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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H 님의 서재입니다.

흩어진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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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남
작품등록일 :
2021.10.09 10:28
최근연재일 :
2021.12.04 12: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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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3
추천수 :
67
글자수 :
29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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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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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제 50 장: 탈출 (1)

저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DUMMY

고야 사막을 벗어난 지 얼마 후 그들은 근방에 있는 마을로 들어섰다. 그 사이 아리오네는 그녀들이 하는 말이라면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했다.


아니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하는 이야기는 아리오네에게는 온통 끔찍하고 기괴한 것 뿐이었다.


한번은 그녀들이 밥을 먹는 틈을 타서 온갖 힘을 다해 도망쳤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은 굳어진 체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엘라가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


“호호. 이 년아. 생각을 좀 해봐. 왜 우리가 밧줄도 없이 너를 이렇게 데리고 다니겠니? 네년에게 주문을 걸어났거든.”


자엘라의 말에 아리오네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법이라니. 그런 게 정말 통한다고?’


마법을 한낱 미개한 수준의 고대 주술쯤으로 생각한 아리오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그러니까 도망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 처음이라 넘어가지만, 다음에 또 그러면 손가락을 하나씩 분질러 버릴 테니까. 열 번 정도는 도망갈 기회가 있겠다. 호호호.”


자엘라의 말에 아리오네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며칠이지만 그동안 보아온 그녀들의 행실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었다.


‘완전히 미친 사람들이야. 어떻게 도망가지? 이반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녀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이었던 이반마저 다른 상인에게 팔려간 상황에서 아리오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조용히 있으면서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그녀들이 어둠의 마법사라면 분명 마리에 관해서 알 수도 있을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리오네가 완전히 탈출을 포기한 것은 아녔다. 분명 그녀들을 관찰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약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마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커다란 수로를 따라 걸었다. 수로 양옆으로 돌로 만들어진 벽이 길게 이어졌고, 중간마다 푸른 이끼들이 보였다.


수로 안에 흐르는 물에서는 악취가 올라와서 아리오네를 코를 틀어막았다. 길을 따라 걷는 도중 부랑자와 거지로 보이는 이들이 지나쳐 갔고, 가끔 그들 중 몇몇은 두 자매에게 말을 걸곤 했다.


때때로 두 자매도 무언가를 물어보기도 하고, 가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거 재미난 이야기인데?”


“그러게. 그분께서 여왕을 만나러 가셨을 줄이야.”


“게다가 숲의 아이까지 데리고 갔다고? 호호호. 여왕이 환장하는 줄 알면서.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녀들과 같이 걷던 아리오네의 눈이 순간 번쩍 띄었다.


‘숲의 아이라고?’


마리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숲의 종족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아리오네는 그녀들의 대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우리도 데려가시지.”


파밀라가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 그러신데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근데 나도 여왕이 궁금하긴 하다. 몇백 살을 먹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몇백 살이 뭐야? 천 살을 넘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아무튼, 그녀 얼굴에는 분명 주름이 자글자글할 거야. 아무리 요정이라지만 늙지 않는 법은 없잖아. 분명 숲의 아이를 본다면 당장이라도 그 피 맛을 보고 싶어서 환장할걸.”


“흐흐흐. 그러니까. 재밌는 광경이었을 텐데.”


그 순간 자매들이 걸음을 멈춰 섰다. 아리오네는 이야기를 엿들은 자신에게 화를 내는 줄 알고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긴가민가했는데. 맞는 거 같지?”


파밀라가 조용히 묻자 자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거 같아. 지금까지 느껴지는 거 보면 확실해.”


두 자매는 고개를 돌려서 뒤를 바라보았다. 등 뒤에서 따라오던 아리오네는 급히 눈을 내리깔고는 그녀들의 시선을 피했다.


“이만 나오시지. 쥐새끼처럼 숨어서 졸졸 따라다니기는. 칼로 두 토막을 내기 전에 어서 나와.”


파멜라가 허공에다 대고 소리쳤다. 그러자 커다란 나무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망토를 벗자 에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 사막에 있던 놈이잖아. 왜 우리를 미행하지?”


에단의 얼굴을 알아본 파밀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확인해 볼 것이 있어서 그렇다.”


에단의 말에 두 자매가 코웃음을 쳤다.


“완전 정신 나간 놈이네. 확인할 게 있어서 사막에서부터 며칠 동안을 쫓아와? 목숨이 열 개라도 되는 모양이지?”


“혹시 빛의 탑에 대해서 알고 있나?”


그녀들의 도발을 무시한 채 에단이 물었다.


“빛의 탑? 이건 또 무슨 헛소리야? 너 혹시 마법사야?”


두 자매가 전보다 더 경계하며 물었다.


“그저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렇다. 빛의 탑에 온 적이 있나?”


“호호호. 제대로 미친놈이네. 갑자기 나타나서는 빛의 탑 얘기라니. 우리가 대답할 이유라도?”


파멜라가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헨리라는 이름을 알고 있나? 아니면 안드레아는?”


“이봐. 네놈 질문에 일일이 답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네놈 내장을 꺼내다가 개한테 줄테다.”


“난 저놈 피도 마시고 싶은데. 호호호.”


두 자매의 위협에 에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미친년들.”


“어머. 우리보고 미쳤대. 변태처럼 뒤에 숨어서 미행하던 놈이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자. 이번에 우리가 묻지. 무슨 일로 우리를 미행했지? 대답한다면 최대한 고통 없이 죽여줄게.”


두 자매가 지팡이를 꺼내 들며 더욱 위협적으로 말했다. 에단도 이에 질세라 재빠르게 품에 있는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허튼 생각마. 너 같은 놈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흐흐흐.”


“빛의 탑에서 물건이 없어졌다. 사람도 죽었고. 아는 바가 있나?”


“그래서 지금 우리를 의심하는 거야? 어둠의 마법사라서? 네놈들 구역질 나게 모순적인 줄 알았지만, 이거 너무한대. 빛의 탑에 가본 적도 없는 사람을 범인으로 몰다니. 언니. 난 오늘 저 새끼 꼭 죽여야겠어.”


“단지 조사를 하는 중이다. 너희를 범인이라고 한 적은 없어. 일의 배후가 어둠의 길드라면 혹시나 소문을 듣지 않았을까 싶어서.”


“그게 그 말이잖아. 정말 짜증 나게 하네.”


파밀라가 지팡이를 더욱 힘세게 움켜쥐었다.


‘아닌가?’


두 자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던 에단이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도와주세요.”


그 순간 아리오네가 에단을 향해서 소리쳤다.


“빛의 탑에서 오셨죠? 도와주세요. 저는 아르젠의 공주에요. 구해주세요.”


“이년 또 헛소리네. 닥치지 못해.”


자엘라가 아리오네의 팔을 잡아끌었다.


“구해주세요. 저를 아르젠으로 데려다 주세요. 저는 공주에요.”


잠시 고민하던 에단이 눈을 부릅떴다.


“소녀를 놔줘.”


그의 말에 두 자매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웃어젖혔다.


“호호호. 이제는 나보고 내가 산 노예도 풀어주라고? 더는 못 참아. 나 오늘 저 새끼 뼈를 갈아 먹겠어.”


파밀라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주문을 외웠다. 그 순간 하얀빛이 지팡이에 뿜어져 나와서는 에단을 향해 날아갔다.


“헉.”


에단이 급히 몸을 비틀며 바닥을 굴렀다.


“게지아.”


그의 주문에 하얀빛이 쏟아져 갔다.


“받아라.”


자매들도 물러서지 않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펑. 퍼엉.”


요란한 폭죽 소리에 주변에 있던 부랑자들이 혼비백산한 채 도망갔다. 아리오네은 몸을 숙인 채 그들을 지켜보았다.


“호호호. 제법 하는데. 우리 둘을 상대로 말이야.”


파밀라의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한동안 거친 공세를 주고받던 에단이 뒷걸음질치며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무슨 수를 내야 해.’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숨지 말고 나와. 이 고자 새끼야. 불알도 없는 놈 같으니. 호호호.”


자매들은 연신 에단을 향해 조롱을 퍼부었다.


그가 나무 위로 시선을 돌리자 청설모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가 지팡이를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제발 이 방법이 통하기를.’


그 순간 청설모의 눈이 붉게 변했다.


“펑.”


그때 에단의 머리 위에 있던 나뭇가지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불이 붙기 시작했다. 다시 대여섯대의 빛의 화살이 나무 기둥을 북처럼 두들겨댔다.


금방이라도 나무가 쓰러질 것 같았다. 에단은 숨을 크고 들이쉬고는 재빠르게 앞으로 뛰어나가며 주문을 외웠다. 두 자매는 예상했다는 듯 손쉽게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


“악.”


그때 자엘라의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청설모가 자엘라의 두터운 엄지발가락을 세차게 물어뜯었다.


‘지금이다.’


주문과 함께 에단의 지팡이에서 붉은빛이 날아가더니 자엘라의 몸에 정통으로 맞았다. 순간 그녀의 몸이 굳은 나무토막처럼 힘없이 뒤로 쓰러졌다.


“까아악. 언니. 언니.”


분노가 파밀라가 에단을 향해 미친 듯이 지팡이를 흔들어댔다. 에단은 몸을 한껏 낮춘 채 숲 속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 몸이 움직여.’


자신에 대한 속박이 풀린 것을 감지한 아리오네는 슬금슬금 뒤로 몸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크악.”


저 멀리서 에단의 비명이 들려왔다.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동시에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는 파밀라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또 다른 마차가 고야 사막을 벗어났다. 화려하게 장식된 첫 번째 마차 뒤로 허름한 두 대의 마차가 뒤따랐다.


가장 마지막 마차에는 이반을 비롯하여 여섯 명의 소년들이 손과 발이 묵인 채 앉아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지친 기색을 한 채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한동안 조용히 있던 이반이 입술을 달짝였다.


“우리 성···노예로 팔린 거야?”


그의 물음에 자이드가 눈을 떴다.


“그런 거 같아. 저 새끼 인상이 딱 그래.”


이반이 다른 소년들의 눈치를 봤다. 다들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이반이 나직하게 물었다.


“어떻게 되긴. 돈 받고 몸 파는 거지.”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아.”


자이드 옆에 앉아 있던 구릿빛 피부의 소년이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뭐···라고?”


이반이 다시 물었다.


“단순히 몸만 주는 게 아니라고. 상대방이 요구하는 건 그게 어떤 변태 같은 짓이라도 해야 해.”


“변···태 같은?”


자이드가 물었다.


“너희들 보아하니 저 새끼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저 돼지 같은 놈? 저게 누군데?”


자이드가 묻자 소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저 새끼 이쪽 세계에선 꽤 유명한 놈이야. 소년들만 노예로 삼는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저 새끼가 상대하는 놈들은 완전 변태에 미친놈들 뿐이라고.”


“놈···이라니. 왜 놈이야. 년이 아니고?”


자이들의 물음에 소년이 코웃음을 쳤다.


“저놈은 남자들만 상대해.”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듣고 있던 이반이 놀라서 물었다.


“그럼 지금 우리가 남창으로 팔렸다는 거야?”


자이드 역시 놀라서 소리쳤다.


“조용히 해. 저놈이 사가는 애들 좀 봐봐. 다들 반반하지 않아?”


소년에 말에 이반과 자이드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다들 미남이라고 할 만큼 매력적인 얼굴과 몸을 소유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남···자한테 돈을 받고 판다고?”


자이드가 놀랐는지 말을 더듬거렸다.


“저 새끼 손에 유린당한 애들만 수백이 넘어. 어떤 놈은 자살까지 하고. 어떤 놈은 죽을 때까지 맞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애가 있으면 애완동물 대하듯 가지고 놀다가 버린다니까.”


“미···쳤어. 너···희들은?”


마차 안에 있는 소년들이 자이드의 시선을 피했다.


“저 미친 돼지 새끼가 너희를 다 가지고 놀았다고? 이···반. 우리 도망가자. 당장 도망가자고.”


자이드가 이반의 손을 잡고는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채 소리쳤다. 그 순간 마차가 멈춰 서고는 문이 열렸다.


“야. 너 내려.”


한 사내가 이반을 향해 소리쳤다.


“저···요?”


이반이 겁을 먹은 채 더듬거렸다.


“그래. 너. 빨리 내려.”


사내가 이반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 순간 이반과 눈이 마주친 소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두 번째 마차를 지나진 채 이반을 맨 앞에 있는 화려한 마차로 데리고 갔다.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해라. 허튼짓 했다가는 네놈 제삿날인 줄 알아.”


사내가 이반을 향해 위협적으로 말했다. 이반은 영문도 모른 채 마차 안으로 올라탔다.


안에는 알비아노가 한 손으로 부채를 흔들며 창 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 문이 닫히자 마차가 출발하자 그가 이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겁먹지 마. 몇 살이야?”


그의 육중한 몸과 어울리지 않는 간드러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열···여섯살이요.”


“어머. 아직 아기네.”


그러더니 한 손으로 이반의 팔을 스윽 만졌다. 이반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여자 경험은?”


“네?”


“여자 경험은 있어? 앞으로 일을 해야 되서 물어보는 거야.”


그의 시선에 이반의 가슴에 고정된 채 물었다.


“없···어요.”


“없어? 열여섯인데 없어? 이거 물건이네. 호호호.”


알비아노의 교태어린 웃음소리가 이반의 귀를 거슬렸다.


“남자는? 남자 경험은?”


“뭐···요? 무슨 소리에요.”


순간 이반의 귀가 빨개지며 말까지 더듬거렸다.


“어머. 너 혹시. 남자 좋아하니? 어머. 그런 거야? 호호호. 내가 이 바닥이 몇 년짼데. 어머. 어머. 아주 땡 잡았네.”


알비아노는 신이 나서는 손뻑을 치며 좋아했다.


그날을 시작으로 알비아노는 틈만 나면 이반을 자신의 마차로 불러댔다. 그리고는 기름지고 뚱뚱한 손으로 그의 얼굴, 사타구니, 다리, 목 등을 쓰다듬었다.


“이···러지 마세요.”


덩치가 자신보다 두 배나 큰 그에게 이반의 저항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거절은 알비아노의 욕정에 기름을 퍼부었다.


“앙 탈진 게 더 재미난 거 알지. 흐흐흐.”


그리고는 며칠간 이어진 그의 희롱을 견디다 못한 이반은, 한번은 그가 자신의 목에 입맞춤하려고 하자, 그의 귀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아악.”


알비아노의 비명에 마차가 급하게 멈춰 섰다. 사내가 문을 열자 알비아노가 한 손으로 귀를 감싸 쥐었다. 그 밑으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이 새끼. 죽여버려. 감히 나를 물어? 죽여. 죽여.”


그가 미친듯 소리를 지르자 사내들이 이반을 바닥에 끌어내서는 무참히 발길질해댔다. 잠시 후 마차 안으로 돌아온 이반을 보며 자이드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괜···찮아?”


“으···응”


얼굴이 퉁퉁 부은 이반이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웃음이 나오냐? 너 죽을 뻔했어.”


그날 이후로 알비아노는 이반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소년이 불려 갔다.


이반은 온몸의 근육이 뒤틀린 듯 고통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더는 희롱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다.


“나 생각한 게 있어.”


이반이 조심스레 자이드를 향해 말했다.


“뭔데?”


“우리가 탈출하는 방법.”


이반의 말에 자이드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방법이 있어?”


이반이 고개를 끄덕이며 품 안에서 한쪽 날이 날카롭게 갈린 돌을 꺼내 들었다.


“아···직도 갖고 있어?”


이반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어떡하려고? 저 새끼 주변에 있는 놈들이 몇인데.”


“생각한 게 있어. 가능할지도 몰라. 대신 너는 다른 애들한테 도망갈 준비나 하라고 해. 내가 신호를 줄 거야.”


“신호? 그게 뭔데.”


“알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바로 도망쳐.”


이반의 말에 자이드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몇 일 뒤 그들은 한 여관 앞에 도착했다. 알비아노 한쪽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마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이반이 그의 앞으로 달려가서는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바닥에 쿵 하고 박았다.


“잘···못했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어머. 뭐야. 깜짝 놀랐잖아.”


이반이 고개를 들고는 울 것 같은 표정을 한 채 알비아노를 쳐다보았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어려서, 경험이 없어서, 주인님께 몹쓸 짓을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리고는 두 손으로 그의 한쪽 발을 붙잡았다. 호위하던 사내들이 다가오자, 알비아노가 그들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얘가 돌았나. 갑자기 왜 이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저쪽으로 꺼져있어.”


“주인님만 괜찮으시다면 제 첫···경험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반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뭐? 첫···경험?”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던 알비아노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스쳐 갔다.


“주인님만 괜찮으시다면.”


이반의 간절한 표정에 알비아노가 잠시 고민에 잠겼다.


“흠. 이놈 이따가 내 방으로 데려와. 진심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겠지.”


그리고는 등을 돌려서 여관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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