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1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07 10:00
조회
21
추천
3
글자
11쪽

332. 거지굴 - 3

DUMMY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창이 없는 격리구역의 특성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난 그저 치료하고 또 치료했다. 『소생』을 비 뿌리듯 사람들에게 뿌렸다. 눈앞의 사람들이 모두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까지.


“수, 수고하셨습니다.”


조심스레 다가와, 손수건을 건넨 여희. 힘이 들거나 땀조차 나지 않았지만, 호의를 무시할 순 없었기에 손수건을 말없이 받아들었다.


“더 아픈 사람은 없는 거죠?”


노인은 내가 벌인 일들에 꽤 충격을 받은 듯한 모양이었다. 충격이 너무나 컸던 걸까, 그는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서 있었다.


“방주님?”

“그, 그렇긴합니다만...”


노인의 입에서 환자가 없다는 사실을 들었으니, 이제 남은 건 동동구리모로 돌아가는 일뿐. 미안한 이야기지만, 가족의 상봉도, 긴 시간 못 푼 회포도, 일단은 넣어두어야만 한다. 갈 길이 너무나 멀기 때문에.


“여희, 어머님과 동생 데리고 밖으로 나가서 기다려. 난 방주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나갈 테니까.”


하지만, 갈 때 가더라도 확인해야 하는 게 있는 법. 난,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먼저 밖으로 내보낸 후에, 노인에게 나지막이 목소리를 전했다.


“증 승상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아직도 중앙 광장에 매달려 계십니다. 이제는 거의 사람의 형상이 아닙니다.”


쓸쓸함이 가득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그 순간 난 마음을 굳혔다.

증 승상을 살리는 건, 원래의 계획이 아니었지만, 한번 시험해 볼 가치는 있었다. 『소생』이 죽은 지 한 참 지난 사람도 살릴 수 있는지, 아니면 불가능한지, 알아 두는 것도 중요하니까.


“감사합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는 정말 거지굴을 떠나야 한다. 시간이 없다. 초조해진 마음을 달래며 거지굴을 나와 보니, 시간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지나고 난 뒤였다. 완전히 어두워진 중경의 하늘. 느낌상, 동동구리모의 주방에 마지막 주문이 들어갔을 시간이다.


“안 되겠다! 편법을 써야지!”


가능하면 여희와 그녀의 가족들을 편하게 데려가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나에게 남은 시간은 30~40분. 그들에게 미안하지만, 좀 거칠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난 우선, 작은 수레를 하나 구했다. 모두가 탈 수 있을 만한 작은 수레를. 그리고, 동동구리모에 적용했었던 반(反) 중력장과 ‘0’ 마찰력을 적용했다.


“문제는 동동구리모의 위치인데...”


현재 이동 객잔의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는 이상, 무작정 일직선으로 달릴 수는 없는법. 그렇다면, 더욱 거친 방법으로 가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 승차해 주세요. 저희는 하늘로 올라갑니다!”


하늘에서 위치를 확인하고, 공중에서 방향을 트는 것. 모두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선은 돌아가야 하니까.


“자, 자, 올라타세요!”


난 서둘러 모두를 수레 위에 태운 뒤, 반 중력장을 강하게 설정했다. 그러자 하늘로 그리고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수레. 여희를 비롯한 그녀의 가족들, 심지어 그걸 보고 있던 거지굴의 사람들까지 표정이 얼어버렸다.

수레는 높게 높게 떠올랐다. 넓고 넓은 중경의 전경이 손바닥만 하게 보일 때까지.

한참을 올라가니, 저 멀리서 동동구리모가 참깨 크기 정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럼 내려갑니다!!”

“꺄!!!!”


순식간에 동동구리모를 향해 전력으로 떨어지는 수레.

세 사람의 입에서 비명이 끊어지질 않았다. 하긴, 롤러코스터보다 빠르고, 자이로드롭보다 아찔한 경험은 모두 해 본 적이 없겠지. 나도 없으니까.


[쾅!]


동동구리모 바로 앞에 처박힌 수레. 무지막지한 속도 때문에 산산조각이 난 수레였지만, 그러면 어때. 사람은 멀쩡하니 만사 오케이지.


“여, 여희야... 이게 무슨 일이냐...”

“엄마, 미안해. 엄마 사위가 좀 그래...”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 여희. 아니,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잘못을 한 건 나일 텐데. 왜 여희가 사죄를 드리냐고.


“엄마, 일단 들어가자. 남수야 너도 빨리 들어가자.”


여희는 서둘러 어머니를 모시고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객잔 안에 들어가지 않고, 날 멀뚱히 바라보는 그녀의 동생, 남수. 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뭐 할 말이라도 있나, 도련님?”

“작은 누나를 거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걱정이 많았어요.”


그는 나를 바라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정말 누구와 완전히 다르다, 달라! 막내가 이 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러운데, 누나라는 양반이 쯧쯧쯧. 누나가 저 모양이니까, 동생이 대신 철이 든 거겠지.


“들어갑시다, 도련님. 그 나이 때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니니까.”

“네, 형님.”


난 그렇게 똘망똘망한 소년과 함께, 나의 최대 걸작 동동구리모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내게 남은 마지막 일정을 처리하기 위해서.




수많은 병졸과 함께 원정에 나선 진돈은,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가득히 나타난 자신감. 그 자신감의 원천은 수백 명이나 되는 병사들로부터 나온 건 아니다. 그 자신감의 원인은 바로 진자의 신뢰. 지금까지 천덕꾸러기 취급만 당했던 그가, 이렇게 진자의 오른팔이 될 줄이야. 그는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도련님, 식량을 조금만 가지고 온 게 걱정이 됩니다. 잠시 보급을 위해 상원(上原)에 들르시는 것이 어떠합니까.”


부관 중 한 명이 진돈의 곁으로 다가왔다. 잠시 마을에 들렀다가 가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우리가 가는 곳이 바로 객잔이다. 객잔에 뭐가 있느냐? 바로, 음식 아니겠나? 난 그 객잔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왜 돈 아깝게 밖에서 사 먹으려고 하나!”


그는 탁 잘라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진돈은 자신이 있었다. 단번에 객잔 안을 제압하고,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자신감이.

그는 모두를 데리고 숲 한가운데에 야영을 시작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도착까지 이틀! 많이 먹고! 체력을 비축해 한 번에 친다! 알겠나?!”

“네! 도련님!”


그의 명령대로, 거침없이 식량들을 섭취하는 병졸들. 어느 한 사람도, 말리는 이가 없었다. 병사들 역시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저 객잔이라 생각했다. 음식과 잠자리나 제공하는 객잔 말이다.

그들은 알 리 없었다. 그곳에 지금 누가 있는지.




“그럼, 제1회 주민 회의를 시작합니다!”


객잔 안에 모인 많은 주민들. 그들의 얼굴에 평범한 회사원들이 가질법한 녹록한 피로가 엿보였다. 단 며칠 사이에 이렇게 수척해질 수 있는 것일까. 하긴, 이 객잔의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니, 이게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회의 주제는 바로 복지! 자자, 여러분들이 원하는 복지를 말씀해 보세요!”


그래, 이참에 모두가 원하는 복지 혜택을 만들자. 나와 함께 여기까지 와준 사람들인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런데,


“저... 뭘 어떤 걸 받아야 하는 건지...”


이 사람들 아무것도 모른다. 복지는커녕, 자신들이 어떤 걸 원하는지조차 모른다. 원하는 걸 모른 채 그냥 일만 하니까, 피로만 쌓이지. 도대체 어디부터 알려줘야 하는 거야.


“여러분, 열심히 일하시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몸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복지란 그런 거예요. 여러분의 몸이나 정신 건강에 필요한 시설이나 기구, 혹은 제가 해줫으면 하는 걸 말씀하시면 됩니다.”

“크, 크게 필요한 건 없는데...”


객잔 주인은 우물쭈물 대며 말끝을 흐렸다.

크게 필요한 게 없다는 말은, 작지만 필요한 게 있다는 말. 그래, 그게 무엇일까?


“그... 호떡이라는 걸...”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호떡? 지금 호떡이라고 말한 건가? 예전 진건과 그 일당들이 먹고 미쳐버린 그 호떡? 한번 먹으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그 호떡?


“저, 저기 정말로 호떡을 원하세요? 진심으로?”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만을 보았다. 호떡에 대한 궁금증이 그들 사이에서 퍼진 건, 최근의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맞춘다는 건, 그만큼 그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돌고 돌았다는 이야기니까.


“거짓말이 아니라, 호떡은 정말 중독성이 심한 음식이에요. 마약보다 더 심하다고요.”


난 그들에게 위협하듯 경고했다. 아무리 그들이 원한다고 해도, 그들의 인생을 망칠 음식을 내줄 수는 없었기에.


“그래도 한번 먹어보고 싶습니다. 성녀님은 먹고도 아무 문제 없으셨잖습니까.”

“그건...”


그건 여희가 특이 체질이라 잘 넘어간 것일 뿐인데. 객잔 주민들은 여희의 반응 때문인지 몰라도, 호떡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듯했다. 원더랜드의 여왕을 길들이고, 강원랜드의 대군을 물리쳤으며, 성밖마을에 퍼진 마약을 근절시킨 이 호떡을.


“여러분, 정말 감당 가능하세요? 이거 장난 아닙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에게 물었다. 내심 포기해 주기를 바랐지만, 그 누구도 포기선언을 하지 않았다. 내가 진심인 것처럼, 그들 또한 진심이었다.


“잠시만요. 생각 좀 정리하고요.”


이렇게 된 이상, 호떡을 만들어야만 한다. 문제는 중독성을 최대로 줄여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인데. 그런데, 그걸 내가 어떻게 조절해. 호떡 안에 마약을 넣는 것도 아니고. 이 몸뚱이가 하는 일은 그냥 호떡을 만드는 것뿐이잖아.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현과장이 여희를 위해 그리 달지 않은 호떡을 개발하고 있었던 기억이.


“좋아요! 한번 해 봅시다!”


호떡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신제품을 시험하는 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모든 게 전부 그들을 위한 일이니까.

난, 진건과 그의 부하들이 호떡에 이상 집착을 보였던 것이, 비단 호떡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다. 내가 현과장의 영혼과 융합되었기에, 내 영혼에서 나온 무언가가 호떡에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 영향은 개뿔. 무협랜드 사람들에게는 현과장표 호떡이 너무 자극적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지난번 호떡들 보다, 덜 달콤한 호떡을 만들어 그들에게 대접하는 것.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한 가지, 모두가 적당히 즐길 정도의 중독성만 있기를 빌고 또 빌었다.

난 내 염원을 담아, 『무한의 주방』을 소환하고, 반죽을 만졌다. 현과장의 솜씨를 떠올리며 호떡 안을 채우고, 마가린을 듬뿍 풀어 튀기듯이 구웠다. 한 장, 두 장, 차곡차곡 쌓여가는 호떡들. 그 모습을 본 객잔 주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어느새 수북하게 쌓인 호떡들.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떡을 앞으로 내밀며 염원을 담은 목소리를 꺼내 놓았다.


“부디, 적당히 맛있기를 빕니다.”


내 말이 끝나자, 하나둘씩 걸어와 호떡을 집어가는 사람들. 난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4 344. 황제 24.01.19 12 4 11쪽
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5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3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3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6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6 4 12쪽
»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7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0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4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1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4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4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