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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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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9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13 10:00
조회
13
추천
4
글자
11쪽

338. 난입

DUMMY

순간 내 앞에 펼쳐진 순백의 공간. 그래, 창조주다. 아주 맛들렸네. 나를 만나는 게 맛이 들렸어.


“아니, 이건 아니죠. 왜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이런 일에 불쑥불쑥 고개를 밀어 넣으십니까?”

“할 일도 많은데 계속 허튼짓만 하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그의 목소리에서 작은 불쾌함이 느껴졌다. 내가 벌인 짓이 어느 정도 성공이라는 표현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창조교의 신 창조주가 불쾌감을 느꼈으니.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최대한 마음을 숨기며, 그의 불쾌감을 풀어주려 했다. 하지만,


“좋냐? 뻘짓을 그렇게 해서, 내 관심 받아서 좋냐고?”


오히려 더욱 인상이 굳어지는 그의 얼굴. 어... 청조주도 화를 낼 줄 아네? 그냥 장난만 치는 꼬마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화나신 겁니까?”

“그럼 화가 안 나? 비틀리기 시작된 일들을 고치러 보내놨더니, 이상한 집단이나 만들고. 그렇게 해서 원더랜드를 구할 수 있겠어?”


그의 입에서 원더랜드라는 단어가 나오자, 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도대체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일까. 당장이라도 이곳의 일을 정리하고 원더랜드로 날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머릿속에 불안과 망설임이 싹을 틔웠다.


[끄덕끄덕!]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인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오호라, 이번엔 안쪽에 있는 놈이 반응을 하네? 자신 있다고? 원더랜드를 구할 자신이 있어?”

[끄덕끄덕]

“어이가 없군”


창조주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런 내 모습이 무척이나 못마땅하다는 듯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움직이는 몸뚱이. 곤란한 건 몸의 주인인 현과장이 아니라 나다. 난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난 지금 충분히 두려움에 떨고 있고, 원더랜드만 생각하면 머릿속이 이 공간처럼 새하얗게 변한다고!


“아직도 둘인 상태도 극복하지 못한 주제에, 뭐? 원더랜드를 구해?”


묵직한 「사실」이 내 귓가를 때렸다. 아프다, 마음이 너무나 아프다. 그런데,


[끄덕끄덕끄덕!]


이런 내 마음과 다르게 격하게 움직이는 머리. 아니, 이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나와 현과장, 우리 같은 몸뚱이를 공유하는 게 맞는 거야? 왜 이렇게 생각이 다르지?


“내가 초래한 일이긴 하지만, 지금 둘의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알고 있어? 그런 상태도 극복하지 못한 주제에, 원더랜드를 구할 수 있다고?”

[끄덕끄덕]


난 당찬 현과장의 모습을 느끼며, 잠시 그와의 일들을 떠올렸다. 상대가 누구든지 절대 물러서지 않았던 현과장. 나와의 대결에서도, ‘아’와 ‘음’ 두 신과의 갈등에서도 그러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오로지 달려갈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그를 절망으로 밀어 넣을 때도.


“지금 정말 위험한 상태라니까. 그런데 극복보다는 원더랜드를 선택하겠다고?”

[끄덕끄덕]


당연하다는 듯 고개가 움직였다. 창조주 앞에서도 빼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현과장. 내가 온통 미사여구로 상대를 혼란시키는 것과 다르게, 현과장은 직설적이었다.


“지금 이 상태로라면, 누군가는 한 명은 불행해진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러나, 누군가 불행해진다는 말은 그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이 일의 끝에 누군가 불행을 짊어지게 된다면, 그 인물은 거의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현과장도 그 주인공이 누가 될지 아는 눈치였다. 몸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애가 불행해질 수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현과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젠, 내가 입을 열 순간이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현과장과 내가 지향하는 세상은 그런 세계가 아니니까.”

“그게 운명인데도?”

“그 운명이라는 걸 깨뜨리기 위해 지금 이렇게 있는 거잖아요. 끝까지 발버둥 쳐 보겠습니다.”


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 안 되면 되게 한다. 나 혼자의 힘이라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현과장이 함께 움직여준다면 가능할 것이다. 난 그런 느낌이 들었다.


“걱정이 돼서 왔더니, 건방진 소리만 듣게 되었네.”

“걱정을 하지 마시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잖아요. 그냥 원더랜드도 구해주시고, 여기 무협랜드도 구해주시...”

“넌 지금 기회를 얻은 것일 뿐이야. 난 원더랜드가 어찌 되든 아무런 관심도 없어.”


싸늘하게 불어온 그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 아무리 내게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창조주의 눈에는 그냥 한낱 목숨에 불과하겠지. 우주에 넘쳐 나는 ‘그냥’ 목숨.


“네가 중요하다고 여기면, 네가 직접 나서서 지켜. 그게 중요하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란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르니까. 심지어 나조차도.”


그 말을 끝으로, 순백의 공간이 점차 옅어지게 시작했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봤을 땐, 내 몸은 동동구리모 근처에 떨어져 있었다.


“아니! 또 어딜 갔다 오시는 거예요?!”


저 멀리서 여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녀 역시, 외부인이 아닌, 내가 지켜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중경의 중심 지구, 그 한 가운데에 위치한 가씨 문중의 저택.

그 앞으로 험상궂은 인상의 남자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검과 창, 그리고 활 등으로 무장한 상태로 도착한 사람들. 얼핏 보아도 강호의 고수라는 느낌이 팍팍 풍겨 나오고 있었다.


“사부님! 시숙님! 이렇게 흔쾌히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자가 버선발로 마중을 나와 그들을 환영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는 사내들. 그들 중 제일 덩치가 좋은 노인이 앞으로 나와 진자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어려울 때는 서로 돕는게 당연한 것이다, 진자.”

“감사합니다, 대사부님.”


진자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자의 정체는 바로, 공통파의 장문인, 철승진. 그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고 있었다. 마치 맹수의 눈빛에서 느껴질법한 날카로움은 주변인들뿐만아니라, 공기까지 위협하는 듯했다.


“신화경의 인물이 널 위협하고 있다고?”

“네, 대사부님. 최고 고수인 그자가, 필부인 저와 제 주변인들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힘이란 자로고 약한 자들을 지키기 위해 써야 하는 법인데!”


살짝 떨리는 승진의 목소리. 그의 음성을 따라 주변의 공기도 떨리기 시작했다. 단순히 목소리 하나만으로 공기를 움직이는 승진. 그도 보통의 고수는 아닌 듯했다.


“고정하시옵소서, 대사부님. 대사부님께 비하면 그 고수는 먼지만도 못한 자이옵니다.”

“아무렴! 이제 내가 왔으니 진자 넌 안심해도 된다!”


강력한 자신감과 힘이 느껴지는 그의 음성. 이런 자신감을 보이는 건, 비단 승진 혼자뿐만은 아니었다. 그의 주변에 서 있는 남자들로부터 느껴지는 자신감과 위압감. 그들은 투지로 똘똘 뭉쳐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사부님, 사부님, 사숙님!”

“하하하하! 그래, 들어가자!”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승진과 그의 일행들은 진자의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입구서부터 휘황찬란한 등과 아리따운 여성들이 승진의 일행을 맞이했다. 마치 고급 기루에 있는 것만 같은 분위기. 승진과 그의 공동파 사람들은 입이 귀에 걸려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역시, 진자! 사람을 대하는 법을 너무 잘 알고 있군!”

“과찬이시옵니다, 대사부님. 이건 그냥 제 작은 성의입니다. 긴 여정으로 피곤하셨을테니, 잠시나마 쉬셨으면 하는 마음에 준비해 보았습니다.”

“하하하하! 역시! 진자! 역시 공동파의 인재답군!”


승진뿐만 아니라, 공동파의 다른 이들도 진자의 칭찬에 입을 거들었다. 이윽고 여자들과 함께 저택 안 연회장으로 걸어간 사람들. 즐거운 웃음소리가 단 한순간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듯했다.


“그런데, 대사부님. 한가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러던 도중, 진자가 조심스레 승진의 곁으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게 무척이나 진지한 진자의 목소리. 승진도 평범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에게? 뭐 궁금한 게 있느냐”

“다름이 아니오라, 신화경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사옵니다.”

“신화경? 그 말도 안 되는 경지 말이냐?”


신화경이라는 말에, 승진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뭔가 아는 듯한 그의 태도. 진자는 승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신화경이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 그거 전부 거짓이다. 겨우 검성이 된 놈들이, 자신의 성과를 부풀리고 싶어서 지껄이는 헛소리일 뿐이야.”

“그래도 신화경의 고수가 사람을 살렸다는 소문이...”

“진자야, 과연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자가 신화경의 고수일까? 아니다! 그 사람은 단순히 의술이 좋은 것일 뿐이야. 내가 지금까지 여러 고수들을 만나봤다. 하지만 전부 사기꾼들뿐이었어!”


승진은 단호했다. 아니,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이.


“그렇다는 건, 신화경을 이룬 고수는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화산의 장로도, 무당의 장문도 심지어 북빙신궁의 절대 고수 광귀도 신화경 근처에도 못 갔다. 신화경은 사람이 닿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니야.”


그의 말에 진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실 자신의 눈으로 신화경의 고수를 본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소문일 뿐이었다. 게다가 진건이 그로부터 도망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호떡. 호떡이라는 음식 때문이었다. 승진의 말을 듣고 있던 진자는, 자신의 계획을 수장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들어라, 진자. 그는 신화경의 고수가 아니야. 그는 그냥 의사일 뿐이야. 사람을 잘 고치는 의사.”


바로 그때, 의사라는 단어가 진자의 뇌리에 꽂혔다. 그래, 그가 신화경의 고수는 아닐지 몰라도, 사람을 살린 건 확실한 사실. 막내 동생이었던 진적이 그의 손길에 살아났었으니, 이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는 의술이 뛰어난 자가 틀림없습니다.”


진자도 자기의 생각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꾸었다.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전부 의술인 것이다. 죽은 자를, 아니 죽어가는 자를 살릴 정도로 뛰어난 의술.


“무서워하지 마라. 싸움에서 중요한 건 바로 자신감. 절대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진자.”

“명심하겠습니다, 대사부님.”


진자는 승진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또 조아렸다. 그렇게 무르익어가는 환영 연회. 진자의 계획도 지금의 연회만큼 무르익어갔다.

신화경 고수의 무공을 빼앗으려 했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듯했지만, 그는 다른 꿍꿍이를 생각해 냈다. 신화경 고수의 무공을 빼앗는다는 것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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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6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3 3 11쪽
»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7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6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7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4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4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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