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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글장이

세상을 파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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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머니나
작품등록일 :
2015.03.20 13:48
최근연재일 :
2018.05.20 14:26
연재수 :
165 회
조회수 :
43,041
추천수 :
935
글자수 :
1,193,004

작성
17.08.24 11:49
조회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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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6)

DUMMY

“여행만 하기시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부인을 두셨군. 다시 한 번 두 분을 환영하오.”


신전을 봉쇄하고 오늘 하루 방문객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자들의 말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위선적인 소리였다. 이리나드는 역겨운 기분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손을 내밀었다. 그 프레드라는 수교는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손등에 키스했다.


“말을 듣기론 델뢰르 대수림을 지나 오셨다 했소?”

“그렇습니다. 오늘 막 라이발드에 도착했습니다. 전염병의 위험이 있으니 축복을 바라고 왔습니다.”

“잘 했소. 그대의 신중함이 혹시 모를 전염병의 발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더 나아가서는 라이발드 전체를 말이지.”

“과찬이십니다.”


루프의 말에 프레드는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칭찬한게 아니라는 마냥. 루프는 그냥 씩 웃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 그 전염병 레짜의 저주는 붉은 눈의 마녀와 깊은 관련이 있네.”

“붉은 마녀 말입니까? 전설의?”

“그렇지.”

“그건 그냥 전설 아니었습니까? 정말로 그녀가 남긴 전염병 같은게 있었다는 건가요?”

“그런 셈일세.”


그렇다, 라고 확답하지 않는다. 루프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때문에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쉽지 않지. 오늘은 마을에 큰 일이 있어서 다른 신관님들이 모두 바쁘셔서 더욱 그렇다네. 한 사람씩 오랜 시간에 걸쳐 의식을 행해야만 그 저주를 벗을 수 있을걸세.”

“그렇군요··· 상상도 못했습니다.”

“사실 한시가 급한 일이니 바로 시작해도 되겠나? 병이 퍼지면 안 되니까.”

“예, 그러십시오.”

“그럼 전통에 따라 아내분 먼저 축복 의식을 치르도록 하겠네.”

“예? 남편이 먼저가 아닌겁니까?”

“자네 에라핌 교도가 아닌가? 우리는 언제나 어머니를 중요시 하여 여성을 우선시한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아, 그랬죠. 네, 네.”


루프는 대충 얼버무렸다. 겉늙은 수교의 얼굴에 일어나는 탐욕은 굳이 눈여겨 보지 않아도 뻔히 드러나고 있었다.


“더욱이! 이 사태는 마녀와 연관된 것이니만큼 같은 여성인 아내부터 일을 치뤄야 뒷탈이 없이 무사히 끝낼 수 있네!”


축복 의식이 사태로 격하되고, 그것이 또 일을 치룬다는 식으로 언급되었지만 그조차도 이해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애시당초 그런 작정으로 온 것이다, 저 수교는. 이에 이리나드는, 당연한 말이지만서도 더욱 격분했다.


‘저런 돼지랑 나만 놔두고 어딜 가려고?’


이리나드가 전력으로 눈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루프는 그것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럼 아내분, 이 쪽으로 나를 따라 오시오.”

“아, 그, 그럼 그 전에 잠깐만 나, 남편하고 인사를 좀···”


수교는 약간 떫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밝아졌다.


“그러시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리나드는 팔을 뻗어 루프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 그대로 팔을 접었다. 목을 어긋 맡겨 서로를 끌어안은 둘. 이리나드는 루프의 귀 바로 옆에까지 가져온 자신의 입술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뭔 생각이야?”


루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입술을 묻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시간 좀 끌어 줘. 로즈씨는 내가 찾아 낼게.”

“저 늙고 뚱뚱한 양반을 데리고 무슨 수로 시간을 끌라는 거야?”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니 맘대로 해. 죽이지만 말아줘.”

“내 걱정은 안 해? 지금 내가 저 사람한테 무슨 일 당하는 상황 아니야? 왜 저 사람 걱정을 하는건데?”


루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오줌 정도는 지리게 해도 괜찮아.”

“... 너 이번 일 다 끝나고 나면 정말로 죽을 줄 알아.”


이리나드는 천천히 팔을 풀었다. 둘은 서로를 마주봤다. 이리나드의 눈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아니, 약간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도 보였다. 혼란스러워 보였다. 묘하게 강단있는 오늘 루프의 모습에 약간 어안이 벙벙해 보이기도 했다. 다만 앙 다문 입술에 눈가에 긴장된 근육이 그녀의 기분을 잘 전달해주고 있었다.


이리나드는 루프의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그 열받은 눈을 통째로 그에게 들이 부으며 그를 잡아 당겼다. 루프의 상반신이 홱 끌어 당겨짐과 동시에 그녀의 입술이 루프의 볼에 닿았다.


“호오··· 애틋한 마지막 키스로군.”


뜻이 모호한 수교의 감상평이 끝나고, 천년같은 찰나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따 봐요, 당신.”


어느샌가 저만큼 떨어진 그녀가 그렇게 말했다. 이 '이따 봐요'라는 말이정말로 이따 보자는 소린지 아니면 이따 두고 보자는 소린지 루프는 고민해야만 했다. 제발 후자이길 바라면서도, 그는 여전히 포근하고 따뜻한 자신의 볼을 매만지며 멍하니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리나드는 늙은 수교와 함께 응접실 밖으로 사라졌다.


“으부워어얽!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루프는 자신의 뺨을 몇 번 때렸다. 에라핌 교단이라는 속 시커먼 작자들의 최심층부에 들어와 있는데 기분은 무슨 구름 위를 걷는 마냥 얼떨떨했다. 아직도 자신의 시야에 점점 가까워지던 그녀의 예쁜 얼굴이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마지막 남긴 한 마디, 당신이라는 호칭...


“으아아! 힘내자 루프!”


루프는 다시 양 손으로 뺨을 빡 소리가 날 정도로 얼얼하게 때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생각했다.


보통 감옥은 지하에 있다. 왠만한 성이나 요새들은 다 그렇다고 한다. 책에 의하면 말이다. 아니, 실제로 해링튼 요새의 감옥도 지하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암반 속이었지만. 어쨌든 그 오랜 역사의 증거에 따르면 이 신전에도 만일 감옥이 있다면 십중팔구는 지하일 것이다. 신전의 잘나신 분들은 수감자를 통풍 잘 되는 지상으로 보내고 자신들이 지하로 가고 싶어하진 않을테니까. 문제는 이 넓은 신전에서 그 감옥을 무슨 수로 찾느냐는 것이었다.


‘크윽··· 자비로우신 라키안님. 제발 제가 잘 찾아갈 수 있게 은총을 내려주소서.’


루프는 그렇게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염원을 바쳐가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감옥이 지하에 있을거라는 루프의 추론은, 결과적으로 보자면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루프는 조심스레 응접실을 빠져나와 무조건 내려가는 계단을 찾았다. 다행이게도 신전을 포함한 라이발드 전체가 내일 축제 준비로 엄청 바빴던지라 누구도 루프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 신전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마 다들 밖에 나갔거나, 신전을 봉쇄한만큼 자기 일할 위치에 틀어 박혀 있는 것임이 틀림 없었다.


처음 루프가 찾은 지하에는 의외로 번듯한 소규모 예배당만 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 사용하지 않는 방들과 창고 등등 의외로 건전한 것들만 잔뜩 눈에 띄었다. 창고가 줄줄이 이어진 복도를 한참이나 걸어나고 나서야 루프는 그럴듯해 보이는, 내려가는 계단 하나를 더 찾을 수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습기가 척척하고 오래된 최철창살과 거기서 흘러내린 녹으로 뒤덮힌 돌들이 이게 어디로 이어지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루프는 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실제로도 이 계단이 빙고로 이어지길 바라며 검을 꺼냈다. 이제는 익숙하게 터져 나오는 불꽃. 뜨겁게 달군 그의 검이 철창살에 매달린 자물쇠를 쉽사리 녹여냈다. 땡그랑! 하고 자물쇠가 땅에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동작 그만.”


작가의말

 진도를 빨리 나가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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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마지막) 18.05.18 73 2 6쪽
163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30) 18.05.17 66 2 7쪽
162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9) 18.05.16 75 2 10쪽
161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8) 18.05.13 67 3 7쪽
160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7) 18.05.12 62 2 9쪽
159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6) 18.05.11 71 2 9쪽
158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5) 18.05.10 86 2 10쪽
157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5) 18.05.09 95 2 11쪽
156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4) 18.05.08 56 2 11쪽
155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3) 18.05.07 80 2 11쪽
154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2) 17.08.30 137 2 13쪽
153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21) 17.08.29 11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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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9) 17.08.27 134 3 7쪽
150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8) 17.08.26 126 4 8쪽
149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7) 17.08.25 124 3 7쪽
»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6) 17.08.24 81 2 8쪽
147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5) 17.08.23 148 2 8쪽
146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4) 17.08.21 88 3 7쪽
145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3) 17.08.19 119 2 8쪽
144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2) 17.08.18 120 3 9쪽
143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1) 17.08.18 99 2 9쪽
142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10) 17.08.16 166 3 10쪽
141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9) 17.02.17 190 2 31쪽
140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8) 17.02.05 184 2 13쪽
139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7) 16.10.16 221 2 8쪽
138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6) 16.10.15 230 2 8쪽
137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5) 16.10.13 192 2 10쪽
136 세상을 파는 자 Chapter 11: 저주와 장미와 불꽃 (4) 16.09.27 302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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