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
46.
*ㅅ*
미친놈이 쓰러진 날.
*ㅅ*
차분한 음성으로 물어도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도 방법이 있지.
나는 민호민을 바라보았다.
“호민. 너 누구에게 들었냐.”
“왜? 때리게?”
“그럼 참냐?”
“너 지금 누굴 때렸는지 알고-”
“건물주의 철없는 자식.”
내 대답에 민호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내 말은-”
“알아. 여기 학부모회, 회장님이 저놈 어머니라는 거.”
“그런데도 녀석 얼굴에 주먹을 날린 거야! 너는 빽도 없잖아.”
“너는 정말로 내가 대책 없이 주먹을 날린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너 그냥 나이 든 부모를 둔 아이 아니야?”
담임과 정박자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르는 사실이 녀석 입에서 나왔다.
“그것도 한 달 전부터?”
내 물음에 민호민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아는데 내 형이 누군지 모르는 건가?”
“형?”
“물론, 사이가 너무 안 좋아서, 내가 어떤 짓을 당하든 자기 이득만 생각할 쓰레기지만, 나이 든 형이 하나 있어.”
“그 형이 높은 자리에 있어봤자-”
“나도 그 형까지 부를 생각은 없어. 내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누구에게나 들었는지 말해.”
“싫다.”
“왜.”
“말하는 순간, 그 녀석 때릴 거라며, 나는 네가 고작 이딴 일로-”
“집단 따돌림과 폭언, 폭행을 당한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고, 다시 그 시절로 만들어 버리려는 일이 고작 이딴 일?”
내 말에 민호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집단 따돌림과 폭언 폭행을 미성년자가 아닌 성인이 하면 그 사람보고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조폭이라고 그래. 조폭. 그런데 조폭에게 맞고 지낸 피해자를 왕따라 부르고 다시 따돌리는 행동을 하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단순하게 이딴 일이라고 말할 수 있어?”
내 물음에 민호민은 입을 굳게 다물었고, 그 대신 답한 건 최아라였다.
“조폭이라니 너무 비약이 심하잖아. 우리들은 단지 네 과거가-”
“대법원 부장 판사 막내 따님께서 지금 왕따 당했다는 내 과거가 께름칙해서 무시했다는 말을 하려는 거야?”
“그게...”
“왕따 당한 사람이 잘못한 거야? 아니면 왕따로 만들고, 왕따 당하는 친구를 방관한 학생이 잘못한 거야?”
내 말에 최아라는 입술을 깨물었다.
답하지 못하는 그녀 대신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나도 떳떳하지는 못 해. 나도 내 뒤에 앉은 녀석들이 괴롭힐 때 심하지 않으면 무시했거든. 나 또한 너희들처럼 방관자고 죄인이야. 그러니까 난 너희들 전부를 때릴 생각은 없어. 그저, 그걸 유포한 아이. 그 아이만 찾으면 돼. 그러니까. 민호민.”
내 부름에 민호민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이 일이 더 심각해지기 싫으면 말해.”
민호민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한 달 전에 이정철에게 문자가 왔다.”
“보여줘 봐.”
내 말에 민호민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짭쓰레기>
-야. 너희 그 소문 들었냐? 박수호가 왕따였데. 그 녀석 부모도 그냥 평범한 농부란다. 늦둥이 자식이라서 부모 모두 환갑이 넘었다는데?-
할아버지가 직업에 나이까지...
나는 이정철을 바라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이정철이 황급히 고개를 아래로 깔았다.
“소문이라고 한 걸 보니, 누구에게 들은 거 같은데, 누구야? 누가 말했어?”
내 물음에 이정철은 박상운을 부축하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아희가 여자애들이랑 말하는 걸 들었어.”
나의 시선이 이아희에게로 옮겨갔다.
“너냐?”
“아니야! 나도 민국이에게 들었어.”
“나는 성철이.”
“주희에게 들었다.”
“주호민.”
“나는...”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남은 이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최아라.
약간 예쁘장하게 생긴 긴 머리 소녀.
나중에 대법관이 될지도 모르는 자의 막내딸.
우리 학교 전교 일 등이자.
학교의 자랑이라 불리는 아이.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아이의 눈가에 물기가 잔뜩 고여 있었다.
“뭘 잘했다고 울어?”
“아니. 나는... 미안해! 잘못했어. 제발 용서해줘.”
나는 두 손을 모아서 비는 최아라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박수호! 참아. 최아라는 진짜 건드리면 안 돼. 네 경찰 꿈도 완전 끝난다고!”
나는 나를 두 손으로 붙잡은 녀석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만 물어볼 테니까. 놔라.”
한참을 내 눈동자를 바라보던 녀석이 두 손을 떨어뜨렸다.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
마지막 방해물까지 사라지자, 살짝 눈치를 보고 있던 최아라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앞까지 도착한 내가 오른손을 뻗자.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눈을 질끈 감은 최아라였다.
미친 년.
귀 아프게 소리는 왜 질러?
오른손으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은 나는 문자를 봤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에서 개인 과외를 받는 최아라가 이 사실을 바깥에서 들을 리 없지.
그리고 내 짐작대로...
이름 모를 상대에게서 메시지에는 예전 내가 괴롭힘 당했던 사진과 함께 내 신상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예전과 얼굴이 달라졌어도, 유심히 보면 앳된 얼굴을 한 나라는 걸 알 수 있는 정도의 화질이었다.
“이걸 보고 말한 거냐?”
“으. 응.”
“이렇게 당한 나를 보고도 불쌍하지는 않았냐?”
“그게... 네가 왕따였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배신감? 오히려 일진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라면 그 사실에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친해질 거 같은데?”
말하면서 나는 메시지에 적힌 전화번호를 그대로 민호민 휴대폰에 옮겨 적었다.
버튼에 손을 올린 내 엄지가 잘게 떨고 있다.
김명호.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의 주인이라고 추측되는 놈.
미국에서 성인이 되고 나서야 온다고 들었는데... 벌써 온 건가.
살짝 두려웠다.
지금은 녀석과 몸으로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딴 쓰레기 때문에 내 미래가 망가지는 건 싫어.
그렇다고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 것 더 싫다.
그래, 어차피 한번 죽은 인생, 두 번 죽는다고 달라질 건 없지.
죽더라도 놈이랑 같이 죽자.
버튼을 누른 나는 민호민에게 말했다.
“민. 네 전화 좀 쓴다.”
“이미 쓰고 있잖-”
-어떤 병신 새끼가 한창 즐거울 때 전화질이야!-
나는 손을 뻗어 민호의 입을 막았다.
살짝 목소리를 굵게 만든 내가 말했다.
“짜장면 배달시키셨습니까?”
-시발새끼야 나 아니거든!-
“공일공 오일... 아닙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박민훈이다!-
모르는 이름이다.
역시 다른 사람 이름으로 위장해-
-누구야?-
-시발! 김도훈 네가 내 전화를 짜장면 시켰냐!-
-아니? 나는 안 시켰는데-
툭.
나는 전화를 끊었다.
김도훈?
그 새끼 교도소에 있는 거 아니었어?
그 새끼가 어떻게 최아라 핸드폰 번호를 알고 있는 거지?
나는 최아라를 내려다보았다.
“너 검은테 안경 쓰고 쥐처럼 생긴 키 작은 놈 본 적 있어?”
“쥐? 아! 김도훈 말하는구나.”
“김도훈을 알아?”
“어. 그 애 아버지랑 우리 아빠가 동창이야. 이 년 전인가 그때 봤는데, 너는 어떻게 그 애를 알아?”
“그 녀석 살인 미수범이다.”
내 말에 최아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미. 미수범?”
“대전 칼부림 사건 알아? 그게 놈의 작품이다. 그 외에 대전고 패싸움, 대전 부자 칼부림까지 모두 녀석이 칼을 빼들고 난리 치다가 역으로 당한 일이지.”
“이미 나도 알아. 나는 그냥 단순 폭행이었다고 들었는데... 아버지도 그 사건 이후로 그 분과 연락도 안 하셔. 하지만 살인 미수면 소년원에 있어야 하지 않아? 내가 그 짓 하면 우리 아빠도 못 빼줘.”
최아라 말대로 그게 이상하단 말이지.
나는 박상운을 바라봤다.
정신을 차렸는지, 찢어진 입술을 매만지며 나를 노려보는 놈에게 내가 말했다.
“너, 소년원 갔다 왔다면서.”
“갔다 온 게 아니라, 한 번 더 죄지으면 이곳에 온다고 교육 차원에서-”
“거기 휴대폰 쓰는 거 가능하냐? 그리고 원하는 애들끼리 있을 수 있어?”
“돈을 많이 쓰면 가능해.”
그러면 나온 게 아니라는 건가.
“맘대로 통화할 수 있어?”
“에이, 그냥 게임하는 수준이지 미쳤다고 전화는 안 해. 그랬다가 걸리면 교도관도 끝이야. 물론 부모님과 화상 통화 정도는 하지만 절대 남에게 문자 같은 건 못 보낸다고.”
“흐음.”
느낌이 좋지 않아.
나는 주머니를 꺼내 오 번을 꾹 눌렀다.
-무슨 일이야.-
“아저씨, 김도훈 지금 어디 있는지 확인 가능해요?”
-야 대전 소년원이겠지.-
“그런 거 말고, 진짜 그 안에 있는지 말이에요.”
-귀찮게 하네. 알았어. 그곳에 내 동기 있으니까 한번 알아보마.-
“다시 연락 부탁드려요.”
-그래-
통화를 마친 나는 내 휴대폰을 안에다 집어넣고, 왼손에 들려 있던 민호민의 휴대폰을 녀석에게 던졌다.
“야! 갑자기 던지면 어떡해!”
“그것도 못 받으면 민호민이 아니잖아. 안 그래?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화 오면 알지? 너 짜장면 배달원이다.”
내 말에 피식 웃은 녀석에게서 박상운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왼손으로 내 턱을 건드리며 말했다.
“살짝 골이 흔들릴 정도로만 쳤는데, 이빨은 어때?”
“시발 새끼가-”
“욕 나오는 거 보니까. 멀쩡하니 됐고. 이정철.”
나는 열쇠를 녀석에게 던졌고, 제대로 못 잡고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줍는 정철에게 턱으로 문을 가리켰다.
“다 끝났으니까. 문 열어.”
내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인 이정철이 뛰어갔고,
“학원 늦었다!”
“난 엄마가 기다린다고 문자가 계속 왔다고.”
“난 친구랑 식사 약속 있었는데.”
“힝...”
아이들이 하나둘 서둘러 짐을 싸고 바깥으로 나가는 가운데, 내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가방에 교과서를 넣고 있는 최아라에게 걸어갔다.
“...왜. 왜 그래.”
“너는 오늘은 기사님 못 오는 날이잖아.”
내 말에 최아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어. 어떻게.”
“몇 개월을 같이 봤는데, 그걸 모르겠냐. 너 버스 타고 가지?”
“응...”
“같이 가자.”
“어? 왜?”
“김도훈 그 새끼가 만약 나온 거면, 너도 위험해. 네 아버지에게도 김도훈 자식이 네 전화로 장난친 거 꼭 말해서, 내일부터는 무조건 기사가 너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해봐.”
“하지만, 그 정도 죄를 지었는데 어떻게 바깥으로 나-.”
웅. 웅.
나는 내게 온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이신후 아저씨-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세상은 꼭 그렇게...”
나는 휴대폰을 열고 음을 높였다.
-도훈이 그 새끼, 발작을 일으켜서 대전대학병원으로 갔다고 하더라, 그래서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해봤는데, 그곳에 없었어! 경찰서에 알려서 일단 수배를 때렸다. 너도 학교에서 나가지 마! 경찰에게 말해서 너 데려다 달라고 할 테니까...-
창백하게 질린 최아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말했다.
“법대로 흘러가지 않아.”
-어이 수호! 박수호!-
나는 입에 휴대폰을 가져다 댔다.
“알았어요. 귀청 떨어지겠어요.”
-그러면 제때 말하던가!-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녀석이 제가 다니는 학교랑, 같은 반 아이가 누군지도 알고 있어요. 문제는 아저씨 집까지 노출됐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내 말이 끝났지만,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다. 네가 왜 죄송해. 빌어먹은 대한민국 경찰이 죄송할 일이지.-
“아저씨는 가족부터 챙겨요. 저는 친구들에게 전화부터 해야겠어요. 중요한 일 있으면 문자 주세요.”
-알았다.-
나는 바로 끊은 다음 제일 먼저 이 번을 눌렀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역시 받지 않네.
나는 삼 번을 누르려다가 양 훈이 외국에 있다는 걸 떠올렸다.
사 번을 누르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야 무슨 일이야? 혹시 우리 만나자고-
“김도훈이 사라졌다.”
내 말에 미수는 말이 없었다.
“아버지에게 연락하고. 수지도 문자해줘. 조심해라.”
-응... 너도 몸 조심해.-
“내 위치만 아는 걸 수 있으니, 당분간... 만나지 말자.”
-응....-
“끊는다.”
나는 통화를 끊은 다음 육 번을 눌렀다.
-어, 수호야 오래간 만이다.-
“안녕하세요. 인준 선생님.”
-그래 무슨 일이야.-
“김도훈이 사라졌습니다.”
내 말에 미수와 똑같이 양훈 선생님도 침묵했다.
“혹시 모르니 선생님도 조심해주시고, 민지랑 만인이에게도 조심하라고 전화해주세요. 저는 선애에게 전화할게요.”
-알았다. 꼭 그러마.-
전화를 끊은 나는 팔 번을 꾹 눌렀다.
-수호구나.-
“잘 지내?”
-응. 나 요즘 다시 트랙을 뛰고 있어. 지금 엄마랑 같이 운동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야.-
“어머니랑 전화 좀 할 수 있을까?”
-잠시만, 엄마. 수호요.-
-여보세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수호입니다.”
-그래. 무슨 일로 그러니? 혹시 생활비나 등록금 부족해서 그런 거면-
아. 맞다.
고 이 때 친구들은 내가 엄청 가난한 사람인 줄 알지.
나는 통화 내용을 듣고 다시 내게 불쌍한 눈빛을 보내는 두 사람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게 아니라요. 저기 선애가 못 듣게 멀리 이동해 주실 수 있어요?”
-잠시만. 선애 먼저 가렴. 어서~ 그래~ 됐다. 무슨 일로 그러니?-
“저기... 김도훈 아시죠?”
-어. 알지. 예전에 토끼 세 번 죽였다고 허위 자백하는 바람에 우리 애 납치한 그 나쁜 놈 늦게 잡게 만든 나쁜 애잖아.-
“그 녀석이 사라졌다는 소식입니다.”
-그. 그래...-
겁에 질린 어머니의 목소리에 나는 속이 쓰렸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아니다. 수호 학생이 잘못인가. 우리 어른들이 제대로 못해서 벌어지는 건데...-
“정말 죄송합니다. 꼭 집에 들어가 계시고 경찰에 보호 요청하세요. 김도훈 위치 파악되면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안녕히 계세요.”
-그래...-
모든 통화를 마치자.
민호가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야! 왕따였다며. 챙길 친구가 왜 이리 많아? 혹시 무늬만-”
“중 삼까지는 줄곧 따였다. 작은 키에 그때는 부모도 힘이 약해서 나약했지. 선생들도 그랬고.”
“아... 미안하다.”
“민호민.”
“왜?”
“너는 왜 나 무시 안 했냐?”
내 물음에 민호민의 입가에 쓴 미소가 맺혔다.
“나도 초등학교 때 따 당한 적 있었다. 그때.”
슥.
상의를 들어 배를 보여줬는데, 내 기준으로 왼쪽에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일자로 된 붉은 상처가 있었다.
“죽을 뻔했거든. 미친놈이 장난감 칼로 날 찔렀는데 진짜 들어갔다.”
“나는 절벽에서 굴렀는데,”
“굴렀다고? 칼에 찔릴 뻔 한 거 아니었어?”
“응? 그건 어떻게 알았냐?”
“네 오른손에 난 흉터. 그거 내거랑 비슷해서.”
“아, 이건 지금 전화한 아이 중 하나를 찌르려고 했던, 김도훈의 칼을 잡아서 생긴 거야.”
내 말에 민호민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흉터 만든 새끼가 그 놈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민호민 너도 조심해야 해. 생각보다 움직임이 민첩하고 상대방의 빈틈을 노릴 줄 아는 영악한 놈이야. 인체 공부도 해서 급소도 정확히 노릴 줄 알아. 키가 작고 몸에 있는 근육이 적다고 무시하면 큰일 날 놈이지.”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위험한 새끼네.”
“너는 나랑 같이 움직였잖아. 놈이 너를 노릴지도 몰라. 최아라는... 혹시 모르니까. 아까 같이 가자고 한 거고.”
“저기 아빠에게 전화할까?”
최아라에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졌다는 말을 할 정도면 제대로 감시 안 되어 있었던 거 같아. 어쩌면 지금 서울일지도 모르지. 아버지에게 사정 설명하고 지금 바로 기사님 불러.”
“응.”
최아라는 자기 휴대폰을 들었다.
가만, 뭔가 놓치고 있는 게-
“맞다! 민! 휴대폰 좀 다시 줘봐.”
”왜?“
물으면서 민호민의 휴대폰을 내밀었고, 나는 휴대폰을 열어 통화목록을 확인했다.
”지금 전화한 녀석 휴대폰 위치 추적하면 곁에 있는 김도훈 위치도 알 수 있잖아.”
“오~ 그러네.”
“번호가 공일공~”
나는 내 휴대폰에 옮겨 적었고, 이신후 아저씨에게 문자로 보냈다.
웅. 웅
“아저씨.”
-이거 무슨 번호야?-
“거기서 김도훈 목소리가 들렸어요. 폰 주인 이름은 박민훈이에요. 그거 위치 추적하면 녀석 위치도 알 수 있을 거예요.”
-이걸 진즉에 보냈어야지!-
“지금이라도 보냈으니 됐죠.”
-알았으니까, 끊어라.-
내가 통화를 마치자, 최아라가 밝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아버지가 바로 보내주신대, 덕분에 지루한 학원도 오늘 하루 쉴 수 있게 됐어.”
“최아라는 됐고. 민호민 너도 부모님께 연락해야지.”
“됐어. 나는 괜찮거든.”
“허세 부리지 말고-”
“이참에 네 집에 놀러 가서 자지 뭐.”
“내 방 옥탑방이다. 나 혼자도 자기 힘들어.”
“나 구석에 자는 거 잘해.”
“부모님이-”
“나 버린 지 오래~”
“끙... 알았다. 우선 최아라 먼저 보내고-”
웅. 웅.
아저씬가.
나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7@!#$%$#!@^^7-
이건 또 뭐야?
“여보세요.”
-나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녀석이 김도훈이라는 걸 알았다.
-만나자. 할 이야기가 있다.-
할 이야기?
-만약 경찰이 우리가 만나는 장소에 보이는 순간, 네 친구를 죽일 거다.-
“뭐! 이 새끼가-”
-워~ 워~.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내 말 하나라도 놓치면 네 친구 목숨이 위험해지는 거 잊었어? 나도 일면식도 없는 아이 하나 납치해서 죽일 생각은 없다고.-
으드득.
“위치나 말해.”
-영동. 위치는 시장 옆 주차장.-
“시간은.”
-내일 새벽 한 시.-
지금 열차를 타러 가지 않으면 안 되겠어.
“알았다.”
-그럼 내일 보자.-
전화가 끊겼다.
나는 곧바로 이신후 아저씨에게 전화했다.
-무슨 일이야.-
“지금 김도훈에게 전화 왔어요.”
-뭐!-
“저랑 만나고 하네요. 만약 경찰 그 장소에 나오면 친구를 죽인다고 말했어요. 그 녀석 위치는 아직 이예요?”
-나는 지구대 소속이라 권한이 없어. 김민이 강력반 형사라 아는 정보원에게 부탁해본다고 했다.-
“알았어요.”
-야! 그래서 위치가 어딘데!-
“죄송해요. 말할 수 없어요.”
-너 뒤질래! 이런 건 말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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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검게 변한 숫자.
아저씨에게 말하려는 순간 숫자의 색이 급속도로 검게 변했다.
그래서 나는
“죄송해요. 제 느낌이 말하면 놈이 자기 말대로, 친구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크게 들어서요.”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 제감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고요. 제감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내 말에 아저씨는 잠시 말하지 않다가 말했다.
-그렇게 감 좋으면 박수무당이나 해!-
우스갯소리를 하시는 거 보니... 아저씨도 내 감을 믿는다는 뜻이다.
“위치 알아내시면 알려주세요.”
-알았다. 언제까지냐?-
“새벽 한 시.”
-어두울 때군.-
“놈에게 다시 전화 올 수도 있으니까 이만 끊을게요.”
-조심해라. 여차하면 꼭 불러.-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 감 하나는 좋잖아요.”
-믿는다.-
아저씨의 한 마디에 목이 메어 잠시 말을 못한 나는...
“감사합니다.”
탁.
한마디를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휴대폰을 넣은 나는 민호민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같이 못 잘 것 같다.”
“같이-”
“아니, 나 혼자 간다. 최아라.”
“응?”
“호민 부탁한다.”
“어?”
“바래다주라고. 호민 부탁한다. 그거로 내 소문 낸 빚 갚는 거로 하자.”
“알았어... 정말 미안해.”
“그럼 내일 보자.”
“야! 그러지 말고-”
“내일 보자~”
손을 흔든 나는 교실을 나섰다.
- 작가의말
전작 중 누군가 쓴 댓글을 보고 살짝 멘탈이 나갔습니다.
그래서 그걸 보고 고민 좀 하다가 어제는 글이 늦었네요.수정은 10일까지는 못한다고 하니까, 11일에 일괄적으로 수정하겠습니다.댓글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 올리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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