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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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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6,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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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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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화

DUMMY

대역이 미치지 않은 이상 헬륨가스를 마실 이유가 없다.

변사체도 남지 않을 짓을 왜 하겠는가?


‘이건.. 놈이다.’


책상을 저도 모르게 쾅 내리친 진범.


놈의 악의가 보였다.

이건 선전포고다.


‘오성 얼굴에 계속 똥칠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기어나와 곱게 죽어라’


헬륨가스? 이건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진범은 이를 부드득 갈다가, 급히 마음을 추스린다.


‘하지만 아직 괜찮아. 이 정도 위기는 곧 기회니까.’


놈의 공격을 되받아쳐 줄 수 있는 기회.


‘아직 분위기가 괜찮아. 화기애애하다. 그렇다면..’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오히려 웃는 얼굴로 당당하게 읽으면 차라리 유머를 시도한 거라고 커버를 칠 수도 있어.’


‘망가질 줄 아는 리더. 느낌 있잖아?’


‘당당하게 그냥 읽어!! 밀고 나가! 가자!’


하지만...

모니터 안의 진범은, 모니터 밖의 진범이 아니었기에.그러지 못했다.


굳은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대역.


“밀고 나가!! 밀고 나가라고. 그냥 쳐 읽으라고. 읽으라니까!!”


그러나, 이미 타이밍은 늦었다.


조용해졌던 연회장이 다시 웅성거리면서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망가져 간다.

청중의 1/2은 비웃음, 1/3은 동정심, 나머지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하는 호기심으로 들끓고.

읏지도 울지도 못하는 통역과,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회자가 모니터에 비친다.


화면을 향해 치켜들었던 진범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다 다시 내려가고.

입술을 하얘질 정도로 깨문 그는, 일그러진 얼굴로 힘없이 모니터를 꺼 버렸다.


*


VIP회의실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다시 없을 치욕을 당한 왕 앞에서, 그를 지키지 못한 부하들은 그저 입을 조심할 뿐이었다.


- 오성전자 주가 4.7% 하락.


“....”


- 세이버 기사. ‘오성, 세계 앞에서 개망신.’


“....”


- ‘오성의 망신이 아니라 한국의 망신, 박진범 회장의 리더십은 옳은가?’


“......”


- 듣지만 말고 뭔 말이라도 해 봐, 이 새끼들아.


“죄송합니다!!”


진범이 접속할 때부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대역이 외치자, 진범이 관자놀이를 잠시 누르다 입을 뗀다.


- 하, 너... 그래, 죄송해야지. 근데 뭐가 죄송하냐?


“그.. 목소리를...”


- 그게 아니지.


“사후대처를 제대로...”


- 너 이 새끼...


불호령이 터질 타이밍인가 싶어서 바짝 긴장하는 부하들.

그러나 의외로 박진범은 침착했다.


- 너 깡이 그것밖에 안 돼? 그 깡다구 가지고 대역은 어떻게 하려고 했어?


“죄송합니다!”


사실 대역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다.

믿을 만한 사람 중에서, 회장과 최대한 목소리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을 고르다 보니 차출된 것일 뿐.

그렇지만 이미 호랑이 등에 타고 말았으니.

이제 그 역시 달려야만 했다.


- 너 지금 누굴 따라하는 거냐?


“회장님입니다.”


- 그럼 깡다구도 따라해야 될 것 아냐! 맞아, 아니야?


“맞습니다.”


- 나답게 행동해라. 알았어?


‘회장님다운 게 뭡니까?’


의문을 억지로 씹어삼킨 대역이, 힘차게 대답한다.


“예!”


- 후.. 일어나서 집무실로 돌아가. 당분간 아예 해외순방 돌릴 거니까, 그 때까지 그냥 집무실에 있어.


대역이 집무실로 돌아간 뒤, 진범이 조 팀장에게 물었다.


- 이번에는 찾았나? 연회장 안에 있었을 것 아니야.


“그게...”


- 영상은? 관련 보안 자료는 전부 봤고?


“예. 탐문조사까지 전부 마쳤습니다. 특히, 혹시 헬륨가스를 마신 목소리의 남자를 본 적이 있는지에 관해서 말입니다.”


- 그렇지. 방출하려면 그 상태이상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전부 허탕이었습니다.”


-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 한정된 공간에서? 은신 능력이라도 있는 거야?


말을 잃은 진범.


“은신은 아닌 듯 합니다. 보안은 굉장히 철저했습니다. 어떻게 초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배자 이세라님까지 오셨더군요. 세라님 앞에서 함부로 능력을 쓸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게다가... 만약 놈이 은신이 있었다면 전 회장님을 시해하러 갈 때 CCTV를 손댈 이유도 없었을 겁니다.”


- 그 여자까지 왔는데 놈이 현장에서 걸리지 않았다고?


“예.”


- 어떻게 그런... 최악이군. 잠깐만 쉬지.


모니터 너머로 담배연기가 번진다.

아무 말 없이 한 대를 다 태운 진범이, 담뱃갑에서 다음 것을 뽑아들며 입을 떼었다.


- 그런데, 의문점이 있긴 해.


“어떤 의문 말이십니까?”


- 헬륨가스란 게 효과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단 말이야. 끽해야 1분 좀 넘나?


“아하.. 그렇군요. 대역이 버벅댄 것을 보면 거의 3분 가량 그 목소리였는데. 방출이 계속 이루어졌다는 뜻이겠군요.”


- 그래. 그렇다면 놈은 계속 가스를 빨고 있었어야만 해.


“영상과 CCTV들을 다시 한 번 추적해 보겠습니다.”


- 음. 한 번 신경써 봐. 하영이는? 안 왔네?


“쉘터에서 쉬는 중입니다. 상태가 별로 안 좋아서.. 걷기를 힘들어해서 말입니다.”


- 주변을 누가 맴돈다거나 그런 기색은 없고?


“아직은 없습니다.”


진범이 고개를 끄덕인다.


- 그래, 멘탈케어 잘 하고. 하영이 대역은 어때?


“기대 이상입니다. 힐 받으러 오는 놈들 거절도 유도리있게 잘 하고. 기본적 센스가 있습니다.”


- 그나마 다행이네. 오늘 들은 소식 중에 제일 괜찮은 소식이야.


“...”


칭찬이 아니라 비꼼임을 아는 부하들이, 혓바닥 놀리는 일을 삼갔다.


- 하영이 대역 근처도 잘 살펴라. 항상 감시범위 내에 두고.


“예.”


- 그래, 그럼 대역들 관리 잘하고. 이제 각자 업무 보러 가지.


“넵, 고생하셨습니다!”


*

*


‘회장님 말씀이 맞아. 그 때 그렇게 대응하면 안 됐어.’


대역은 회장 집무실에서 머리를 감싸쥐고는 자책에 빠져 있었다.

헬륨가스 사건은 진범에게만 고통스러운 기억이 아니라, 대역에게도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았기에.


‘회장님 말씀대로 회장답게 대응했어야 했어. 하필 그 때 머리가 하얘져서는..’


‘이제부터는 내가 진짜 오성 회장이라고 생각하자. 이건 지금 내 인생의 분기점이야. 해내야만 해. 난 할 수 있다. 난 박진범이다. 내가 오성이다!’


“아, 아.”


각오를 다진 대역이 목을 가다듬어 보는데,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회장답게.’


“어.”


똑똑똑.


‘뭐지? 못 들었나?’


“어어! 누구야!!”


쾅쾅!!!

쾅쾅쾅쾅!!!!


“뭐... 뭐야....”


자기도 모르게 본신의 목소리를 낸 대역.

회장 집무실을 저렇게 두들길 만한 미친 녀석이 오성에 있단 말인가?


쾅!

쾅!

콰앙!!!


경첩째 비틀려 뜯겨나간 문짝이 회장실 안쪽에 널부러진다.

그 안으로 껄렁껄렁 들어오는 누군가.


“아, 진범이 얼굴 한번 보기 참 힘드네. 안 그러냐, 진범아?”


열대과일 색깔의 상의에 검은 반바지, 특징적인 올백머리.

백상기였다.


‘지배자가 여기 왜..?’


대역이 혼란에 빠졌다.


‘어떻게 대해야 하지? 이런 상황은 배운 적이 없는데..’


하지만, 곧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이런 상황은 배운 적이 없지. 하지만, 회장님의 깡다구는 회장님께 직접 배웠다. 깡다구만은 내가 박진범 수제자야.’


백상기가 대역을 쳐다보았다.


“너 요즘 왜 돈 안 내냐? 얼른 입금해. 지금 내면 봐 준다. 이자 붙어서 110억에.. 늦어서 괘씸하니까 20억 추가하면.. 대충 150억이네.”


진범에게 배운 대로 하기로 한 대역이, 떨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입을 열었다.


‘돈? 무슨 이야기지? 돈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런 행동은 지배자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회장님의 깡다구라면...! 회장님이라면?’


“너무 무례하신 것 아닙니까?”


“뭐? 무례? 무우우우례에에에에?”


고개를 시계추처럼 까딱거리다가 90도로 확 꺾은 채, 대역의 앞에 귀신처럼 나타나는 백상기.


“진범아. 혹시 미쳤니?”


“아니 무슨...”


어이없어하는 대역을 본 그.

백상기는 그제서야 고개를 바로 하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미친 게 아니었네. 이건... 덜 쳐맞은 거네. 대홍이가 쳐맞는 걸로는 교육이 부족했나?”


“아니 당신이 아무리 지배자라지만.. 대체 무슨 짓... 악!!”


대역이 얼굴을 감싸쥐고 뒤로 나자빠지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백상기가 자신의 손을 쳐다본다.


“이상하다. 손맛이 이상한데.. 오늘 습도가 높아서 그런가.”


“끄윽....”


“야, 일어나. 몇 대만 더 맞자. 오늘 내 손맛이 좀 그런데, 이게 내 손 때문인지 니 면상 때문인지 알아야겠어.”


“....”


“누워서 맞을래?”


그의 으르렁거림에 대역이 비틀비틀 일어난다.


빠악.


다시 나동그라지는 대역.

백상기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면서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햐, 진짜 이상하네 이거... 잠깐만.”


휘청거리며 벽을 짚고 일어나던 대역의 얼굴을 백상기가 움켜쥐고는 주물럭거린다.

몇 초 정도 얼굴을 만져 보던 백상기.

그의 입이 열린다.


“너 누구냐?”


움찔하는 대역. 백상기의 손에서 빠져나가 보려고 발버둥치지만, 꽉 잡힌 그의 얼굴은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고.


강화 처리가 된 양품의 인피면구라도 힘에는 어쩔 수 없는 법.

대역의 양 볼을 거칠게 움켜쥔 그가 손을 번뜩이자, 인피면구가 찢어진다.

겁에 질려 주저앉은 대역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백상기가 다시 물었다.


“묻잖아. 너 누구냐고. 박진범 어디 갔냐? 죽었어?”


“저.. 저는 모릅니다.”


“아니면 죽였어?”


대역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럴 리가요!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대답 안 할라면 말아. 쟤들에게 묻지 뭐.”


거의 울먹거리는 대역을 내버려 두고 쿨하게 돌아선 백상기의 시선 끝에는, 망연자실한 채 숨을 헐떡거리는 조 팀장과 권 실장이 있었다.


*

*

*

*


“하, 자식들.. 뭔 긴급호출이야. 시답잖은 거면 가만 안 둔다.”


투덜거리며 모니터 앞에 앉은 진범이, 몸을 좌우로 비틀며 스트레칭을 했다.

한쪽 어깨가 반대쪽 골반을 향할 때마다 등에서 우두둑 소리가 난다.


‘여기까지 온 것도 살아 보겠다고 온 것인데, 건강하게 살아야지.’


[ 접속 중.. ]


이 프로그램은 다 좋은데 로딩이 너무 늦다.

로딩을 기다리다 하품을 하는 진범.


[ 접속 완료 ]


[ 화면 동기화 중.. ]


쩍 벌렸던 입을 다물던 중, 화면이 뜬다.

권 실장이다.


“뭔 긴급호출이야. 좋은 소식 아니면 내일 말해.”


- 저, 그게...


권 실장이 말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자,

진범이 눈쌀을 찌푸린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권 실장의 이마가 땀으로 번들번들하다.


- 그.. 잠시.. 회사에 들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뭔 개소리야. 지금 갑자기? 이유는?”


진범이 헛웃음을 흘리며 되묻는 순간.

모니터를 꽉 채우는 백상기의 얼굴.


“으앗!!”


- 이유가 뭐냐고?


“백...백상기님...”


- 박진범이, 요 귀여운 존만이 새끼. 니가 감히 내 돈을 떼어먹고 숨을 생각을 해?


작가의말

* SKIC 님, 후원 감사합니다. (제가 올리고 나서 확인하느라 추가가 조금 늦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과분한 사랑을 받아, 오늘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답하는 길은 정진하고 노력하여 더 재미있는 글을 쓰는 것이겠지요.

읽어 주심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항상 더 나은 글을 쓰고자 노력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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