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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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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작품등록일 :
2019.04.14 02: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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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2
추천수 :
217
글자수 :
200,291

작성
19.04.14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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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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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7쪽

리치와 드래곤 사이 02

DUMMY

그렇게 내 열 세번째 생일이 될 때까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틈이 나면 무언가 열심히 구해 오시는 듯 했다.

나는 모르는 척 하고있었지만 부모님 방 침대 밑에 인간세상에 나가서 구해온 책이 하나 둘 쌓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 되는 자정.


땡 땡 땡...


부모님께서 결혼 선물로 인간세상에 나가서 구해 오셨다는, 이제는 아마 전설적인 장인으로 이름만 전해 내려오고 있을 시계공의 괘종시계가 자정을 알렸다.


"레온! 생일을 축하한다."


"레온, 엄마가 선물을 준비했는데, 한번 볼래?"


"오, 그래 선물부터 먼저 보렴!"


아버지께서 손짓하자, 부모님 방에서부터 무언가가 요란하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곧 그것들은 부엌 식탁 옆에 산을 이루며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짐짓 놀란 척 하며 어머니께 물었다.


"엄마, 이게 다 뭐예요? 책 아니에요?"


"그렇단다 레온, 전에 무언가 잘하고 싶다고 했었지? 엄마랑 아빠가 레온을 위해서 인간세상에서 다른 인간들이 배우고 있는 학문들에 관련한 책들은 모조리 다 가지고 왔단다."


역사책, 점성술, 마법, 검술, 과학, 수학, 지리학...


차마 다 셀 수도 없는 과목의 책들이 또 셀 수도 없이 쌓여있었다.


맙소사, 베이라보다 책을 열 배는 좋아하는 나도 이건 조금 어이쿠, 싶은걸?


"구하다 보니까 하나도 빼놓기가 싫어서 꼭 일만 권으로 맞춰 왔단다. 우리아들, 기쁘니?"


내가 혹시나 실망할까 봐 안절부절 못 하시며 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물으셨다.


나는 압도적인 책의 양에 질려버린 기색을 숨기려 애쓰며 대답했다. 이까지 보이는 환한 웃음과 함께.


"그,그럼요 엄마. 너무 감사해요. 근데 제가 저 책들을 다 읽어볼 수 있을까요?"


"어머, 다 읽다니? 그럴 일은 없단다."


어머니께서는 말도 안된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아무리 우리가 레온과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 레온이 저걸 다 읽을 즈음에는 아저씨가 되어버릴 거라는 걸 모를 정도는 아니란다."


아버지께서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내 앞으로 나섰다.


"그래서 여기 선물 두 번째를 준비해 놓았지!"


선물 두 번째? 이건 나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는데, 뭘까?


짝 짝


아버지께서 손을 두 번 마주치며 박수소리를 내자, 곧 저 멀리 지하실로부터 무언가 걸어 나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뭐, 뭐야? 우리집엔 우리 세 식구 외에는 아무도 없는데?


끼익


곧 지하실 문이 열리고 거기에는...


"스... 스켈레톤?"


으악! 나는 재빨리 엄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내가 아무리 정신연령이 베이라보다 다섯 살은 높더라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저건 책으로만 봤던 언데드잖아! 수 천년 전에 아마도 어머니께서도 아직 성체가 되지 않으셨을 때, 인간세상에 마계의 마왕이 쳐들어 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백만의 스켈레톤, 십 만의 데스나이트, 일만의 리치, 천 마리의 마족.


그들은 거의 인간이 멸종되기 직전까지 이 세계를 밀어붙였는데, 그 때 나타난 것이 현재 제국의 시조로 알려진....


"레온?"


문득 날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로 내 앞에서 나를 보고 있는 스켈레톤을 볼 수 있었다.


"으악! 엄마!"


"이 멍청한 인간이 나를 스켈레톤이라고 부르다니, 나는 리치다 리치! 그것도 무지 똑똑하고 능력있는 리치라고!"


리치? 그 때 아버지께서 그 스켈레톤, 아니 리치를 때렸다. 아니, 때렸다고 하기엔 너무 묘사가 가벼운가?


리치는 아버지께 가볍게 맞고 나서 저 멀리 지하실 문까지 다시 날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쳐박혔다.


우당탕탕.


"우리 사랑스러운 레온한테 멍청한 인간이라니, 얌마! 너 또 그런 식으로 우리 레온을 부르면 해골을 호박 머리로 바꿔버린다!"


그러나 호박머리로 바꾸지 않아도 충격이 큰지 리치는 저 멀리서부터 다시 비틀비틀 걸어와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존귀, 존엄하신 드래곤 님."


아 맞다. 아무리 리치가 무서워도 우리 부모님이 더 쎄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아버지께

서는 푸른 머리를 훗, 하고 넘기시더니 말했다.


"아무튼 전에 말했던 대로 당분간 우리 집에 머물면서 우리 사랑스러운 레온을 좀 가르쳐 줘야겠어. 아마 당신, 생전에 꽤 똑똑한 인간이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무, 물론입니다. 흠흠.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생전에 이미 8서클의 마법을 이룩하고, 다른 인간들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마검사의 경지를 이룩한 위대한 용사! 그 이름하야..."


"아, 됐어. 소개는 거기까지 하라고."


아버지는 귀를 후비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리치는 한껏 자신감에 넘친 자기소개를 중간에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왠지 이제는 무섭다기보다 동정심이 드는군.


"그래요, 우리 레온 좀 잘 부탁해요 해골머리 씨."


해골머리라니, 리치는 잠깐 발끈한 것 같았지만, 이내 본인의 사정을 자각했는지 곧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네, 존귀, 존엄하신 드래곤 님."


"베인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내 말에 리치는 나를 보았다. 비록 눈동자가 없는 해골이라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눈이 있었다면 꽤나 흥미로운 눈빛으로 날 보고있었을 것 같다.


"베인이라고? 왜지?"


"아마리첸 폰 베인, 지금 인간세상을 거의 통일하다시피 한 제국의 시조의 이름인데요. 그 사람도 마법이랑 검술을 동시에 썼다고 했거든요. 아저씨 얘기를 듣다 보니까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서요. 안되나요?"


리치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는 듯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러더니 곧 우리 엄마를 쳐다보고 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하하하하, 존귀, 존엄하신 드래곤 님. 아드님께서 아주 박식하시군요. 올해 열 세 살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교육이 순조로울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아부할 말 생각하는 거였냐! 그러나 속이 뻔히 보이는 칭찬에 나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우리 어머니께서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래요? 우리 레온이 역시 똑똑하긴 하죠? 선생님, 그럼 잘 부탁드려요."


마치 인간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께 우리아이 잘 부탁드려요 선생님, 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상황이 되었군.


"자, 그럼 우리 생일 케이크에 촛불 불어야지! 어서 앉으렴 레온! 베인 씨도 여기 않아!"


아버지는 아까 때린 건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듯 리치 선생님을 자리에 권하셨고, 어느새 베인이라는 이름이 된 리치 선생님도 주춤하더니 곧 우리 식탁에 함께 앉았다.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15단 초코케이크가 우리를 반겼다.


이거... 촛불 불기엔 케이크가 너무 높지않아...? 나의 난감한 표정을 알아채지 못하신 부모님은 어서 촛불을 불지 않고 뭐하니? 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하하하.


나의 행복한 열 세 살 생일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리치보다야 드래곤이 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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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푸른 수호자 02 19.04.22 345 5 13쪽
20 푸른 수호자 01 19.04.22 35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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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검의 양면 07 19.04.21 3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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