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196,213
추천수 :
59,739
글자수 :
216,488

작성
19.10.16 23:10
조회
28,486
추천
1,076
글자
12쪽

39화 - 완

DUMMY

“으하하하... 지금까지 쥐새끼처럼 휘젓고 다니더니 눈치 하나는 역시 빠르구나.”


“빠른 편이긴 하지.”


뚱한 기민의 대꾸에.

진범의 표정이 흉험하게 변하고.

그가 이를 갈며 기민을 노려보았다.


“미리 말해 두지. 난 셔틀 같은 것 필요 없다.”


“그런데?”


“난 너 같은 거 전혀 필요 없으니 널 이 자리에서 죽일 거다.”


이를 악물고 눈을 빛내는 진범.


“널 여기서 죽이고, 내 모든 과오를 청산한다. 넌 내 인생에 똥물을 튀겼어.”


‘모든 것이 저 놈 탓이다. 저 놈 하나 때문에 일어난 나비효과가 모든 것을 망쳤어.’


분노로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느려진 시간 속으로 진범이 달려가려는 순간.


‘적응’


상태이상을 소모해서 기민을 강화시키는 잠재특성.


[적응]을 사용하는 기민.


일기장에 저장해 놓았던 백상기의 상태이상,

‘아리아드네의 열쇠’를 제물로 바친다.


열쇠를 진범에게 방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으나.

최악의 경우 진범이 흑백세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 버린다면..


‘백상기가 튀어나오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제물로 바치는 것이 안전해.’



[ 상태이상:아리아드네의 열쇠(-16:21) ]


[ 당신의 육체가 강화됩니다. 판정 중.. ]


판정 메시지가 뜨고.


[ 판정 완료. 강화정도 13 Lv, 강화시간 120분. ]


‘13레벨?’


지금껏 최고로 얻어 본 레벨이 8레벨이었는데.

13레벨이라니...


자신의 몸을 살펴보는 기민.

청량한 흐름이 느껴진다.


‘몸 주위에 바람이 부는 느낌,,,’


그러나 실제로 공기가 흐르는 것은 아니다.

그를 휘감아 흐르는 것은 단지 강렬한 기운.


압도적인 힘이 그를 뱀처럼 휘감은 가운데.

그 파멸적 흐름 속에서.


“죽어라!!”


느려진 시간을 믿고 덤벼 오는 진범의 어설픈 주먹이.


터업.


기민의 손에 맥없이 잡힌다.


“어엇..?!”


‘어.. 내가 시간을 느리게 하지 않았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도 잡지 못하는 진범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손을 빼 보려고 힘을 주자.


기민이 타이밍을 맞추어 그의 손을 뒤로 밀고.


“으윽!”


진범이 팽그르르 돌면서 나자빠져 밀실 벽에 머리를 쳐박는다.


“이.. 이 새끼.”


‘진짜로 간다.’


1초만에 뇌진탕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선 진범이.

바닥에 떨어진 돌조각 하나를 허공에 집어 던지고.

다시 느린 시간 속으로 돌입한다.


거의 공중에 멈추다시피 한 돌멩이.

능력 발동 확인을 위해 던진 그것이 멈춰 있는 것을 보면서 진범이 미소짓는다.


‘그래. 제대로 느려졌군.’


그리고 그가 고개를 들고.

자신을 향해 뚜벅 뚜벅 걸어오는 기민을 보는 순간.


그 미소가 경악으로 바뀐다.


“미... 미친!!”


“왜 놀라고 그러나?”


목을 뚜둑 꺾어 본 기민이 팔을 한 번 휘휘 돌리더니.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주춤주춤 물러서는 진범의 얼굴에.

그대로 한 방을 꽂아넣었다.


단순한 펀치라기엔 그것은 너무 강했다.


퍼석


진범의 머리가 맥없이 부서짐과 동시에,

주먹의 경로를 따라 폭풍같은 바람이 불어, 파편을 날려 버렸으나.


1초만에 복구되는 그의 머리.


살아 돌아온 진범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가 담겨 있었다.


“설마.. 너도? 너도 능력을 복사한 거냐?”


‘역시. 백상기의 능력을 복사한 건가.’


기민은 피식 웃고는.

멀리 나가떨어진 진범에게 아무 말 없이 달려든다.


‘너무 세게 치면 안 되겠어.’


힘조절을 한 그의 손바닥이 진범의 뺨을 후려갈기고.


쫘아악!!


무지막지한 효과음과 함께 아크로바틱하게 날아가는 진범.


“크윽!!”


애써 균형을 잡으며 착지한 그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달려든다.


“이야아아!!”


느려진 시간 속에서 반쯤 울부짖듯 돌진해 오는 그를.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손가락으로 툭 쳐내고.

어설프게 휘둘러 오는 왼팔을 고갯짓만으로 피한 다음.


혼신의 힘을 다한 발길질을 한 손으로 잡아 버리자.


“이...이이이이!!! 어째서!!”


진범이 절망과 분노로 가득 찬 괴성을 지른다.


“그냥 단순한 거지. 내가 너보다 강한 것뿐이야. 예전의 밀실에서는 네가 나보다 강했던 것뿐이고.”


“그럴 리 없다! 그럴 리 없어.”


진범의 눈동자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지금껏 진범의 세계관 내 최강자는 백상기였다.


그 누구도 백상기를 당해내지 못했고.

백상기가 얻고자 하는 것을 누구도 지켜내지 못했다.


‘심지어 지배자들 사이에서도 백상기가 가장 강하지 않았나?’


지배자들도 백상기 앞에서는 나대지 못했으니.

사실상 천외천이 아닌가.


그렇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능력 복사 대상자로 백상기를 택했건만.


‘저 놈은.. 대체 뭐란 말이냐?’


쿠웅.


“크억!”


진범을 그대로 벽에 던져 쳐박아 버리고, 그 앞에 서는 기민.


“느려진 시간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다고?”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려 버린 진범에게.


“그러게. 이게 되네.”


산뜻한 답변과 함께.

기민의 하이킥이 날아가 박힌다.


“어억!!”


격투라기보다는 구타에 가까운 시간이 이어지고.


“이.. 씨발!!”


진범이 비명 섞인 욕설을 질렀다.


아무리 1초 회귀로 생존이 보장되더라도.

아픔과 굴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진범의 남은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그가 눈동자에서 독기를 피워 올리며 기민을 쏘아보자.

기민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놀렸다.


“왜. 또 보여줄 것이 있나? 아, 이젠 없지?”


숨겨둔 패가 있으면 얼른 까 보이라는 기민의 도발에.

진범의 인내심이 거덜나고.


“그래. 보여 주마. 내 진짜 힘을!! 죽어라!!”


증오와 분노, 수치심과 모욕감으로 범벅이 된 진범이.

‘그 능력’을 발동하고 만다.


밀실에서 종적 없이 사라진 진범이 있던 자리에서.


휘익.


기민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

*

*

*


“여기가... 백상기가 보던 세계인가.”


흑백 세계에 도착한 박진범.

그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밀실이었는데?’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하로부터 지상까지 무너지다시피 구멍이 뚫려 하늘이 보이고.

눈 앞에 있던 기민은 온데간데없다.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세계냐..’


구멍을 통해 위를 올려다보던 진범이 고민에 빠졌다가.

온 힘을 다해 점프해 보고는 깜짝 놀라,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는.


‘이 세계에서 자신은 강해졌다.’라는 판단을 내린다.


“하압!”


순식간에 지상으로 올라간 진범.


그는 그제서야 능력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래. 열쇠로 문을 열고 나가면 된다고?’


하지만, 설명대로 몸을 아무리 살펴도 열쇠는 보이지 않고.

영문을 모르는 진범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생기는 건가 보군.’


흑백의 거리를 서서히 거닐어 보는데.

주위 환경이 멀쩡한 것이 없다.


‘왜 죄다 박살나 있는 거지?’


사람도 건물도.

죄다 부서진 상태.


‘일단.. 돌아가고 싶은걸. 아직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의 귀에.


쾅!! 콰앙!!


아스라한 충격음이 들려 온다.


‘그래, 저 쪽으로 가면 뭔가 알 수 있겠지.’


진범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뛰기 시작하고.

잠시 뒤.


어마어마한 크기의 소머리 괴인이 날파리 같은 것을 손바닥으로 후려치자.

그 날파리가 진범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와 박힌다.


“에이.. 개 같은...”


고개를 젓던 날파리가 순간 동작을 멈추고.

진범과 눈이 마주치는데.


“...백상기?”


“너..? 진범이??”


백상기의 말투에서 당황이 새어나왔다.


“너.. 어떻게 들어왔어.”


“어쩌긴. 능력 써서 들어왔지.”


“시간 미궁?”


진범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반말에 신경쓸 여유조차 없는 백상기가 두뇌를 풀 가동시킨다.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왔다면 열쇠를 가지고 있을 거야.’


‘평소에 열쇠를 쓰면 문이 만들어졌지.’


‘박진범 이 자식은 딱 봐도 여기가 처음이니까 잘 꼬셔서..’


‘문을 만들게 한 다음에 내가 먼저 나가 버리는 거지.’


‘그러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다!!’


백상기의 눈이 열의로 활활 타오르고.

그가 박진범의 팔을 쥐려 손을 뻗는다.


하지만 팔을 홱 빼 버리는 박진범.


“뭐야?”


“이.. 새끼가!”


하지만 박진범은 예전의 그가 아니었고.


“말을 해, 새끼야. 함부로 지랄하지 말고.”


백상기 역시 그 사실을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다.


‘여기 들어왔다는 것은.. 나와 유사한 능력을 가졌다는 소리겠지. 무엇보다 이 놈과 지금 싸워서 좋을 것이 없다.’


“왼팔만 좀 보여 주지.”


백상기의 정중한 요청.


‘역시.. 사람은 힘이 있어야 해.’


새삼스레 감개무량함을 느끼던 박진범이.

묵묵히 왼팔을 걷어 보인다.


왼팔은,

밋밋하고 깨끗했다.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깨끗하던데.”


팔을 보는 순간.

백상기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지다가.

이내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로 바뀐다.


“이.. 씨팔.. 쓸모없는 새끼...”


“뭐?”


“넌 존나 병신이야. 병신새끼. 이 씨발 병신새끼야! 개병신아! 도움 하나 안 되는 개 같은 벌레 새끼!!”


“뭔... 미친 놈이.”


기껏 요청을 들어 주었더니 욕을 바가지로 먹은 진범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워어어어어!!


그 기분을 제대로 표시할 여유도 없이,


콰아아아앙!!!


미노타우르스의 거대한 철봉이 그들의 옆 거리를 때려부순다.


“뭐... 뭐야!!!”


“뭐긴.”


다시 들려 올라가는 철봉을 보면서.

백상기가 씁쓸히 말했다.


“흑백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

*

*

*


누군가 가게로 들어오자마자.


그들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들의 눈빛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었는데.


무언가 답변을 원하는 것처럼 보였기에.

기민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탈하게 다녀왔습니다.”


세현과 세라가 앞다퉈 기민을 향해 튀어나왔다.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이라면야.”


고개를 끄덕이는 세현과.


“대박.... 헉.”


기민의 손을 움켜쥐다가 화들짝 놀라 손을 놓는 세라.


웃음으로 답례하고는 휘적휘적 걸어간 기민이,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몸은 힘들지 않지만, 정신이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칼날 위로만 달려야 하지 않았나.


‘베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


“좀만 쉬고 가겠습니다.”


그의 눈이 살풋 감기고.


“많이 쉬셔도 돼요. 이제 거의 다 왔잖아요.”


들려오는 세라의 말에, 눈을 감은 채 기민이 미소짓는다.


“너무 많이는 곤란합니다.”


“그래도..”


“백상기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소문이 퍼지기 전에, 나머지 지배자들도 끝장을 내려고요. 단시간 내에 모두 처리할 생각입니다.”


*

*

*

*

*


[ ‘지배자들’ 모임의 일원들이 대규모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 기존 구성원 중 능력자 백상기, 김성규, 우현정 씨가 탈퇴하고. ]


[ 능력자 김기민 씨가 새로이 모임에 가입했다고 하는데요. ]


진행자가 패널을 쳐다본다.


[ 기민 씨의 능력이 참 인상적이지요. ]


[ 예. 벌써 별명이 붙었어요. ]


[ 아,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장물아비였나요? ]


[ 장물아비라니, 그 무슨 망언입니까. 함무라비죠. 받은 대로 반드시 돌려준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라는군요. ]


[ 함무라비. 함무라비라.. 뭔가 입에 착 붙네요. ]




“이제 다들 오빠의 능력을 알게 될 텐데. 진짜 괜찮아?”


“이젠 괜찮아. 내가 감당할 수 있어.”


[ 잠재 특성 ‘일기장’이 강화됩니다 : 책갈피 갯수 제한 삭제 ]


[ 유일 특성 ‘적응’이 강화됩니다 : 시전 횟수 제한 삭제, 강화 단계 상승 ]


[ 잠재 특성 ‘범위 방출’을 얻었습니다. ... ]


...


이유 있는 당당함.

그가 세라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제 더 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어. 내 스타일대로 살 거야.”


“하긴. 오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참 일관됐었지.”


“그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피에는 피, 선의에는 선의.”


세라도 피식 웃었다.


“덤비면 조지고, 하지만 정중한 악수는 받아 주고?”


“바로 그거야. 어렵지 않잖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기민이 말을 맺는다.


“오빤 함무라비 스타일이니까.”


작가의말

이것으로 최종화입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19. 10. 24.) 19.09.24 89,454 0 -
40 후기 +333 19.10.16 30,979 1,114 3쪽
» 39화 - 완 +164 19.10.16 28,487 1,076 12쪽
38 38화 +62 19.10.15 30,369 1,196 11쪽
37 37화 +102 19.10.14 31,294 1,314 13쪽
36 36화 +39 19.10.13 33,492 1,167 11쪽
35 35화 +49 19.10.12 35,328 1,140 10쪽
34 34화 +52 19.10.10 39,513 1,299 14쪽
33 33화 +59 19.10.09 38,901 1,241 12쪽
32 32화 +58 19.10.08 40,359 1,367 12쪽
31 31화 +48 19.10.07 41,879 1,349 11쪽
30 30화 +43 19.10.06 44,232 1,360 11쪽
29 29화 +37 19.10.04 48,131 1,468 11쪽
28 28화 +48 19.10.03 47,923 1,599 13쪽
27 27화 +91 19.10.02 48,902 1,543 11쪽
26 26화 +47 19.10.01 51,877 1,488 12쪽
25 25화 +61 19.09.30 54,778 1,569 11쪽
24 24화 +85 19.09.28 60,274 1,601 12쪽
23 23화 +64 19.09.27 58,962 1,568 12쪽
22 22화 +61 19.09.26 59,977 1,649 11쪽
21 21화 +68 19.09.25 60,471 1,654 11쪽
20 20화 +112 19.09.24 60,484 1,679 13쪽
19 19화 +90 19.09.23 60,884 1,766 14쪽
18 18화 +79 19.09.21 61,782 1,654 11쪽
17 17화 +66 19.09.20 60,468 1,710 13쪽
16 16화 +44 19.09.19 60,337 1,707 11쪽
15 15화 +44 19.09.18 60,249 1,672 13쪽
14 14화 +40 19.09.13 59,763 1,654 14쪽
13 13화 +24 19.09.13 58,528 1,605 12쪽
12 12화 +30 19.09.11 59,327 1,48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