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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카네 님의 서재입니다.

혼돈을 칭하는 자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엘카네
작품등록일 :
2020.02.23 17:00
최근연재일 :
2023.01.0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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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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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오늘이 남긴 것 (3)

DUMMY

***


남작의 성에는 공간이 분리된 장소가 있다. 정문과 후문이 아닌, 외측 벽에 붙은 문으로, 책임자를 포함한 소수의 경비병에게 내어준 자그마한 방 몇 개와 지하로 통하는 좁은 계단이 존재한다. 엄중히 관리되는 바닥문의 계단 아래도 마찬가지로 갑갑하게 콱 틀어막힌 공간이 존재하여 비좁은 곳에 갇힌 시큼한 냄새가 떠돈다.

환기 굴뚝과 배수로를 갖췄으나 체취와 소변 냄새, 푹 섞인 땀 냄새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 주춧돌에 역사가 쌓이듯 그곳에도 역사가 얹혀 있다.

올로몬트의 감옥.

평소라면 말썽을 부린 자들을 훈계 목적으로 잠시 가둬놓는 장소에 불과하고 감옥살이보다 보상금 지불을 종용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 며칠 동안이나 머무르는 자들이 생기곤 한다. 전쟁이나 도적 토벌로 생긴 범죄자들은 때론 처형인의 도끼가 여전히 쓸모 있음을 증명하거나 이 근방을 도는 노예상에게 팔려간다. 범죄자에게 먹일 음식이 아깝기에 일 처리는 영지 내의 다른 업무보다 훨씬 더 빠른 편이다. 축제가 다가오면 축젯날 쓸 소중한 음식을 비축하듯 조금 더 오래 머무르는 자들도 생기지만, 축제의 열기가 가시면 감옥의 북적거림도 사라진다. 그러니 대부분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장소다.

구멍 난 상의와 바짓단이 다 해진 옷을 입은 남자의 이름은 크리안. 자신만만하던 얼굴은 조금 핼쑥해 보이고 눈가엔 피로함이 감돈다. 감옥이란 장소는 알아도 한 번도 발을 디뎌본 적이 없었던 결사의 마법사였으나, 지금은 마법을 봉쇄하는 수갑을 차고 팔을 뒤로하여 묶인 채 벽에 기대어 있다.

곱씹는 건 앞으로의 일들과 잡혀 올 때의 상황.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미래는 참담하고 이전 전투는 김이 샌다.

준비는 오래 걸렸으나 시행은 간단했다. 일은 제대로 마쳤으니 도망가야 할 시기였으나 싸움을 택했다. 그게 머리를 식히고 난 이후에 내린 정당한 평가였다.


‘드래곤 하트.’


지보에 속하는 물품을 본 순간, 다같이 탐욕을 부렸다. 설혹 그게 자신의 것이 되지 않을지라도 장기적으론 이득이란 생각에 이끌렸다. 실력 있는 스승의 밑에선 제자들의 실력도 일취월장하니까. 그런 물건을 멀쩡하게 겉으로 내보이는 자가 평범한 떠돌이 마법사일리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결정은 신중하지 않았어도 싸움에 임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사의 자신작인 키메라를 손쉽게 처리한 모습을 보았기에 몸놀림과 검술을 유념하였다. 그럼에도 졌다. 불의의 일격에 당황했기 때문이다.


‘그게, 틴더···. 고작 자그마한 불꽃을 만드는 기초 마법을 화염구에 버금가는 화력으로 발동하다니.’


광범위한 마법을 홀로 시전하던 마법의 재능과 임기응변의 능력. 그리고 스스로의 저항력을 믿는 대담함. 표현이 적절한 기분이 들지는 않지만-, 틴더가 터진 순간, 준비하던 마법을 포기하고 보호 마법을 두른 건 훌륭한 대처였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으로 이어진다.

크리안은 엄습하는 패배감에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다.

자신이 모르는 궁정 마술사, 혹은 어딘가의 마탑에서 갓 나온 수재. 아마도 궁정 마술사가 되기 위해서 여행중일지도 모를 기량이다. 지금은 무명의 마법사라도 조만간 누구나 이름쯤은 알 정도로 명성을 떨치겠지.

마법사는 명성에 연연하지 않으나, 실적이 뒷받침된 명성은 누군들 부러워하지 않으랴.

루히에 대한 일을 자꾸만 떠올리는 건 미래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바늘귀가 막힌 불량품. 애써서 고치기보단 버리는 게 편하다.

크리안은 겉으로 내세우진 못해도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녹색탑의 마법사였으며, 암리타의 탐구자에 들어와선 부쩍 실력이 올랐다. 지성을 가진 생명체에 대한 비윤리적 실험 금지라는, 가히 마법을 모욕하는 대륙법에 쩔쩔매며 소동물이나 만지작거리는 변환계 마법사들의 헛발질을 보며 실소를 참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결사의 톱니 바퀴. 대체 가능한 부품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번 일은 이상하지.’


평소와 다름없는 병기 실험이 아닌, 실전. 광범위한 테러가 아닌, 남작령을 노린 공작. 희귀한 재료와 생체···, 과도한 연구 지원.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때, 달칵, 끼이익하고 바닥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엔 잠깐 자리를 비웠던 간수인가 싶었다. 묻고 싶은 것들이 많을 테지 하고.

그래도 자신은 이미 각오를 끝내뒀다. 마법의 심연을 바라보는 일엔 대가가 따른다. 기생충 같은 신들 따위 믿지 않으나 상응하는 응보는 받을 셈이다. 생명을 마음껏 유린하고 모독했으니.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여 심히 아쉽지만, 결사를 배신할 생각은 결코 없다. 벌써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시작했을 테고, 무엇보다 자신은 마법 앞에 떳떳하니까.

그러나 귀퉁이에서 유령같이 걸어나온 사내를 보곤 자신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흑철석으로 만든 쇠창살 너머로 보이는 좁은 시야를 막으며 소리 없이 튀어나왔기에 대비하지 못했다. 걷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처음부터 거기에 서 있었다고 느낄 정도.

비쩍 마른 남자다. 외모, 체구, 복장 모든 것이 평범하다.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흐릿한 어둠 아래 크게 뜬 동공이 심연으로 통하는 구멍처럼 보인다는 거다. 남자가 한 손에 쥔 묘한 형태의 단검을 보면서 크리안은 술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단검의 표면에 묻은 피가 번들거리지만 애써 무시한다.


“구출은 없는 거로군.”

“그렇다. 어째서 자해하지 않았지?”

“···보면 알잖나?”


몸을 비틀어 수갑을 보여주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벽에 고정된 줄이 짧아 꿈틀댐에 그친다. 대신 얼굴이 조금 일그러진다. 얻어맞은 자리가 쑤셨기 때문이다.


“······.”

“약을 빼앗겼다. 그래서 약간의 기대와 동료를 죽인 마법사를 한 번 더 보기를 원했다. 멍청한 불캇슈들이 마지막 갈증 정도는 풀어줄 줄 알았지.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빠르군.”


크리안은 눈가를 가늘게 만든다. 아직 밤이 오지도 않았다. 결사의 움직임치곤 몹시 빠르다. 언제라도 버릴 수 있었던 마냥. 마법에 대한 일은 아니지만, 마법사의 호기심이 답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끝 모를 탐구심이 없었다면 비밀 결사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질문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대답은 하지 않을 테니.


“···답을 찾지 못하는 덴 익숙하다.”


크리안의 음울한 목소리를 무시하며 남자는 간수의 것으로 보이는 열쇠꾸러미의 열쇠를 맞춰본다. 기계적인 동작.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완벽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에서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진다.

찰칵, 찰칵.

몇 번째 열쇠가 과연 정답일까?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으며 크리안은 확률을 계산했다.

그때, 조금 멀찍하게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깁니다. 응? 냄새가 올라오니까, 바닥문은 항상 닫아놓으라 했는데.”


여러 개의 발소리. 암살자는 불우함을 탓하기보단 속으로 셋하고 수를 세곤 다음 열쇠를 꽂는다.

계단으로 내려오는 발소리에도 침착하다. 일단 목표가 우선. 올로몬트에 단 한 명 있는 기사를 상대로도 충분히 도망갈 수 있다. 엉성한 경계 체제에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손쉽다.


“누, 누구냐?”


먼저 내려온 경비병의 질문. 멍청한 불캇슈, 경비병을 일컫던 마법사의 표현이 옳다 여긴다. 이제 남은 열쇠는 두 개. 둘 중 하나. 그리고 다음 열쇠를 꽂아서 돌리기 전에 “《연발 에너지 볼트 multiple energy bolt》!”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력으로 빚어진 화살이 남자를 향해 날아든다. 산탄총과 비슷한 범위 마법의 공격. 화살이라 부르나 그보다는 조금 더 둥근 원통형의 마력 덩어리가 엄습한다.

남자는 처음으로 쳇하고 혀를 차곤 그대로 백 덤블링. 천장 근처까지 뛰어오른 점프력을 사용하여 천장을 박차고 대각으로 회피 기동한다.

투쾅.

망치로 때린 듯 때에 찌든 반대쪽 벽이 움푹 파이는 사이, 프틸라는 다른 경비병들을 향해 “지금입니다!”하고 외쳤다.

소리에 떠밀리듯 경비병들이 검을 뽑아서 달려든다.

암살자는 착지하기 위해 몸을 비트는 것과 동시에 일단 단검을 던졌다. 목표는 마법사. 항상 마법사는 위험한 존재다. 자유롭게 마법을 시전할 여유를 준다면 어떤 마법을 전개할지 모른다. 하물며 첫 수가 범위 마법이라니, 능숙하다.

그러나 암살자가 던진 단검은 쇠창살 너머 크리안의 가슴팍에 푸욱하고 꽂혔다. 큭 하는 신음을 들으며 암살자가 앞선 경비병의 공격을 회피. 활력을 끌어올린 눈 끝으로 검의 궤적을 쫓으며 팔꿈치로 턱을 날려버린다. 경비병도 나름 활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나 충격에 버티지 못하여 우드득 소리를 내며 목이 비정상적으로 꺾였다. 암살자는 이어서 눈가에 당황의 기색이 서리기 시작한 다른 경비병의 가슴을 손날로 찌른다.

푸욱.

한 자루 날카로운 검으로 변화한 수도가 가죽 갑옷을 찢고 살을 파고들어 내장의 미끈한 감촉을 느끼는 사이, 암살자는 다음 목표를 향해 재빨리 달려들 준비를 마쳤다. 활력은 마법에 견줄만한 힘. 응축된 다릿심은 폭발력을 얻어 마법사 곁으로 보내주리라.

그리고 암살자는 보았다. 이제 막 시동어를 외친 프틸라의 입가에 맴도는 웃음을.


“하늘을 내달리는 푸른 짐승, 현현하여, 내 앞의 적을 물어뜯어라. ≪벼락의 푸른 늑대 blue wolf of thunderbolt≫!”


빛을 발하는 마법진에서 쏟아져 나온 푸르스름한 늑대가 암살자의 몸을 향해 달려든다. 피할 공간은 없다. 해일이 밀려들 듯 비좁은 복도를 가득 채웠으니까.

뇌격이 흉포한 입으로 공간을 물어뜯는다. 뒤이어 콰르릉, 꼬리에 겨우 들러붙은 소리가 충격파로 변모해 복도를 채웠다. 직격한 암살자가 무릎을 땅에 붙이고, 경비병들이 끄윽 하는 단말마를 내뱉으며 바닥에 풀썩 쓰러진다.

암살자는 활력을 끌어 올렸으나 마비된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일격에 실린 마력에 신경마저 그을렸다. 벼락의 푸른 늑대는 중급 마법이지만, 그건 마법사들 사이에서나 성립하는 이야기. 재능있는 자가 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끝에 겨우 성취하는 마법이다. 하물며 위장하느라 보호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암살자의 몸으로 막기엔 버겁다. 즉사하진 않았으나 고작 그것뿐.


“이건 행운이군요. 감사합니다.”


암살자는 삐하는 이명 속에서 마법사의 목소리를 겨우 포착했다. 웃음소리가 조금 섞였다. 마법을 직격시킨 기쁨이다. 아니, 조금 달라. 승자의 여유가 아니다.

형언하기 어려운 모종의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암살자는 시간을 조금 더 끌어주길 바란다. 깊은 곳에서 넘치는 생명에 다시 불을 지펴 활력을 끌어올려 충격에서 회복하길 도모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러나 이어진 “《강화 에너지 볼트 reinforce energy bolt》.”소리와 함께 날아온 마법에 머리가 폭발하여 뇌수와 뼛조각을 사방에 흩뿌렸다. 마지막까지 떠올린 생각은 벽면에 들러붙어 오래도록 악귀처럼 남으리라.


“쿠후후.”


프틸라는 추켜든 지팡이를 내리고 다시 한번 웃음소리를 냈다. 전투의 흥분이 뒤섞인 웃음은 어딘가 뒤틀려있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들을 지나쳐 쇠창살 앞으로 이동. 느긋한 태도로 열쇠를 잡고는 그걸 돌린다.

달칵, 끼이익.

문을 열고 서슴없이 안으로 들어간 그는 힘이 빠져 축 늘어진 크리안에게 가까이 접근했다. 그리곤 아직 미약하게 숨이 붙어 가슴팍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후다닥 달려가 치료약을 뿌린다. 치명상이라 목숨을 겨우 부지시켜 줄 뿐이지만 비싼 치료약을 아낌없이 뿌려댄다.

프틸라는 상대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며 더욱 크게 웃었다.


“이런, 천운이! 용도 만났고, 경비병을 대신 처리해준 남자도 만났고, 거기에 아직 살아있는 마법사까지! 오늘은 운이 좋아! 죽은 자의 기억을 뽑아내는 건 전문이 아니거든요. 죽었을 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기억을 뒤지기 힘들어요. 하지만 지금이라면······.”


프틸라의 전공은 예지와 예견을 담당하는 비전 학파. 원래라면 트랜스 상태를 만든 다음에 상대의 앞을 읽어내나, 지금은 우악스럽게 상대의 머리에서 과거를 뽑아낸다.

크리안의 이마에 핏줄이 솟아오르고 강풍에 사시나무 떨 듯 몸이 흔들린다. 잠시 들러붙었던 상처가 벌어져 생명이 새어 나오고 입에선 꾸르륵하는 소리. 종내 몸이 한 차례 크게 튀어 오르고 이내 미약한 떨림조차 사라졌다.


“마지막 부분은 못 쓰겠지만···, 암리타의 탐구자, 레이달로프라.”


헤실헤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기 힘들다. 마침 발밑이 흔들리며 자라나는 식물들. 당황하지 않고 보호 마법을 전개하며 성장하는 식물들을 바라본다. 대규모 자연 마법은 경이롭다. 네 사람의 시간이 이제 막 멎었으니 빼앗긴 미래를 양분 삼아 자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어두컴컴하고 비좁고 축축하며 악취가 나는 지하에서 결국, 말라붙겠지.

프틸라는 그것마저 행운이라 여긴다. 흔적을 지워줄 테니까.


***


한때 도시였던 구역은 숲에 삼켜졌고 지붕을 뚫고 자라난 나무들은 시체를 꿴 꼬챙이처럼 우뚝 솟았다.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목을 태우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매운 울음소리와 신음, 고함 소리가 자욱하여 어둑어둑한 거리를 산 자들의 아수라장으로 탈바꾼다.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을 날카로운 비수로 도려냈기에 밤이 깔리기 시작한 도시의 숲은 절망감을 품었다.

사태를 이해한 사람은 오직 한 줌. 나머지의 사람들은 그저 망연자실하다.

횃불을 밝히고 풀과 나무, 덩굴에 잠식된 건물을 살피는 자들의 사이로 루히는 걸어간다. 바닥돌 사이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풀들을 발바닥으로 짓이기며. 지붕이 무너진 집도 몇 채 있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자들의 모습이 간헐적으로 보인다.

목적지는 대강 점찍어 뒀지만 길의 흔적을 더듬어야 하는지라,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거침없는 걸음이다.

들것을 옮기는 사람들을 지나쳐 꾸준히 걷자, 영주의 성에 도달했다.

자그마한 광장은 횃불과 등불, 마도구 등으로 인하여 환하게 불을 밝혔으며 도망쳐 온 사람들과 인솔하는 경비병으로 인해 북적거린다. 광범위한 마법을 재앙으로 여겼는지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도중으로 보인다. 당장 위험하진 않으나 위험의 전조같은 일이니 그들의 판단은 적확하다.

경비병들은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을 그나마 튼튼한 성으로 인도한다. 단층의 성은 거대한 곡물창고를 옆으로 길게 늘려 놓은 생김새의 건물이다. 흡반을 가진 덩굴이 새로이 자라나 성을 감쌌기에 저번에 들렀을 때보다 더욱 낡아 보인다. 마치 이끼 낀 등딱지를 가진 늙은 거북이같다.


“마법사님! 드디어 오셨군요!”


부르는 소리에 루히는 목소리를 낸 남자를 바라본다.

게럴드. 타르모 영지의 유일한 기사. 그는 경비병에게 일을 인계하고 부리나케 달려온다.


“어째서 이런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마법이오.”

“마법? 그럼···.”

“내가 아니오.”

“휴, 그러면 누가?”

“···어째서가 더 궁금하오. 지하의 유적은 무엇이오?”

“예?”


되묻는 기사의 얼굴을 보면서 루히는 그에게서 답을 구하긴 글렀다고 생각한다.


“여왕과 함께 잡아온 마법사들의 목적은 알아냈소?”

“구속해놨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습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지요. 영주님께서 계속 기다리셨습니다.”


게럴드가 앞장서서 안내한다.


영주, 바로아는 접견실의 의자에 앉아 긴 탄식을 내뱉었다. 몇 년은 더 늙어 보인다. 안색이 납빛이며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이마에 긴 주름을 새겨 놓았기 때문이다. 그의 입장에선 난데없는 봉변이리라. 유사 범람에 이어 도시를 덮친 숲은 간격을 두고 일어난대도 어지간한 도시도 감당하기 힘든 사건이다.

바로아는 보고를 하러 온 자들에게서 피해 상황을 들을 때마다 수명이 뭉텅뭉텅 깎여나가는 기분을 느끼다가 “아, 루트비히님.”하고 반기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루히는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영주와 들뜬 기색이 가득한 프틸라를 보며 용건부터 밝혔다.


“도시의 지하에 무엇이 있소?”

“···수로의 정비는 몇 차례나 했지만, 유적이 있는건 처음 알았다.”

“거짓은 아니군.”

“숨길게 뭐 있나. 이번 일은 유적 때문인가?”

“그렇게 생각하오.”


바로아는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도시 인근의 유적이 발견된 일은 큰 변화라 부를만하다. 영지를 부흥시킬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 지금 당장엔 골치 아픈 뒤처리가 잔뜩 쌓여 있다. 당장의 사태를 이겨내고 혹시 모를 위험마저 떨쳐야지만 영지의 자산으로 취급할 수 있다. 그전까진 베게 아래의 위험에 잠을 뒤척일 터. 마냥 기뻐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덮어놓을 수도 없는 골칫거리다.

반면에 프틸라는 기대하는 목소리를 낸다.


“탐색하실 겁니까? 대규모의 자연 마법이라니, 일반적이진 않지만 분명 엘프와 관련된 유적지라 여겨집니다.”

“유적 탐사는 내가 할 일이 아니오. 익숙한 일도 아니고.”

“고대의 마도서, 미지의 아티펙트, 온갖 보물들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럴지도.”

“더군다나, 이렇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적이라면 분명히 위험할 겁니다. 여기선 위험을 배제해야 합니다!”

“···아직 위험하다고 여길만한 일은 없소.”


유적이 신경 쓰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그가 할 일엔 속하지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인 프틸라의 모습이 의아하다.


“그리 신경 쓰인다면 직접 사람들을 꾸려서 탐색해보는 게 어떻겠소? 영주도 분명 조력할 거요.”

“자원해 준다면 고맙겠다.”

“함께 가주실 겁니까?”


영주의 긍정적인 대답과 프틸라의 물음에 루히는 “지금 당장은 아니오.”하고 잘라 말했다.

유적이 마족과 관련되었으리란 확증이 없고 용족이 나서야 할 사안인지도 알 수 없다.

용족은 중재자. 인류를 보살피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여긴다. 이유가 생긴다면 모르겠지만.

프틸라는 “그럼 저도 상황을 살피기로 하죠.”하고 한발 물러섰고, 바로아는 탐탁지 않은 얼굴을 만들었다.


“마법사여.”

“왜 그러시오.”

“올로몬트엔 언제까지 체류할 생각이지?”

“쫓아낼 생각이오?”

“어쩌면.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강한 목소리를 낸다.


“상황이 바뀌었다. 도시를 지켜주는 장벽은 약화되었고 유적의 영향력이 지상을 덮쳤다. 전례 없는 위기에 더는 방문자를 환영해 줄 수 없다. 도시는 대표자가 필요하며 여긴 나의 도시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도시의 그 무엇도 제공해 줄 수 없다.”

“···흠. 곤란하군. 하지만 무슨 말인진 알겠소.”


광대한 토지의 주인이라 자처하는 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성지의 사냥터를 배정받는 일과 조금 다르다. 성지는 온전히 왕의 것이니까. 허나 인족들이 도시를 유지한 노력은 간과하지 않는다.

바로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교섭이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상대가 상대니 긴장이 새어 나온다.


“거창한 일은 하지 않아도 좋다. 마도구 제작이 특기라지? 머무르는 동안 성벽을 지키는 마도구들의 보수와 관리를 맡기고 싶다. 그리고 선의에 기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며 바로아는 사람을 시켜 준비한 물건을 가져오게 했다.

은색 쟁반에 올려둔 물건은 자그마한 주화 하나와 두루마리들, 쌓아 올린 보석. 주화의 드러난 앞면은 휴톤 후작가의 문양이 양각으로 돌출되어 있고 뒷면엔 타르모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모험가 길드에 등록했다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여행을 한다면 신분 증명이 필요할 테지.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휴톤 후작령의 영향력이 닿는 범위 내라면 문지기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이건, 마법의 주문서군. 나이트 비전, 크리에이트 워터, 블링크, 에너지 볼트, 틴더······.”


루히는 두루마리들에 관심을 보인다. 하급 마법의 주문서지만 주문서는 귀중한 고가의 물품이다. 마법사가 아닌 사람이 마법을 발동할 수 있으며 특히 ‘활력’을 다루는 기사와 모험가들은 유사시의 선택지가 하나라도 더 늘어나는 일의 중요함을 안다. 마법사들도 여분의 마법을 부담 없이 사용할 때 생기는 이득을 간과하지 않는다. 다다익선이라고, 뭐든 모자란 것보단 낫다.


‘안전책이군.’


영주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구성이다. 반란과 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키트에 가깝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구미가 당겼을 거다. 실제로 프틸라의 시선이 살짝 바뀌었으니까.

루히는 그저 어린 영주가 누군가에게 조언이라도 받았겠지하고 생각했다.

주문서는 마도구에 비하여 휴대성이 높다는 장점은 있으나 마석에서 직접 마력을 뽑아내는 마도구와 달리 주문서로 작성할 시엔 변환 효율이 썩 높지 않다.

또한 ‘출력’의 문제가 존재한다. 미흡한 출력은 루히의 논외다. 제어가 불가능해서 그렇지 루히라면 비슷한 수준의 마법은 기초마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

루히는 테이블 위의 두루마리를 살피다가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다른 주문서들과 달라서 눈길을 끈다. 상당히 개성적인 마법 문자라 한눈에 감정해내기 힘들다.


“이건 무슨 주문이오?”

“단맛을 쓴맛으로. 선조께서 직접 제작한 주문서라고 들었다.”


처음 듣는 마법이다. 전수 받은 마법 지식은 광대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든 마법까진 수록되어 있지 않다.

프틸라가 “창작한 마법이네요. 재능을 낭비하는 고상한 취미죠.”하고 한마디 거든다.


“당신도 연구한 주문이 있소?”

“주문보단 이론 연구자였습니다.”


기대에 어긋난 대답에 루히는 잠시 고민한 이후, 몇몇 이유로 영주의 제안을 승낙하기로 결정했다.

신관에게 맡긴 일은 도시가 이래서야 끝나지 않으리란 것이 첫 번째. 마도구와 관련된 일이라는 게 두 번째. 마지막으로 단맛을 쓴맛으로 바꾸는 주문서가 마음에 들어서다.

하찮아 보이는 마법의 주문서지만 수년, 혹은 수십 년의 연구 성과다. 누군가의 인생을 녹여 창조한 물품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다. 또한 새로운 마법은 아직 부화하지 않은 에파에게 언젠간 도움이 될 거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주문들은 아마 그런 용도로 수집되었으리라.


‘스승님의 취미였을지도.’


루히는 작은 주화만 추가로 집어 들며 말한다.


“의뢰라면 받겠소. 단, 개인적인 용무가 끝난다면 언제든 떠나겠소. 보수는 이것 두 개면 충분하오.”

“다른 주문서는 안 챙기십니까?”

“보석은 필요 없나?”


두 사람이 의문을 표시했고 루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난 탐욕을 미덕으로 삼지 않소. 대량의 마석을 사는데에 보태 쓰시오. 상인들과 상담하면 될 거요.”하고 답변했다.

바로아는 “그런가. 그랬지.”하고 자조적으로 중얼댄다.

도시 밖은 여전히 몬스터로 득실대고, 후작에겐 약조한대로 기사와 병사들을 보내야 한다. 여전히 직접 출정해야 하는가를 고민 중이다. 성벽의 보호 마법은 약화하였으며 이젠 더욱 많은 마석이 필요해졌다. 방침은 부담을 최대한 더는 방향으로 바뀔 테지만 그래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새로이 발견된 유적은 어떻게든 이득이 되어야만 한다.

골치 아픈 일이 잔뜩 벌어지지만,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재차 보고를 위한 사람이 드나든다.


“후의는 잊지 않겠다.”


바로아는 그렇게 말하곤 속속들이 올라오는 피해 보고에 집중한다. 파괴된 시가지의 보고와 주민들을 수용할 공간의 마련, 부상자의 현황과 성벽의 일부 손상, 감옥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온갖 좋지 않은 현황이 영주의 판단을 기다린다. 평상시라면 마법사들의 방문에 좀 더 신경 쓰고 응대했을 터나 지금은 그럴 경황이 아니다.


“영주님 수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영주님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알았다. 넌 여기 남아서 연락을 내 쪽으로 돌려라.”

“예.”


경비병의 보고에 만사를 제쳐두고 자리를 떠난다.

불안한 얼굴의 경비병은 접견실에 남아 루히와 프틸라를 힐끔 보고는 한층 더 안절부절못한다. 행상인이나 이제 막 귀환한 모험자 같은 모습의 루히는 차치하고, 프틸라의 로브는 확연히 눈에 띈다. 남작가의 손님은 정해져 있으니, 그가 소문의 마법사임이 틀림없을 테다.

경비병이 말을 고르는 사이, 프틸라가 루히를 바라보며 “성의 지하에 흥미로운 볼거리가 있습니다. 오래된 마법진이지요. 보러 가시지 않겠습니까?”하고 마치 자기 소유인양 권했다.


지하의 마법진, 파괴된 흔적을 훑어본 루히는 남은 파편만으론 재건에 불가능하단 결론을 내렸다.


“겉면은 보조. 이 부근 회로는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외하는가에 대한 회로의 흔적이라 생각되오.”


당장 어제 제작했던 마도구의 회로와 유사하기에 바로 눈에 들어온다. 다만 그건 모자이크화를 멀리서 보았을 때에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하는 수준이지, 세부적으로 깊이 파고 든다면 전혀 엉뚱한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로프를 조종하여 신체를 결박하는 바인딩 마법은 실제 로프를 사용하는 조작계와 마법적인 로프를 만드는 창조술, 로프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부르는 소환계 등 다양하다. 무언가를 구속하여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결과를 창출하는 건 동일하지만 계통과 계열이 전혀 다른 마법이다.

마력 회로도 마찬가지로 결과가 동일하게 도출될지라도 과정은 전혀 다를 수 있다. 마법진을 연구하다가 폭주하여 성지의 일부를 부숴 먹은 드래곤의 이야긴 농담조차 되지 못한다. 성지 밖에서 지내는 용들의 거처가 일정치 않은 까닭은 ‘마법과 마법진의 연구는 외부에서’라는 규칙 때문이니까. 하마터면 스승님도 쫓겨날뻔 했다. 자신이 만든 마도구 때문이라 몹시 송구스러웠으며 왕이 이젠 마도구 제작도 금지해야 하냐며 신화급의 고민을 입밖으로 꺼냈다.

하여간, 눈으로 확인 가능한 부분도 그러한데, 중심부에 있었다는 유물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안타까움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온다.


“작동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군.”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마 모종의 방법으로 지하의 공간을 사용하였으리라 여겨집니다. 유적과 관계가 깊겠지요. 확인해 보지 않겠습니까?”

“중심 구동부가 망가졌다면 흔적이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겠소. 자연 마법에 파괴되었을 가능성도 크고. 더 손상되기 전에 확인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겠지.”

“그럼 유적 탐사를 가실 겁니까?”


기쁜 목소리를 내는 프틸라를 보며, 루히는 미간을 살짝 끌어모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 일은 아니오. 난 마침 다섯 번째의 일을 받은 참이오.”


프틸라는 다섯 번째란 소리에 고개를 기울이지만, 실망한 기색을 내비친다.


“비전학파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마법의 학파에 대해선 익숙하지 않은데, 무엇을 중점으로 연구하는 집단이오?”

“마법의 신비. 현상을 관측하고 불가해함을 해명하여 논리로 규명합니다. 주로 이상 현상과 마나의 흐름에 주력했습니다. 이상 현상의 발현을 미리 읽어내려는 노력은 비전학파 전체의 총의니까요.”


루히는 고민한 뒤에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푸르스름한 마법의 등불 아래에서 언뜻 사악한 느낌마저 감돈다. 맑고 투명하여 속이 들여다보이는 유리구슬 같던 눈동자가 무기질의 색을 띠며 깊은 어둠으로 점철된다.


“그렇군. 이해했소.”


프틸라가 다음 말이 이어지길 기다리지만, 루히는 작은 목소리로 “마법사로군.”하고 중얼거렸다.


“뭐라 말했습니까?”

“혼잣말이었소. 그것보다, 저건 알고 있소?”


프틸라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중앙 부분은 파괴의 여파에 쓸려 나갔으나 구석 부분엔 부조가 또렷이 남았다. 커다랗게 벌린 입을 과장되게 표현한 마물과 검을 치켜든 영웅의 모습이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신화나 서사시의 한 장면이겠죠.”

“뭔지 알겠소?”

“미궁과 유적, 제단이라면 유래를 통하여 의미를 찾아보겠지만, 선악의 대립. 비슷하지만 꾸준한 소재니, 두드러진 특징이 없으니 알 수 없겠죠. 여유란 단어를 비싸게 표출한 것인지 누가 알겠습니까.”


프틸라는 다소 심드렁한 목소리를 낸다. 그리곤 재차 마법진과 지하의 유적, 그리고 지하의 유적을 탐색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낸다.

루히는 집요한 제안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며 생각을 갈무리한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아직은 내 일이 아니라고.

그러나 조만간 자신의 일이 되리란 예감이 든다. 눈앞에서 전혀 엉뚱한 것을 갈구하는 비전학파의 마법사와 스스로의 감을 동일시한다. 프틸라는 강한 목적성을 갖췄으나, 루히는 그저 우연함, 변덕, 흥미, 타의 따위에 떠밀릴 뿐이지만.

그런고로 일단 방치한다. 올로몬트의 유적도, 프틸라도. 이유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다.

상당히 엉망이라고 루히도 자각한다. 그리곤 오히려 스스로에게 만족한다. 자신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으나, 스승님이 너는 용족이라 하셨으니 최대한 자유로이 행동하리라. 그렇지만 그건 방종과 패악과는 궤가 다르다. 임무를 우선시하고 왕을 거역하지 않으려 하며 치열하게 사는 자들을 굳이 방해하지 않으려 한다.

혼돈. 그래도 다행인 건 무관심에서 비롯된 일선을 지키려 한다. 그건 스승님의 강한 영향 덕분이라 루히는 조금 기뻤다.


작가의말

이번 분량의 끝입니다. 향후 내용은 집필중에 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여기까지 따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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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대면 23.01.01 39 0 22쪽
40 조우 (2) 23.01.01 40 0 33쪽
39 조우 (1) 22.12.31 50 0 22쪽
38 햄튼을 뒤로 하며 22.12.31 48 1 18쪽
37 필연 혹은 우연 (9) 20.07.04 80 1 17쪽
36 필연 혹은 우연 (8) 20.06.30 56 0 16쪽
35 필연 혹은 우연 (7) 20.05.12 64 0 17쪽
34 필연 혹은 우연 (6) 20.05.06 80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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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햄튼 (4) 20.03.19 100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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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햄튼 (2) 20.03.17 116 1 14쪽
22 햄튼 (1) 20.03.16 130 1 16쪽
21 검은 안개 (8) +1 20.03.14 129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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