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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님의 서재입니다.

멈춰져 버린 시간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darksun0110
작품등록일 :
2019.09.09 15:33
최근연재일 :
2020.02.28 13:08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820
추천수 :
92
글자수 :
512,919

작성
20.02.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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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젠 정말... (3)

DUMMY

 

**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잘 모를 정도로 저녁 먹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수진쌤은 계속해서 나한테 달라붙었고, 나는 일단 생존을 하기 위해 수진쌤을 살짝 밀쳐 내면서 밥을 먹었다. 정말 오늘따라 수진쌤이 불편하다.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어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고 있다. 원래 내가 아는 수진쌤은 굉장히 어른스럽고 같이 있을 때 막 즐겁지는 않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행복한 사람이었는데 오늘의 수진쌤은 마치 날 공략이라도 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 같다.


“아 배불러...”


수진쌤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소파에 기대었다. 본인이 시킨걸 다 먹었을 뿐 아니라 탕수육도 거의 2/3을 먹었다. 그리고 내 것도 조금 뺏어 먹었다. 정말 어른답지 않은 수진쌤이지만 그 모습도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이런 걸 겝 모에라고 하는 건가? 그렇지 루리야? 너네 용어로 그게 맞지?


한편 나는 다 먹고 정리를 하기 시작하였다. 수진쌤이 사주었기에 아무래도 내가 정리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어나서 나는 접시들을 층층이 쌓아 배달하면서 갖다 준 봉지에다가 넣어서 수진쌤 집 문 앞에 놓았다.


“쌤 잘 먹었습니다.”


“아니야. 내가 사주고 싶어서 사주는 건데. 나중엔 더 맛있는 거 사줄게.”


“좋아요.”


수진쌤은 이미 미래를 기약을 하면서 소파에 더 기대었고, 나는 소파에 앉아서 그런 수진쌤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수진쌤의 얼굴, 그리고 땀 때문에 달라붙은 수진쌤의 옷까지. 나를 가만두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지금의 모습이 이래도 역시 수진쌤은 수진쌤이였다. 이러고 있으니 작년 이맘때가 생각이 났다. 수진쌤이 우리 집에 찾아온 그 날. 나는 몇 번이고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했지만 수진쌤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확실히 너무나도 이뻤다. 그때는 초보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수진쌤은 나를 귀찮게 하면서 끈질기게 학교에 오게 하였고, 결국 나는 학교에 갔다. 그리고 수진쌤과 여러 시간들을 같이 보내었다.

 

소풍 가서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수진쌤의 소개팅을 막기도 하고, 고백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역시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건 수진쌤한테 무릎베개를 받은 그 날이었다.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수진쌤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여전히 나는 집 방구석에 박혀 있었을까? 지연이와 관계를 해결하지도 못했고, 루리라는 소중한 동생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지금 내 옆에 태평하게 있는 이 사람을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지.


“응? 왜?”


그때 수진쌤이 나를 쳐다보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내 시선이 수진쌤한테도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수진쌤의 그 순진한 얼굴을 보니 마음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아까의 미인계라든지 갑자기 나의 허벅지를 만지는 그런 두근거림이 아니라 순수하게 수진쌤 그 본연 때문에 느껴지는 두근거림이랄까? 흥분되는 두근거림은 분명히 아니다. 마치 정전기가 막 내 손에 짜릿하게 온 기분이다.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개진 거야?”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냥 그...”

“응?”


“...쌤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서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수진쌤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그런 수진쌤을 쳐다보았는데 수진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주방으로 가서 갑자기 냉장고에서 맥주를 두 개 꺼내서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자 하나 마셔.”


“네?”


수진쌤은 아무래도 이젠 나를 미성년자로 더 이상 보지 않는 모양이다. 저번에 여행 가서도 그렇고 나한테 아무렇지 않게 맥주를 건네고 있다. 솔직히 내가 술을 먹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마신 경험도 많지 않은데 꾸준히 주변 사람들이 권하고 있다.


“저 미성년자잖아요 쌤.”

 

“뭐 어때~ 저번에도 마셨잖아. 얼른 받아. 쌤 팔 떨어지겠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수진쌤이 주는 맥주를 받았고, 수진쌤은 바로 따서 한 모금 마셨다. 나도 따서 한 모금 마셨다. 그래도 예전에 마셔서 막 그렇게 쓰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왜 마시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쌤 직무유기예요.”


“아니. 지금부터는 쌤이라고 부르지 마.”


그건 또 무슨 개소리지? 아니 오늘 수진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평상시 같은 모습을 보이란 말이에요. 그래도 덜렁거리거나 조금 모자란 모습은 보였지만 그래도 쌤다운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은 전혀 그러지 않잖아요.


“특별히 너 얘기할 때는 누나라고 불러.”


“저기요 쌤... 쌤이랑 저랑 꽤 차이가...”


내가 그 말을 하자 나의 등짝을 수진쌤은 한 대 때렸다. 아무래도 수진쌤은 이미 나한테 누나 소리를 듣고 싶은 모양이다. 하긴 우리가 차이가 나더라도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니깐 크게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1년을 쌤이라고 부르던 사람한테 누나라고 부르면...


“... 누... 나...”


“히히~ 우리 윤수 누나가 뭐 사줄까?”


취했다 이 사람. 아무래도 답이 없다. 정말로 이상하단 말이야 오늘...


“됐어요 쌤. 아 뭐... 얘기 이제 할 거니깐 딴죽 걸거나 태클 걸지 말고 들어주세요. 알겠어요?”


“치... 오늘은 좀 태클 걸고 싶었는데 알겠어. 말해봐.”


수진쌤은 드디어 진정을 하였고 나는 말을 하려다 다시 용기가 나지 않자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고 정신도 살짝 몽롱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더 마음을 먹고 입을 조심스레 열었다.


“저 지연이한테 다시 고백받았어요.”


손에 약간 꼬집한 느낌이 들었다.


“... 그래? 그... 래서?”


“안된다고 했어요. 그리고는 루리한테도 고백받았어요. 물론 루리한테도 안된다고 했어요.”


“왜 그랬어? 너한테는 오히려 걔네랑 사귀는 게 더 좋잖아. 특히나 루리랑은 사귀면서 좋았잖아.”

 

수진쌤의 말이 맞다. 나의 또래인 애들과 사귀면 확실히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겠지. 물론 그녀들이 조금 유명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 이외에는 뭐라 할 사람은 없다.


“쌤 말이 맞아요. 루리랑 있으면 편해요. 같이 있으면 두근 거리기도 하고 잘 맞기도 하고.”


아 자꾸 손에 땀이 차네?


확실히 루리랑 있으면 좋다. 특히나 사귈 때에는 좋았다. 같이 있으면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고 편했다. 가끔 두근거리기도 하고 같이 좋아하는 것도 즐길 수도 있었다.


“손 잡아도 돼?”


“... 이미 잡고 있잖아요.”


약 25줄 전부터 수진쌤은 나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그래도 혹시나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근데 그렇다면 루리랑 사귀면...”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건 지금 제 앞에 있는 사람이에요. 수진쌤이요.”


나는 몇 번이나 수진쌤한테 고백을 하였다. 그냥 장난스럽게도 좋아한다고 했었고, 진심을 다해서 고백을 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수진쌤은 안된다고 말을 했었다. 항상 나는 마음을 다해서 노력을 하지만 결국에는 차였다.


하지만 어느샌가 수진쌤이 본인의 마음을 말을 했다. 그때 수진쌤이 취했던 그날 밤에 수진쌤한테 그 말을 안 들었으면 수진쌤이 여전히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냥 루리한테 마음을 쏫았을 것이다.

 

그리고 루리와 결국 해어지고 다 같이 여행 간 그날 밤 수진쌤이 나에게 한 말을 듣고 나는 결국 확신에 섰다. 날 사랑한다는 그 말 말이다. 내가 취해서 잘못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그 말이 진짜라는 게 느껴졌다. 근거도 없이 말이다.


“정말로 좋아해요 쌤. 쌤이 제 또래가 아니든 말든 상관없어요. 누가 뭐라 하면 어쩔 건데요? 전 어차피 이젠 졸업하고 쌤도 저도 성인이잖아요.”


“윤수야...”


“쌤...아니. 수진누나. 좋아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고백을 한 건지 모르겠다. 분명 수진쌤이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기는 했지만 반말하라는 말은 없었으니깐. 하지만 나는 마음을 먹고 수진쌤... 아니 수진누나한테 말을 했다. 정말로 나는 수진누나가 좋으니깐.


솔직히 나는 아직도 누구랑 사귀는 게 두렵다. 내가 피해를 줄까 봐, 그 사람한테 또 상처를 줄까 봐 두렵다. 하지만 수진누나라면 덜 줄 수 있을 거 같다. 이것도 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노력을 하면 될 거 같았다.


무엇보다 수진누나도 나에게 그렇게 말을 했었다. 너무 남들을 신경 쓰지 말라고. 내 마음을 놓치지 말라고.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내가 행복한 길은 지금 당장은 수진누나와 같이 있는 것이 행복한 길이다.


“....”


내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수진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거 살짝 위험한테? 내가 괜히 수진누나라고 부른 건가? 너무 시급했나? 역시 아직은 쌤이랑 제자겠지? 그렇죠 수진쌤? 전 아직 쌤이라고 부르는 게 역시 맞겠죠?


“...누ㄴ...아니 쌤...”


“쌤이라고...부르지마.”


“네? 뭐라고...”


그때 내 입술에 촉촉한 무언가가 닿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진쌤의 입술이었고, 내 눈 앞에는 수진쌤이 있었다. 덕분에 내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술기운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아니면 수진쌤 때문에 이러는지는 모르겠다.


입 안에 맥주 향이 가득했다. 내가 마신 맥주 향과 수진쌤이 마신 맥주 향. 그뿐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수진쌤의 향기가 나의 코를 계속 찔렀다. 아주 향긋했다.

 

“...쌤...”

 

“아까 누나라고 불러놓고서 이제 와서 쌤이라고 부르는 거야?”


“아... 그게... 수진 누나...”


“그럼 너랑 나. 오늘부터 누나 동생 사이다. 알겠지?”


수진누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내 볼에 한번 더 입을 맞추었다. 정말 약 3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쌤 같았는데 지금은 그냥 잘 모르겠지만 쌤 같지는 않다. 근데 우리 진짜 이제 사귀는 거 맞지? 누나 동생 사이로 지내자고 했는데 그냥 누나 동생 사이는 아니겠지?


여기서 내가 물어보면 말이야... 나만 이상한 사람이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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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이제 진짜 시작이지? (3) 20.02.21 14 0 11쪽
94 이제 진짜 시작이지? (2) 20.02.19 13 0 12쪽
93 이제 진짜 시작이지? (1) 20.02.17 17 0 12쪽
» 이젠 정말... (3) 20.02.14 18 0 11쪽
91 이젠 정말...(2) 20.02.12 17 1 11쪽
90 이젠 정말...(1) 20.02.12 14 1 11쪽
89 그녀들 (1) 20.01.31 17 1 11쪽
88 이제는 뭘까? (9) 20.01.29 15 1 11쪽
87 이제는 뭘까? (8) 20.01.27 16 1 11쪽
86 이제는 뭘까? (7) 20.01.24 14 1 11쪽
85 이제는 뭘까? (6) 20.01.22 20 1 13쪽
84 이제는 뭘까? (5) 20.01.22 14 1 13쪽
83 이제는 뭘까? (4) 20.01.17 15 1 12쪽
82 이제는 뭘까? (3) 20.01.15 21 1 11쪽
81 이제는 뭘까? (2) 20.01.13 17 1 12쪽
80 이제는 뭘까? (1) 20.01.10 18 1 11쪽
79 끝과 시작 (6) 20.01.08 16 1 12쪽
78 끝과 시작 (5) 20.01.06 19 1 12쪽
77 끝과 시작 (4) 20.01.03 17 1 12쪽
76 끝과 시작 (3) 20.01.01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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