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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님의 서재입니다.

해체가가 왜 그럴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doha93
작품등록일 :
2021.05.12 15:20
최근연재일 :
2021.06.16 10:52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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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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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글자수 :
199,876

작성
21.06.07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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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상인-2

DUMMY

<상인>


이 시간대의 불침번은 가장 큰 위험과 동반한다. 다른 이들이 가장 깊숙이 잠든 시간이며, 달빛은 들어오지 않고. 그렇다고 해가 뜨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나와 용병 한 명은 한창 잠들 시간에 끌려 나와 불침번을 서야만 했다.

같이 나온 용병은 나를 힐끗 보고는 하품을 했다. 나를 쳐다본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머릿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 하필 나와도 이런 쓸모없는 해체가 녀석과 같이 나오게 되다니, 차라리 같이 온 여자와 같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배부른 소리에 불과했다.


"호위를 자처했다고?"


해체가인 걸 들켜버린 이상, 용병들에게 대우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그들에게 얕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본래 용병이라는 종속 녀석들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열한 녀석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에 대답에 용병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보통 해체가들의 모험가 지위를 보더라도 형편없는 꼴찌나 다름없었다. 그런 직업이 뭘 믿고 이렇게 자신에게 당당하게 대답하는지 용병으로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것이다.

어차피 이들의 고용주역시 나를 좋아했기에. 보통 용병이 무서운 이유는 그들의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진정한 무서움은 그들을 고용한 고용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름을 가진 용병을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일수록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은 컸다.


"흥 그래봤자 남들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이나 올릴 심상은 안 봐도 뻔하지. 혼자 갈 실력이 부족하니까"


안타깝게도 용병의 대답은 절반만 정답이었다. 실력은 있으나 가기 귀찮은 것뿐. 새벽부터 이런 생산성 없는 대화는 하고 싶지 않아 대충 그를 비꼬며 장단에 맞춰주었다.


"뭐, 아무렴 편할 데로 생각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지"


생각보다 머리가 똑똑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의 비아냥에 용병은 침을 뱉으며 작게 나불거렸다. 분명 평범한 자라면 들을 수 없었겠지만, 내 귀는 그렇지 못했다. 용병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병신 같은··· 그러니까 남자는 숲에다 버리고 여자만 재미로 데리고 자니까···"

"뭐라고 했냐?"

"......"


내가 못 들을 거라 생각했는지 용병은 입을 꾹 다문 채 다른 곳을 응시했지만, 한 번 더 물어보자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너 같은 새끼는 그냥 죽어버리라 했지, 그리고 너와 같이 온 여자는 우리와 재미 좀 보자고 말이야!, 안 그래도 적적했는데 뭐 어때 같이 좀 즐기면 안 되나?"


용병의 얼굴은 한순간에 짐승으로 돌변해 나를 덮칠 기세였다. 그렇지만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나를 모욕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동료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라면, 냉정을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용병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쇼트 소드를 뽑아들었다. 단순히 무기를 뽑는 것으로 겁을 줄 생각이었을 수도 있지만, 모험가 세계에서 무기를 꺼내드는 것은 곧 결투를 신청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나 역시 그를 따라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아주 해체가가 겁대가리 없이 뒤지고 싶은 거구나?... 나리도 이해가 안 된단 말이지, 아무리 우리가 인원이 모자라다 해도 이런 밥만 축내는 녀석과 같이 가다니, 사회생활은 몰라도 모험가 지휘는 하나도 모르나 보군"

"그러게 말이야. 너희 용병단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것 같군. 너 같은 새끼가 있는데 잘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말이야"

"널 죽이고 그 묏자리에서 여자와 재미 좀 봐야겠다"

"이런 짐승만도 못한 새...!"


쉬웅-!

나와 용병 사이의 격돌을 막은 것은 조잡해 보이는 창이었다. 창이 바닥에 박히자 나와 용병은 서로 한번 쳐다본 후, 근처의 나무와 돌 사이에 서둘러 엄폐했다. 나는 숨을 최대한 크게 들이쉬고 크게 외쳤다.


"습격이다!. 적들이 쳐들어왔다-!"


이런 병신 같은 상황이 또 있을까. 저런 멍청한 새끼랑 싸우느라 주변에 누가 왔는지 알지도 못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예리한 감각은 오직 용병에게만 향하고 있었다. 그만큼 아직 단련이 덜되었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이번 습격에서 살아남는다면, 저 용병 새끼에게 꼭 복수할 것이다. 냉정을 되찾자 예리한 감각은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멍청한 새끼 그거 하나 제대로 조준 못해? 네가 그러고도 밤의 눈이라 불리는 자냐?"

"죄송합니다. 이 실수는 저들의 죽음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다 죽여!, 다 죽이면 암살이나 다름없어!"


살의가 가득 찬 눈빛을 한 무리들이 우리들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나는 우선 나에게 달려오는 녀석들에게 덤벼들었다. 녀석들은 밤눈이 그다지 밝지 않은지, 내 나이프에 하나 둘 썰려나가기 시작했다.


"제기랄 안 보이잖아!, 불 켜 이 새끼들아 어차피 다 들켰어!"


자기들도 그것을 자각했는지 몇몇은 횃불을 들고, 주변을 밝게 빚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어서 죽여주십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불을 들자 더욱이 그들의 위치가 자세히 보였기 때문이다. 내 앞을 막고 있던 놈은 나무 방패를 들며 시간을 버는 것처럼 보였다. 단지 방패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이프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사용자였다면 말이다.

약점 파악의 효과가 하얀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내가 나이프로 방패를 찌르자, 방패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반으로 쪼개져버렸다. 실제로는 튼튼한 방패였을지도 모르겠으나, 나의 고유 기술에는 무력했다.


이 고유 기술은 굉장히 제멋대로인 것이, 어떤 것은 보이고, 어떤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의 강함이 나보다 강할 때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것 같아 보였다. 물론 상대방이 치명상을 입었을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믿었던 방패가 부서지자, 남은 검을 들고 뒤따라온 동료들과 합세했다. 나는 그들에게 공격할 틈을 주지 않도록, 지면을 박차 거리를 좁혔다. 상대방은 갑작스러운 행동에 검을 휘둘렀지만, 나이프 검을 쳐낸 후 빈틈이 드러난 목에 단숨에 나이프를 쑤셔 넣고 뺐다. 나이프가 인사하고 간 자리는 오로지 피만 반겨주고 있을 뿐이었다. 룬 문자가 새겨진 도신에 피가 묻으니, 살벌한 기운이 뿜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같이 성장하는 나이프라니. 지난날 큰 폭의 성장과 더불어 이 녀석도 성장한 것이 분명했다.


옆에 있던 두 녀석에게도 동일한 선물을 선사해 줬다.

쉬웅-!

다시 한번 멀리서 나를 향해 창이 날아왔다. 다행히 사고가속을 통해 던진 녀석과 날아오는 위치를 파악해두었다. 나는 당연한 듯 창을 피한후 멀리서 창을 던진 녀석을 노려봤다.

'다음은 너다'

자신을 노려본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서둘러 자리를 옮기는 듯 보였다. 허나 깊은 숲속이면 모를까, 뻔히 다 보이는 곳에서 추적하는 것이라면 식은 죽 먹기였다. 거기다 나도 투척에 관해서라면 꽤나 조예가 깊다. 숲에서 도망치는 녀석의 다리도 맞춘 적이 있지 않는가?. 나는 라이칸슬로프의 손톱으로 만들어진 나이프를 번쩍 들고 상대방을 향해 힘껏 던졌다. 평범한 칼날이라면 쉽게 무뎌져 오래 써먹지 못할 수법이지만, 튼튼한 몬스터의 손톱으로 만들어졌으니 이 정도쯤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나이프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


녀석을 제압해 본 대로 돌아오자, 상황은 정리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놓고 간 무기와 시체들로 가득차 있었다. 몬스터들이 시체 냄새를 맡고 오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지만. 용병 단장의 말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 근방에는 산적이나 도적이 많아 자연스럽게 몬스터들을 퇴치하고 다녔을 거라나?.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마라는 역시 인간과 싸우는 게 부담스러웠는지 본인은 수비 위주로, 공격은 주로 소환수를 이용한 듯 보였다.


"저... 저번에는 이런 새끼들이 없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붙잡혀온 녀석은 나와 마라를 보며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저번에 공격했던 녀석이 쫓아와, 다시 한번 공격한 듯 보였다.


"너이 개새끼!. 네놈이 던진 창 때문에 홀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마차 짐칸에서 움직이지도못하고”

"그만둬라 베지. 네 녀석이 잡은 것도 아니면서"


나와 같이 불침번을 섰던 녀석의 이름은 베지인듯했다. 그는 내가 잡아온 인질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으며, 용병 단장이 그를 제지하려 했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그가 멈춘 것은 내가 입을 열었을 때였다.


"그만하지?, 더 이상 때렸다간 이유조차 못 말하겠군"


아쉽게도 나와 베리의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베리는 날 한번 노려보고는 옆으로 자리를 비켜줬다. 용병 단장은 마차 안에서 벌벌 떨고 있던 프라이스를 불러냈다.


"나리, 모든 게 끝났으니 나와도 무방합니다"

"한, 한 마리도 없는 거지?"

"그렇습니다. 새로 합류한 일행의 큰 활약으로 저희도 피해 없이 적들을 섬멸할 수 있었습니다"


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보통 용병들은 자신의 이름을 치켜세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용병 단장은 자신이 아닌 우리들의 위상을 높여주었기 때문이다. 괜히 이름있는 용병단이 아닌 듯 보였다. 프라이스는 고개만 빼꼼 내놓고, 주변을 두리 번 거리 시작했다. 이내 크게 한숨 쉬고는 마차에서 나왔다. 그의 말대로 그는 겁쟁이의 표본이었다.


"정, 정말로 따라올 줄이야 이 질긴 새끼들... 네 녀석은 영지로 돌아서 노예로 팔던지, 가축의 먹이로 줄 것이야!"

"팔 땐 팔더라도,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의 대답에 프라이스는 울분을 삭이며, 마음대로 하라 말했다. 이후 마라에게 프라이스와 같이 마차로 들어가라 말한 후, 나는 녀석의 아킬레스건에 박혔었던 나이프를 꺼내 들고 물었다.


"너희들의 목적이 뭐지?"

"나, 난 밤의 눈 아울스!, 지킬건 지키는 남자다!"


서-걱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오지 않아 나이프로 녀석의 손마디 하나를 썰어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좋아. 네 녀석이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지.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해체가다. 네 녀석의 몸을 해체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살벌한 해체가의 모습을 처음 접한 것인지, 용병단들의 눈에는 알 수 없는 공포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저, 저도 그저 고용돼서 온 것뿐입니다!, 그냥 이 상인이 가진 보물을 가지고 오면 된다고 해서..."


총 6마디. 지킬건 지키는 남자의 한계였다. 땀에 눈물 콧물 짜내는 그의 모습에 더 이상 거짓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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