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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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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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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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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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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4화

DUMMY

백상기라는 이름에 이세라가 미간을 찌푸린다.


“이놈이 무슨 일이지?”


망설이다 전화를 받는 그녀.


“여보세요. 네. ...서로 상호존대 하죠? 반말 듣고 싶지 않은데? 네. 셔틀? 무슨 소리에요? 네?! 뭘 감추고 있다는 거야. 무슨 개소리야. 이상한 소리 할 거면 꺼져.”


이세라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뭐라길래 그러냐?”


“갑자기 저에게 셔틀 혼자 쓰지 말라고, 자기에게만 좀 빌려 달라잖아요. 그냥 전화를 받지 말걸 그랬어요.”


“욕봤구나. 고생했다.”


세현과 세라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기민의 눈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놈이 눈치챘구나.’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놈도 내 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니까.’


순식간에 표정을 푼 기민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백상기는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나요? 같은 지배자니까 혹시 아시나 해서.”


“지배자들의 대략적 컨셉은 유명하니까 어느 정도 알고 계시죠?”


“네. 공간의 최세헌, 시간의 백상기, 중력의 김성규, 그리고 세라님은...”


“으아악!! 안돼! 제발 그만!! 말하지 마세요! 괜히 물었어!”


충격적인 네이밍.

얼굴이 새빨개진 이세라가 기민을 막았다.

세현이 웃음을 터뜨린다.


세라가 손부채질로 열을 좀 식히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저희가 여러 수단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려 보자면, 백상기의 능력은 의외로 심플해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죠.”


“그게 뭐죠?”


“무한회귀, 시간조작.”


“네? 무한회귀요?”


“백상기의 육체는 1초가 지날 때마다 1초 회귀합니다. 일종의 자동복구 시스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군요.”


세현이 설명을 거들었다.


“그럼 백상기는 늙지 않는단 말입니까?”


“이론상으론요? 1초마다 몸이 원상복구되는데다가 시간조작까지 쓰니 죽일 수단이 사실상 없어요. 그래서 다들 그냥 똥 보듯이 피하는 거에요. 더러워서 피하는 거죠.”


“핵으로 가루를 내 버려도 안 죽을까요?”


“핵까지는 아니고.. 비슷한 능력은 이것저것 당해 봤다던 것 같네요.”


“아니 어떻게 당한 거죠? 시간조작이 제가 생각하는 능력이라면 맞추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


“지가 맞아 봤대요. 이것도 회귀하나 보려고.”


“아... 무슨 불가사리 같네요. 회귀라기보단 재생에 가까운 느낌인데.”

기민이 머리를 긁적이다, 다시 질문했다.


“그런데 그럼 뇌도 회귀하는 것 아닌가요? 어떻게 기억을 유지하는 거죠?”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아마 잠재특성이 아닌가 싶어요.”


고개를 끄덕이는 기민.


“흠.. 시간조작이라.”


“간파로 본 정보만으로 봤을 때는 시간 배율을 조작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순간이동급으로 여기저기 나다니고.. 아마 자신 외의 것들이 느려지는 게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세라 대신 세현이 답했다.


“오호.”


“예전 것이긴 한데, 괴수사냥 영상을 보면 시간을 조작할 때 뭔가 힘도 엄청나게 강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메커니즘은 잘 모르겠지만요.”


“엄청나군요.”


차를 한 모금 마신 세라가 다시 입을 떼었다.


“간파로 파악된 것만 이 정도에다.. 아마 은폐된 능력이 더 있을 거에요. 명색이 지배자인데요.”


“...지배자들은 다 그렇게 강한가요?”


“뭐, 웬만한 능력자들에게 죽지 않을 정도는 되죠. 저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웃으며 말하는 이세라를 보고, 기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생각보다 강한데.. 어떻게 죽이지..?’


*

*

*

*


‘이세라.. 통화 어조나 내용으로 봐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았는데.’


‘하긴.. 최세헌 그 놈이 어떤 놈인데. 거기서 살아 있을 거라 생각했겠어? 돌이켜 보면 오성에서의 그 당시 이세라 표정도 뭔가 숨기거나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백상기가 잠시 이세라와의 대화를 생각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용의선상에서 이세라가 배제되었다.


이제, 다시 원점이다.


백상기가 생각했다.


‘박진범이가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냐. 할 만큼은 했지. 그 놈은 뭐.. 나름 재미있는 놈이니까.’


‘그렇다면 그 놈이 노력으로 닿지 않을 만한 곳을 생각해 봐야겠군.’


고민하던 백상기의 생각이 다크 옥션에 이르렀다.

그가 폰을 집어들었다.


“어. 난데.”


- 예, 백상기님.


“요새 다크 옥션에 좀 재밌는 뉴스 없냐?”


- 있겠습니까. 그 꼰대 같은 놈이 운영하는 곳인데. 바깥 세상보다 룰이 더 빡빡해서 재미 없습니다.


“으하하하하!! 그거야 그렇지. 진짜 없는 건 아니겠지?”


- 백상기 님인데, 재미없어도 재미있도록 해 드려야지요. 그.. 몇 회 전인가? 흥미로운 놈이 하나 있었다고는 합니다. 저주류 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재미있는 놈입니다. 능력이 상처 전이이던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


- 그걸로 공증인 모가지를 따 버렸다는 것 같은데.. 저도 얼추 전해 들은 거라서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상처 전이?


‘냄새가 난다.’


백상기의 눈이 번뜩였다.


“영상은?”


- 저는 없는데.. 모임에 한번 수소문 해보겠습니다.


“어. 영상까지도 필요 없고, 그 새끼 어떤 가면 썼는지만 알아와. 묻기 전에 백상기가 시킨 일이라고 먼저 얘기하고.”


- 예.


백상기가 전화를 끊고 난 1시간쯤 뒤.


- 백상기 님. 제보가 있습니다. 검은 늑대가면이었답니다. 영상은 없습니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알았다.”


제보가 조금 틀린 줄도 모르고,

그가 씨익 웃었다.


‘놈이 반드시 들렀을 상점이 있지.’


*

*

*


최세헌은 그의 왕국에서 집무를 보는 중이었다.

오직 허용된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 다크 옥션.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듯이.

다크 옥션에 가면 다크 옥션의 법을 따라야 했다.


세헌은 여기에 오는 능력자라면 누구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규칙을 만들고,

규칙에 의거해 다크 옥션을 관리했다.

그는 초대장을 받고 오는 자들이 일관성 없는 혼돈에 휩쓸리길 원하지 않았다.


엄청나게 큰 세계는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이 만든 생태계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 생태계는 지금 자라나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더욱 붐비는 다크 옥션.


다크 옥션이 붐빌수록 그는 원칙을 누구보다 철저히 준수했고.

부하들도 자신처럼 그러길 바랐다.


하지만.


“규칙을 어기고 집무실에 뛰어들어? 내 성격을 알지 않나?”


“세헌 님, 백상기가...”


예외가 몇 있다.

세헌의 얼굴이 뜨악하게 변했다.


‘초대장을 준 적도 없는데..’


“백상기... 계속해.”


“백상기가.. 인피면구상점 주인들을 지금.. 이미 한 명 죽었습니다.”


순간 악귀로 화한 최세헌의 얼굴.

황금 가면을 꺼내 쓴 그가, 자리에서 마치 없던 것처럼 사라진다.


*


“백상기.”


“어. 왔어? 생각보다 조금 늦었네.”


“이게 무슨 짓이냐?”


박살나고 찌그러진 컨테이너들과, 그 사이로 널브러진 인피면구들.

그리고 백상기의 손에 목을 쥐인 채 축 늘어진 남자.


멀찌감치에서 웅성거리며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 최세헌이 손을 휘두르자, 최세헌과 백상기를 구경꾼들로부터 분리하는 돔이 생긴다.


“아, 이 새끼들 자꾸 거짓말하잖아.”


“무슨 소리야?”


“인피면구 사 간 놈 하나 찾는데, 협조를 안 해주더라고. 협조를 부탁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좀 있었지.”


다크 옥션에서 가면도 쓰지 않은 채, 백상기가 실실 웃었다.


“애초에 도와 줄 수 없는 부분 아닌가? 다크 옥션에선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아냐. 분명 기록 남긴 게 있다니까? 근데 모른다고 자꾸 거짓말하는 거야. 이 놈도 그렇고, 다른 놈도 그렇고..”


백상기가 손에 쥐고 있던 남자를 세헌의 앞에 툭 밀어 던졌다.


“...악질이지. 감히 날 속이려 들다니.”


세헌의 인내심은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그만. 기록은 없어. 가면을 썼는데 무슨 기록이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가 널 납득할 수 있는 상태일 때 진짜 이유를 말해.”


“하...”


백상기의 입가가 뒤틀려 올라간다.


“납득? 우물 안에서 모래성놀이나 하는 새끼가. 안 하면 어쩔 건데?”


“....”


아무 말 없이 백상기를 주시하는 황금가면.


우두둑 우둑.


세헌이 자신의 가면을 벗어, 구겨 쥐었다.


“밖에 나가 있어라. 죽여 주지.”


“엉? 니가? 그냥 여기서 해. 너 아공간 아니면 그냥 병신이잖아.”


비웃는 백상기.

최세헌이 아무 말 없이 손을 휘두른다.


백상기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최세헌도 곧이어 사라졌다.

돔이 점점 녹아내리고.

돔 주변에서 웅성거리던 자들은 이내 공증인들의 인도에 따라 흩어졌다.


*


‘이런.. 장소가 여기로 저장되어 있었나.’


살짝 낭패한 표정의 최세헌을 두고.


휘익-


충무공 동상 앞에서 백상기가 휘파람을 불었다.

광화문 사거리.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건물들 사이로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죽기 딱 좋은 곳인걸?”


“장소를 옮기지.”


“싫은데?”


백상기가 어느새 근접해 최세헌의 복부에 주먹을 때려박았다.


콰앙!!


특유의 폭음이 일어나고.

주위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최세헌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마치, 오성의 밀실에서처럼.


“포탈을 열 테니 따라와.”


끼아아....


포탈을 열기 시작하는 최세헌.


“싫은데?”


콰앙!


주먹질을 더 해 보는 백상기.

하지만 최세헌은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포탈을 계속해서 그려 나간다.


“넌 어차피 내 손끝 하나 못 건드린다. 따라오라면 따라와.”


“좆까. 널 못 건드린다고? 그럼 이건 어때?”


순간 백상기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다시 나타난 그의 양 손에 하나씩, 사람이 두 명 들려 있다.


허공에 그어지고 있는 포탈에 사람을 밀어넣어 버리는 백상기.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한 명이 핏물로 산화하자, 최세헌의 손가락이 멈춘다.


“왜 멈추냐? 따라오라며.”


이죽거리는 백상기를, 최세헌의 손가락이 그대로 훑어 내리고.

그의 손가락을 따라 백상기를 뒤덮는 한 줄의 공간균열.


백상기가 머리부터 반으로 쪼개져 내리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와 씩 웃는다.


“고작 이거야? 날 죽이겠다고? 진짜 죽이는 게 뭔지 보여줘?”


백상기가 다시 음흉하게 웃고서는, 아까 잡았던 나머지 한 명을 최세헌의 가슴팍에 쳐박는다.


퍼석.


버르적거리다 움직임이 멈춘 사람을 가슴에서 떼어낸 최세헌.

그가 백상기를 노려보며 쿨타임을 계산했다.


‘정보에 따르면.. 시간조작은 지속 1초에 쿨타임 5초. 타이밍을 노린다.’


‘그래, 놈을 죽일 수는 없지. 하지만...’


백상기가 무의미한 공격을 하는 동안.

최세헌이 군데군데 손가락으로 공간 균열을 남겨 둔다.


조금씩 이동하면서 백상기를 원하는 방위로 유도하는 최세헌.


콰앙!!


마침내 타이밍이 왔다.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은 백상기를 향해, 최세헌이 양 손을 그물 모양으로 만들고는 그대로 씌워내려 당긴다.


백상기를 둘러싼 공간균열들이 순식간에 하나로 뭉치고는 빛을 발했다.


아직 시간조작 쿨타임은 4초...


백상기를 둘러싼 공간이 일그러져 간다.

백상기가 빠져나가려고 시도하지만, 일그러지는 공간이 백상기를 순식간에 따라붙는다.


3.5초...


아공간 감옥.

공간이 완전히 일그러지면 백상기는 텅 빈 아공간으로 사라질 것이다.


3초...


이제 백상기의 모습은 굴절된 공간 너머로 다소 흐릿해 보인다.


‘...가둬 놓을 수는 있다!’


2초... 그리고 아공간 감옥이 완성되기 직전.


백상기와 최세헌의 눈이 마주친다.


‘아니?!’


백상기의 눈이 웃는 순간.

세계가 멈추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감기기운이 있어 내일은 연재를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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