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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H 님의 서재입니다.

흩어진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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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남
작품등록일 :
2021.10.09 10:28
최근연재일 :
2021.12.04 12: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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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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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수 :
29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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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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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26 장: 예상치 못한 방문

저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DUMMY

소녀의 방과 어울리지 않게 아리오네 방은 수 백 권의 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녀에게 있어 책은 지식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그녀가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외모 때문에 겪어야 했던 자존감의 상실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그녀는 책을 통해서 해방했다.


그렇게 자신을 남들과 격리시키고 자신만의 세상에서 자라온 그녀에게 있어서 책은 오히려 세상과 자신을 연결햊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였다.


그런 그녀가 읽고 있던 책을 바닥으로 힘껏 내던졌다. 그리고는 책상에 엎드리어 울음을 터뜨렸다.


그 일이 있었던 후,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 그리고 복수에 사로잡혔다.


자신의 결혼을 지옥 바닥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그들. 자신이 아닌 다른 여인을 탐했던 그.


가장 믿었고 신뢰했던 그녀로부터의 실망. 그렇게 알 수 없는 감정과 혼란한 마음에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번 울기를 반복했다.


머릿속으로는 그들의 잘못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로드리안도 마리도 피해자임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용서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로드리안을 보기 위해 그가 있는 감옥 앞까지 갔다가 발걸음을 돌리기가 수십 번이었다.


감옥 창살 사이로 언 듯 보이는 그의 몰골은 불과 얼마 전에 보았던 자신이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마리님은 그 일 이후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희생자는 마리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향한 알 수 없는 원망과 미움이 아리오네 마음속에 생겨났다.


‘미르테투스 놈들.’


총명한 아리오네는 누군가가 어떤 이익을 위해서 이러한 일을 저질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라진 시녀를 만나서 배후를 캐묻지 않더라도 이번 일로 인해서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가는 집단은 바로 미르테투스였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아리오네는 이번 일의 전후가 그려졌다. 그들의 뜻대로 젠은 지원군을 잃었고, 아르젠은 숲의 종족과 껄끄러운 사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아리오네도 잘 알고 있다. 남들의 시선을 피해서 성 안에만 숨어 지내던 자신이 실제로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남에 대한 원망 때문에 그녀의 나날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철컥.’


문이 열리고 새로운 시녀 한 명이 들어왔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성 안에서 일하던 모든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이루어졌다.


자신의 배경을 증명할 수 없는 이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성을 나가게 되었다.


“공주님. 차 드세요.”


시녀가 뜨거운 차를 들고 와서는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요즈음 공주의 안위를 걱정한 왕비는 공주를 위해서 숲의 끝에서만 난다는 대지의 숨결이라는 꽃으로 만든 차를 공수해왔다.


그녀의 심신이 안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어렵게 구해왔는데 다행히도 공주도 차에 마음에 들었는지 별말 없이 차를 비워냈다.


“공주님. 소식 들으셨어요?”


시녀의 물음에도 공주는 아무 말 없이 차만 들이켰다.


“오늘 왕궁에 손님들이 오셨는데 말이죠. 외모가 글쎄. 아주 아름다운 거에요.”


새로 온 시녀는 왕궁 예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자신만 보면 수다 떨기를 좋아했다.


자신이 특별히 대꾸하는 아니지만, 저렇게 옆에 와서 오늘 있었던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아리오네도 처음에는 신경이 거슬렸지만 이내 아닌 척하면 듣고 있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 너무 아름다워서 저분들이 누구죠? 하고 물어봤더니. 글쎄. 아세요? 숲의 끝에서 오신 분들이라는 거에요? 저는 숲의 사람들을 처음 봤지 뭐에요. 사람이 아닌가?”

“뭐라고?”


아리오네가 공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숲의 끝에서 왔다고?”

“그···그렇다니까요. 키도 훤칠하고 얼굴은 하얘 가지고 무슨 보석처럼 막 빛이 나고. 어찌나 잘 생겼는지.”

“지금 어디에 있어?”

“작은 접···견실이요. 근데 거기 다른 분들도...”


아리오네는 시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접견실로 향했다. 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가빠 오르는 숨을 참으며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문을 열어주세요.”

“전하께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당장 열어주세요.”


그녀의 무서운 눈빛에 병사들이 주춤하더니 이내 문을 열어 주었다.



접견실 안에는 주다스 왕을 비롯하여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 중 가운데에 서 있던 두 명의 남녀는 사람들을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눈부신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 명의 사내가 손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이것이 저희가 받은···”


그 순간 방문이 열리며 아리오네가 급하게 방 안으로 들어섰다.


“누구냐? 아무도 방에 들이지 말라고 했거늘.”

“왕이시여. 아리오네 공주입니다.”


아리오네 공주가 다가와서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녀를 보고 주다스 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가 어쩐 일로 여기를?”

“숲의 끝에서 오신 분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녀는 말을 하면서 중앙의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외견상으로는 마리님과 너무나도 비슷한, 그러면서도 또 다른 신비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품기는 이들이었다.


그녀의 말에 주다스 왕이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네가 참석할 자리가 아닌 것 같구나. 돌아가려무나.”

“어떻게 제가 참석할 자리가 아닌가요? 누구보다도 저와 관련된 일인걸요.”


자신을 바라보는 아리오네의 눈과 당당한 목소리에서 전에 없던 단호함을 읽어낸 주다스 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용히 하고 있어라.”


그의 말에 아리오네가 한 쪽에 마련된 빈 의자로 다가가 앉았다.


“죄송합니다. 쿠베트리님. 계속 이야기하시지요.”


주다스 왕은 중앙에 서 있는 한 남자를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 그는 아리오네를 잠깐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이것은 푸른 깃털이라는 것입니다.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가 짙은 파란색으로 된 얇은 깃털 하나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아니요. 본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숲의 종족들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위험한 순간이 왔을 때 이것을 날려보내지요. 그러면 하늘의 새가 이것을 물어서 저희에게로 가지고 오지요. 이것은 분명 마리가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마리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듯한데. 알 수가 없군요. 그녀가 아르젠으로 향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혹시 그녀가 이곳에 왔다 갔나요?”


쿠베트리의 질문에 주다스 왕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이곳에 두번째 뜨는 달에 계셨습니다.”

“그 후로는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숲의 끝으로 돌아간다고 하셨습니다.”

“그녀가 두 번째 뜨는 달에 이 곳을 떠났다면 분명 숲의 끝으로 돌아오고도 남을 시간인데, 그 사이 푸른 깃털을 보낸 것으로 보아 그녀에게 위험이 닥친 것이 분명하군요. 혹시 짐작 가는 일이 있나요?”

“그것이···”


주다스 왕이 말을 잇지 못하고 주저거렸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군요? 마리의 목숨과 관련된 일이니 숨김없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쿠베트리의 간절한 부탁에 주다스 왕이 결심한 듯 이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방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얼굴이 주다스의 설명을 듣는 동안 어둡게 변해갔다. 특별히 쿠베트리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녀가 숲의 끝으로 돌아오는 도중 사라졌다. 혹시 미르테투스에서 그녀를 노렸을까요?”

“단정할 수가 없지만, 그들이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쿠베트리가 옆에 있던 여인의 귀에 대고 조용하게 소곤거렸다. 그녀는 쿠베트리의 말을 듣는 동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쿠베트리가 주다스 왕을 쳐다보았다.


“저희는 마리의 행적을 좇을 예정입니다. 혹시 아르젠에서 도움을 주실 수가 있는지요?”

“당연히 도와야지요. 저희가 병사들을 내어 드리겠습니다.”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추적하는데 방해만 될 뿐이니. 움직임이 민첩한 서너 명이면 됩니다.”


쿠베트리의 말에 주다스 왕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돕겠습니다.”


그 순간 아리오네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주다스 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건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공주”

“왜 아닌가요? 이건 마리 님의 실종에 관한 일입니다. 저도 그분을 찾을 수 있게 허락해주세요. 제가 저분들과 함께 마리님의 행적을 좇겠습니다.”

“아무리 공주라지만 더는 떼를 쓴다면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 여기는 어린아이가 낄 자리가 아니다.”


주다스 왕의 질책에도 아리오네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저는 떼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어린아이도 아닙니다. 저의 결혼을 망치고, 젠의 왕자를 감옥에 갇히게 하고, 또 마리 님을 겁탈한 자들을 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또한, 마리 님이 사라지셨고, 이것 또한 미르테투스의 계략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가 어찌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버지께서는 항상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르젠의 사람은 진실을 밝히는 횃불이라고. 저는 이 일을 파헤치고 어떠한 자들이 이러한 계략을 꾸몄는지 알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아르젠의 공주로서 그들에게 이 모든 것들을 되갚아 주겠습니다. 저를 더는 어린아이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주다스 왕은 한평생 들어본 적 없는 그녀의 크고 날카로운 목소리에 너무도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한동안 그녀를 쳐다보았다. 방안의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찰나 주다스 왕의 입꼬리가 하늘로 향했다.


“너의 뜻이 그리하다면 말리지 않겠다. 하나 이 궁을 나가는 순간 아무도 너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없다. 또한, 공주라고 다른 특혜를 바라서도 안될 것이다. 네 목숨은 네가 책임져야 한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면 허락하겠다. 그래도 가겠느냐?”


그녀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면 허락하겠다. 조사단은 제릭 왕자가 이끌 것이다. 너는 옆에서 그를 보조하거라.”


자신의 하나뿐인 딸이 걱정되었는지 주다스 왕은 아들 중 한 명에게 사건 진상을 맡기었다.


“숲의 끝에서 오신 이들이여. 하루의 시간을 주십시오. 내일 당장 출발할 수 있게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주다스 왕이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방문을 나서려는 순간 쿠베트리가 아리오네를 불러 세웠다.


“용감하구나. 네가 분명 아리오네겠구나.”


아리오네가 등을 돌려서 그를 쳐다보았다. 너무나도 눈부신 그의 모습에 아리오네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를 아시나요?”

“예전에 마리가 너에 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지. 자신이 만나본 아이 중 가장 아름다운 아이라고.”

“당치도 않는 말씀이세요.”


아리오네가 얼굴을 붉히며 가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녀가 허튼소리를 했다고 생각하니?”


숲의 종족들은 진실만을 말한다고 알려진 이들이다.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아리오네도 알 길이 없었지만, 그들을 허풍쟁이 혹은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은 큰 실례였다.


“저의 무례를 용서하세요. 그런 뜻이 아녔습니다.”


그녀가 허리가 급히 숙여 보였다.


“우리도 알고 있어. 마리는 분명 진심으로 말한 거야. 가장 아름다운 아이라고.”


쿠베트리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을 거야. 중앙 대륙을 돌아다녀야만 하니까. 어린 네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 봬도 말도 탈 줄 알고, 책을 통해서 배운 게 많아요. 저를 데려가시면 꼭 도움이 될 거에요.”

“그래. 같이 마리를 찾아보자. 그녀에게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다음날 마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작은 수색대가 구성되었다.


아르젠의 셋째 왕자, 아리오네 공주, 두 명의 숲의 종족, 그리고 발 빠른 병사들로 구성된 이들은 아침부터 말을 몰며 아르젠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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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 38 장: 토벌대의 귀환 21.11.1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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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6 장: 예상치 못한 방문 21.10.31 3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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