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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H 님의 서재입니다.

흩어진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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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남
작품등록일 :
2021.10.09 10:28
최근연재일 :
2021.12.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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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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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29 장: 사건 조사

저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DUMMY

빛의 탑에 들어온 지 이제 오 년이 조금 지났지만, 에단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믿었다.


가난하기 그지없는 집안에서 일곱 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그는 하루라도 배부르게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위로는 형과 누나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아래보다 자신보다 어린 두 동생을 뒤치닥꺼리 하느라 정작 본인은 끝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지긋지긋한 집안을 탈출할 수 있다면 그는 뭐라도 할 작정이었다.


그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그는 어려서부터 마법에 재능을 보였다. 그러한 재능은 타고나야만 했기에 노력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녔다.


그의 재능이 알려지자 마을 밖에 있던 ‘빛의 신의 사제들’이라 불리는 수도회에서 그의 부모에게 얼마간의 돈을 주고 그를 데려가기로 요청한다.


당연히 부모는 한 입이라도 식구를 줄일 수 있다면 기꺼이 보낼 마음이었는데 돈까지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에단 역시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했기에 가족들과의 이별은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다.

수도원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그의 성격과 잘 맞았다.


온종일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단조로운 생활이 그는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먹을 것 걱정 없이 그저 공부만 하면 되었기에 마치 자신이 선택받은 자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수도원에서 다 자란 에단은 그의 능력을 인정받아 빛의 탑에서 일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조건이 더 좋은 왕궁이나 기사단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묻지만, 자신은 오히려 높으신 분들에게 굽실거리지 않아서 좋다고 여겼다.


그렇게 빛의 탑에 적응한 에단은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 무난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다른 날과 달랐다. 자신을 비롯하여 빛의 탑에 소속된 몇 명의 일원들이 긴급하게 소집되었다.


회의실로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자연스럽게 가장 구석진 자리에 가서 앉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델라나님?”


금발의 머리를 단정히 빗어넘긴 한 남자가 물었다.


“저희 모두를 부르신 걸 보아 중요한 일인 거 같은데요?”


옆에 앉아 있던 짙은 갈색 머리의 여인이 델라나로 불린 백발의 노인을 보며 물었다. 이내 델라나가 안경을 고쳐 쓰고는 좌중을 쓱 살펴보았다.


그가 에단을 보자 코를 살짝 찡긋거렸다.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는 듯한 태도에 에단이 킥킥 거렸다.


“오늘 아침 도시의 경비대장이 다녀갔다네.”


델라나가 살짝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경비대장이요?”


금발의 사내가 의아한 듯 물었다.


“그래. 안드레아가 살인에 연루되었다는군.”


그의 말에 방 안에 있던 이들이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살인이라니요?”


갈색 머리 여인이 처음 듣는다는 듯 물었다.


“그의 친구 중에 헨리라는 자가 어젯밤에 피살을 당했는데 그 자리에 안드레아가 있었다는군. 그리고 이 일은 빛의 탑과도 연관이 있다네.”


그의 목소리가 전보다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자의 죽음이 저희와 연관이 있다고요?”


여인의 물음에 델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일 전 안드레아가 빛의 탑 꼭대기 방에서 반지 하나를 훔쳤다는군. 그 반지를 헨리라는 자한테 돈을 받고 넘겼고. 그런데 반지를 건네받은 자가 어제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고.”


예상치도 못한 말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빛의 탑에서 물건을 훔친 것도 모자라서 그자를 죽였다고요?”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안드레아가 전부 그런 짓을 벌였다는 건가요?”

“안드레아는 이런 일을 벌일 정도로 악랄한 사람이 아닌데, 뭔가 잘못된 건 아닌가요?”


방 안에 있는 이들이 하나같이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했다.


“듣기로는 안드레아가 도박에 빠졌다는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반지를 훔친 모양일세.”


델라나의 말에 금발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가 놀음에 빠졌다는 소문을요.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경비대장의 말로는 안드레아가 반지를 넘겨준 며칠 후 헨리를 다시 찾아갔는데 그가 갔을 때는 헨리가 이미 죽어 있었다는군. 그걸 헨리의 아내가 목격했고.”


갈색 머리 여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그의 말을 어찌 믿나요? 안드레아가 정말로 헨리를 죽였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 둘 사이에 다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물론 안드레아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델라나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드레아가 범인이 아니라면 다른 누군가의 소행일까요?”


무리 중 백발이 성성한 사내가 궁금한 듯 물었다.


“경비대장의 말로는, 물론 안드레아의 주장이지만, 누군가가 헨리에게 빛의 탑에 있는 반지를 찾아 달라고 의뢰를 했다네. 헨리는 안드레아가 빛의 탑에서 일하는 것을 알고 그를 설득한 것이고. 안드레아는 그 의뢰인이 범인이라고 주장한다네.”

“그를 본 적이 있나요?”

“안타깝게도 누구도, 안드레안을 포함해서, 그를 본 적은 없네.”

“그러면 거짓말수도 있겠군요.”


갈색 머리 여인이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방 안에 있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몇몇은 안드레아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중얼거렸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반지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니까. 반지를 넘긴 안드레안은 감옥에 있고, 반지를 받은 헨리는 죽었고. 제삼자의 소행을 배제할 수도 없지.”


델라나의 눈이 무한한 지혜를 품은 것처럼 밝게 빛났다.


“만약 그렇다면 그자는 아주 주도면밀하고 무서운 자이군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이 모든 일을 꾸미다니.”


갈색 머리 여인이 분하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런데 훔쳐간 물건은 어떤 것인가요?”


금발의 사내가 물었다.


“아침에 조사를 해봤네만. 생각보다 별다른 기록이 없더군. 남아 있는 것이라곤 그 반지를 보낸 이에 대한 출처와 그가 남긴 짤막한 메모가 전부였네.”

“그러면 보낸 사람이 누군가요?”


금발 사내의 물음에 델라나가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세월의 흐름으로 말라버린 그의 얼굴이 그나마 남아 있던 생기마저 잃은 것처럼 보였다.


“반지를 보낸 이는 바로 어둠의 마법사. 아크웰이라네.”


방 안에 있던 이들 중 반은 의아한 표정은 지었고, 반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크웰이라. 그의 물건이라고?”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민머리 노인이 물었다. 델라나가 그를 향해 눈짓을 보내고는 다시 좌중을 쳐다보았다.


“자네들 세대 때는 어땠는지 몰라도 우리가 자라던 시기에 그의 이름은 아주 공포스러웠지. 죽음을 대행하는 자. 죽이는 자. 악마의 대리자 혹은 악마의 현신 등등 그를 일컫는 수식어만 수십 개였지.”


델라나에 말에 민머리 노인이 끼어들었다.


“그가 바로 백년 전에 중앙 대륙을 공포로 몰고 간 장본인이지. 그의 손에 죽은 자들만 수백 수천에 달해. 그는 어둠의 힘을 이용해서 아주 악랄한 짓을 많이 했지. 당시 악마가 현신했다고 할 정도로 모두가 그를 무서워했지. 그 때문에 멸망한 일족과 심지어 나라들도 있었어.”


두 노인의 말에 갈색 머리 여인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그런 자가 보낸 물건이라고요? 그런데 왜 저희는 몰랐을까요?”

“몰랐다기보다는 잊혀졌다고 해야겠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잊혀 가듯 그의 이야기도 점점 희미해져 갔지.”

“그런데 발견하신 메모는 무엇이었나요?”


금발 사내의 말에 델라나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보게. 아크웰이 그렇게 무서운 자였지만 말년에 그가 어떻게 보냈는지는 전해진 바는 거의 없네. 어디에서 죽었는지, 무엇을 남겼는지 아무도 모르지. 그런데 그가 당시 빛의 탑 초대 수장이셨던 아달베오르님에게 말년에 반지 하나를 보냈다더군. 그가 남긴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네. ‘아달. 그대에게 어둠의 파편을 남기네. 그대의 빛이라면 이것을 가려줄 거라 믿네. 참회의 길 한가운데서. 아크웰.’”

“참회의 길이라니. 남긴 글만 보면 마치 그가 회개한 것처럼 들리는군요. 하나 어둠의 파편이라니. 그건 어감이 좋지 않네요.”


갈색 머리 여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지. 당시에 그가 남긴 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던 것 같네. 어둠의 파편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둠의 힘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파편이라 했으니 그 말은 반지가 더 있다는 것인지 아무도 몰랐지. 그렇게 반지를 지금까지 보관해 왔는데···”


델라나가 말끝을 흐렸다.


“그것이 사라졌다면 훔친 이의 의도가 분명하군요. 반지에 담긴 어둠의 파편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을 노렸다고 봐야겠군요.”


금발의 사내가 확신에 찬 듯 말했다. 델라나도 동의하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심각한 일이군요. 살인을 저지르면서까지 반지를 원했다면. 혹시 짐작 가시는 곳이라도 있으신가요?”


갈색 머리 여인의 물음에 델라나의 눈이 빛났다.


“단정 지을 순 없지만, 혹시 그들이 아닐까 싶네. 검은 길드.”


그의 말에 방 안에 있는 이들은 적잖이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수긍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요. 어둠의 힘을 섬기는 이들이 아크웰의 반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저라도 분명 찾으려고 했을 겁니다.”

“어찌하실 건가요?”

“누가 이 일의 배후인지 조사를 해야겠지. 빛의 탑에서 물건이 없어졌는데 아무 것도 안 한다면 그것 역시 체면과 관련된 일이니”


델라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모두가 연한 미소를 지었다.


“누구를 보내실 건가요?”


갈색 머리 여인은 마치 자신을 보내달라는 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물었다.


“아무래도 이런 일은 경험이 있는 자가 맡아야···”


금발의 사내도 말을 거들었다. 델라나는 좌중을 스윽 훑어보더니 그동안 한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듣고만 있던 에단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자, 에단이 침을 꿀꺽 삼키었다. 그리고는 제발 자신을 보내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었다.


“이번 일은 에단 자네가 맡아줬으면 싶은데.”


갈색 머리 여인과 금발의 사내가 실망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반대로 에단은 생각지도 못한 선택에 부담스럽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단은 이내 체념한 듯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델라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가겠습니다.”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조사만 하게. 너무 깊게 들어가지는 말고. 위험할 수도 있으니. 배후를 알아낸다면 그 후에는 단체 행동을 하지.”


손자를 대하는 듯한 인자한 어조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빛의 탑 보안도 철저히 해두게. 이번 일이 어떠한 파장을 몰고 올지 알 수 없지만, 다들 준비를 해야 할걸세.”


델라나의 눈에서 전에 없던 강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에단아.”


방을 나서려던 찰나 델라나가 그를 불러세웠다. 에단이 고개를 돌리며 쳐다보았다.


“내가 너에게 이 일을 맡겨서 싫으냐?”

“아닙니다. 그저 저에게 맡기시기에는 큰 일인 것 같아서요.”

“네가 뛰어난 아이인 걸 내가 잘 안다. 이번 기회에 세상을 경험하길 바란다. 네가 배우고 익힌 것들을 써먹을 좋은 기회가 될 거야. 잠시 따라오너라.”


두 사람은 델라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받거라.”


델라나가 감색으로 만들어진 주머니 한 개를 책상 위에 올리며 말했다. 꽤 무게가 나가는 듯 쿵 소리를 냈다.


에단은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열어보았다.


“이것들은?”


그 안에는 갖가지 약초와 빛나는 수정석, 책등이 들어 있었다.


“너의 여행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가지고 가라. 빛의 탑에서도 필요한 것이 있거든 챙겨가고.”

“감사합니다.”

“명심해.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는 지체 없이 도망가야 해.”


델라나가 한 손을 에단의 어깨가 살며시 올리며 말했다.


그의 눈빛에서 따뜻한 인자함을 느낀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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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39 장: 이반 21.11.17 40 0 16쪽
39 제 38 장: 토벌대의 귀환 21.11.16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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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 35 장: 모종의 거래 21.11.11 34 0 13쪽
35 제 34 장: 요정의 땅 21.11.10 36 0 17쪽
34 제 33 장: 타곤 일족과의 만남 21.11.09 32 0 16쪽
33 제 32 장: 영주 (2) 21.11.08 38 0 16쪽
32 제 31 장: 영주 (1) 21.11.07 4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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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9 장: 사건 조사 21.11.03 37 0 12쪽
29 제 28 장: 빛의 마법사의 부정 (2) 21.11.02 37 1 9쪽
28 제 27 장: 빛의 마법사의 부정 (1) 21.11.01 36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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