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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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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작품등록일 :
2019.04.1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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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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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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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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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푸른 수호자 04

DUMMY

란과 엘. 둘은 고작 20년 터울의 드래곤 남매다. 란은 800살, 엘은 780살의 블루 드래곤.


아직 헤츨링이라 유희를 떠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께, 란과 엘은 둘이 함께 갔다 올 테니 제발 허락해 달라고 떼를 쓴 모양이었다.


그리고 맨 처음 도착한 이 도시 ‘말란’은 남매를 완전히 매혹시켰고, 둘은 이 곳에서 어찌저찌 마을의 골목대장 노릇을 하며 1년쯤 지내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마을 사람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에는 란의 동생인 엘 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연락이 되질 않았다.


“아무리 메신져 마법을 걸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아. 유희를 떠나는 대신,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 메신져는 받기로 했었는데···”


란이 울상이 되어 말했다.


란은 마을을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도저히 사람들이 왜 사라진 것인지, 어디로 가 버린 건지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나는 주점을 나와 차가운 밤거리를 란과 함께 걸으며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작전이 밤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네가 납치당하길 기다리는 거냐?!”


그렇다. 나와 란은 지금 새벽 1시가 넘은 이 시간에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도시의 외진 곳만을 걸어 다니면서 납치범이 우리를 납치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아까 란의 이야기를 듣자 마자 란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마법 나침반을 보여주며 이걸 쥐고 사라진 사람들을 떠올려 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란이 나침반을 쥐고 동생을 생각하자 나침반의 바늘이 미친듯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런 경우라면 두 가지 경우의 수 밖에 없다.


첫째는, 어떤 강력한 마법적인 힘이 나침반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


둘째는···. 이건 말하지 말도록 하자. 말하면 씨가 된다는 속담도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지금은 전자이길 바라는 수 밖에.


나는 란의 옆에서 투명 마법(invisibility)을 사용한 채 함께 걷고 있었다. 두 명이 함께 걸어 다니는 것 보다 혼자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납치당할 확률이 높다나 뭐라나···


란과 실력이 거의 비슷한 엘도 납치당했으니 란도 혼자 다니기에 어지간히 불안했을 거다. 때마침 내가 나타난 거고.


뭐, 아무튼 그렇게 되서 엘을 찾는 일을 돕는 거야 좋지만···


나는 문득 의문이 들어 란에게 물었다.


“근데, 사람들이 납치당한 것 치고는 마을 분위기가 흉흉하진 않네?”


내 말은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아까 마을 경비병한테 통행증을 제시할 때도 별 다른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 정말 주민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다면, 외부인을 출입시키는 것부터 삼엄해야 정상 아닌가?


란은 내 말을 듣고 조금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간단해. 사라진 애들이 전부 마을의 골칫거리 녀석들 뿐이거든.”


“엥?”


내가 반문하자, 란은 설명을 이었다.


“변변찮은 집도 없고, 부모도 없이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 나가는 아이들이니까. 걔들이 사라져봐야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거지. 이 마을의 촌장을 포함해서 말이야.”


“말도 안 돼!”


나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나서 외쳤다.


단지 부모가 없고 사고를 많이 치는 문제아란 이유로 사라져도 찾지도 않는다고?


“본래 인간이란 게 그래. 자기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는 동족이라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이럴 때 보면 인간이란 녀석들, 참 미개하단 말이지. 참, 너한테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란은 다시 담배를 한 대 물더니 말했다.


나는 문득 피오렌 마을의 영주와 그의 아들 듀렌이 생각났다. 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이유로, 안나와 톰의 사정은 신경도 쓰지 않고 강제로 데려와 결혼 시키려고 하던 사람들.


그 때는 그냥 그 두 명이 악당이라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어쩌면 그런 인간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반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 동족이 뭔가 봉변을 당하고 있는데 신경조차 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란 말대로 종족의 개체 수가 너무 많아서?


내가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란이 다 타버린 담배를 발로 밟아 끄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내가 지켜줄 수 밖에 없는 거야.”


아, 란 녀석은 그 사고뭉치 녀석들의 골목대장 노릇을 하며 1년을 보냈다고 했지. 그래서 정이 든 걸까, 같은 인간들도 찾지 않는 녀석들을 드래곤인 녀석이 먼저 찾을 만큼?


“엘을 못 찾으면 우리 일족 사람들한테 엄청 혼나기도 할 거고.”


녀석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거였냐!”


자기가 어른들한테 혼날까 봐 걱정인 게 우선이었구만 이 녀석!


란은 이내 품에 지니고 있던 회중 시계를 꺼내 보더니 말했다.


“흐음, 거리를 돌아다닌 것도 두 시간 쯤 되었는데, 나타나질 않네. 납치범 녀석들. 이거 참, 여장이라도 해야 나타나는 건가···?”


여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장소를 옮겨 볼까?”


내 말에 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아까 우리가 싸웠던 해변 같은 음습한 곳 위주로 돌아다녀 보자고.”



****************



우리는 마을 인근의 황야를 걷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역시, 란이 말했던 납치범은 커녕 지나다니는 들짐승 하나 보이질 않았다. 최대한 예민하게 감지 기능을 켜 놓고 있는 내 감각에도 별다른 것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납치당한 게 아닌 거 아니야?”


내가 말하자 란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냐, 엘이 좀 싸가지가 없긴 해도,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울 녀석은 아니거든. 혹시 혼자 어딘가로 떠날 일이 생겼다 해도 메신저 마법조차 안 받는 건 이상한 일이니까··· 분명히 누군가 납치를 했거나··· 아니면···.”


아, 나는 문득 아까 란이 드래곤 슬레이어에게 분노했던 일을 떠올렸다.


란은 아마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유희중인 엘을 납치한 것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아까의 일도 이해가 간다.


물론 정말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유희중인 엘을 납치했을 경우··· 아마 엘이 살아 있을 확률은··· 매우 낮지만. 아무리 헤츨링의 것이라고 해도 드래곤 본이나 드래곤 하트는 값을 매길 수 없이 귀하게 거래되는 모양이니까.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얼른 나타나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납치범 녀석들.


나는 황량한 들판을 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텅 빈 황무지에 무언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나는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따라 유난히 큰 보름달이 지평선에 걸려 있었다.


달의 마력이 가장 강해지는 보름달에는 악마가 나타난다는 옛 이야기가 떠오르는군.


저 언덕 너머까지 일단 걸어볼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란과 함께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


응?


“란”


“응? 왜?”


동생의 이야기가 나와서 센치해진 건지, 녀석은 터벅 터벅 걸으며 발밑을 바라볼 뿐

성의없이 대꾸했다.


“아니, 란. 저기···”


나는 저 언덕 위를 가리켰다.


언덕 위에 무언가 있었다. 지평선에 걸려 있는 달을 가리고 서 있는··· 거대한 무언가···


어···. 그런데··· 한 마리가 아니라···


“란···?”


“왜 그래, 레온?”


내가 계속 부르자 녀석도 뭔가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 사이에도 녀석들은 하나씩 더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언덕 위의 달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무언가. 그러니까···


“오우거···?”


그렇다, 오우거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수십 마리의 오우거다. 하지만 오우거는 본래 집단생활을 하는 몬스터가 아닌데···?


평균 신장이 4미터가 훌쩍 넘는 녀석들이 언덕 위를 가득 메울 정도로 가득 모습을 드러내

고 있었다.


문득, 언덕의 맨 위에 서 있던 특히 더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오우거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쿠륵··· 쿠륵··· 쿠워어어어어!”


우리를 본 건가! 란이 다급하게 내게 외쳤다.


“제, 젠장. 레온!”


그 고함이 신호였던 걸까,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수의 오우거들이 동시에 우리를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머, 멈춰라!


란의 드래곤 피어(dragon fear)!


란은 당혹감을 감추려 애쓰며 외쳤다. 아무리 평소에 오우거가 드래곤 레어의 가디언 역할이나 할 정도로 드래곤에게 위협 되는 존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황야를 걷고 있다가 수 십 마리의 오우거가 자신에게 돌진해 온다면 당황하지 않을 드래곤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말 그대로 ‘당황’일 뿐이다. 그 이상의 감정은 아닌 것이다. 드래곤에게 오우거란 인간에게 있어 조그만 강아지만도 못한 존재일 테니까.


그러나 다음에 이어진 상황에 란은 경악이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드, 드래곤 피어가 안 통해?!”


같은 드래곤을 제외한 그 어떤 종족도 위축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드래곤 피어가, 녀석들이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란이 내지른 오리지널 드래곤 피어에조차 녀석들은 일말의 반응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우리에게 달려왔다.


“레, 레온! 피해!”


선두에 있던 거대한 오우거가 한 손에 쥐고 있던 통나무를 내게 내리쳤다.


나는 곧바로 왼쪽으로 도약해 공격을 피해냈다. 녀석이 통나무로 내리친 대지가 순식간에 움푹 파였다. 역시 오우거다운 괴력이다.


대, 대체 뭐야 이 녀석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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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녀의 기사도 01 19.05.05 17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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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푸른 수호자 17 19.05.01 170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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