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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195,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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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39
글자수 :
216,488

작성
19.10.02 23:02
조회
48,894
추천
1,543
글자
11쪽

27화

DUMMY

다음 날 아침.


아무 생각 없이 TV를 튼 기민은 뜬금없는 뉴스에 눈을 비벼야 했다.


[ 능력자 혐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


능력자 혐오 뉴스에 왜 최하영 사진이 나온단 말인가?


[ 오성 소속 힐러 최하영 능력자가, 능력자 혐오 세력에 피습당해 현재 중태에 빠졌습니다. 6시간 가량의 수술을 거친 최하영 능력자는 중환자실에... ]


“뭔 개소리야?”


뉴스를 보던 기민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최하영은 능력자 혐오 세력에 피습당한 촉망받는 인재로 둔갑해 있었다.

그녀는 단지 자살을 시도한 것뿐인데.


게다가 위중한 상태에, 6시간의 수술까지 거쳤다면.

뉴스대로 중환자실에 있어야 맞지 않겠는가?

하지만 데이터는..


‘오성 특실. 이거 뭔데?’


가명을 썼어도 알 수 있다.

혀를 차는 기민.


‘그래도 열심히 엮었네. 그림 그리느라 고생했겠는데.’


기민은 인식하고 있었다.

이 뉴스는, 박진범과 백상기가 자신에게 보내는 초대장이라는 것을.


‘만약 세라 씨에게 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이 뉴스에 많이 흔들렸을 거야. 중환자실로 향했을 수도 있겠지.’


데이터상, 현재 최하영은 오성 특실에 있다.

박진범 쪽에서 최하영을 중환자실로 옮긴 것이 아니라면, 중환자실에 있는 것은 최하영의 대역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이미 중환자실 쪽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은 죄다 체크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최하영 혹은 대역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순간.


‘시간이 정지하고 백상기가 등장하겠지.’


기민이 쩝, 입맛을 다셨다.


‘이번에 가는 게 맞긴 한가?’


함정임이 너무 명백하다.


하지만...

이건 동시에 기회다.


일단 상대방은, 기민이 상대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최하영의 상태와 진짜 소재지를 말이다.


게다가.


‘솔직히 쉘터보다는 병원이 뚫기 쉽지.’


일단 병원 쪽이 유동인구가 훨씬 많다.

그리고 오성 본사 내에 있어 주위에 온통 오성 사원뿐인 쉘터와는 달리.

병원의 유동인구의 대부분은 외부인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기민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겠다. 방법이 있을 거야.’


침대에 앉아, 고민을 시작한다.


‘일단 중환자실은 전혀 갈 이유가 없어. 당연히 버린다.’


함정을 통과할 때는 통과의 의미가 있어야 한다.

중환자실은 힘들게 공략해 봤자 그 안에 대역밖에 없을 것이니, 굳이 갈 이유도 없다.


남은 것은 특실뿐.


그리고 기민은 누군가를 위하여 그 특실에 가 본 적이 있다.


‘특실.. 가는 길이 좀 폐쇄적이긴 한데.’


특실은 일반실과 엘리베이터는 같이 쓰지만 아예 층을 달리한다.

보안 절차도 좀 더 철저하다.


기민은 특실에 안전하게 침투할 수 있을지를 계산했다.

발생 가능한 변수들을 상정해 가면서,


그가 머리를 거칠게 긁적거렸다.


‘아냐. 각이 안 서.’


다른 것은 문제가 안 되는데, 백상기가 문제다.

특실까지 어설프게 침투했다가는 피곤해지리라.


특실에의 침투를 일단 배제하고 전략을 짜 본다.


‘침투가 가장 우선이지만.. 최하영의 경우는 조금 달라져도 상관없지.’


침투를 우선 고려하는 이유는, 기민이 얼굴을 마주하며 죄를 되새겨 주는 것을 선호해서이다.

하지만 최하영의 경우는 특수하다.

이미 본인이 누구에게 어떤 죄를 지었음을 알고 있고.

죄의 무게에 짓눌려 자살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방식을 약간 비트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직접 들어가 보았던, 전 회장 박대홍의 특실 내부 구조를 떠올려 보는 기민.


의미있을 만한 것들을 떠올려 보다가.

그의 생각이 창문에 미친다.


‘창문을 이용할 수 있을까?’


소위 ‘저격’인 셈.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몇 번 돌린 결론은 그것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먼저, 창문 맞은편에 ‘방출’을 걸 만한 장소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유리창 청소부로 위장이라도 해 보면?


‘아냐. 백 프로 의심받을 거야.’


게다가 상대가 커튼이라도 쳐 놓으면 곤란한 등..

창문을 이용하는 것은 운에 맡기는 요소가 너무 많다.


침투와 저격 둘 모두 어렵다면..


기민은 아예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쉽지 않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섬광이 스쳐간다.


“그렇네. 침투할 때 꼭 특실 안까지 침투할 필요는 없잖아?”


예전에는 그래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 얻은 특성 ‘접착’을 잘 활용한다면..


그의 머릿속에 병원의 동선이 스쳐 지나간다.


‘그 곳이다.’


그가 침대에서 번개처럼 몸을 일으키고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

*

*

*

*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침상에 누운 최하영은 쉘터에 있을 때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백상기의 존재가 가장 클 것으로 보였다.

그를 뚫고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최하영도 알고 있다.

이 안정감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

쉘터로 돌아가 다시 혼자 공포에 떨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육체적으로 회복될수록, 정신적으로는 다시 불안정해지고 있었다.


그런 최하영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폰게임에 열중하던 백상기.

그가 권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야.”


“예, 백상기님.”


“그 놈 오는 것 맞아? 이틀째잖아.”


“그게...”


“내가 언제까지 병원에서 쳐 기다리고 있어야 되냐? 잡는 데 방해된다 그래서 밖에도 잘 안 나가는데.”


기민에 대한 백상기의 집념은, 백상기에게도 인내라는 것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광고 수준으로 뉴스까지 내보냈지 않습니까. 놈은 반드시 올 겁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권 실장이 진땀을 빼면서 백상기를 필사적으로 달랜다.


“됐고. 잠깐 나가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예.”


그 때 권 실장의 폰이 울렸다.

액정에 뜬 글자를 본 그가 아예 병실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는다.


“예, 회장님.”


- 아직 전혀 소식이 없나?


“아직까지는 그러합니다. 중환자실 근처에도 기자들 몇몇 빼고는 아예 접근 자체가 없습니다.”


- 중환자실 근처는 일부러 비워 둔 것 맞지?


“예. 말씀하신 대로 접근이 용이하게 신경을 썼는데도..”


- 은신 감지 장치는?


“정상 작동 중입니다.”


- ...내가 놈을 잘못 본 건가?


“....”


진범이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이를 악물고 힘겹게 말을 꺼낸다.


- 다시 쉘터로 돌려보내. 백상기님께는 내가 사죄하지.


“퇴원을 말이십니까?”


타악.

그 순간, 누군가가 권 실장의 손에서 폰을 낚아채었다.


“진범이. 넌 왜 안 오냐?”


- 백상기님.


“내가 친히 여기서 대기를 타고 있는데 니가 얼굴도 안 비추는 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


권 실장이 긴장하며 백상기를 바라보는 찰나.

진범이 부드럽게 답한다.


- 제일 좋은 미끼는 아껴 두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상기가 잠시 서 있다가 피식 웃는다.


“새끼. 말은 잘해.”


-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듣자하니 퇴원시킨다고?”


-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놈이 쫄아붙은 것 같아서요.


“중태였는데 갑자기 퇴원하면 좀 그렇지 않나?”


- 힐러니까 괜찮습니다. 스스로 힐을 했다고 하면 되니까요.


“뭐 그렇다 치고. 어떻게 내보낼 건데?”


- 중환자실에 있던 대역은 정문으로 내보내고, 진짜는 지하 주차장으로 내보낼 생각입니다. 혹시 다른 아이디어가 있으신지요?


“아냐. 그럼 난 대역 쪽을 지켜볼 테니까, 지하에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해라.”


- 예. 그게 나으실 듯 합니다. 놈은 최하영이 특실에 있는 줄 모르니까요.


“그렇지.”


- 그리고 대역 나갈 때 정문 앞에서 기자들까지 준비해 놓은 상태입니다.


“정문 앞 기자들에게 대역을 붙들어 놓으면서 시간을 끌어 노출시키겠다는 거지?”


- 예. 놈이 와 있는 거라면 반드시 대역을 노리게 될 겁니다. 거의 떠먹으라고 던져 준 건데 먹지 않고 배기겠습니까?


“아주 좋아.”


- 그 이후에는 백상기 님만 믿...


뚝.


“잘 들었지?”


전화를 끊은 백상기가 폰을 권 실장에게 휙 던졌다.


*

*

*

*


“가기 싫어...”


“여기 영원히 있을 순 없잖아. 가자고. 돌아가면 더 신경 써 줄게.”


엘리베이터 안.

한쪽 팔에 두텁게 깁스를 하고 있는 하영이, 권 실장의 부축을 받은 상태에서 벌벌 떨고 있었고. 그들을 사냥팀 인원들이 두텁게 둘러싸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급기야 주저앉으려는 하영.

권 실장이 그의 어깨에 걸쳐 있던 하영의 팔을 더욱 깊이 당긴 후, 그녀를 꽉 잡아 일으킨다.


“최하영 씨. 정신 차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잖아. 우리가 도와 줄 거야. 그 새끼는 반드시 죽는다. 믿지?”


띵-


지하 주차장까지 내려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길을 비켜 주자 최하영들이 내리고.

이후 엘리베이터가 다시 사람으로 메워진 후 문이 닫혔다.


서로 눈 하나 마주치지 않는 건조한 엇갈림.

그래서 권 실장은, 그 안의 누군가가 손가락을 놀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 엇갈림을 지나 차량으로 향하며, 권 실장은 생각했다.


‘정문 쪽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을까..’


느릿느릿..

최하영은 걷는 듯 마는 듯 움직였다.

세월아 네월아 걷는 그녀였으나.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권 실장과 조 팀장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부축한 그녀를 끌고 가지도, 그 느린 걸음걸이를 타박하지도 않았다.


수많은 차량과 사람이 주차장에서 그녀와 일행을 스쳐 지나가고.


풀썩.


차량까지 한 세월이 걸려 걸어온 그녀가, 오성의 차량 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아, 최하영 씨. 정신 차리자니까. 힘내서 돌아가자고. 응?”


최하영이 완전히 팔에 힘을 빼는 바람에 그녀의 팔을 놓친 권 실장.

거의 쓰러지다시피 한 하영에게 권 실장이 애타게 말한다.


하지만 그녀는 반응이 없다.


“최하영 씨. 최하영 씨?”


그 순간 조 팀장이 하영에게 달려들었다.


“부...불러. 백상기 님 불러. 빨리!”


“무슨...?”


“입술 안 보여요?”


입술 근처로 검붉고, 푸른 혈관들이 기괴하게 뻗어 나가고 있다.

혈관들은 맥박이 뛸 때마다 율동하듯 그 영토를 늘려 나갔다.


“이 특징적 증상.. 하늘나팔꽃 독입니다. 놈이에요. 하지만 왜 이 독을..?”


‘무슨 생각인 거지?’


조 팀장은 의문을 품고.

그 곁에서 떨리는 손으로 백상기에게 급히 연락하는 권 실장.


“백... 백상기 님. 놈이 나타났습니다. 지하입니다.”


- 얼마나 됐는데?


“방금입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말인가.


그의 입이 찢어지고.

시간이 정지했다.


흑백 세계에서, 백상기의 추적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1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9.10.16 17:19
    No. 91

    종횡무진 활약하기에는 상대방이 강적이네요. 백에게는 무었을 주려나요? 마비를 주려나? 건필하시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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