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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충무공, 1565년으로 돌아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9.09.07 00:17
최근연재일 :
2019.10.11 12:2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40,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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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3
글자수 :
203,533

작성
19.09.10 22:00
조회
4,482
추천
93
글자
10쪽

2장. 하성군(河城君) - [3]

DUMMY

다음 날.

몸소 집으로 찾아온 류성룡.


“도대체 선생님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가?”

“조선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나는 무덤덤하게 얘기한다.

그러자 류성룡의 안색이 붉어지며


“자네와 만난 뒤로 선생님이 방 밖으로 나오시지 않고 계시는데 그것만 얘기했다는 것인가?”

“정확히는 조정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더불어 주상전하의 후계자까지요.”

“...지금 뭐라고 했는가?”


후계자의 단어에 깜짝 놀란 류성룡의 안색은 새하얗게 질리며 되묻는다.


“주상전하의 후계자를 거론했습니다.”

“미, 미쳤는가? 자네가 지금 말한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지 않는가? 같이 빌러가세. 조선의 안위를 걱정하는 선생님이라면 지금 문제를 덮어주실 수 있을 것이야.”


나의 걱정을 해주는 류성룡.

그를 빤히 쳐다보며


“저를 믿습니까?”

“그럴 소리가 할 때가 아닐세. 지금 문제는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의 가족과 가문의 사활이 걸려있네! 얼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류성룡은 나의 소매를 잡고 일어나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힘으로 버티며


“저를 믿습니까?”


또 다시 질문을 하자 소매를 당기던 류성룡의 행동이 일순 멈춘다.


“...자네를 믿네. 그러니 자네가 역모 죄로 의금부에 가는 것을 막을 것이네. 얼른 일어나게! 얼른!”


나와 함께 조선의 안위를 걱정하던 류성룡. 비록 그의 끝을 보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 청렴하고 강직했다.


“저를 믿으시면 자리에 앉으시죠.”

“이러지 말게나. 이러다가 자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조선의 땅에 전쟁이 터진 직후. 류성룡만 나의 능력을 높이 사 조정에 추천을 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당겨도 꿈쩍하지 않자 발을 동동 구르는 그를 진정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애타게 바라본다.


“자네의 아들을 못 볼 수도 있어.”

“정말 괜찮습니다. 이미 선생님과 얘기를 끝낸 상태니까요.”

“...끝냈다고?”


멍한 표정을 짓는다.


‘성리학에 대해서는 아직 때가 아니다.’


지금 얘기하면 도리어 그와 척을 질 수 있다.

나의 능력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지만 이황 선생님의 수제자인 만큼 성리학에 대해서 자부심이 높다.

아주 천천히.

조급해하지 않고...

지금 조선에는 성리학이 필요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자네의 말을 선생님이 들었다는 것인가? 그건 역...”


자리에서 일어나 차마 역모라고 하지 못하는 그의 옆을 지나쳐 하늘을 바라보며


“왕실과 조정의 신료들은 태평성대가 찾아왔다고 얘기를 합니다.”


맑고 투명한 하늘.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하늘에 비해 양면 된 이 땅의 백성들은 핏빛으로 물들여져 있다.


“신료들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고 있으며, 왕실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못 본 척하며 그들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


조용히 나의 옆에 서는 류성룡의 인기척을 느끼며


“그런 신료들은 주상전하의 직계혈통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서 방계 출신인 하성군을 밀어주려고 있습니다.”

“...하성군?”


하성군의 이름이 나오자 커다랗게 눈이 떠지며


“주상전하가 아끼시는 하성군 말인가? 먼발치에서 뵌 적이 있지만 그가 임금이 되려고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네. 자네의 억측이 아닌가?”

“아닙니다. 그는 의심이 많은 자로서 자신의 속내를 영의정 대감을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영의정이라면 이준경 대감[大監] 말인가?”


여전히 그를 보지 않으며


“하여 직접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사림의 영수인 선생님이라면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자네가 나에게 주선을 부탁했군.”


내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류성룡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이 일에 연루가 된 것인가?”

“죄송합니다.”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한참을 입을 떼지 않고 곰곰이 생각을 하던 류성룡은 내가 바라보는 하늘을 보며


“내게 무엇을 원하는가?”


이황 선생님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수제자 류성룡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조정에 출사하여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관료들을 막아주십시오. 그게 제가 원하는 목적입니다.”


* * *


가야금이 울려 퍼지는 기루.

기루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만 들어도 절로 주흥(酒興)이 일어난다.


“나으리~”

“너희에게 볼일이 없으니 저리 가거라.”


기루에 들어선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기녀들을 뿌리친다.

매일 기루를 들락거린다던 하성군을 잠깐 보기 위해 중앙으로 들어간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정자.

수많은 기녀들과 사내들은 술과 고기를 뜯으며 웃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보인다.


으드득.


그리고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인물.

훗날 임금이 될 어린 하성군은 술에 취한 다른 이들 사이에서도 옷을 단정히 입고 주위를 눈치를 보고 있다.


‘달라진 게 없구나.’


끊임없이 의심과 경계를 놓지 않았던 그를 보며 복잡한 마음이 든다.


“한잔 받으시죠.”


그리고 하성군 옆에 앉아 있는 한 명의 인물은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른다.


‘정철?’


훗날 서인의 영수가 될 정철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

분명 하성군이 임금으로 즉위할 때 이조좌랑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혹시... 하성군은 임금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었을까?

현재 그는 사헌부 재직을 하는 중이지만 조만간 벌어질 미래에서는 명종의 종형인 경양군이 정철의 처가의 재산을 먹기 위해 처남을 죽여 강물에 던진 사건이 있다.

사건을 덮자고 말을 한 주상전하(명종)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요청을 거절해 파면이 되어 전라도 광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낙향한지 3년 뒤 정철이 이조좌랑에 복직했을 당시 조정에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주상전하의 미움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난 정철을 복직시킨 하성군이 흑막이었나?’


조만간 벌어질 경양군 사건을 생각해보자면 아귀가 들어맞자 팔뚝에 닭살이 돋는다.

총명하지만 13세에 불과한 하성군.

이 정도로 심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지금 막아설 명분은 나에게 없다.

특히 나는 그를 만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온 것이라 그들을 바라보다가 결국 발걸음을 돌린다.

기루 안에 있던 방에 들어가자


“그대가 이순신인가?”


눈빛이 형형한...

그래, 이청진 군수와 똑 닮은 눈빛을 가진 노인이 나에게 묻는다.


“네, 그렇습니다. 예조정랑 어르신.”


정탁.

현 예조정랑이며 훗날 정쟁의 현실에서 도움을 내밀 수 없었던 류성룡.

하지만 정탁은 달랐다.

판중추부사의 자리에 있던 그는 정쟁에 겁을 먹지 않고 곧장 선조에게 상소를 올려 나의 목숨을 구한 분이다.


“그래, 어르신에게 이야기는 들었네.”


홀로 자작을 하던 정탁은 이윽고 입을 떼며


“재미난 것을 꾸미고 있더군? 내 앞에서도 한번 말해보겠나?”


누구보다 성리학을 믿으며 임금을 하늘같이 여기는 그는 사나운 웃음을 지으며 얘기를 한다.


‘여기서 그를 설득을 시켜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가장 최후의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심호흡을 하고선


“들어오실 때 보셨습니까?”

“무엇을?”

“하성군.”

“이것 봐라? 그 뚫린 주둥이로 계속 말해 보거라.”


정신을 가다듬고서 준비했던 얘기를 시작한다.


“현재 주상전하의 직계 혈손이 없다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하여? 하성군을 왜 언급을 하는 것이지?”

“이황 선생님께, 전부 들으신 것 아닙니까?”


그러자 그는 비틀린 입매를 벌리며


“정말 네 간이 얼마나 크길래 그 따위 망언을 하는 것이냐? 하성군은 왕족이다. 왕실의 후손이란 말이다.”

“다 들으신 것으로 알고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비어있는 술잔에 술을 따라 한 번에 마시며


“도와주십시오.”

“내가? 역모를 말이냐?”

“백성들이 굶주려 하고 있습니다. 왜구들은 계속해서 해안가의 마을들을 약탈하고 있으며 저 멀리 있는 오랑캐들은 호시탐탐 조선을 노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게 하성군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왜 상관이 없습니까? 지금 주상전하의 용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 모르십니까? 그렇다면 주상전하가 총애하던 하성군이 즉위를 할 겁니다!”


전쟁이 벌어지고 신립장군의 패보소식을 접한 선조는 아들인 광해군에게 도성을 맡기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때 분노가 가득 찬 백성들이 불태워 잿더미가 된 경북궁과 창경궁의 모습이 훤히 보인다.


“...지금 내가 들었던 말들은 선생님의 얼굴을 봐서라도 모른 척을 할 터이니 썩 나가라.”


하지만 나의 설득이 부족했는지 정탁은 고개를 저으며 밖을 가리키며 나를 쫓아내려고 한다.


“어르신! 만일 하성군이 어좌에 앉는다면 반드시 큰일이 닥칠 겁니다.”

“...더 이상은 들어주기 힘들다. 당장 나가라.”


재차 설득을 하지만 정탁은 고개를 젓는다.

더 이상 설득을 했다가 더 큰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려 방에서 나오는데...


“하하하...”


분명히 정자에 있어야 할 정철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나를 쳐다본다.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시고 추천을 눌러주시는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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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99 한국사랑꾼
    작성일
    19.09.10 22:19
    No. 1

    바꾸기는 힘들거 보네요. 역사의 복원력이란 말이 있을정도 이니까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가연(假緣)
    작성일
    19.09.10 22:20
    No. 2

    아무래도 성리학이 근간이 되는 나라이다 보니 개인의 힘으로는 아직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읍읍읍 (스포) 결국 장군님 만세입니다.
    언제나 댓글을 남겨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ja******..
    작성일
    19.09.10 22:26
    No. 3

    하성군을 치운다해도...
    조선의 성리학이 변질되는걸 막지 못하니 세상을 바꾸긴 힘들듯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명산인
    작성일
    19.09.10 22:32
    No. 4

    13세의 하성군이 기루에서 정철,정탁등과 술추렴을 하였으니 군을 삭제하고 정철과 정탁은 삭탈하고 유배를 보내야 마땅하옵니다. 즈은하~~~ 통촉 하시오소서.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가연(假緣)
    작성일
    19.09.10 22:49
    No. 5

    13살이면 장가도 갔을 나이입니다.
    하물며 명종이 총명하다고 칭찬했던 하성군입니다.
    특히 기루에 출입하던 조선시대 당시 상투만 틀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중세시대나 현재시대를 비유하자면 회담? 연회? 그것이 기루에서 이루어졌죠.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명산인
    작성일
    19.09.10 22:50
    No. 6

    13살 기루에 갈수 있어요. 근데 잘 안가죠. 임해군 같은놈이나 명종 형놈이나 같은 개차반들이나 갑니다. 더구나 국본 물망에 오른놈이 간다는건 영악한 하성군이 하기에는 좀 그렇고요. 그게 아니라도 종친이 신료들과 어울리면 반드시 탄핵 1순위 입니다.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가연(假緣)
    작성일
    19.09.10 22:55
    No. 7

    국본의 물망.
    그 작업은 다음 해에서 이루어집니다.
    아직까지는 명종이 아프다고 할지라도 젊은 나이기 때문에 털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여 후계자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방계출신 왕족들은 거의 기루에서 살았습니다.
    물론, 역사고서에서는 하성군이 젊은 나이에 기루에 갔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이 소설은 역사를 기반했지만 조선의 기록에 나와있지 않는 정보들은 제가 창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연성이 없이 제작하지 않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시절은 탄핵이 없었습니다. 하물며 직계가 없던 명종시절은 왕족의 피가 귀했지요. 그래서 명종이 왕족의 피가 전해지는 조카들을 불러 자질을 시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명종 형놈이 개차반 짓을 해도 그것을 무마하기 위해 정철을 낙향시켰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Soso12
    작성일
    19.09.11 03:01
    No. 8

    하성군은 황족이다 -> 하성군은 왕족이다
    조선은 황제국이 아닌 제후국이니 왕족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7 초류공자
    작성일
    19.09.11 03:43
    No. 9

    내부의 적이 제일 까다롭죠
    정말 싹 쓸어버리고 시작하고 싶은데 그것도 어렵고
    역사적으로 썩은 기득권이 정권을 잡고 있는 체재 안에서
    개혁을 일궈 성공한 예는 거의 없습니다
    조선시대, 전제군주정하의 왕이라도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정조를 생각해보면 결과는 썩.
    하물며 일개 하급 무관으로 그게 가능할지...
    사실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된 상태였다면
    하성군이든 하성군 할애비든 왕이 된다고 문제가 될까요
    안 그래도 시스템이 붕괴되기 시작한 조선에서
    하성군이 왕이 되니 더 엉망이 되었던 거지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8 작가G
    작성일
    19.09.19 05:19
    No. 10

    1인칭으로 묘사하다가 갑자기 이순신이 발걸음을 돌렸다는 3인칭 묘사가 나오네요. 수정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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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동래현(東萊縣) - [1] +17 19.09.12 4,362 98 11쪽
10 2장. 하성군(河城君) - [4] +14 19.09.11 4,477 102 10쪽
» 2장. 하성군(河城君) - [3] +10 19.09.10 4,483 93 10쪽
8 2장. 하성군(河城君) - [2] +12 19.09.09 4,646 113 9쪽
7 2장. 하성군(河城君) - [1] +11 19.09.09 4,925 112 9쪽
6 1장. 대비(對備) - [5] +8 19.09.08 5,416 103 9쪽
5 1장. 대비(對備) - [4] +12 19.09.07 5,379 122 13쪽
4 1장. 대비(對備) - [3] +11 19.09.07 5,513 121 8쪽
3 1장. 대비(對備) - [2] +24 19.09.07 5,895 138 8쪽
2 1장. 대비(對備) - [1] +14 19.09.07 6,563 12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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