추천, 선작, 그리고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하마터면 일 때문에 퇴근을 못해 글을 제 시간에 못 올릴 뻔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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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푸른 수호자 01 19.04.22 35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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