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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님의 서재입니다.

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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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작품등록일 :
2019.04.14 02: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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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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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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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200,291

작성
19.04.14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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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리치와 드래곤 사이 03

DUMMY

"그래, 한번 시작해 볼까?"


나는 지금 떨고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웃으며 사이좋게 둘이서 마실나가셨고, 지금 우리 집엔 이 리치 선생님과 나, 둘 뿐이다.


원래 어떤 몬스터든 쉽게 부리고 보통 인간들이나 귀찮은 침입자들을 퇴치하기 위한 용도로 경비병을 두는 드래곤들이지만, 나를 위해서 우리 부모님께서는 어떤 종족도 레어에 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도중, 하필 맨 처음 우리 집에 들어온 게 언데드! 그 중에서도 사악하기로 소문난 리치라니... 난 죽었다.


베인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리치 선생님은 어제의 음산한 누더기 옷은 어느새 던져버리고 언데드와는 어울리지 않게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는 푸른 로브를 입은 채 였다.


손에는 두꺼운 책을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교육,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라는 꽤 정상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어제 언뜻 보니 역사를 꽤 좋아하는 것 같더구나, 꼬마야."


"역사라면... 책을 자주 읽다보니까 어느정도는요."


에이, 아무리 그래도 날 건드리면 자기가 소멸될텐데, 날 어떻게 하기라도 할까! 나는 대담하게 나가기로 했다.


마치 한 나라의 왕자가 숙제를 안해가도 '설마 날 때리기야 하겠어?' 하며 스승님께 배째라 모드로 나갈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공부를 좋아하나?"


"공부는... 해본적이 없지만 책을 읽는 건 좋아해요."


"흐음..."


베인은 딱딱해보이는 해골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며 날 바라봤다. 이봐요 선생님, 해골뿐인 눈으로 절 쳐다보는거, 당하는 입장에서는 무지 무섭다구요!


"사실 널 가르쳐달라는 말을 듣고서, 꽤나 고민했었다. 보통 아이라는게 늘 퍽하면 울고, 팍하면 떼쓰는 성가신 것들 뿐이니까 말이야."


베인은 내 앞으로 다가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근데 그런면에 있어서는 좀 안심이군, 꽤나 얌전해 보이고 말이야."


베인이 허공에 손짓을 하자 어디선가 푸른 종이가 나타났다. 베인은 그것을 잡아들고 내게 내밀었다.


"자, 한번 잡아보도록 해라."


"이 종이를요?"


"그래, 이 종이는 보통 마법을 처음 배우는 자들이 마나친화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도구지. 이걸 잡으면 종이가 푸르게 물드는데, 보통은 종이의 반절만 푸르게 물들어도 천재라고 한다."


"제, 제가 마법을 배울 수 있는건가요?!"


내가 베이라처럼 마법을 쓸 수 있다니! 이건 기대도 안했다. 보통 마법사들은 엄청나게 똑똑하고 잘난 인간들만 할 수 있다고 책에서 봤는데!


베인은 그런 질문을 하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내가 여기 왜 왔다고 생각하는거야? 마법뿐만 아니라 네가 배우고 싶어하는건 다 가르쳐 줄 수 있다고. 말만 해라, 검술, 강령술, 연금술, 수학, 음악, 미술..."


...어떻게 보면 약간 허세같기도 하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리치라니 상상이 돼? 미술이라니.


나는 난감한 미소를 감추며 베인이 내밀고 있는 종이를 잡았다.


종이가 내가 잡은 부분부터 푸르게 물들더니, 이윽고 종이 전체를 푸르게 물들였다. 그리고 베인이 놀란듯한 기색을 보이기도 전에 종이는 바스라져 바람에 휘날려 사라졌다.


"...엥?"


내 얼빠진 목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리치 스승님은 좀전의 잘난체는 까맣게 잊은 듯 놀라 소리쳤다.


"야! 너 뭐하는 놈이야?"


"...네?"


어, 그러니까 드래곤이 우리 부모님이라는 것 빼고는 별 특별할 거 없는 열 세살인데요.


"이런 현상은 본 적도 없어! 종이가 과도한 마나를 버티지 못하고 부스러져버리다니!"


베인은 몸을 숙이고 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잠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곧 자기 이마를 나의 이마에 갖다대었다. 으악! 해, 해골이!


"더 지체할 것도 없겠군!"


베인과 머리를 맞대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마치 베인의 이마로부터 무언가가 흘러나와 내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빨려들어오는 느낌이랄까.


'들리나?'


응? 뭐야 이거? 말하는것도 아닌데 마치 직접 내 마음속에 말을 거는 것 같아.


'그래, 맞다. 직접 말을 거는 거지. 잠시 빠른 교육을 위해서 손을 대는거니 너희 부모님께는 이르지 말거라.'


아무래도 베인은 역시 우리 부모님을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군.


'자, 머리 속으로 너의 주위를 하얀 동그라미가 맴돌고 있다고 상상해보거라. 긴장하지말고. 천천히.'


하얀 동그라미라고? 나는 시키는대로 잠자코 해보았다. 마치 베이라가 손짓 한번으로 파이어볼을 만들어내는 듯이. 내 주변에 흰 동그라미가...


슈아아악


갑자기 들린 요란한 공기음에 내가 눈을 뜨고 옆을 보자, 정말 마법처럼 내 옆에 흰 구체가 둥둥 떠있는게 보였다.


"...매직 미사일을 상상만으로 구사하다니... 이건..."


베인은 정말 당황한듯 했다.


"아무리 1서클 마법이라고 해도 인간이라면 복잡한 연산 없이 이렇게 할 수는 없어. 이 녀석이 백년묵은 마법사도 아니고."


베인은 다시 한번 허공에 손짓을 했다. 이번에 허공에 나타난 것은 희고 얇은 소검이었다.


"자, 이걸 들어봐라."


나는 잠자코 검을 받아들었다. 베인은 나의 반응을 살피는 기색이었는데, 내가 검을 받아들고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자


나에게 물었다.


"너, 그거 안무겁냐?"


"네? 아, 네. 뭐 그럭저럭 들고 있을만 한데요."


"근력... 근력까지 저정도 수준이라 이거지."


베인은 다시한번 나에게 말했다.


"자, 이번에는 눈을 감고 그 검 주위에 푸른빛이 둘러져 있다고 생각해봐라."


푸른빛이라고? 나는 영문을 몰랐지만, 아무튼 베인이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걸 보고 내가 꽤 잘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자 푸른빛이 검을 둘러싸고 있다고....생각하면...


슈우우우욱


이번엔 매직 미사일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부드러운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내가 쥐고 있는 흰 소검을 푸른 마나가 둘러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흰 검의 날을 따라 생성되어 있었는데,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난 무엇이든 벨 수 있다고.


"거, 검기라니. 이 조그만 녀석이 소드 익스퍼트 수준의 검사란 말인가."


베인이 갑자기 손을 허공에 쳐들자 손아귀에 파이어볼이 나타났다. 엥? 뭐하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그것을 나를 향해 던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들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그것을 막으려는 자세를 취했다.


나 엄마한테도 한번도 안맞고 자란 고운 열 세살인데!




요란하게 파이어볼이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나에게는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서워서 감은 눈을 뜨자, 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베인만이 서있었다. 응? 파이어볼은 어디로 간 거지?


"엥? 어디갔지?"


"네녀석, 인간이 아니구나."


베인은 뭔가 질렸다는 반응이었다.


"아니, 인간은 맞지. 다만 너희 부모들이 네게 귀한일을 했군. 정말 자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귀한 일이요?"


"하하하, 너무 오래살다보니 미쳐버린 드래곤이 인간 아이 하나를 데리고 애완동물처럼 키우나 했더니. 정말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애완돔물이라니! 이 리치는 예의범절이라고는 천년전에 까먹은게 분명하다. 너무 오래 혼자 살다보니 미쳐버렸거나.


"잘 들어라."


나의 리치선생님은 해골 손으로 내 양 어깨를 감싸쥐며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너의 몸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다. 너의 마나 친화력은 물론이고 육체적인 능력도 웬만한 전사의 것 못지 않지. 그것은 아마 너의 부모인 드래곤 내외가 너에게 드래곤들에게만 전승되는 특별한 마법으로 너를 강화시켰기 때문일거야."


그렇다. 예전에도 말한적이 있지만, 내가 다른 드래곤들에게 소외받거나 괴롭힘당할 것을 우려한 우리 부모님께서는 본인의 드래곤 본과 드래곤 스케일, 그리고 막대한 마나를 이용해서 나를 보통 인간들보다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고 하셨다.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셔서 나도 그런줄 알았고, 비교할 인간이 주변에 없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베인의 반응을 보니 그것이 보통이 아닌가보다.


그래도 맨날 베이라에게 맞는 신세긴 하지만.


"넌 네가 하고 싶은 것은 다 배울 수 있을거야. 아니 어쩌면 안배우더라도 보통 인간은 너를 건드릴 수조차 없겠지."


그럼, 나도 인간세상에 나가면 누군가를 지켜주거나,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일까?


"그런데도, 넌 무언가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나?"


"저는요,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처음 불렀기 때문인지 베인은 잠깐 흠칫하는 기색이었다.


"저는 정말정말 강해지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부모님이 저를 지켜주는 것처럼 저도 커서 부모님을 지켜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뿐만아니라 베이라도, 베이라네 가족도요."


인간인데도 드래곤을 지킨다는 것은 리치에게는 조금 우습게 들리려나.


"오천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마왕이 다시 중간계에 쳐들어오면 어떡해요."


헤헤, 민망해라. 나는 당차게 말하고서는 얼굴을 붉혔다.


베인은 잠시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곧 자리에 앉았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아버지께서 특별히 마련해 주신 수련공간인데,


밖으로 소리가 새나가지도 않고, 운석이 떨어지지 않는 한 부서지지도 않는 벽으로 되어있었다.


베인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마."


그것은 어쩌면 정말 스승님이 제자를 기특해하는 목소리같이 들려서, 나는 잠깐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이때 베인이 아주 큰 결심을 하나 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저 나도 이제 무언가를 배울 수 있고, 강해질 수 있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무언가 베풀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기뻤을 뿐이었다.


"네! 열심히 할게요!"


작가의말

드래곤이 자기 애 가르치라는데 안가르치면 해골이 깨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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