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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196,216
추천수 :
59,739
글자수 :
216,488

작성
19.10.0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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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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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8
글자
11쪽

29화

DUMMY

- 뭐? 미끼를 물기만 하면 무조건 찾는다고? 웃기고 있네.


호언장담하던 백상기를 비웃으며, 진범이 호박색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


- 어떻게 찾을 건지 물어라도 봤어야 하는 건데. 내 실수다, 내 실수야. 그 새끼를 무슨 생각으로 그리 믿었을까.


“회장님.. 혹시 백상기 님이 듣기라도 하시면..”


- 시간이 정지하면 우리 입도 멈추는데 어떻게 들으려고?


진범이 잠겨 있는 문 쪽을 눈짓했다.


- 처음부터 들어와 있는 것만 아니면 상관없지.


“그래도..”


- 됐어. 죽어도 내가 죽는 건데 왜 너희가 소심해지냐? 그래서, 지금 백상기가 들어와 있어?


“그건 아닙니다.”


- 그럼 문제없잖아. 들어와서 숨어 있는지나 잘 체크하라고.


껄껄 웃던 진범이, 이내 인상을 찌푸린다.


- 그건 그렇고. 이제 내 차례인 건가?


“어떤..?”


- 낭만파 변태 복수귀의 다음 타겟이 나 아니냐는 거지. 최동수, 아버지, 최하영. 이제 오성에서 남은 거라곤 나뿐이지 않나.


권 실장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 입을 열었다.


“제 부족한 생각에는.. 아닐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니, 아니게 만들어야 합니다.”


- 음?


“놈이 복수할 대상이 회장님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 그거야 그렇지. 지배자들도 놈의 복수대상이 맞지. 그렇긴 한데..


진범이 망설이는 동안.

조 팀장이 조용히 끼어들었다.


“저는 솔직히 이야기가 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 뭐가?


“밀실에서 지배자들이 난입해서 데려갔다.. 라고만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놈은 지배자들 밑에 있었다는 뜻 아닙니까? 그런데 살아 돌아왔다? 지배자들이 놔 준 걸까요? 아니면 도망을? 도망노예를 다시 잡기라도 하는 것인지?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모르겠습니다.”


- 나도 그 부분은 좀 이해가 안 가긴 해. 동수가 그 때 기절해 있어서 어떻게 된 건지 못 봤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얼추 때려맞춰 보자면...


진범이 말을 이었다.


- 지배자들 밑에 있었다면 백상기가 놈에게 이렇게 반응할 이유가 없어. 백상기가 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았었나? ‘그 때 그 놈이 살아 있었냐’고.


“그렇습니다. 그랬지요.”


- 그건 적어도 놈이 지배자들 밑에 있지는 않았다는 거지. 자세한 상황을 상정하기엔 머리가 너무 어지러우니 패스하고. 지배자들은 그 때 어떤 이유로든 놈을 손에 넣지 못한 게 분명해.


“그런 것 같습니다.”


- 아무튼, 너희 말이 맞다. 놈의 복수대상에는 지배자들도 포함되니까, 내가 최대한 몸을 숨기는 게 낫겠어. 그럼 나 말고 다른 놈부터 찾아서 싸우겠지.


조 팀장과 권 실장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 놈이나 지배자들이나.. 서로 싸우다 전부 뒈져 버렸으면 좋겠군. 그럼 묘비 정도는 세워 줄 수 있는데.


진범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때, 권 실장의 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은 그가 진범에게 보고했다.


“백상기 님 오셨답니다.”


- 하.. 그래, 알았어.


진범이 손을 내젓자, 권 실장이 달려가 회의실 문을 열어 놓았다.


잠시 후.

백상기가 여유있게 걸어 들어온다.


- 백상기 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자리에 앉자마자 백상기의 입이 열린다.


“박진범.”


- 예.


“너 그 새끼에 대한 정보 더 없어?”


- 제가 아는 것은 놈이 박씨라는 것과 인피면구를 쓰고 다닐 것이라는 점. 그리고 놈의 능력입니다.


“잘 하는 짓이다.”


백상기가 혀를 끌끌 찼다.

진범이 한숨을 쉬었다.


- 백상기 님께서는 혹시 놈에 대한 정보가 있으십니까?


“놈의 능력과, 놈이 인피면구를 쓰고 다닌다는 것.”


‘내가 아는 것과 뭐가 다른데?’


진범은 순간 울컥했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 그럼 이번에는..


뒷말을 줄이며, ‘왜 못 잡았느냐?’라는 의문을 조심스레 표시하는 진범.


“들어 봐, 새끼야. 그래서 내가 이번에 동원한 대책이 두 가지란 말이야. 인피면구 파악과 능력자 확인.”


‘인피면구를 썼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능력자인지 여부도?’


정보가 부족한데 호언장담하며 나선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부족한 정보에 기반한 것 치고는 의외로 합리적인 대책이다.


‘완전히 병신 같은 아이디어일 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고. 그런데도 잡지 못했다?’


진범이 입술을 깨무는 사이, 백상기가 말을 잇는다.


“사건이 터지면 그 주위 것들을 전부 수색하는 게 내 작전이었다고. 그런데 허탕이었어. 이상한 외국 놈 하나 때문에 시간이나 낭비하고.”


- 그럼 놈은 인피면구를 쓰고 다니지 않을 수 있겠군요.


“아니면 놈의 능력이 평범한 ‘방출’이 아닐 수 있지.”


- 문제가 복잡해지는데요.


“일단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 너도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 나도 내 나름대로 수를 쓸 테니까.”


- 알겠습니다.


백상기는 다음에 보자는 말도 하지 않은 채, 회의실 문을 열고는 사라져 버렸다.

조 팀장이 조용히 문을 잠그고 자리로 돌아온다.


- 외국인. 그러고 보니 나에게 보여 준 그 외국인은 대체 뭐야? 백상기에게 잡혀 왔다는 건 인피면구를 쓴 능력자였다는 소리잖아.


“예... 예.”


‘아차.’


순간 권 실장과 조 팀장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치우러 갔더니 이미 텅 비어 있던 방, 그리고 없어진 카메라.

이건 불호령으로 끝날 수준이 아니다.


- 누군지 확인해 봤어?


“그... 그게...”


진범이 혀를 찼다.


- 됐다. 뭘 바라겠냐. 어차피 죽었으면 상관없겠지.


“그렇습니다.”


- 아직 안 치웠으면 얼른 애들 보내서 치워. 냄새 난다.


“예. 그러겠습니다.”


일단 대답을 하고 보는 조 팀장.


- 우리도 어떻게든 정보를 더 모아 봐야지. 해산.


“고생하셨습니다.”


회의실 밖으로 나온 조 팀장이 입을 열었다.


“이제 어쩌죠? 일단 대답은 쳐 놨는데.. 지금 치우러 갔더니 시체가 없어졌다는 건 조금...”


권 실장이 고심하다 한숨을 쉰다.


“그냥 치운 걸로 하시죠. 어쩌겠습니까.”


“후우.... 피차 고생이 많으십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둘은 악수를 하고 각자 갈 길로 헤어졌다.


*


오성에서 나온 백상기는 고민 중이었다.

정보에 있어서 남의 도움을 얻을지 말지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그에게도 힘으로만 얻어지지 않는 것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남의 도움까지 청할 일은 없었다.

힘으로 얻어지지 않는 것은, 더 강한 힘으로 얻어내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 일을 최대한 혼자 해결해 보고자 했으나.

정보력이란 것이 가진 힘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기에, 백상기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다른 자들에게 이 정보를 숨기면서 해결해야 했으므로, 힘으로 마구잡이로 찍어누른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일단 정보상인들은 당연히 배제.’


정보상인들에게 알려 봤자 그놈들 좋은 일만 시켜 줄 뿐이다.

백상기가 제일 싫어하는 게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이니, 당연히 이 의견은 기각.


‘그나마 지배자들이 좀 괜찮을 것 같은데.. 급이 좀 맞기도 하고.’


그의 생각이 지배자들에 미친다.


‘지배자들 중 정보에 제일 빠삭한 게 이세라였나?’


‘그래, 맞아. 그랬어.’


화두는 이세라로 넘어가고.


이세라를 끌어들이느냐, 마느냐?


뭐든 혼자 먹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그리고 남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백상기에게는.


혼자 먹을 수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 가혹한 고민이었다.


‘아.. 나눠 먹기 싫은데.. 나만 먹고 싶은데.’


‘어떻게 나 혼자서 안 될까?’


혼자서 어떻게든 더 해 보려다 1시간 소모.


‘이세라.. 내가 알려 준 정보만 가지고 먹튀하는 거 아냐?’


‘신뢰할 수는 있을까?’


이세라를 의심하는 데 1시간 추가 소모.


거의 3시간 가량 서성이며 고뇌하던 그가, 결단을 내렸다.


‘그래. 딱 한 명만이다. 더는 없다.’


놀랍게도, 이세라가 자신을 돕고 싶어할지 여부에 관해서는 1초도 소모하지 않은 백상기가 폰을 집어들었다.


*

*

*

*

*


“옆 가게 나가는 것 같던데요.”


“그런 것 같아요. ‘임대’ 붙어 있더라고요.”


기민은 옆 가게의 주인이던 서형기·서형두 형제로부터 자세한 사정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의 맞장구에, 이세라가 제세현을 바라본다.


“삼촌 때문에 장사 안 돼서 나간 거네요. 삼촌 때문이네.”


“아니.. 손님을 뺏어 본 기억은 없는데... 허허허...”


‘그건 맞지.’


손님을 ‘뺏었다’고 하려면.

적어도 그 뺏은 손님이 세현의 가게로 와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세현의 가게엔 오는 손님 자체가 없다.

뺏었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 가게에 손님이 하루에 1명은 올까? 그것도 안 오는 것 같은데.’


그래서 기민도 처음에는 세현의 가게 사정을 많이 염려했었다.

아무리 물건의 개당 판매단가가 세다고 해도,

찾아오는 손님도 없는데다가 어디 납품하는 기색도 없다면.

가게 운영이라는 게 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취미삼아서 가게를 하신다는 걸 알고 나서야 그러려니 하게 되었지..’


기민이 느릿하게 찻잔을 들었다.

나른한 오후였다.

봄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빚을 갚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그러고 보니 오늘 집사장님은 안 오셨네요.”


“아, 학동이가 보기보다 바쁜 놈입니다. 집안 관리하느라 아주 바쁘지요. 허허허.”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던 중.

이세라의 폰이 울렸다.


“으엑. 백상기.”


액정에 뜬 글자를 보자마자 질색하는 이세라.

바로 통화거절을 눌러 버리고.


“과감하시네요.”


“당한 건 한 번으로 충분해요.”


폰이 계속 울리고, 이세라도 통화를 계속 거절하는데.

이상하게 상대가 포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이 정도 했으면 알아먹어야 하지 않나?”


이세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데.


다시 액정이 뭔가로 반짝거렸다.


이번에는 문자다.

10번째 통화거절 후 도달한 한 통의 문자.


[ 전화 받아. 제안이 있다. ]


“응..?”


문자를 본 세라의 표정이 뜨악하게 굳고.

그녀가 세현을 쳐다본다.


“뭔 제안이 있다는데요?”


“제안?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구나.”


“그러니까요. 흐음.. 좋은 제안이라도 백상기가 하는 건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


“그럼 받지 말려무나.”


“근데 아주 척지기는 또 그런 놈이라서요..”


순간 좋은 생각이라도 났는지, 눈을 반짝이는 이세라.


“아. 전화하기 싫으니까 문자로 하라고 해야겠다!! 굿 아이디어.”


이세라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 지금 통화가 어려우니 문자로 송신바람 ]


“진작에 이럴걸.”


홀가분한 표정을 짓는 이세라.


“아무렴. 통화보다야 문자가 낫지.”


“목소리 듣는 것보다 훨씬 낫죠. 잘 하셨네요.”


세현과 기민이 이야기하는 중, 다시 폰이 울린다.

액정에 뜬 편지봉투.

백상기로부터의 문자다.


[ 오성 밀실의 상태이상흡수 능력자가 아직 생존 중이니 확보에 협력 바란다. 내용을 알았으니 이제 전화 받아라. 다른 데 알리거나 먹튀할 생각하지 말고. ]


내용을 확인한 그녀가 놀랄 새도 없이.

이세라의 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 LJLee37 님, 치킨노겟또 님, 후원 감사합니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히도 내일은 개인사정으로 쉬어야 할 듯 싶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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