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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부치 님의 서재입니다.

떡잎부터 늦었지만 바르게 살고싶어요.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수중부치
작품등록일 :
2023.05.10 10:50
최근연재일 :
2023.05.13 18:0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862
추천수 :
24
글자수 :
34,265

작성
23.05.10 21:14
조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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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떡잎부터 늦었다(3)

보통의 삶을 살 수 없는 광인의 평범함 도전기 시작됩니다!




DUMMY

무언가를 먹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령곡은 작은 벌레부터 조금은 커다란 쥐 가끔 떨어지는 새들까지 귀한 것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한비상을 위해서 귀한 물건이었다.

그렇지만 한령곡의 특성상 고기 아니 동물 자체가 귀한 것이었다.

그래서 바닥의 이끼를 먹고 물을 마시며 그마저도 부족해서 다른 이들의 내공을 받아가며 삶을 이어왔다.

이제 한비상도 먹을 것이 필요 없어지는 곳에 닿았지만 허기란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언제나 곁에 있는 거머리처럼

이제는 느낄 필요가 없음에도 느껴지는 그러한 것이 되어버렸다.

그런 한령곡에서 나와 고기와 신선한 피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그 고기와 피가 사람의 것이란 것이 문제지만 식인을 했던 이들이 흔했던 한령곡이다.

그렇기에 한비상도 식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단지 나쁜 짓이라는 말에 조금 머뭇거렸을 뿐이다.

그마저도 죽은 이의 것을 먹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곤륜파 여제자의 말이 한비상의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렸다.

당연하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먹어도 된다는 그녀의 말에 눈 앞에 있던 질 좋고 피가 흐르는 고기가 순간 먹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으윽..."

속에서 욕지기가 차오른다.

음식에는 이야기가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눈 앞의 음식은 그러니까 인육은 이야기가 있다.

한비상이 사랑했던 것이 있는 것 처럼 눈앞의 곧 죽을 여인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죽으려 한다.

거부감이 들고 그녀의 부탁이 마음을 움직인다.

아직 변덕이라 부를 감정 그 감정이 한비상을 움직였다.

"안 먹을래."

"예..?"

"안 먹는다고 넌 맛 없어 보여."

방금까지 먹겠다고 해 놓고 이제는 거부하는 모습에 천마신교의 인물 중 대장 격인 이가 말했다.

"현명한 판단이다. 이것은 우리의 분쟁이므로 이만 물러나도록."

상대의 겉모습은 평범한 소년같아 보이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적대하는 것 보다 그냥 보내는 것이 이롭다는 것은 교도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들의 말에 피를 흘리는 여제자가 아까보다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이대로 가실 건가요?"

출혈이 심해질 수록 죽어가는 여인의 말에 한비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볼일은 끝났으니까. 가야지."

"저희들을 내버려두고요?"

"너희들을 챙길 이유가 있어?"

"그.. 그건.."

자신들을 챙길 이유를 묻자 여제자의 말이 대답을 하지 못한다.

명백한 타인인 그가 자신들을 구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저희를 도와주실 수 없나요?"

그녀의 간절한 부탁에 한비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없지."

그 말에 다른 곤륜의 제자가 외쳤다.

"마교의 악인들을 앞두고 이대로 도망칠 생각이란 말이오!"

악인이라는 말에 한비상이 그들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듯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악인이라 불렸어도 나에게는 가족들이었던 사람들이 있었어. 네 말대로 저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악인이라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악인일까?"

"윽..."

한비상의 말에 외쳤던 곤륜의 제자가 멈칫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용서 받을 수 없는 악인이라 했지만 결국 모두 떠났어. 용서를 받은 거야. 누군가를 사랑하고 곁에 두면서 말이야. 결국은 일방적인 악인은 없다고. 누군가에게는 천하의 악인이 따로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소중한거야."

한비상의 말에 천마신교의 교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녀석은 오랜만이군."

"우리를 악이라 규정 짓지만 너희들의 행동 또한 무조건의 선일 것 같나?"

그들의 말 사이에 한비상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상한 놈이 오네."

그의 말이 끝나고 차 한잔 마실 시간이 지났을까 순간 수풀에서 무언가가 나왔다.

누군가가 아닌 무언가임이라 칭한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이 아닌 검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기어검?!"

"태상장로께서 오셨다!"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반로환동을 처음 겪는 단계인 화경에 달해서야 쓸 수 있는 이기어술은 자신의 내공으로 병기를 단순히 움직이는 것이 아닌 살상력이 있는 원하는 곳으로 자신의 병기를 운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것을 쓰는 자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화경의 고수가 나타났다는 것이고 그는 곤륜의 인물인듯 태상장로라는 호칭을 달고 있었다.

"태상장로? 이름이 신기하네."

태상장로라는 호칭으로 불린 이의 검이 천마신교의 교도를 꿰뚫었고 이내 그들의 수장격인 인물이 외쳤다.

"모두 흩어져서 퇴각한다! 다시 말한다 흩어져서! 퇴각해라!"

"존명!"

정면승부로는 한없이 가능성이 적은지 당장에 흩어져서 퇴각하라는 말에 다른 이들이 모두 후퇴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곤륜천하!"

"의기충천!"

순식간에 산개 해서 사라지는 모습에 곤륜의 문도들이 승리의 기쁨이 담긴 구호들을 외쳤고 천마신교의 교도들이 사라진 곳에는 한비상과 곤륜파의 인물들 만이 남았다.

"괜찮은게냐!"

이윽고 나타난 곤륜의 표식을 단 젊은 청년의 모습에 다들 다가가며 말했다.

"태상장로님 덕분입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 그들의 흥분된 모습에 한비상이 죽어가는 여제자를 보며 말했다.

"너는 안중에도 없나 보네. 너는 나름 희생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들을 위해 육신마저 바치려 했지만 승리의 기쁨에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그들이었다.

"괜..찮아요."

"얄밉지 않아?"

"약간.. 그런데... 괜찮아..요.."

이제 의식이 흐릿해지는 그녀의 모습에 한비상이 한숨을 쉬었다.

"이번 만이야. 독쟁이 형이 봤으면 멍청한 짓을 한다고 혀를 차며 내 뒤통수를 한대 갈겼을 거라고."

그 말과 함께 한비상이 그녀의 갈라진 손목을 잡고 몇 번 톡톡 건들기 시작했다.

피가 흐르는것이 줄기는 시작했으나 눈이 흐릿해지는 그녀를 살리기는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순간 한비상이 입에서 무언가를 개어냈다.

"우욱... 우욱.."

"무슨..?"

마치 토하는 듯한 한비상은 이내 입을 곤륜의 여제자의 입에 갖다 대었다.

울컥!

"이거라도 먹고 있어."

무언가 입속에서 나오며 여제자의 목으로 들어간다.

꿀꺽... 꿀꺽...

저항할 수 체력조차 없는 여제자는 그것을 받아먹었고 이내 한비상은 느껴지는 살기에 뒤로 몸을 뺐다.

휘릭!

검이 날아옴에도 완벽한 회피였다.

예술 점수를 주면 십점 만점이겠지만 검을 휘두른 상대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나보다.

"지금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왜. 곧 죽을 건데 뭐라도 해야지."

"죽어가는 아이에게 그 따위 짓을 한다?"

"그럼 그냥 죽게 내버려둬? 뭐라도 하고 죽게 하던가 해야지."

무언가 서로의 오해가 섞인듯한 말이었지만 한비상의 말에 태상장로라 불렸던 자의 검에 검강이 둘러졌다.

"네 목을 잘라주마."

"와 무섭네. 세상은 이렇게 험악한거야?"

처음 보는 세상에 놀라는 말이었지만 태상장로라 불리던 인간은 그것을 조롱으로 생각한 것 같다.

핏!

일순간 사라지듯 그리고 바로 나타난 검이 향한 곳은 한비상의 가슴 중앙이었다.

깡!

하지만 순간 쳐내고 역으로 들어온 한비상은 그를 보며 말했다.

"화를 내서 동작이 흩어지고 간격이 읽혔어.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실수는 하면 안되지. 자 막아 봐"

그 말과 함께 한비상이 그의 가슴에 일권을 꽂았다.

쩌엉!

자신의 검으로 간신히 검을 막아낸 태상장로는 족히 이 장은 밀려났다.

"이제 좀 머리가 식어?"

"넌 누구냐..."

그의 말에는 진실된 의문이 담겨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 강호 이십대 고수중에 수위를 차지하는 자신의 일격은 쉬이 피하고 훈계를 하는 동작마저 했다.

방금 한비상이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주먹을 질렀다면 자신의 가슴뼈는 박살이 났을 것이다.

화경인 자신은 아래로 보며 훈계마저 두는 모습에 곤륜파의 태상장로가 그를 노려보았다.

사지에 빈틈이 있었지만 그것마저 확실하지 않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간격 을 열어둔 것 같은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옆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콜록! 콜록!"

피를 엄청나게 흘렸던 여제자가 기침을 하는 것이다.

바닥의 출혈양을 보니 죽음에 가까울 정도로 피를 흘렸거늘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무슨 짓을 했나?"

"변덕. 너를 반기는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져 쓸쓸하게 죽어가는 것이 조금 안타깝더라고. 그래서 살려줬어."

"뭣이?"

"내가 약재를 조합할 시간이 없어서 대충 속에서 내단 하나 만들어서 입으로 먹였어. 당장 죽지는 않을 거지만 그래도 상태 한번 잘 살펴봐."

한비상이 오히려 여인을 살려주었다는 말에 곤륜의 태상장로가 여인을 바라보더니 이내 한비상에게 예를 차렸다.

"내 친구의 손녀를 구해줘서 고맙네."

"변덕이야. 별로 신경 쓰지마."

"그래도 은혜를 입은것은 맞네. 그러니 혹시 이름을 알 수 있나?"

이름을 묻는 말에 한비상이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말했다.

"이름이 알려지면 곤란하다고 내 가족들이 말해줬어."

"곤란하다... 알겠네. 내 언젠가 자네를 위해 검을 들겠네."

상대의 사정은 모르지만 친우의 손녀를 살려냈다.

게다가 그가 있음으로 자신이 올 동안의 시간을 벌었다.

그것 만으로 이미 은혜를 입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데리고 떠난 태상장로를 뒤로 하고 한비상이 바위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나는 형 누나들에게 듣기와는 다르게 세상이란 것이 좀 많이 험악한가봐요."

슬며시 떨리는 손은 약간의 불안함과 쓸쓸함을 담고 있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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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잎부터 늦었다(3) 23.05.10 105 3 10쪽
2 떡잎부터 늦었다(2) 23.05.10 124 3 9쪽
1 떡잎부터 늦었다(1) 23.05.10 19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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