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검성고길동
작품등록일 :
2019.08.29 20:16
최근연재일 :
2019.10.16 23:11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196,251
추천수 :
59,739
글자수 :
216,488

작성
19.09.20 22:20
조회
60,469
추천
1,710
글자
13쪽

17화

DUMMY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병원, 단체, 인물 등등은 모두 가상의 것입니다.






[ 당신은 현재 보유한 상태이상 하나를 소모하여 육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정도와 강화시간은 소모한 상태이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1일 한도 1회)]


“뭐야.”


유일 특성이라더니.

엄청 있어 보일 것처럼 기대감을 심어주더니.

고작 육체 강화란 말인가?

그것도 겨우 하루에 한 번?


‘강해져 봤자 얼마나 강해지겠어?’


기민은 다소 실망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렸다.


‘그래도 육체 강화라면 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상태이상흡수라는 능력.

기민의 능력은 분명히 무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육체 강화는 그 약점을 어느 정도 메꾸어 줄 수 있으리라.


기민을 밧줄로 묶으려는 놈의 턱주가리를 부술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기민을 묶은 밧줄을 끊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제일 좋은 것은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지.’

..당연히 예방이 최고지만 말이다.


기민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능력은 모름지기 써 봐야 아는 것.

그는 실제로 특성을 한 번 사용해 볼 생각이었다.


서울 외곽의 한적한 공터,

인기척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 한 번 써 볼까. 어디 얼마나 강해지나 보자고.’


소모할 상태이상을 골라야 한다.

기민의 선택은 맹독 가루.

주황빛 가루를 삼키고 나서 나직하게 읊조린다.


“적응.”


[ 당신의 육체가 강화됩니다. 판정 중.. ]


[ 판정 완료. 강화정도 5Lv, 강화시간 10분. ]


“어.. 어어..?”


기민은, 잠시 자신의 몸이 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몸이 너무 가볍다.

마치 깃털 같다.

원하는 대로 어디든지 날아갈 것만 같은...


신체의 혈관마다, 근육마다 힘이 넘쳐 흐른다.

내 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완벽히’ 움직인다.


육체에 대한 완전한 통제.

그야말로 살아 있다는 느낌!


“하...”


그가 홀린 듯이 까치발로 두어 번 뛰어 보고는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는,


“합!”


있는 힘을 다해 땅을 밀어낸다.


써전트 점프.

제자리 높이뛰기다.


쿠웅-


“으핫!”


디뎠던 땅에 깊숙한 발자국을 남긴 채, 그가 ‘쏘아져’ 올라간다.

써전트 점프라기보다는 ‘로켓’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만 같았다.


까마득한 높이였지만 기민은 두렵지 않았다.


‘힘만 강화된 것이 아니야. 이건.. 육체 자체가 강화된 거야.’


그의 추론은 사실이다.

힘만 강화된 것이라면 그의 관절과 뼈가 밀어내는 힘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쾅!


그리고 그의 추론대로였다.

착륙음이 꽤나 묵직했지만, 기민의 몸에는 티끌만한 상처 하나 없었다.


그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짙은 미소가 서렸다.


이 특성, 생각보다 굉장하다.


이번에는 기민이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입술을 한 번 핥고는, 손을 폈다가, 으스러지도록 꽉 움켜쥐었다.


*


모든 시험을 마친 그의 뒤로는 난장판이 펼쳐져 있었다.


땅은 곳곳이 포탄이라도 떨어진 마냥 패여 있고, 거대한 바위는 산산조각나 원형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가 저질러 놓은 현장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는 기민.

그는 이제 이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오래 쓸 수는 없는 듯하다.

그렇다면 주력으로는 쓸 수 없다.

기민이 갑자기 육체파 탱크보이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특성은 완벽한 ‘구명줄’이다.


상상 이상의 육체강화!

기민이 위험에 빠졌을 때 모든 것을 때려 부수고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좋아. 만족스럽다.’


기민이 어깨를 펴고 깊이 숨을 들이마신다.


쉴 만큼 쉬었다.

이젠 다음 복수를 할 차례다.


*

*

*


호텔로 돌아온 기민.

그가 컴퓨터 모니터에 기사를 여러 개 띄웠다.


[ 억측 난무하던 오성 박대홍 회장 근황 “의식 없어” ]


박대홍.

조용히 살던 김기민을 납치해, 자신의 목숨셔틀로 쓰려던 추악한 노인.


기민은 그를 의자에 묶어 놓은 채 자신의 질병을 흡수할 것을 강요하던 노인을 떠올리고는 이를 악물었다.


‘넌 내 손에 죽어야 한다. 그깟 병으로 죽으면 안 되지.’


계속해서 관련 기사를 검색하던 그의 눈에, 제목 하나가 들어왔다.


[ 박대홍 오성 회장, 소율대병원 VIP 병실에서 오성병원 특실로 옮겨.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


기사내용은 제목과 큰 차이 없는 내용이었지만, 기민은 핵심에 집중했다.


‘병원을 옮겼다고? 소율대병원에서 오성병원으로?’


왜 옮긴 것일까?

그것도 국내 최고 대학병원에서 굳이 자사의 오성병원으로?


기사의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것은 일단 말이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오성병원은 소율대병원보다 급이 좀 떨어진다.

시설이야 오성의 돈빨로 어떻게 비빌 수 있다고 쳐도, 의사 수준이 많이 다르다.


그렇기에 박대홍도 처음에는 소율대병원으로 갔던 것이 아니겠는가.


‘굳이 급이 떨어지는 병원으로 옮겼다고?’


기민이 바로 핵심을 짚어냈다.


‘대외적으로야 오성의 회장이라서 오성병원에 모셨다고 말하겠지만.. 회장을 놓은 거지. 이제 단순 연명치료만 할 거니까 굳이 소율대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는 거야. 그렇다면..


‘회장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청천벽력 같은 사실에, 그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 돼! 넌 내가 죽여야 돼. 제발 살아 있어다오.’


시간이 없다.

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

*

*


삐--- 삐---


노인의 심박에 맞추어 의료기기가 느릿하게 울었고.

넓직한 오성병원의 특실을 노을빛이 물들였다.


침상에 누운 노인이 노을에 물들어 가던 중,


“여긴 불도 안 켜놓나?”


달칵.


누군가가 형광등을 키자 노을은 순식간에 창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다.


촤악-


창문에 커튼까지 친 남자가 침상 곁의 보호자용 의자에 앉는다.

그가 허공에 손을 꼼지락거렸다.

마치 무언가 만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남자가 허공에 손을 몇 번 건드린다.

그리고,


“으....”


꿈틀거리는 노인의 눈꺼풀을 보면서, 남자가 뇌까렸다.


“산소호흡기는 지금 빼 놔야겠군.”


*


잠시 뒤.

노인은 눈을 떴다.

만약 노인을 아는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보았다면, 기적을 부르짖었으리라.


노인이 누운 채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발음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오랫동안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서 그럴 것이다.


“아무도.. 아무도.. 없나?”


묵묵부답.

노인은 몸을 일으키려 해 보지만, 어림도 없는 듯하다.

신음소리와 함께 숨을 몰아쉰 노인이 애써 눈동자를 굴려 본다.


“!!”


옆에 누군가가 있다.

노인이 눈동자에 힘을 조금 더 주어 그를 흘겨보듯이 바라보았다.

보안요원 제복을 입은 누군가다.


“오오.. 있었.. 구만!”


“...”


답이 없다.


“청년.. 의사를.. 의사를 불러. 나.. 박대홍이가.. 일어났다고. 나 아직,. 안 죽었다고.”


하지만 보안요원은 일말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뭐.. 하는... 게야!! 얼른! 의사를..! 부르라고!”


박대홍이 볼을 부들부들 떨다가, 애써 외쳐 본다.

외침이라 하기도 뭐한 힘없는 부르짖음이다.

“이봐...! 의...사!! 의사아!!”


“박대홍.”


그의 외침을 끊는 남자의 목소리.


“날 기억하나?”


“음?”


확실히 뭔가 익숙한 목소리다.

하지만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데? 그건.. 그렇고, 대갈빡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어디서.. 반말을.. 찍찍..”


“진짜로 몰라? 나를? 이 김기민을?”


“김기민?”


회장 박대홍의 기억은 그가 쓰러지던 시절에 멈춰 있다.

박대홍이 쓰러진 시점.

그 때는 아직 기민이 의자에 묶여 있을 때였다.


“아... 기억하지... 그 어리석은.. ㄴ... 친구... 자네로군..”


박대홍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결국엔.. 정신을.. 차리고.. 잘 해냈구만. 어차피.. 이럴 거면서.. 왜 그렇게.. 대든 게야? 내 1억 원.. 주지. 진범이에게.. 받아가고, 의사.. 불러. 빨리..”


회장은 기민이 결국엔 최동수에게 굴복해, 자신의 질병을 흡수한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서 그만 피식 웃고 만 기민.


“아니. 의사는 안 와. 돈도 필요 없고.”


“뭐..?”


“지금은 네놈이 입원한 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런...! 거짓..말이다!”


“왜 그렇게 생각해?”


“네놈을... 잡아오고... 1년.. 반이.. 지났다면.. 네놈이.. 살아 있을.. 턱이.. 없어!! 동수가.. 그렇게... 무른 놈이.. 절대 아니지..!”


회장의 눈동자가 도로록 굴러, 기민의 것과 마주했다.

기민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박대홍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시계... 시계를.. 보여.. 다오.”


기민은 아무 말 없이, 침상 옆의 탁상 시계를 들어서 박대홍의 눈 앞에 들이대었다.

연도와 날짜가 함께 표시되는 시계다.


회장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머리가 복잡하다.


시계가 조작된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이 자리에 저놈 말고 아무도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박대홍이 바람 빠지는 소리로 묻는다.


“동수... 최동수는..?”


“최동수? 죽었지.”


기민이 노인의 얼굴 위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내 손에.”


노인이 눈동자를 살짝 굴렸다.

광기가 활활 타오르는 기민의 눈을 피해 보고자 함이다.


그러나, 눈길은 피해도 타오르는 광기를 피할 수는 없는 법.

노인이 얼마 남지도 않은 이빨을 악물고 광기에 맞선다.


“무슨.. 개소리..야! 동수가.. 네깟.. 놈에게... 왜.. 죽어!!”


“믿기 싫으면 믿지 말던가.”


“그럼.. 그렇고..말고!! 그런.. 거짓말은.. 안 믿지. 의사나.. 불러!”


“거짓말이라... 이건 어때?”


잠시 고민하던 기민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어..? 어어..?”


요지부동이던 노인의 발가락이 꿈틀거린다.

노인의 입에서 당혹성이 흘러나오는 순간,


따악.


기민의 손가락이 다시 교차하고.


“아...”


이번에는 노인의 입에서 허탈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시 돌처럼 굳어 버린 그의 발가락.


“이제 좀 상황이 이해가 가나?”


냉혹한 목소리 앞에서, 노인은 모든 것을 이해했다.


“흡수... 그렇다면.. 방출..이군.”


“...”


“궁극의... 힐러가.. 납셨구만.. 인류애는.. 없어... 보인다만은.”


“누구 덕분에 많이 배웠지. 인류애 같은 건 별로 필요 없더라고.”


노인은 흐흐흐 웃고는, 눈빛을 번뜩였다.


“어이.. 기민이. 날... 살리게.”


“...”


팔짱을 끼고 자신을 묵묵히 내려다보는 기민. 노인이 기민을 힘주어 올려다보았다.


“오성을.. 주지.”


기민이 어이없음에 헛웃음을 흘렸다.


“진범이는? 아들놈은 어쩌고?”


“상관.. 없어.. 내가.. 하자면.. 하는.. 게지. 안.. 따라오고.. 배기나?”


“오성이라..”


“내.. 적극.. 밀어.. 주지. 자네.. 능력이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어!!”


기대감으로 가득찬 노인의 눈빛 앞에서.

기민이 고개를 서서히 저었다.


노인의 눈빛이 급격하게 시든다.


“왜... 왜...?”


“세상을 지배할 거면 나 혼자 해도 충분하지. 맞잖아? 어딜 오성 같은 걸로 숟가락 얹으려 들어.”


“...”


노인은 할 말이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그리고, 오성은 없어질 거다. 내가 부술 거야.”


“왜....?”


“글쎄, 그냥 마음에 안 들어서? 네놈이 만든 회사라 그런가 봐. 무너뜨려 버리려고.”


“이.... 이놈이.....!!!!”


“널 죽이고, 다음엔 누구로 할까. 진범이?”


“가만... 안.. 둔다...! 절대로...!! 절대로...!!! 의사...아..!! 의사...!!! 왜... 아무도.. 없는게야...”


하아-


원수의 울부짖음만큼 달콤한 것이 있을까.

기민이 감미로움에 취한 채, 느릿하게 입을 떼었다.


“그나저나 박대홍, 세상 구경 다 했으면 이제 돌아가야지.”


“...!”


절규하던 박대홍이 흠칫 입을 다문다.


“돌아가야지, 그럼 계속 있으려 했어? 너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야.”


“..그럼.. 어디란.. 말이냐..?”


답을 알면서도, 박대홍은 반쯤 울먹이며 물었다.

자기 자신을 잃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이 세상에 남아 있고 싶어서였다.


“어디긴.”


기민이 웃으면서 최종 선고를 내렸다.


“지옥이지.”


따악-


악마의 손가락 소리.

마실 나왔던 질병들이 다시 노인의 몸으로 향한다.

하나씩, 하나씩.


“안돼... 안돼.... 안...”


노인은, 거칠게 헐떡거리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는 뜨지 못했다.


*

*

*

*

*

*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박대홍의 장례식장.

박진범이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빤 함무라비 스타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드립니다. (19. 10. 24.) 19.09.24 89,455 0 -
40 후기 +333 19.10.16 30,981 1,114 3쪽
39 39화 - 완 +164 19.10.16 28,490 1,076 12쪽
38 38화 +62 19.10.15 30,369 1,196 11쪽
37 37화 +102 19.10.14 31,294 1,314 13쪽
36 36화 +39 19.10.13 33,493 1,167 11쪽
35 35화 +49 19.10.12 35,328 1,140 10쪽
34 34화 +52 19.10.10 39,515 1,299 14쪽
33 33화 +59 19.10.09 38,903 1,241 12쪽
32 32화 +58 19.10.08 40,362 1,367 12쪽
31 31화 +48 19.10.07 41,879 1,349 11쪽
30 30화 +43 19.10.06 44,232 1,360 11쪽
29 29화 +37 19.10.04 48,133 1,468 11쪽
28 28화 +48 19.10.03 47,923 1,599 13쪽
27 27화 +91 19.10.02 48,903 1,543 11쪽
26 26화 +47 19.10.01 51,877 1,488 12쪽
25 25화 +61 19.09.30 54,778 1,569 11쪽
24 24화 +85 19.09.28 60,275 1,601 12쪽
23 23화 +64 19.09.27 58,962 1,568 12쪽
22 22화 +61 19.09.26 59,979 1,649 11쪽
21 21화 +68 19.09.25 60,471 1,654 11쪽
20 20화 +112 19.09.24 60,486 1,679 13쪽
19 19화 +90 19.09.23 60,886 1,766 14쪽
18 18화 +79 19.09.21 61,783 1,654 11쪽
» 17화 +66 19.09.20 60,470 1,710 13쪽
16 16화 +44 19.09.19 60,337 1,707 11쪽
15 15화 +44 19.09.18 60,250 1,672 13쪽
14 14화 +40 19.09.13 59,764 1,654 14쪽
13 13화 +24 19.09.13 58,528 1,605 12쪽
12 12화 +30 19.09.11 59,327 1,48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