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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H 님의 서재입니다.

흩어진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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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남
작품등록일 :
2021.10.09 10:28
최근연재일 :
2021.12.04 12:00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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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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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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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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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제 32 장: 영주 (2)

저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DUMMY

다음 날이 되자 아리오네 일행은 마리에 관한 소식을 얻기 위해 마을 중심부로 향했다.


아리오네는 예의 가면을 쓴 채 외투를 깊이 둘러쓰고는 푸치아와 함께 길을 나섰다.


아르젠의 수도에 비하면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작은 규모 마을이었지만 그래도 오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가 넘쳐났다.


아리오네의 호기심을 잡아끈 것은 바로 평민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디에서 사는지, 어떠한 생활을 하는지 등등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흉측한 외모 때문에 왕궁 밖의 사람들을 만나볼 일이 거의 없었던 그녀에게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둘러보던 중 어딘가에서 여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놓으세요. 도대체 언제까지 저를 괴롭히실 건가요?”


아리오네가 고개를 돌리자 골목 한구석에서 두 남녀가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저 사람은?’


사내를 알아본 아리오네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여인의 한 손을 잡은 채 비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는 어제 보았던 알랭 영주였다.


“비올라. 도대체 내가 뭐가 부족한대? 왜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거지? 난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어.”


알랭의 애원에도 여인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주님. 당신이 싫은 게 아니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요. 저는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당신의 마음을 받아줄 수가 없다고요.”


그녀는 알랭의 팔을 뿌리치며 말했다.


“하지만 나를 선택할 수 있잖아. 내가 당신을 이 마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줄게. 아니, 아르젠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게. 옷? 보석? 모든 말만 해. 내 아내가 된다면 내가 다 줄께.”


알랭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순간 비올라의 얼굴에 동정의 빛이 스쳐 갔다.


“영주님. 저는 그런 게 필요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와도 제게는 의미가 없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에요. 영주 님께서도 언젠가는 알게 되실 거에요.”


그녀가 자신을 지나치려 하자 알랭의 표정이 순간 분노로 물들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내가 보낸 선물은 다 뭐야? 그렇게 관심이 없었으면 받지를 말았어야지.”


알랭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누가 달라고 그랬어요? 당신이 무턱대고 보냈잖아요. 다시 돌려줘요? 다시 돌려줄게요. 그깟 선물들.”


이내 비올라의 표정이 동정에서 경멸로 바뀌었다. 그 순간 알랭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는 강제로 그녀의 입에 입맞춤하였다.


“꺅.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분노한 비올라가 알랭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알랭을 알아보고는 가던 길을 멈춰 섰다.


당황한 알랭의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


“이···이년이.”


그리고는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


“꺄악.”


바닥에 쓰러진 비올라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알랭을 쳐다보았다.


“네년이 감히 나를 때려? 나 알랭을? 가만두지 않겠어. 네년을 짓밟아 주겠어.”


알랭은 비올라를 향해 욕을 내뱉고는 급하게 사람들 사이로 사라져갔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오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미친놈. 거절당했다고 여자를 때려? 짓밟아주겠다고? 어제는 그렇게 어수룩한 척하더니 완전 밴댕이네. 진짜 생긴 대로 노네.’


조금 전의 소란을 뒤로 한 채 아리오네와 푸치아는 마을 전체를 둘러보았다.


“쿠베트리 님께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으셨으면 좋겠네요.”


아리오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리가 은밀히 움직였다면 단서를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거야. 일단 기다려보자.”


푸치아가 위로하듯 말했다. 둘은 마을 한 쪽에 있는 커다란 돌 위에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물어볼 게 있는데요. 숲의 종족도 결혼이라는 걸 하나요?”


아리오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지. 숫자가 많지 않은 우리에게 종족 보존은 중요한 일 중 하나야.”


“그러면 푸치아님도 결혼하셨어요?”


아리오네의 물음에 푸치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럼. 자식도 있단다.”


“정말요? 그런데 숲의 종족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에요? 제 말은 인간들은 결혼했다가 이혼도 하고, 어떤 곳은 부인이 여러 명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아리오네의 물음에 푸치아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숲의 종족은 서로 사랑을 하게 되면 둘만의 끈이 만들어져. 마치 나무줄기처럼 서로의 마음을 감싸 안는 거지. 결혼은 그저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 서약식 같은 거야.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평생을 함께해.”


아리오네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굉장히 낭만적이네요. 그러면 결혼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는 않나요?”


아리오네의 얼굴에 언뜻 슬픈 기색이 스쳐 갔다.


“상대방을 통해서 얻을 것도 없으니 이용될 일도 없지.”


생각보다 간단한 그녀의 대답에 아리오네는 순간 멍해졌다.


“혹시 마리 님은 결혼하셨나요?”


그녀의 물음에 푸치아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리는 우리 중에서도 특이했어. 옛날부터 얽매이는 것을 싫어했지. 관습이란 걸 따르지 않았던 게 아마도 마리였을 거야. 나도 항상 그게 의문이었거든.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 어떤 때는 그녀의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것 역시 나의 편견이었더라고. 숲이라는 공동체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개인이라는 나무를 보지 못했어. 너도 알다시피 타종족에 배타적인 우리가 그런 마리를 어떻게 대했겠니? 마리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지. 어쩌면 그래서 너에게 더욱 관심을 뒀는지도 몰라. 남들과 다르다는 게 어떤 건인지 잘 아니까.”


푸치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 아리오네의 마음이 뭉클해졌다.


‘마리 님께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고?’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마리에게도 어두운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안도감마저 느꼈다. 그 순간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저 새끼가 훔쳤다고. 저놈이 우리 집 가보를 훔쳤다고.”


익숙한 목소리에 아리오네가 소리가 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마을 한복판에는 알랭과 몇 명의 사내들이 앳되어 보이는 청년을 둘러싼 채 욕설을 내뱉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아니에요. 저는 훔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물건이 발이 달려서 네놈 가방으로 들어갔냐? 우리 영주 님이 오냐오냐해주니까 이제는 도둑질까지 해.”


알랭 일행 중 한 사내는 얼굴이 시뻘건 채 청년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였다.


바닥에는 청년의 가방이 떨어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청년의 물건으로 보이는 것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 황금색 테두리에 빨간 루비가 박힌 손바닥만 한 크기의 브로치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런 도둑놈은 당장 그 팔을 잘라버려야 해. 이 새끼 팔 잡아.”


사내가 소리치자 함께 있던 일행이 청년의 팔을 결박했다.


“살려주세요. 영주님. 저는 훔치지 않았어요.”


청년이 눈물로 호소했지만, 알랭의 표정은 싸늘하기만 했다.


“저 물건이 어떤 건인지 알아? 과거 나의 할아버지께서 전장에 참여한 공으로 주빌리온 전하께서 직접 하사하신 물건이다. 감히 그 물건에 손을 대? 네놈이 그러고도 살기를 바래? 손모가지 하나로 끝나는 것을 감사해라.”


알랭이 사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살려주세요.”


그 순간 비올라가 다급하게 뛰어와서는 알랭의 발에 무릎을 꿇었다.


“살려주세요. 영주님. 이자는 물건을 훔칠자가 아닙니다.”


비올라의 등장에 알랭이 놀라서는 한걸음 물러났다.


“비올라. 네가 이자를 어찌 알지? 둘이 무슨 관계야? 당장 말해.”


그의 물음에 비올라가 주저거렸다.


“저의 약혼자입니다.”


“약혼자?”


문득 알랭이 비올라에게 가보에 대해서 자랑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물건은 우리 집안의 가장 귀한 물건이다. 이걸 판다면 성 한 채는 당장 살 걸.’


알랭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혹···시 네년이 이자에게 물건에 대해서 알려줬어? 그런 거야? 네년이 우리 집에 들락거린게 한두번이야? 대답해. 네년이 시킨짓이야?”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는 물건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녀가 울먹거렸다.


“하지만 집안에 꼭꼭 숨겨있어야 할 물건이 어찌 저자의 가방에 있어?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네놈이 필시 우리 집에 왔을 때 물건을 훔쳤겠다. 당장 이년도 잡아.”


알랭이 소리치자 사내들이 비올라를 사로잡았다.


“저 새끼 손모가지 당장 잘라. 영주의 물건에 손을 대는 놈은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주지.”


“안됩니다. 대장장이가 손이 없으면 어떻게 일을 합니까? 살려주세요.”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자가 무기를 만든다니 안될 말이지. 뭣들 해? 당장 잘라.”


“살려주세요.”


비올라와 그녀의 약혼자가 울며 애원했는지 알랑은 들은척 만척 했다.


그 순간 청년의 팔을 잡고 있던 사내가 날카로운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안···돼. 안돼.”


“슈욱.”


사내는 일말의 지체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으악. 내 팔. 내 팔.”


청년의 한쪽 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알랭이 허리를 숙여서는 울고 있는 비올라의 귀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었다.


“저런 하찮은 놈을 선택한 네년의 어리석은 결정에 대한 대가다. 어디 네년이 말하는 행복이 얼마나 가는지 두고 보지.”


알랭은 그녀를 노려보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브로치를 주어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영주의 집으로 돌아온 아리오네는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자 분노가 끌어 올랐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범인이라는 의심만으로 팔을 자른다고? 물증이 옆에 있었지만 뭔가 앞뒤가 안 맞아.’


그녀로서는 처음 보는 충격적인 장면에 혼란스러워졌다.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에 실망이 되었다.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어.’


아리오네는 자신의 일행 중 한 병사를 조심스레 불러냈다. 그녀가 그의 귀에 대고 속닥거리자 사내가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저녁 영주의 가족과 아리오네 일행이 만찬 실에 모였다.


라드밀라는 다음 날 떠나는 일행을 위해 자신의 곳간과 농장에서 가장 귀한 것으로 풍성한 저녁을 차리었다.


식탁 위에는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돼지 한 마리가 기가 막힌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이런 환대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제릭 왕자가 포도주가 든 잔을 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언제고 다시 뵙는 날이 왔으면 좋겠군요. 호호호.”


라드밀라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행들은 당분간 언제 먹을지도 모르는 기름진 음식과 포도주를 정신없이 들이켰다.


“아리오네 공주께서는 이번 여행을 마치시고 다시 궁으로 돌아가시겠군요.”


라드밀라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요.”


아리오네에게서 차가운 목소리라 흘러나왔다.


“실례가 안된다면.”


라드밀라가 잠시 주저거렸다.


“말씀하시죠.”


아리오네의 말에 라드밀라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저희 모자가 아르젠 궁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알랭이 공주님에게 좋은 말벗이 되어 드릴수도 있고요. 호호호.”


그녀가 최대한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번 일을 기회로 왕궁과 연을 대고자 하는 그녀의 의중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어렵겠네요. 궁에는 아무나 들이는 법이 아니라서요.”


“네?”


예상외의 차가운 대답에 라드밀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옆에 있던 제릭 왕자도 아리오네를 쳐다보며 두 눈을 껌뻑거렸다.


“궁에는 온갖 사람들이 드나들지요. 개중에는 악한 의도를 숨기고 드나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숨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썩은 악취.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속은 썩어 문드러진 자들을 저는 왕궁에 들일 수가 없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라드밀라가 모욕감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아리오네. 지금 뭐 하는 거야?”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한 제릭 왕자가 아리오네를 향해 소리쳤다.


“알랭 영주. 사랑하는 사람에게 거절을 당하셨지요. 그런데 복수가 꽤 치졸하더군요. 치졸한 것을 넘어서 아주 극악무도하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라드밀라가 소리쳤다.


“당신의 아드님께서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에게는 약혼자가 있었지요. 물론 그녀는 영주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주, 당신이 한 짓이 무엇이던가요? 약혼자를 도둑으로 몰아 팔을 자른 것도 모자라, 사랑하던 여인을 공범으로 몰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리오네의 말을 들은 라드밀라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무리 공주라지만 그러한 터무니 없는 비난에는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알랭. 말해 보아라. 공주의 말이 사실이야?”


알랭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의 말이 사실입니다.”


“뭐라고? 왜 도대체?”


라드밀라가 소리쳤다.


“그것은 그자가 저희 가보를 훔쳤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그자에게 가보의 위치를 알려줬고 물건을 훔치라고 부추겼습니다. 제가 제때에 잡지 못했다면 하나뿐인 가보는 영원히 사라졌을 겁니다.”


알랭은 오히려 당당하다는 듯 어깨를 펴며 말했다.


“들으셨습니까? 공주님. 그자들이 저희의 가보를 훔쳤다잖아요. 그것은 팔을 자르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알랭은 오히려 그들에게 자비를 보여준 겁니다.”


“자비?”


아리오네가 비웃음을 흘렸다.


“들어오세요.”


그 순간 만찬 실의 문이 열리며 아리오네 일행 중 한 명인 사내가 들어왔다.


“저 물건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가보라는 게?”


아리오네의 말에 사내가 빨간 루비가 박힌 브로치를 들어 보였다.


“저것이 어떡해? 맞습니다. 저희 가문의 가보입니다.”


라드밀라가 흥분해서는 소리쳤다.


“영주.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낮에 그들이 훔친 가보는 진짜여야지요?”


아리오네의 물음에 알랭 영주의 표정이 하얘지더니 이내 새파랗게 질렸다.


“가보는 하나뿐이고 그건 이 집안 어딘가에 꼭꼭 숨겨져 있으니까요. 그렇지 않나요? 그럼 저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아리오네가 고갯짓을 하자 사내가 온 힘을 다해 가보를 땅바닥으로 내던졌다.


“안돼.”


라드밀라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보가 땅에 부딪히며 산산조각이 났다.


“저게 도대체.”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두 눈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저건 가짜입니다. 유리로 만들어진 가짜. 진짜는 아직 이 집에 있습니다. 영주. 왜 이런 짓을 했나요? 제가 말씀드릴까요? 비올라의 약혼자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가짜 가보를 만들어서는 그의 가방에 몰래 집어넣은 거죠? 분명 비올라가 나타날 것을 알았으니까. 그리고는 그 둘을 범인으로 몬 거에요. 사랑을 거절당했다고 취한 행동치고는 너무 악랄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 당신 같은 자들은 왕궁으로 들일 수 없다는 거에요.”


당황한 알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급하게 만찬 실을 빠져나갔다.


다음 날 아침 라드밀라와 하인들이 아리오네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 집 앞으로 나왔다.


아리오네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영주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제 아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공주님.”


라드밀라가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민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에게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비올라와 그녀의 약혼자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예의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왔다.


“걱정마십시오. 제가 이미 조치를 취해 두었습니다. 이런 추태를 보여 드려 죄송합니다. 부디 안전한 여행이 되기 바랍니다.”


허리를 굽힌 라드밀라를 뒤로 한 채 아리오네 일행이 말을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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