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a********* 님의 서재입니다.

멈춰져 버린 시간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darksun0110
작품등록일 :
2019.09.09 15:33
최근연재일 :
2020.02.28 13:08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1,825
추천수 :
92
글자수 :
512,919

작성
20.01.27 13:00
조회
16
추천
1
글자
11쪽

이제는 뭘까? (8)

DUMMY

**

 

다음날이 되고 나는 침대에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근데 머리가 살짝 띵하다. 아무래도 어젯밤에 밖에 너무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솔직히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홀가분하긴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이 아픈 건 여전했으니깐 말이다.


나는 눈은 떴지만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누워있었다. 해가 어느 정도 올라온 거 보니 아직 그렇게 늦은 것 같지도 않았다. 한... 8시쯤 됐지 않았을까? 근데 내 바로 옆 침대가 비워져 있었다. 짐도 없는 걸 보니 이미 간 것 같다.


그 자리의 주인공은 나의 쌍둥이 형인 이윤서. 어제 지연이에게 결국 난 결별의 말을 전하고 올라가는 길에 이윤서를 만났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만난 적이 없다. 내가 벤치에 앉아있다가 방에 들어왔을 때도 짐은 있었지 그 인물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솔직히 둘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질 않아서 나는 먼저 잠에 들었다. 그리고 일어난 지금은 짐도 없고 그 사람도 없다. 어제 언제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둘은 아마 잘 된 것 같다. 그러니깐 같이 갔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일어났다. 방 안은 조용했다. 솔직히 같이 자는 녀석들의 잠꼬대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의외로 다들 조용히 잘 잤다. 근데 설마 내가 밤새 잠꼬대를 한 거 아니겠지? 그러면 좀 쪽팔린데 말이야.


나는 잠시 침대 위에 앉아 있다가 샤워를 하고 방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오는 순간에도 우리의 후배님은 열심히 잠을 자고 있었다. 물론 걔가 자든 말든 나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방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려고 벤치로 향하니...


“어? 오빠?”


루리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오히려 루리는 히키코모리 기질이 아직 있어서 방에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나는 그런 루리를 보면서 옆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근데 루리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아... 언니가 아침 일찍 가더라고. 어제 오빠 만나러 간다고 했었는데.”


루리도 다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나와 지연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눈치는 차리고 있는 모양이지. 그래도 그것 때문에 루리의 표정이 너무 안 좋거나 슬퍼 보이지는 않았다.


“맞아. 어제 지연이가 나한테 고백하더라고.”


“뭐? 그리고... 지... 연이?”


“아 김지연이 말이야. 성이 빠졌네?”


나는 그렇게 말을 하였지만 루리는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물론 나는 그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괜히 다른 곳을 보았지만 말이다. 루리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가 어제 오빠 만나고 한... 새벽 3시? 그쯤에 들어왔어.”


나랑 해어진 게 아마 12시 정도였다. 근데 새벽 3시에 들어온 걸 보면 이윤서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3시간이나 하는 거지? 뭐... 달래주고 그러다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어제 이윤서가 재역할을 한 모양이네?


“그렇구나. 무슨 일 있었는지는 안 궁금해?”


“... 언니가 말 안 하면 나는 안 들을래. 오빠한테 듣자니 좀 기분이 이상할 것 같기도 하고.”


루리는 그러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괜히 자신의 신발을 발로 톡톡 건드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어제 지연이가 나한테 한 것처럼 말이다. 루리의 손도 살짝 땀에 젖어 있었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그냥 잡고 싶어서. 근데 오빠 손 잡으면 마음이 불편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편하네?”


루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말을 했다. 어제 오후 내내 우리는 붙어 있었다. 루리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 하나로 말이다.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어야겠어. 그 일 너무나도 고되다고. 나는 그냥 앉아서 쉬고 싶었는데.


“뭐래. 어제 그림은 잘 마무리한 거야?”


“그럭저럭? 오늘도 오빠가 나 도와줘야 돼?”


“생각해볼게.”


나는 그러면서 은근슬쩍 루리의 손에서 나의 손을 뺐다. 루리는 영 맘에 안 든 눈빛을 띄었지만 나는 신경을 쓰지 않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데 내 맘 속도 저렇게 걱정 없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제 슬슬 사람들 깨우러 가볼까?”


“그럴까?”


**


어느덧 햇살이 뜨거운 오후. 아침에는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먹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래도 수진쌤이 여기에 자주 와서 다행이지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서 끌려만 다녔다. 거기가 재미있었다는 건 안 비밀!


그러다가 점심도 간단히 먹고 오늘도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귀찮아서 반대를 했지만, 다른 누나들의 수영복이 보고 싶은 정민이와 물놀이를 하고 싶은 초원이. 그리고 다른 목적으로 바닷가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루리까지.

 

결국 우리는 바닷가에 나왔다. 다들 수영복을 입고 바닷가로 들어갔지만 나는 미리 깔아놓은 돗자리에 누워서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러던 중에 내 머리 위로 햇빛을 가리는 사람이 나타났다. 나는 또 루리인가 하고 위를 보았는데...


“어? 쌤?”


“바닷가에 안 들어가고 왜 여기에 있어~”


그건 바로 수진쌤이였다. 수진쌤은 어제처럼 하얀 티 안에 비키니를 입고 반바지를 입었다. 그래서 하얀 티에 갈색 비키니가 비추어서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다. 계속 보지 말라고 내 눈아. 조금 참아 보자...


“아 그냥요. 오늘은 바닷가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요.”


“그렇구나? 그럼 쌤이 무릎베개해줄까?”


수진쌤은 그러면서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나는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행히(?) 수영복 통이 커서 나의 신체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당황한 게 수진쌤에게 보이자 수진쌤은 혼자 뭐가 그렇게 웃기는지 막 웃었다.


“아 정말 너랑 있으면 재미있다니깐?”


“놀리지 말라고요... 그럼 전 바닷가로 들어갈게요.”


나는 내 몸을 좀 완화시키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다. 근데 뒤에서 갑자기 수진쌤이 나의 팔을 잡아 나를 앉혀놓았다. 그리고는 내 팔을 수진쌤 쪽으로 끌어당겼는데 뭔가 이상한 게 내 팔에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로? 쌤이랑 안 놀고?”


“아... 자꾸 그러지 말라고요.”


한 번만 더 그랬다가는 저는 못 참고 수진쌤한테 돌진할지도 모른다고요. 진짜 지금 몸이 막 이상해지려고 하니깐 제 팔을 당기지 마세요. 그곳에 닿는다고요...


“지연이는 오늘 일찍 갔던데. 너랑 무슨 일 있었어?”


갑자기 수진쌤은 그런 질문을 하였다. 그게 수진쌤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미 어제 지연이는 먼저 간다고 했었고, 거기에 윤서도 동행을 한다고 했었으니깐 수진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할 것만 같았다. 근데 나한테 물어보다니...


“... 그냥 지연이가 저한테 고백해서 찼어요.”

 

나는 솔직하게 말을 하였다. 수진쌤한테도 말하는 게 아무래도 좋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근데 수진쌤의 표정이 썩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설마 수진쌤 여태 몰랐었던 건가? 다른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눈치 기술이 수진쌤한테는 존재하지 않는 건가?


“그랬...구나. 사실 몰랐어. 지연이가 널 다시 좋아하는지는. 뭐 그래도... 네가 잘 생각해서 한 거니깐. 지연이가 좀 걱정이네.”


“뭐... 이겨낼 거예요. 아마...”


“나는 뭐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마 지연이라면 그러겠지?”


수진쌤은 그러면서 갑자기 나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나는 당황을 하였지만 우리의 인자하신 수진쌤은 그런 나를 환한 미소를 띠면서 바라보았고, 그 미소, 그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그럼 나도 윤수 너한테 할 얘기가 있는데.”


“네? 무슨...”


“저기...”


그때 내 뒤로 루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와는 다르게 비키니 위에 하얀색 카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방금까지 바닷가에 있었는데 방금 나와서 입은 모양이다.


“어? 루리야 왜?”


“오빠... 좀 빌려가도 될까요 쌤?”


“응... 그래...”


루리는 수진쌤의 허락을 받고 나를 일으켜서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근데 내 의사는 왜 물어보지 않는 거지? 나도 나름 거부할 권리가 있는데 말이야. 물론 나에게는 전혀 물어보지 않은 채 바닷가가 아니라 그 반대로 나를 데리고 왔다.


“루리야 어디로 가는 건데?”


“그냥 조용히 따라와.”


루리는 나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해안가를 따라 좀 외진 곳으로 왔다. 거기서 멈출 줄 알았는데 그곳에 약간 숲처럼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었고 루리는 끝내 나를 거기 안까지 데리고 갔다. 아무도 없는 정말로 외진 곳으로 말이다.


“루리야... 어디까지 가?”


“... 여기까지.”


굳이 여기까지 데리고 온 이유는 아마 루리의 그림을 위한 것일 거라고 나는 생각이 든다. 아까 아침에도 나한테 그렇게 부탁을 하였으니 지금도 아마 그런 거겠지?


“그래. 이번엔 뭘 그릴 건데? 위에 티라도 벗을까?”

 

“아니. 그림... 지금은 안 그릴 거야.”


“그게 무슨 말.... 야!”


그때 루리가 나에게 달려오더니 순식간에 나의 품 안으로 안기었다. 나는 정신없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에 당황을 하였지만 루리는 그런 나를 신경 쓰지 않고 더 내 품 안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내 손을 갈 곳을 잡지 못하고 그저 방황을 하게 되었다.


“뭐 하는 거야. 어... 얼른 떨어져.”


“할 얘기가 있단 말이야 오빠랑.”


“그... 그럼 여기서 나와서 해도 되잖아.”


내가 그렇게 말을 했지만 루리는 나오지 않고 나를 더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잠시 팔을 하나 풀더니 나의 팔 하나를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대었다. 아마 이것의 의미는 자기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루리가 바라는 대로 하였다.


“오빠...”


“응 그래.”


“... 나 어떡해?”


루리는 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을 살며시 보여주었다. 정말로 새빨개져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이 얼굴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그때가 생각이 났다. 내가 루리의 집에서 루리를 끌어안고 있을 때 그 얼굴...


“나 아직도 오빠 못 잊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멈춰져 버린 시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이번주 중으로 이야기가 끝납니다 20.02.25 13 0 -
공지 다음 한주는 연재 쉽니다 20.01.31 13 0 -
공지 휴재 공지 19.12.25 12 0 -
98 한 여름밤의 꿈 (2) 20.02.28 12 0 12쪽
97 한 여름밤의 꿈 (1) 20.02.26 12 0 11쪽
96 이제 진짜 시작이지? (4) 20.02.24 14 0 12쪽
95 이제 진짜 시작이지? (3) 20.02.21 14 0 11쪽
94 이제 진짜 시작이지? (2) 20.02.19 13 0 12쪽
93 이제 진짜 시작이지? (1) 20.02.17 17 0 12쪽
92 이젠 정말... (3) 20.02.14 18 0 11쪽
91 이젠 정말...(2) 20.02.12 18 1 11쪽
90 이젠 정말...(1) 20.02.12 14 1 11쪽
89 그녀들 (1) 20.01.31 17 1 11쪽
88 이제는 뭘까? (9) 20.01.29 15 1 11쪽
» 이제는 뭘까? (8) 20.01.27 17 1 11쪽
86 이제는 뭘까? (7) 20.01.24 14 1 11쪽
85 이제는 뭘까? (6) 20.01.22 21 1 13쪽
84 이제는 뭘까? (5) 20.01.22 15 1 13쪽
83 이제는 뭘까? (4) 20.01.17 15 1 12쪽
82 이제는 뭘까? (3) 20.01.15 21 1 11쪽
81 이제는 뭘까? (2) 20.01.13 17 1 12쪽
80 이제는 뭘까? (1) 20.01.10 18 1 11쪽
79 끝과 시작 (6) 20.01.08 16 1 12쪽
78 끝과 시작 (5) 20.01.06 19 1 12쪽
77 끝과 시작 (4) 20.01.03 17 1 12쪽
76 끝과 시작 (3) 20.01.01 19 1 12쪽
75 끝과 시작 (2) 19.12.30 18 1 11쪽
74 끝과 시작 (1) 19.12.27 20 1 13쪽
73 탓 (4) 19.12.23 16 1 12쪽
72 탓 (3) 19.12.20 46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