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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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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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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63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4.24 18:05
조회
965
추천
25
글자
13쪽

*ㄷ*

DUMMY

36.

“잠깐.”

“왜 그러세요.”

내가 일어나려는 정우아의 팔을 잡자. 그녀가 겁먹은 얼굴로 내게 물었는데, 나는 벽에 있는 면회 안내서를 찍었다.

“여기 봐봐. 감기 걸린 사람은 들어가지 말라고 되어 있잖아. 미리 말해서 복장 챙겨 입어야 한다고 하루 전에 말해야 한다고 쓰여 있어. 그러니까-”

“감기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튀어나온 기침이라고요.”

“안 돼. 무조건 못 들어가. 우선 내일까지 네 몸 상태 체크하고 들어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아빠 보고 싶단 말이에요. 이거 안 놔요!”

“수호야 무슨 일이야.”

어느새 다가온 두 사람을 보고 내가 말하려는 순간,

“엄마.”

내 팔을 뿌리친 정우아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들러붙었다.

“엄마 나 저 사람 무서워.”

“어머, 손목이 왜 이래.”

“저 사람이 나 잡았어.”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저씨가 그녀의 손목을 바라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 여자애 손목이 빨개질 정도로 세게 잡아.”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손으로 정우아를 가리켰다.

“저 아이가 기침해서요. 여기 감기 걸린 사람은 방문 자제해달라는 말이 쓰여 있잖아요.”

“진짜 기침했어요?”

뒤에서 다가온 간호사의 물음에 정우아는 고개를 가로젓다가 얼굴을 찡그렸다.

“에취!”

“어머님 따님 열 좀 있는지 확인 좀 부탁드려요.”

간호사의 말에 그녀 어머니가 손을 들어 딸의 이마에 가져대 댔다.

“열이 심하잖아. 아프면 집에서 쉬어야지. 왜 여기서 앉아 있어.”

“아빠가 보고 싶어서...”

“죄송하지만, 아버님 같이 폐렴증상까지 같이 오신 분에게는 자그마한 균이라도 치명적이에요. 어머님도 혹시 균이 있을지도 모르고, 다른 분들도 옮았을지도 몰라서, 오늘은 면회시간 내에 방문이 불가능하세요. 오늘은 장비가 부족해서 불가능하니까. 다들 내일 오세요.”

라는 말을 하고선 대답도 듣지 않고 간호사는 뒤로 이동해 다른 보호자들에게 걸어갔다.

“엄마... 미안...”

“아니다. 엄마도 살짝 머리가 띵하니 아팠어. 내일 가능하다니까, 그때 보자.”

“응.”

정우아가 대답 후에 나를 살짝 째려봤지만, 화가 나지 않았다.

숫자가 사라졌으니 난 그거면 됐어.

“그러게 담배 좀 덜 피라니까. 나쁜 녀석. 폐렴이 뭐야. 폐렴이.”

아저씨는 한탄을 하다가, 두 모녀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네.”

“예. 안녕히 가세요.”

“가자.”

“네. 안녕히 계세요.”

나와 아저씨는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것도 감이냐?”

“뭐가요?”

“단순히 기침 소리만 들어도 감기 증상이라고 안 거 말이다.”

“에이... 얼굴이 붉기도 했고, 아까부터 기침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런 거예요.”

“그래?”

아저씨의 감이 더 무섭습니다...

나는 아저씨의 손에 들린 가방을 가리켰다.

“그건 뭐예요.”

“제수씨랑 그 녀석만 아는 비밀장소가 있는데, 위독해서 예전에 주고받은 편지들을 다시 볼 생각에 갔다가, 다른 게 들어있었다면서 내게 전해주셨다.”

“안에 뭐가 들었는데요?”

“장부로 보이는 거랑. 파랑 연필.”

“파랑 연필이요?”

“그래. 파랑 연필 하나. 그거 외에는 없더구나.”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우리의 대화를 끊겼고, 사람들 틈바구니에 뒤섞여 나온 우리는 택시를 탔다.

*ㄷ*

*ㄷ*

눈이 다 녹지 않아서, 택시가 비탈진 곳에 있는 아저씨 집까지 가는 건 무리라, 큰길에 내린 우리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올라가고 있었다.

“꼬맹이는 언제 수업 끝난다고 했죠?”

“지금이 두 시니까 한 시간 뒷면 끝나지 왜?”

나는 얼어붙은 비탈길에서 흙을 뿌려 놓은 곳을 중심으로 밟으려 노력하며 말했다.

“꼬맹이 녀석 데리러 갈까 하고요.”

“너는 학원 안 가?”

“내일부터 이월 말까지 수업이 있긴 한데, 영동에 내려가서 이학년은 마치고 올라오기로 해서 여유 있어요.”

“내가 가도 되는데.”

“아저씨는 어제 넘어져서 살짝 저시잖아요. 오늘은 제가 갈게요.”

내 말에 아저씨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셨다.

“왜요?”

“내 마누라보다도 네가 먼저 알아채니까 당황스러워서.”

“아마 알 거예요. 오늘 할아버지랑 싸우지만 않았어도. 벌써 아저씨 아주머니에게 혼났을 겁니다.”

“하하. 그렇겠지.”

“그럼요. 경찰인 아저씨보다 눈치가 더 빠르신 분인데.”

“집에 가서 조용히 말만 듣고 있어야겠다.”

“그냥 아프다고 말하세요. 그럼 덜 혼날 거예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나는 할아버지가 다친 걸 숨길 때보다 말할 때 할머니에게 덜 혼나던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일하다 보면 다칠 수도 있는데, 그걸 숨기고 있다가 더 다치거나 끙끙대면, 자기가 못미덥거나 걱정할까봐 그런가 보다 생각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당연히 속상한 마음이 들고, 그 속상한 마음에 화를 더 내는 거고요. 물론 그 표현 방식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 할머니가 제가 한 말이니 아마 맞을 거예요.”

“네 말이라면 못 믿겠지만, 네 할머니 말이라면 믿어야지. 그럼 오늘은 엄살 좀 부려볼까?”

“그래도 덜 혼난다는 것뿐이지, 혼난 다는 건 잊지 말고요.”

“끙... 그건 두렵다.”

“그래도 이 동네에 비명이-”

“꺅!”

앞에서 들려온 여자 비명에 나는 빙판길 위를 뛰어 올라갔다.

중간에 삐끗하기는 했지만, 넘어지지 않고 도착한 나는,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나는 눈앞에서 비명만 지르고 얼어붙어 있는 젊은 여성에게 소리쳤다.

“아줌마! 전화!”

“어?”

“일일구에 전화하라고요!”

“어!”

맥박이랑 호흡이 있어.

불규칙하지만 괜찮고.

우선 의식 확인부터.

나는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아저씨! 아저씨! 괜찮으세요?”

지혈하려면 머리를 움직여야 하고, 만약 목에 부상이 있는 거라면 자칫 전신 및 일부 신체 마비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선생님이나 이신후 아저씨에게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의식이 있길 바랐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시 의식이 없는 건가.

“어때?”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아저씨의 물음에 나는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호흡 맥박은 불안정하지만 있어요. 그런데 의식이 없고, 머리에 피가 흐르고 있어요.”

“너는 휴대폰 꺼내서 영상부터 찍어. 이제부터 내가 조치하마.”

“네.”

“저기 구급대원이 상태가 어떠냐고 물어요.”

여자의 말에 나는 지금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했고, 구급대원의 지시가 전달되면 그대로 이신후 아저씨가 조치했다.

나는 그걸 동영상으로 찍으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단순히 넘어진 상처가 아니야, 머리 뒤통수를 길게 찢을 만할 물건이 어디 있을 텐데...

이 아저씨가 쓰러진 주변에는 보이지 않아서 좀 더 먼 곳을 바라보았고, 이십 미터 떨어진 전봇대 아래에 작은 분홍색 아령 하나가 있는 걸 발견한다.

그리고 아랫부분에 붉은 색이 있다는 것까지 확인한 나는,

“후~ 다 됐다.”

조치를 끝낸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기 밑에 있는 분홍색 아령 볼 수 있어요?”

내 말에 아저씨는 자신의 무릎 위에 머리를 댄 사내 얼굴을 가리켰다.

“고개 돌렸다가는 움직여서 나는 볼 수 없어. 근데 왜?”

“이 아저씨를 공격한 흉기 같아서요.”

내 말에 아저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빨리 가서 사진 찍어 놔. 아, 굴러온 경로 그대로 가지 말고, 옆으로 비껴서 가. 사람들 접근하면 통제하고.”

“예.”

나는 대답하고 나서, 아저씨 말대로 반대쪽 벽면에 붙어 비탈길을 내려가 아령이 있는 전봇대로 접근했다.

-스마일.-

철컥.

아령 사진과 굴려 내려 올 때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자국도 추가로 찍은 나는 주변에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옆으로 비켜서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내 말을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잘못하면 범인으로 몰린다는 말에 그 이후로는 통제를 따라 움직였고, 칠 분 정도 지났을 때 구급대원들이 밑에서 뛰어 올라왔다.

“헉헉. 어디 있습니까.”

“저기 아저씨가 앉은 곳이요.”

“경찰은요.”

“이미 신고했는데, 도착하지 않았어요. 아! 저기 오네요.”

저 아래 구급차가 주차된 곳에서 경찰차를 가리켰을 땐, 이미 구급대원들은 지나간 이후였다.

왜 물어본 거야...

속으로 투덜대며 기다렸고, 구급대원들이 조치하는 걸 구경했다.

능숙하게 목 보호대를 환자 목에 착용시키더니, 들것에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올려놓은 다음, 따뜻한 핫팩을 놓고 천을 그 위에 놓은 뒤, 고정용 줄을 환자 몸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칭칭 감았다.

그러고는 들것 위에다가 줄을 매달더니, 한 명은 대기하고 나머지 한 명이 비탈길 아래로 들것과 함께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우와.”

저렇게 하면 들것을 들고 옮기다가 빙판에 넘어져서 생기는 불상사는 없겠구나.

나라면 그냥 무식하게 들고 내려갔을 텐데, 역시 머리 좋은 분들이 많아.

“다들 비켜주세요. 내려가는 데 부딪히지 않게 비켜주세요.”

구급대원의 외침에 다들 길가에 바짝 붙었다.

울퉁불퉁한 부분을 최대한 피해서 무사히 들것이 내려가고, 나머지 구급대원이 내려갈 준비를 할 때쯤에 경찰들이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딱 봐도 졸린 눈을 한, 두 사람이 이신후 아저씨에게 걸어갔다.

대화를 나누고 떨어진 아령에 터벅터벅 걸어가 전봇대 옆에 있는 나무 조각으로 대충 뒤적이는 모습부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이봐요! 단순 사고라니까!”

“아니 여자도 갑자기 남자가 쓰러졌다고 하지 않습니까. 넘어지는 소리도 아니고,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다음에 쓰러졌다는데, 목격자 진술에 흉기로 보이는 아령까지 본 마당에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여자도 저기 옆에서 전화를 하다가 들은 거라 불분명 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오지랖 떨어서 괜히 주변 사람 불안하게 하지 마시고. 그냥 제 갈길 가세요.”

“아니, 그러다가 그 사람이 깨어나서 누군가 던졌다고 말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그럴 경우 전혀 없으니까. 가세요! 어서!”

이신후 아저씨가 욱하려는 걸, 나는 말렸다.

“아저씨. 진정하세요.”

“아니, 지금 뻔히 보이는-”

“그만하고 물러나죠. 사람들도 몰려들고 이러면 아저씨에게도 좋지 않잖아요. 그리고 경찰관 아저씨들도 그만 화내시고요. 네?”

내 말에 아저씨는 물러났고, 경찰관도 불쾌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보다가 몸을 돌렸다.

“에이 씨X 엿 같은 새끼 때문에-”

“뭐! 지금-”

욕설이 들려오자 아저씨가 발끈하려는 걸 나는 붙잡았다.

“진정하세요.”

“하지만 저 자식이 지금-”

“참으시고. 우리도 빨리 돌아가요. 네?”

나는 아저씨를 진정시키고 물건을 챙기다가, 문득 아무도 챙기지 않은 아령을 바라보았다.

나는 오십원을 아끼려고 미리 챙겨놓았던 비닐봉지 중 제일 깨끗한 것을 들고 아령으로 걸어갔다.

-스마일~-

찰칵.

다시 한 번 더 사진을 찍은 나는 분홍색 아령을 챙기고, 말없이 앞서가는 아저씨를 향해 뛰어갔다.

**

**

쾅쾅.

“계십니까.”

쾅쾅.

누구지?

나는 흐릿한 세상이 보이자, 눈을 비볐고, 몸을 일으켰다.

눈곱 때문에 옆에 노란 점처럼 가려져서 그것까지 떼어냈을 땐, 현관문에 도착해 있었다.

쾅쾅.

“계십-”

문을 열자, 어제 보았던 경찰관은 물론이고, 사복 차림에 사십 대 아저씨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이 학생이 맞습니다.”

“그래? 안을 뒤져봐.”

“네!”

대답과 함께 내 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온 경찰 둘이 구둣발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방안을 뒤지던 두 경찰 중 한 명이 노란 비닐봉지를 들고 다시 이곳으로 뛰어왔다.

“찾았습니다.”

이건 어제 내가 챙겨놓은 아령인데.

“체포해.”

체포. 응? 체포?

“당신을 증거물 은닉 및 권호섭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철컥.

은빛으로 반짝이는 고리가 내 손목에 채워졌다.


작가의말

간만에 연참~~!! 하게 한, 네 죄가 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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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ㅅ* +3 19.05.04 853 24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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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ㄷ* +3 19.04.24 966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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