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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떡잎부터 늦었지만 바르게 살고싶어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0
최근연재일 :
2023.05.13 18:0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868
추천수 :
24
글자수 :
34,265

작성
23.05.11 07:00
조회
97
추천
3
글자
10쪽

떡잎부터 늦었다(4)

보통의 삶을 살 수 없는 광인의 평범함 도전기 시작됩니다!




DUMMY

곤륜파의 이들은 떠났다.

그리고 한비상은 남겨졌다.

시체들을 수습한 피가 낭자 한 현장에 말이다.

그 땅에 고여있을 정도 까지 흐른 한 피를 보며 한비상이 슬며시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대었다.

똑...

피웅덩이를 찍은 한비상은 입에 그것을 넣어보았다.

"으..."

무언가 맛은 있지만 그리 즐거운 맛은 아니었다.

"냄새는 맛있는 것 같은데."

무언가 다르다.

자신이 들었던 맛과 달랐다.

감칠맛이라는 것과 향과 그 특유의 살짝의 점성이 끝내주는 화합을 만든다고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뭔가 조금 이상하다.

"섞여서 그런가."

한비상의 말처럼 여러 사람들의 피가 섞여서 그럴 수도 있다.

"다른 사람 걸 먹어볼까."

어떤 방식을 취하던 범죄에 가까운 것을 너무 당연하게 말하는 한비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던 것이 별로 좋지 않은 추억으로 남아서 인지 한비상은 어느 도시 앞에서 꽤 오래 망설였다.

"아...음..."

대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성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한비상이 수상해 보였는지 경비병중 하나가 다가와서 물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 것입니까?"

딱 봐도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인지 아니면 경비병의 말투가 이런지 존댓말을 하는 그에게 한비상이 우물쭈물 거리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네."

어색하게 하오체를 쓰는 한비상에게 경비병이 말했다.

"그럼 저기서 줄을 서십시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경비병에게 한비상이 조금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가족을 제외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고 그 때문에... 아 절대 겁먹은 것은 아니고! 잠시 준비할 시간이..."

딱 봐도 겁먹어서 들어가기 무서워하는 한비상에게 경비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협이 상대를 웃으며 대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소협을 웃으며 대할 것이니 걱정마십시오."

가장 기본적이지만 한비상은 배우지 못한 소중한 비법에 한비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웃으면 정말 상대도 웃어주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저를 한번 믿어 보십시오."

조금 부족해 보이는 소년같은 한비상을 격려하는 경비병의 말에 한비상이 의욕을 얻고 도시 앞 성문에 줄을 대었다.

그리고 이윽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경비병이 물었다.

"이름이 무엇이오?"

"어... 음... 함부로 알려주지 말라고 들었는데..."

자신의 이름을 함부로 밝히지 말라는 가족들의 충고가 있었다.

물론 자신들이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아 조심하라는 말이었지만 한비상은 그것 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까?"

"어... 가급적이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신분을 증명할 패나 물건을 가져오시오."

그러며 슬며시 주머니를 열며 뇌물을 원하는 다른 경비병의 모습에 한비상을 격려했던 경비병이 그의 주머니를 닫으며 말했다.

"안에서 말썽을 일으키면 안 되오. 약속이오."

"아.. 알겠네!"

약속까지한 한비상은 이내 성안으로 들어갔다.


@@@

"허 참 용돈 좀 벌라고 했는데 왜 방해하는가?"

뇌물을 요구했던 경비병의 말에 상냥했던 경비병이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거지청년에게 그런 것 까지 받고 싶나? 그리고 만일에라도 개방도라면 이 일로 물고 늘어질걸세."

"그렇긴 하다만... 내가 보기에는 그냥 모자란 녀석 같아 보였네만."

"자네는 그럴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 젊은 청년에게서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네."

"자네 감은 잘맞긴 하는데... 그런데 그러면 오히려 위험한 자를 안에 들인 것 아닌가?"

틀린말이 아니었다.

터지기 직전의 폭약같은 한비상을 도시에 들어가게 하는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다.

도시에게 어떻게 흘러갈지 어디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그를 안에 들여 보낸 것은 실수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에는 강호인들과 표두들이 있지 않나? 여기서 난리를 치면 우리야 파리 목숨이지만 안에서라면 강호인들이나 표두들이 제압하겠지."

"그렇긴 하군. 목숨이 제일이야."

@@@

"넓..네..?"

한령곡을 나와 처음으로 사람들의 문명을 본 감각은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었다.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산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넓은 곳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들이 감각에 닿자 한비상은 순간적으로 엄청난 양의 기척에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우욱..!"

구토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힘든듯 벽에 기댄 한비상은 이내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다들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구나."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하는 일이 직업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은 한비상은 자신을 보았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이지?"

스스로 하는 질문에 대답은 오지 않았다.

악인들의 뒤틀린 생각으로 배워온 밖의 세상은 너무나도 이질적이고 사실적이라 한비상은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닿은 것은 시장거리였다.

다양한 문물 그리고 볼 것들에 한비상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너무 크고 너무 많구나."

기척과는 다르게 직접 눈으로 보는것은 신비함이 가득했다.

그런 공간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관찰하던 한비상은 문득 커다랗고 거친 목소리를 들었다.

"허참! 같이 놀러가자니까!"

강요하듯 말하는 사내의 목소리에 이어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고했어요. 더 이상 다가오지 마세요."

여인의 곤란한듯한 목소리에 사내는 화가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뭘 하자고 했나? 그저 같이 놀자는 것 아니냐고!"

사내의 외침에 여인도 단호하게 말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당신하고 어디든 무엇이든 할 생각 없으니 가세요."

여인의 단호한 거절에 사내가 손을 들어올렸다.

"이 계집이!"

그 손을 들어 올린 순간 여인의 몸이 순간 빠르게 움직이더니 사내의 관절을 꺾었다.

뿌드득!

"으아악!"

어깨뼈를 반대로 꺾어버린 여인은 그 사내의 관절을 완전히 빼더니 말했다.

"내가 말했죠? 그냥 가라고."

"아..아악! 알겠어! 내가 잘못했어! 그냥 갈게!"

어깨가 반대로 꺾인 사내는 이내 항복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고는 이내 사라졌다.

"꼴 뵈기 싫은 한량들..."

그런 사내를 하찮은 눈빛으로 바라보던 여인은 이내 박수소리를 들었다.

짝짝짝

"와.. 진짜 형들이 해준 이야기랑 비슷했어."

감탄하듯 박수를 치며 말하는 이는 한비상이었다.

"뭐가 비슷하다는 것이죠?"

불쾌하다는 듯 말하는 그녀에게 한비상이 대답했다.

"내가 아는 형들이 말해준 이야기랑 비슷했어. 시비를 거는 사람이 나오고 이내 역으로 제압하는 모습까지 정말 똑같아!"

한비상의 감탄에 여인이 불쾌한 기분이 살짝 가라 앉은듯 평범한 표정으로 돌아와 말했다.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나요?"

"아니 안 좋아해. 결말이 조금 불쌍하더라고."

결말이 불쌍하다.

그 말에 여인이 흥미를 가진 듯 물었다.

"뭐가 불쌍하다는 것이죠?"

"음 형들은 마지막에 그 여자가 때로 온 사람들에게 잡혀서 막... 뭐였더라? 겁.. 겁.. 아무튼 안 좋은 일을 당하고 강에 버려져 죽는다고 하더라고. 상대 어깨뼈 하나 관절을 뽑는 대가로 험한 꼴을 당하고 죽는다니 뭔가 수지타산이 안 맞아."

아무래도 한비상이 들은 이야기는 협객행이 아니라 악행들을 모아놓은 이야기인것 같은듯 여인이 마지막에 험한 꼴을 당하고 죽는다고 말했다.

"지금 저를 모욕하는 것인가요?"

"모욕? 아 알아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지? 그런 건 아닌데. 그래도 네가 죽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

여인이 죽을 것을 당연시 하는 말에 여인이 그에게 다가갔다.

"다시 한번 그 따위 말을 내뱉으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에 한비상이 흥미로운듯 말했다.

"어떻게? 나도 관절꺾기를 당하나? 아닌데 난 그 정도로 약하진 않은데..."

중얼거리듯 말하는 모습을 보며 여인이 한숨을 쉬었다.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었군요. 대화한 시간이 아쉽네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떠났다.

정확히는 장소를 떠난 것이고 그 뒤를 한비상이 계속 붙어다녔다.

"왜 따라오는 거죠?"

마치 호위처럼 대놓고 졸졸 따라다니는 한비상에게 묻자 한비상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마무리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 몸은 제가 챙겨요. 그러니 썩 꺼지세요."

"그래도... 내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묻는 그의 모습에 여인의 안색이 살짝 누그러졌다.

"지금 선의를 가지고 돕는 건가요?"

"선의? 아 착한 마음! 그런 것 보다는 내가 보기 싫은 건 안보고 싶어."

그냥 보기 싫어서 따라다닌다는 말에 여인이 어이가 없다는듯 말했다.

"지능이 조금 낮은 것 뿐이 아니라 미치광이 수준이네요."

"미치광이... 내 가족들은 내가 제일 정상에 가깝다고 했는데.."

확실히 악인들만 가둬놓은 한령곡에서는 한비상이 제일 정상에 가까웠다.

그조차도 정상의 거리에서는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가족들도 미치광이.. 앗..."

순간 상대의 가족을 모욕한 것을 안 여인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한숨을 쉬었다.

"방금은 내 말이 조금 심했어요."

"괜찮아 다 하늘로 떠났는데. 이 정도 말 가지고 상처받을 사람들도 아니야."

"가족이.. 없나요?"

"지상에는 없지 하지만 하늘에서 날 보고 있을 거야."

그 말을 여인은 한비상이 천애고아인 것으로 알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그러면 따라오도록 하세요. 한번 날 지켜봐요."

"응!"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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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조금 멀쩡할지도?(1) 23.05.11 90 3 9쪽
» 떡잎부터 늦었다(4) 23.05.11 98 3 10쪽
3 떡잎부터 늦었다(3) 23.05.10 105 3 10쪽
2 떡잎부터 늦었다(2) 23.05.10 124 3 9쪽
1 떡잎부터 늦었다(1) 23.05.10 20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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