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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인연

충무공, 1565년으로 돌아가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가연(假緣)
작품등록일 :
2019.09.07 00:17
최근연재일 :
2019.10.11 12:20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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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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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3,533

작성
19.09.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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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장. 하성군(河城君) - [1]

DUMMY

나에게 역모 죄에 해당되는 속내까지 밝혔는데 여기서도 고민을 한다고 얘기를 하면 나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겠네.


“좋은 관계로만 남고 싶습니다.”


나의 말이 조용한 연무장에 울려 퍼지며 그것을 듣던 무관들의 눈썹이 꿈틀 거린다.


“자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군수님은 제가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죽이실 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뭘 믿고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지? 너에게 나의 사상을 얘기했다. 여기서 그냥 보내 네가 조정에 알리기라도 하면 나는 물론이고 동참하던 부관들과 구족까지 전부 역모 죄로 죽을 수도 있는 것을 잘 알 텐데? 그래도 내가 너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냐?”


군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뀐다.


“무엇을 위한 대의명분이었습니까? 백성을 위함이 아니셨습니까?”

“그런데?”

“비록 봉사의 관직에 올랐지만 저도 근간이 되는 백성입니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 있지.”


조정에 환멸을 느끼고 만에 하나 잘못될 시 역모까지 생각을 하지만 백성을 위함이라는 그 목표는 나와 같다.

오히려 내가 그에게 배워야 할 정도다.

백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조선왕실이 아닌 백성을 위해서 진창을 구르는 마음가짐.

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시는 분이었다면 이러고 있지 않으셨습니다.”


아무것도 변하지는 않는 미래.

그게 여기에 없던 내가 나타났다고 해서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

관료들은 수탈하고 임금은 비명을 지르는 백성들을 모른 체 하는 상황을 지켜만 보던 그의 마음에는 망설임이 있을 것이다.


“저는 이 일에 대해서 함구할 겁니다. 왜냐하면.”


이글이글 타오르는 군수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조정에 환멸을 느끼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니까요. 그렇지만 이 방법은 잘못되었습니다. 군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움직이지 않으시는 것 아닙니까?”

“끄응...”


군수의 표정이 무너지며 앓는 소리를 낸다.


“하여 나의 밑으로 들어오는 것은 싫다?”

“동등한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제가 섬기는 것은...”


그래, 내가 섬기는 것은 이제 주상이 아니고 관료들은 더더욱 아니다.


“백성입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1566년 11월. (명종21년)


하얀 김을 내뿜는 헌양한 장부는 경관을 감상한다.


“봉사님, 아차...”


나에게 다가온 병사는 나를 부르다가 입을 틀어막더니 어색한 웃음을 짓고서


“이제는 사맹에 오르셨죠.”


내가 여기에 온지 약 3개월.

추후 여진족이 침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목책을 더욱 두텁게 쌓고 도랑을 길게 파는 대비작업을 했었지.

그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훈련도 내가 직접 봐주며 두만강에 배속된 병사들과 많이 가까워졌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청진 군수는 조정에 내가 유능하다는 상소를 올렸고 빠른 속도로 봉사의 관직에서 무관관직인 정8품 사맹으로 올라섰다.


“사맹님 군수님이 부르십니다.”


때가 되었는가.

하얀 설산인 백두산에 시선을 주던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의 나는 이 때 낙마하여 다친 다리를 치료하기에 전념했었다.

이립이 넘기고서야 봉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약관에 불과한 내가 봉사를 넘어서 사맹이 되었다.


* * *


“마지막으로 본 백두산의 경관은 어떻던가?”


군수의 방에 들어가 그의 앞에 앉자 묘한 미소를 짓고서 물어본다.


“맑은 정기가 넘실거리는 변하지 않는 봉우리가 참으로도 좋더군요.”

“그래, 그래서 나도 이곳에서 벗어나질 않는 것일세.”


그는 백두산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두며 중얼거리다가


“3개월 만에 사맹을 단 것 진심으로 축하하네.”

“군수님이 잘 봐주신 덕택이지요.”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장수라도 상관이 알아봐주지 않으면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내가 한일은 그저 상소 하나를 올렸을 뿐일세.”

“그것만으로도 저에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래, 한양으로 떠날 준비는 끝냈나?”

“네.”

“그런데 왜 굳이 한양으로 복직을 하려는 건가? 설마 문관 놈들의 눈에 들어 높은 관직을 꾀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의심의 눈초리가 나를 찌른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명종임금에게 사랑을 독차지 해 하성군(河城君)에 봉해졌던 이연(李昖).

하지만 사랑을 독차지 한다고 해서 궁궐에서 살 방법은 없어 현재 한양부근에서 사는 것으로 안다.

1567년 6월 불과 34세에 불과한 명종은 아들을 낳지 못한 채 훙서를 하자 인순왕후는 내전에 전교를 내려 하성군을 후사로 결정을 한다.

나는 한양으로 내려가 그것을 막으려고 한다.


인성왕후.


왕실의 최고어른은 인순왕후가 아닌 인성왕후지만 을사사화[乙巳士禍]에 가문이 멸문까지 내몰리고 그때의 조정은 청송 심씨의 우호적인 세력이 장악이 되어 손아래동서인 인순왕후에게 모든 실권을 빼앗겼다.

하성군이 즉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인성왕후의 힘이 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선 조정의 실세인 영의정 ‘이준경’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내가 해야 한다.’


더러운 일이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구하리.


“볼일이 있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자네에게 어린 아들이 있다고 그랬지?”


그는 내가 가족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지만 굳이 정정하지 않는다.

그렇게 짧은 담소를 끝내고 이청진 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덩달아 일어난 나는 그의 뒤를 쫓아간다.


“내 당부 하나만 하세.”


슬픈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가에는 물기가 젖어 있는 군수는


“백성. 백성을 위한다는 그 마음 변치 말게.”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런 사내가 국경에 있어야 하는 조선의 왕실이 원망스럽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서, 서방님.”


항상 전장에 나가 신경을 써주지 못했던 나의 아내.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하염없이 나를 부른다.


“부인, 약조한대로 건강히 돌아왔소.”


저번 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나의 아내는 항상 고생만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눈물 때문에 뿌연 시야로 나의 몸을 바라보는 아내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뿐.

그제야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한 아내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사맹으로 올라선 것을 감축 드리옵니다.”

“이게 다 부인 덕택이오.”

“소첩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아내와 시선을 마주치다가 뜨거운 기운이 활활 타오르자 짓궂게 웃으며


“부인, 더 예뻐진 것 같소만?”

“서, 서방님?”


한평생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던 적이 아쉬웠던 나는 이칠용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당황할 때 꼭 껴안게. 그럼 직방이야.’


이칠용이 예상한대로 나의 말에 얼굴이 새빨갛게 익으며 시선이 마구 돌아가는 아내에게 다가가 나의 품속에 꼭 껴안으며


“독수공방하느라 얼마나 외로웠소? 이제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옴마야! 서방님, 하인들이 봅니다. 얼른 품위를 지키...”


그대로 안아들자 아내는 부끄러운지 나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작게 대답을 한다.


“그럼 안 보이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소? 얼른 방으로 들어갑시다.”


오랜만에 만난 아내를 안고서 내가 기거하던 사랑채로 걸음을 옮긴다.


다음날.


“이젠 정말로 무관이구나.”


까맣게 수염이 돋은 류성룡은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빙긋 웃는다.


“그래, 무슨 일로 나를 불렀는가?”

“형님, 이황 선생님과 만나고 싶습니다.”

“문관을 포기한 자네가 선생님을 왜?”


류성룡은 나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선생님과 얘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영의정 이준경이 하성군을 지목하는 일을 방지하려면 그와 걸 맞는 명성을 지닌 이황이 필요하다.


“음.”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나를 살피던 류성룡은 이윽고


“알겠다. 아우가 선생님을 만나자고 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터니 주선을 해주겠다. 하지만 선생님이 거절을 할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하고.”

“말씀만 해주시는 것에도 감사합니다.”


* * *


사림의 성장기를 이끈 장본인이자 한조선의 성리학의 기초를 닦았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닌 의리지학(義理之學)을 추구하는 집현전의 대표 선비 퇴계 이황[退溪 李滉].


이제는 살아남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 얼굴에는 잔주름과 검버섯이 잔뜩 피어 있지만 눈빛은 맑고 투명하다.


“사맹의 관직으로 올라선 이순신이라고 했던가?”

“네, 그렇습니다.”


강직한 성품이 목소리를 타고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다.


“무슨 연유로 나를 보자고 하셨는가?”

“군주를 논하고자 왔습니다.”


빙빙 돌려서 말을 할 것도 없다.

정통성 문제를 안고 있던 수양대군이자 임금으로 즉위한 세조(世祖)조차 성리학 집현전의 눈치를 보았을 정도다.


“방계가 임금이 되는 것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십니까?”


백성을 위한다.

두만강을 지키는 이청진 군수는 망설였지만 나는 한번 죽었던 목숨 두 번 죽는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며 또박또박 얘기한다.


작가의말

추천, 선작, 댓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작품에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쓰겠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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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99 한국사랑꾼
    작성일
    19.09.09 13:45
    No. 1

    선조를 바꾸면 되겠내요. 허성군 대신에 다른 왕족으로 문제는 전해지는 야사로 명종이 여러 왕족을 불러 익선관에 대해 쓰라고 했죠 ㅎㅎ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한국사랑꾼
    작성일
    19.09.09 13:48
    No. 2

    선조가 아니더라도 그 당시 괜찮은 왕족은 있다 봐요. 덕흥대원군 부터 문제 있고 선조(하성군)의 아들부터 문제아들이 많은것을 보면 하성군 대신 다른 왕족을 왕으로 세워 두는게 나을듯 싶어요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명산인
    작성일
    19.09.09 14:11
    No. 3

    세조가 퇴계의 눈치를 이떻게 보나요? 100년뒤 인물인데.
    직계는 없고 방계도 인물들이 지리멸렬한 것들만 있었다는데, 덜 똑똑해도 하성군보단 나으려나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가연(假緣)
    작성일
    19.09.09 14:14
    No. 4

    제가 잘못 적었습니다.
    이황의 눈치를 본 것이 아니라 성리학 집현전의 눈치를 보았다고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한근두근
    작성일
    19.09.09 14:50
    No. 5

    잘못 말하면 모가지 날아가겠네.
    하지만 할말 못하면 어차피 똑같은 결말뿐!
    장군님 힘내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ja******..
    작성일
    19.09.09 15:43
    No. 6

    하성군 사라지면...
    당시 왕족중 유력자가 누가 있지?
    잘 선택해도 고리타분한 방식으로 통치한다면 하성군 시즌2라서...
    뭐 하찬은 일로 선비들 죽어나가지는 않겠지만 참 애매함...
    원흉 척살하고 경상우수사로 좀 빨리 내려가서 올스타 멤버로 방어진 짜는게
    경상우수영 : 이순신
    전라좌수영 : 이억기

    찬성: 3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가연(假緣)
    작성일
    19.09.09 15:49
    No. 7

    경상우수영 자리 정말 좋아하시네요 ㅎㅎ~
    생각하는 전개에 부딪치지 않는 선에서 고려해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9.09.09 17:39
    No. 8

    선조보다 더 암군이면 어카누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7 초류공자
    작성일
    19.09.09 17:59
    No. 9

    여러 왕족들을 살피고
    능력을 보고
    백성을 대하는 인성을 보고
    그 다음 황희를 찾아야 했던 게 아닐런지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2 Soso12
    작성일
    19.09.10 10:00
    No. 10

    명종 아들이 있었습니다 순회세지라고 일찍 요절하는바람에 후사가 없을 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한근두근
    작성일
    19.09.10 21:58
    No. 11

    초류공자 님 우리 장군 께서 회귀전 다 보고 오셨겠죠>ㅁ<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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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3장. 동래현(東萊縣) - [1] +17 19.09.12 4,362 98 11쪽
10 2장. 하성군(河城君) - [4] +14 19.09.11 4,478 102 10쪽
9 2장. 하성군(河城君) - [3] +10 19.09.10 4,483 93 10쪽
8 2장. 하성군(河城君) - [2] +12 19.09.09 4,646 113 9쪽
» 2장. 하성군(河城君) - [1] +11 19.09.09 4,926 112 9쪽
6 1장. 대비(對備) - [5] +8 19.09.08 5,417 103 9쪽
5 1장. 대비(對備) - [4] +12 19.09.07 5,379 122 13쪽
4 1장. 대비(對備) - [3] +11 19.09.07 5,514 121 8쪽
3 1장. 대비(對備) - [2] +24 19.09.07 5,896 138 8쪽
2 1장. 대비(對備) - [1] +14 19.09.07 6,563 126 8쪽
1 서장. 충무공(忠武公) +10 19.09.07 6,495 7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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