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연재수 :
135 회
조회수 :
303,168
추천수 :
7,890
글자수 :
584,708

작성
23.05.17 19:00
조회
3,164
추천
69
글자
11쪽

기세! 추세! 판세!

DUMMY

“먼저 핀 꽃은 먼저 진다. 남보다 먼저 공을 세우려고 조급히 서둘 것이 아니다.”

- 채근담 -


오 비서의 어깨를 토닥거려주면서 김지혁은 캠프로 들어선다. 개인 업무를 체크하고 나서 이한철을 만나야 한다. 오한태같은 청년을 볼 때 김지혁은 다른 생각이 아닌 이 생각을 늘 한다.


‘더 때 묻지 말기를.’


확신을 갖고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오한태가 스스로 깨닫기를 김지혁은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리를 털고 움직인다.


몇 년 전의 일이 김지혁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캠프를 봐달라고 해서 어떤 후보의 캠프를 갔었다. 그 캠프에는 청년들이 꽤 있었다. 정치적 목적 없이 이 나이에 캠프에 있다는 것은 뻔하다. 뭔가 일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오히려 좋지 않은 것만 배울 수도 있다. 간혹 캠프에서 좋은 사람으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받는 경우면 몰라도.


그때에도 김지혁은 캠프에서 잘못을 따지거나 탓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청년 둘의 자질을 보고 용기도 주고 가이드도 해주었다.


해외에 체류 중일 때 불현듯 그 청년들에게 연락이 왔었다. 덕분에 사회생활 잘한다고. 한국 들어오시면 꼭 연락하라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캠프에서도 자신의 철학만 확실하고 의지만 강하다면 배울 것이 많다.


김지혁은 청년들에게 시간이 허락된다면 선거캠프를 한 번쯤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그만큼 인생에서 큰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캠프에 있는 사람들의 자리가 휑하다. 시대가 바뀌니 캠프에서의 사람들도 늦게까지 일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끝도 없는 일들이 있을 텐데 이 시간에 벌써 왜?


‘더 해봤자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보상도 없다.’

‘더 할 일이 없다.’

‘완벽하게 일을 다 했다.’

‘밥 사준다는 사람이 없다.’


김지혁은 이런 대단치 않은 이런 이유라고 추측한다. 캠프라고 해서 별다를 게 없다.

이한철로부터 전화가 왔다.


“건물 뒤에 식당 예약해놨어. 나도 곧 도착.”

“예. 금방 갈게요. 한 실장님에게도 연락하셨죠?”

“응. 10분 후에 보자.”


식당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한철이 기다리고 있다. 그냥 기다리고 있을 성격이 아니다. 벌써 주문을 마쳤다. 막걸리, 보쌈, 파전, 꼬막, 두부김치가 벌써 나와 있다.

4명이서 식사한다고 했는데 엄청나게도 시켰다.


이한철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고기를 굽거나 뭐를 끓여야 하거나 하는 것은 대화에 방해만 된다고 이한철은 늘 생각한다.


“하루 훑어보니 어때?”

“캠프는 언제나 한결같죠. 하하.”

“뭐가 한결같아? 하하.”

“‘관계’에서 오는 어색함. 힘의 균형. 목적지의 다름. 이런 것들이. 하하.”


김지혁은 예측과 다를 게 없다고 미리 못을 박는다.


“상훈이 형. 오늘은 약속이 없어?

“금방 가봐야 할 것 같아. 왜 이렇게 부르는 인간들이 많지?”

“형도 참. 상황실장 자리가 원래 그래요.”

“그런가?”

“그 자리가 얼마나 센 자린데?”

“세다고? 제일 세게 맞는 데 같은데? 하하.”


한상훈은 미리 대화의 밑밥을 던지는 이한철에게 앓는 소리를 계속한다.


“세기는 뭐가 세다고 그래. 욕받이다.”

“욕받이도 권좌에요. 욕좌라고 하잖아요. 하하.”

“내가 한욕좌? 흐흐.”

“아무나 욕 하나요? 그만큼 후보가 믿는 건데.”

“요즘은 내가 나한테 욕하고 싶다. 막. 하하.”

“아주 바람직한 생각이에요. 형은 인성이 좋아. 하하.”


김지혁은 종일 허기가 있었는지 선배들이 막걸리를 막 들이켜 가며 얘기해도 먹기 바쁘다. 주거니 받거니 얘기하는 모습이 정겹다고 느껴진다.

입에 아직 음식이 있는데 김지혁이 말을 꺼낸다.


“판세는 어떻게 보세요? 밖에서 볼 때랑 다르던데.”

“어떻게 달라 보였어? 세팅이 안 돼서 어렵게 보였나?”


김지혁의 말에 한상훈이 바로 물었다. 아무래도 편한 자리라서 김지혁의 속 얘기를 알고 싶어 하는 눈치다.


“제 나름대로 느낀 게 있죠.”


그때 최정기가 들어온다. 최정기는 정당인이다. 이번 선거에 나름 사활을 걸고 있는 사람이다. 넷 중에 가장 어리다. 전형적인 여의도 스타일의 복장이라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왔어?”


이한철이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지혁 선배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어른들만 있어서 이거 우울했는데. 잘 오셨어요. 하하”


한상훈이 마음이 더욱 놓이는지 반말로 너털웃음을 짓는다.


“이것들이. 하하”


그리고 한상훈이 말한다.


“말 편하게 할게. 지혁아. 아까 한 말을 더해봐? 밖이랑 뭐가 달라?”

“대충 짐작은 가는데. 지혁이는 경험이 많아서 판단이 남다르지.”


이한철은 김지혁의 생각이 예측된다. 이어서 김지혁이 입을 연다.


“선거는 기세. 추세. 판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다 다른 뜻인가?”


한상훈은 어리둥절해하고 이한철은 껄껄 웃으면서 말한다.


“개념 정리 나오는구나. 하하. 깔끔하게 설명해봐.”

“기세는 초반에 일어나는 분위기죠.”

“그렇지.”

“추세는 기세의 상승 국면이 지속되는 분위기고.”

“맞아.”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갑자기 최정기가 묻는다.


“그럼 판세는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오는 것인가요?”

“판세는 추세가 굳어져서 판도를 바꾸기에는 늦은 단계죠.”


이한철이 한마디 거든다.


“하여튼 다 계획이 있어. 지혁이는. 하하.”

“분류해서 나름의 개똥철학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상훈은 아까부터 김지혁의 느낌만 궁금했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그런데? 어떤 느낌이 왔지?”

“지역의 단체와 조직이 방문하는 것을 오늘 보았는데요.”

“아까 정말 많이들 왔지.”

“초반의 기세를 판세로 착각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세를 판세로 착각?”


최정기는 여기서 들은 얘기를 어디선가 해야 한다는 듯이 귀를 쫑긋 세운다.


“선배님 더 쉽게 얘기해주세요. 하하.”


다들 궁금한 눈치다. 왜냐하면 김지혁은 과거 선거에서 당선 예측률이 거의 80%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확률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예측으로 당락을 맞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지혁이 뜸을 들이며 말을 한다.


“이겼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겠지만요.”

“말해봐.”


이한철도 궁금해서 계속 김지혁을 다그친다.


“캠프에서 기세를 추세로 이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반은 좋았는데 안정적이지 않다?”

“확산이나 피드백이 약하고 느립니다.”

“지속되면 좋지 않겠네.”

“여론조사가 초반에 비해 미세하게 내려가는 것도 있습니다.”


모두가 이 순간에 긴장하고 듣고 있다. 김지혁은 차가운 칼날이 겨울 날씨를 자르듯이 냉혹한 평가를 하고 있다. 완곡하게 말했지만 ‘하락세’라는 얘기다.


계속해서 김지혁은 시끄러움 속에 적막을 만들며 말한다.


“캠프 방문 조직들은 이미 이겼다는 생각으로 줄 서는 느낌?”

“뭐 어차피 늘 줄 서는 사람들인데.”

“직언이나 조언하는 모습을 못 보았습니다.”

“원래 비위 맞추는 사람들이지 않아?”

“그건 그렇죠. 사진 찍고 인사하고.”


김지혁은 이한철이 추임새를 넣어도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한다. 반면 한상훈 실장은 눈을 지그시 감고 막걸리를 마신다.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예. 선배님.”

“내부는 기세를 추세로 이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놓치고 있군요.”

“외부는 기세를 판세로 오인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는 거네요.”


이한철이 김지혁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면서 말한다.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한철은 공감하고 옆에서 한상훈 실장이 묻는다.


“상황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종일 얘기했는데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한상훈 실장을 보면서 김지혁은 술잔을 엎어 버리고 싶어진다. 끊임없이 답만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추세를 만들어내는 상황을 만드셔야 합니다.”

“그래서 지혁이가 필요하지.”

“외부 조직에는 위기의식으로 긴장감을 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어려운 얘긴데.”


위기의식으로 긴장감을 주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긴장감이 과도하면 조직이 죽고 긴장감이 너무 없으면 모래처럼 조직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한상훈 실장이 핸드폰을 보더니 말한다.


“상세한 것은 내일 다시 얘기하자. 먼저 일어날게.”


한 실장을 배웅하고 셋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각자 살아온 이야기나 캠프에 관련된 이야기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최정기는 고민이 많은지 이한철에게 조언을 구한다.


“저는 직능 조직 때문에 미치겠어요.”

“어떤 걸로?”

“조율이 정말 쉽지 않던데요.”

“선거캠프는 조율이 시작이자 끝이지.”

“이런 단체들과의 조율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죠?


이한철이 답한다.


“잘 알겠지만. 단체들은 오는 이유가 명확하지?”

“그렇죠.”

“노골적으로는 이익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

“맞죠.”

“그것이 사익이든 공익이든 말이지.”


이한철이 막걸리를 마시고 말한다.


“그들의 사익과 공익 사이의 저울질. 그것이 핵심이다.”

“아!”


최정기는 감탄하면서 무릎을 ‘탁’ 친다.


“사익과 공익이 일치한다면 공약을 공유해야지.”

“최고의 조율이네요.”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특이점들이 있다.”

“어떤 특이점이요?”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김지혁은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이한철은 두 특이점에 대해서 말한다.


“공약으로 연대하는 경우는 당연히 좋아할 수 있어.”

“그런데요?”

“그런데 공약은 밖으로 드러나지?”

“공개적인 거라서 그렇죠.”

“그래서 사람들이 속내를 공약에 담지 못할 수도 있지.”

“공론화가 오히려 사익을 죽일 수 있다는 얘기네요.”

“말한 그대로야.”


밀실에서는 서로 협상이 잘 되었는데 결국 서류로 만들거나 공식적으로 하면 밀실의 ‘꿀대화’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남녀가 연애할 때와 결혼 준비할 때가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맞아. 조율하려다가 오히려 껍데기만 가져올 수 있어.”

“껍데기요?”

“양쪽을 지지하거나 이쪽 지지했다가 다른 쪽에 투표할 수도 있어.”

“아···그렇네요.”

“캠프에만 유리하게 조율하면 나중에 허울이 될 수 있다.”


최정기는 닭살이 돋을 정도로 놀란다. 캠프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쪽저쪽 공약에 이름만 올리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한철의 말이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나머지 하나는 정책은 관심이 없는 단체들이 있지.”

“오로지 이익만을 위해서 접근해 오는 경우가 더 많죠.”

“이런 경우에는 대응은 하되 깊이 들이지 말고 내쳐서도 안 된다.”

“정말 어려운 조직들이죠.”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박빙에서는 여기가 최전선이지.”


김지혁은 최정기는 어느 정도 선거를 아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정기는 최근에 있었던 일을 이한철에게 직설적으로 묻는다.


작가의말

가장 짧은 순간에

가장 농도 깊도록

인간의 욕망과 치열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선거 캠프” 

그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마타도어를 막아라 +20 23.05.23 2,911 60 11쪽
22 선거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20 23.05.22 2,935 61 11쪽
21 네거티브를 네거티브로 불태우다 +20 23.05.21 2,990 63 12쪽
20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20 23.05.20 3,009 67 11쪽
19 271의 법칙 +32 23.05.19 3,038 65 11쪽
18 SNS팀이 세팅되다 +26 23.05.18 3,090 68 11쪽
» 기세! 추세! 판세! +22 23.05.17 3,165 69 11쪽
16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22 23.05.17 3,214 73 12쪽
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80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2 68 11쪽
13 캠프의 시작은 조직의 체계화 +28 23.05.15 3,385 71 13쪽
12 선거 캠프를 세우는 3가지 흐름 +30 23.05.15 3,416 70 11쪽
11 최악에는 양쪽을 압박하라 +32 23.05.14 3,437 75 9쪽
10 욕망의 조율사 선거전략가 +30 23.05.14 3,483 73 9쪽
9 판을 흔드는 선거전략가의 태동 +30 23.05.13 3,573 75 12쪽
8 치부를 드러내면 능력이 생긴다 +26 23.05.13 3,670 83 12쪽
7 무능한 지휘관의 조직은 괴사된다 +34 23.05.12 3,758 81 11쪽
6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40 23.05.12 3,940 89 11쪽
5 배부른 늑대들의 이쑤시개 +42 23.05.11 4,028 87 11쪽
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6 90 11쪽
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52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4 105 11쪽
1 사라졌던 선거전략가의 귀환 +82 23.05.10 7,123 12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