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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완결

베르겐
작품등록일 :
2023.05.10 19:32
최근연재일 :
2023.11.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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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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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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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DUMMY

“당신의 약점들을 직면하고 인정하라. 하지만 그것이 당신을 지배하게 하지 말라. 그것으로 하여금 당신에게 참을성, 상냥함, 통찰력을 가르치도록 하라.”

- 헬렌 켈러 -


‘후보와 캠프는 톱니바퀴와도 같다.’


캠프는 당선에만 몰입하기가 쉽다. 당선을 위한 과정인 방법론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급하다.’

‘일이 많아서 방법론을 생각할 여유도 없다.’


이런 핑계로 일을 망친다.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이 다가올 시점에 방법론을 초반에 세팅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흔한 일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김지혁이 말한다.


“후보께서 네거티브 반박 제대로 못 했다고 화냈죠?”

“어떻게 알았어?”

“안 봐도 뻔한 거니까요. 하하.”

“뭐가 문제일까.”


김지혁이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말한다.


“후보가 기조나 팩트를 지적했을 겁니다.”

“늘 하시는 말이지.”

“캠프의 대응이 문제였을 것입니다.”

“대응?”


캠프에서는 후보의 기조와 팩트로 대응 방안을 찾아서 보고, 확인, 실행하는 것이 당연하다. 방법론이 없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대응 방안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들이 후보의 눈에 안 보이고 귀에 안 들린 거죠.”

“아···.”


한 실장이 탄식한다.


“일을 왜 안 하냐? 이러면서 화를 냈을 겁니다.”

“요즘 계속 그러고 있지.”

“그것이 불통입니다.”

“불통?”


김지혁은 안타까운 듯 탄식하면서 말한다.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얘기가 아니긴 하다.


“소통은 단순히 말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소통이지?”

“조직에서의 소통은 업무 흐름이 보이고 들리는 것입니다.”

“흐름?”


한 실장은 어리둥절하다.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업무가 흘러가면 그것이 소통입니다.”

“후보가 소통하자는 게 그러면···.”


이제야 한 실장은 알아들은 듯 말한다.


“업무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네.”

“맞습니다. 그게 본질입니다.”

“그 소통이 없어서 후보가 더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이제 확실히 알겠네. 핀잔의 반복이 정말 지겨워.”


한상훈 실장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하고 친다. 김지혁이 태블릿을 펼치고 항목을 적어 내려가면서 한 실장에게 보여준다.


‘1. 목적과 목표를 후보와 캠프가 공유한다.’

‘2. 캠프는 방안을 보고하되 후보의 뜻도 검토하고 방안을 제시한다.’

‘3. 캠프는 실행 전에 반드시 후보에게 확인받고 실행한다.’

‘4. 캠프는 실행 후에는 후보에게 반드시 피드백한다.’


김지혁이 또렷하게 말한다.


“네 가지를 꼭 지켜야 합니다.”

“언제 정리했지?”

“늘 쓰던 툴입니다.”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선거했다고?”


한 실장은 얼굴이 창백해질 정도로 표정이 굳어졌다. 선거를 체계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문율에 가까운 상식이다. 김지혁처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캠프는 부동산 ‘떳다방’과 유사하니까 체계가 나오기 힘들다. 맥이 빠져 보이는 한 실장에게 거침없이 김지혁은 말한다.


“‘공유, 보고, 확인, 피드백’을 지겹도록 반복해야 합니다.”

“정말 제대로구나.”

“이 반복을 끈기 있게 해내는 캠프가 승리합니다.”

“지혁 씨가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거지?”

“몇 가지 조건을 합의해 주시면 가능합니다.”


김지혁은 괜히 선거전략가가 아니다. 설득의 마무리에는 반드시 조건을 내세운다. 이미 어떤 조건을 내세워도 지금 한 실장이 들어 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상황실장의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결이 된 것 같다고 김지혁은 생각한다. 김지혁은 한 실장이 생각보다 재미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좋게 보자고 한다면 수많은 질책과 반발 속에서도 해결책을 찾는 것 자체가 훌륭하다고 보아야 한다. 캠프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도 쉬운 게 아니니까.

김지혁은 사업을 진행하고 회사를 이끌면서 늘 캠프처럼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선거캠프’라는 곳은 마케터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실험 무대다.

한 실장이 입을 연다.


“조건들이 어떤 거야?”

“팀장이 있으니까 저는 디렉터로 해주시면 됩니다.”

“팀장을 그대로 놔두라고?”

“정리가 가능하세요?”


김지혁이 날린 돌직구에 한 실장은 멈칫한다. 정리가 가능할 리가 없다는 것을 김지혁은 알고 있다.


“숨기지를 못하겠네. 그리고 또?”

“디렉팅만 하게 해주세요.”

“부딪히는 게 걱정이 돼서?”

“그게 아니라 지시자가 되어야 해서입니다.”

“그게 맞네. 현명하다.”


동맥경화가 왔다고 혈관을 갈아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주치의가 제대로 못 했으니 병원장이 주치의를 통해 직접 환자를 건드려 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토 달지 말고 제 방식대로 무조건 3일간 실행해주세요.”

“이견은 조율해야 하지 않을까?”

“검토도 말고 무조건 시키는 대로 실행해야 합니다.”


김지혁은 이 건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는다.


“제가 지휘자니까요.”

“그래? 그렇게 하지.”

“수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직 충돌도 피할 수 있어서 좋겠네.”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현명한 조건이다.”


김지혁은 압도적인 권한을 얻고 성과를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승부를 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이다.


‘캠프는 선거 속의 선거다.’


결국 정치력이 있는 자가 캠프를 이끌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지론이다. 분석과 대안이 도출되자 한 실장은 자리를 일어난다.


“진즉 자네를 불렀어야 했네.”

“별말씀을요.”

“이제라도 와서 대안을 잡아줘서 고마워.”

“아직 시작도 안 해서. 잘 부탁드립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걸으면서 한 실장이 아쉬운 듯 말을 이어간다.


“진정성이 느껴지게 깊이 조언해줘서 고맙다.”

“실장님이 열려있으니까요.”

“좀 쉬고 있어. 한철이 오면 같이 식사하자.”

“예. 실장님.”


김지혁은 산책하면서 머리를 식히기로 한다. 당도 떨어지고 머리도 뜨거워졌으니 카페에서 ‘초코쉐이크’를 하나 주문해서 들고 나간다.


근처에 앉을 만한 곳이 보이자마자 주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저앉는다. 핸드폰에 무엇인가를 입력한다.


‘업무 분장 테이블’

‘이슈 대응 프로세스’

‘채널 점검표’

‘데일리 리포트’

‘담당자 일람표’


김지혁은 내일 이 산출물들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장이나 팀장을 통해 시켜도 되지만 그러면 속도가 늦어진다. 김지혁은 일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면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다.

이한철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도 한상훈 실장이 미팅이 끝났다고 전화를 한 모양이다.


“지혁아. 고생이 많지? 한 실장한테 전화 왔다. 방향은 잘 잡았다며?”

“형! 아직 더 잡아가야 하긴 하는데.”

“그렇겠지.”

“몸 쓰는 일이 더 좋은데. 하하.”

“너스레는.”

“하하.”

“맛있는 거 먹으면서 사는 얘기도 하자. 하하.”


김지혁은 이한철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다.


“형은 캠프에서 뭐 안 도와요? 이번에는?”

“다른 일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네.”

“무슨 일이 있으시길래.”

“네가 나보다 나은데. 내가 필요하겠어?”

“형은 무슨 그런 말을. 참나.”


김지혁은 미리 밑밥을 깔아야겠다는 생각에 말한다.


“저는 가이드만 잡아주고 빠져야 할 수도 있는데.”

“왜?”

“일도 일이지만 일주일 정도 겪어보고 판단하려고.”

“벌써 안 맞는 것 같아?”


이한철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김지혁이 말한다.


“캠프도 그렇고 이번 선거도 그렇고.”

“너 뭔가 느꼈구나. 참 너도 날카롭다 날카로워.”

“형만 하겠어요? 이따 봐요. 형.”

“그러자!”


통화를 마치고 나서 담배 한 대를 무는데 오한태 비서가 보인다. 알은체를 안 할 수도 없어서 김지혁은 말을 건다.


“오 비서님 쉬고 계셨네요?

“네. 어디 다녀오셨어요?”

“잠깐 바람 쐬러요. 하하.”

“어디 있으신가? 하고 궁금했는데.”


오 비서가 김지혁을 찾고 있었던 눈치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런 거는 아니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오한태는 우물쭈물하다 말한다.


“카피한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콜이죠. 여기서 보죠.”

“예. 제 핸드폰을 바로 보시면 될 것 같네요.”


김지혁은 오한태의 핸드폰을 본다. 그리고 관련 내용들을 핸드폰으로 검색해가면서 본다. 김지혁은 국문학과 교수가 아니다. 선거에서는 유권자의 시각으로 바라볼 뿐이다. 그러니까 전문 카피라이터로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김지혁의 느낌은 이랬다.


‘가독성이 좋다. 술술 읽힌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담백하다.’

‘임팩트가 없다.’


김지혁은 돌려서 얘기하지 않는다. 그대로 이 항목들을 얘기하고 나서 이렇게 말한다.


“임팩트가 없어요.”

“조심해서 쓰다 보니.”

“가독성이나 균형감은 좋아요.”

“그런가요?”

“생각보다 아주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오한태는 예상했다는 듯이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질문한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요?”

“카피가 문제가 있을 정도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분들한테 물었더니 반응이 없었어요.”

“누구한테요?”

“팀장님, 그리고 주변 사람들한테요.”


역시 오한태는 아직 어리다. 왜냐하면 압도감이 없는 소통은 캠프에서는 먹힐 리가 없다.


“그런데요?”

“반응이 없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그랬을 겁니다.”

“카피가 안 좋아서 그런 것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요?”

“지금 평가하신 말씀은 수정하면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렇죠.”

“반응이 없는 이유가 뭘까요?”


오한태는 크로스체크를 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엇인가를 해보고 싶은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행동이다.


“카피는 문제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네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일을 추가하기 싫어서일 겁니다.”

“설마요.”

“캠프는 그런 곳입니다.”


캠프에서 카피가 뽑히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오한태에게 긍정 신호를 보내면 일이 추가될 것이 뻔하니까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요?”

“나머지 하나는 카피를 활용해서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지 몰라서 그런 겁니다.”

“아. 그렇겠네요.”

“요즘은 카피라이터가 카피만 만들면 안 되죠.”

“그러면 다른 것도 만들어요?”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오한태는 당황하면서도 이내 고개를 끄떡인다.


“직설적으로 얘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긴요.”

“카피는 나쁘지는 않죠?”

“나쁘기는커녕 좋습니다.”


사실 다른 이유도 하나가 있다. 카피 자체를 판단 못할 수 있다. 감별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물었을 수도 있다.


멈칫하다가 다시 오한태가 묻는다.


“크리에이터가 되라는 말씀을 모르겠네요.”

“카피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까지 가이드를 주어야 합니다.”

“아.”


오한태는 이 말에 소름이 돋는다. 최근에는 카피라이터의 영역이 커지는 추세를 이미 김지혁이 간파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김지혁은 이렇게 말해도 이해 못 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마저 대답한다.


“좋은 자질이 있으시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그 능력이 캠프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마케팅에 있어서 궁극의 공간 “선거 캠프

제한된 시간! 1등만이 생존할 수 있는 마케팅의 끝판왕 “선거” 


생소한 “선거캠프”를 통해 

힘든 시대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부족하지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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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선거 전략가의 귀환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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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는 같고 방법은 다르게 +22 23.05.17 3,215 73 12쪽
15 후보와 캠프의 이중성 +24 23.05.16 3,280 74 12쪽
14 상황실장이 캠프를 침몰시키다 +22 23.05.16 3,323 68 11쪽
13 캠프의 시작은 조직의 체계화 +28 23.05.15 3,385 7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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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최악에는 양쪽을 압박하라 +32 23.05.14 3,437 7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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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상황이 바보를 만든다 +40 23.05.12 3,940 8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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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거라는 게임과 캠프라는 길드 +38 23.05.11 4,216 90 11쪽
3 늑대들이 가득한 토끼굴 속으로 +44 23.05.10 4,452 99 12쪽
2 선거로 소용돌이 치는 민심 +52 23.05.10 5,095 105 11쪽
1 사라졌던 선거전략가의 귀환 +82 23.05.10 7,123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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