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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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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0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26 10:00
조회
14
추천
3
글자
11쪽

316. 집착남 등장

DUMMY

불행하게도 그는 아마도 아무런 소식을 못 들은 모양이었다.

제일 처음 소생을 받아야 했던 이가, 왜 그런 상태가 되었었는지.


“으아아아아아악!!”


광귀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비병이 튀어 나왔다.

여희의 목을 잡은 그의 왼손은, 내 목을 잡았던 오른손과 마찬가지로 삐쩍 말라가고 있었다. 비단 그의 왼손뿐만 아니라, 그의 어깨 그리고 그의 몸통 그리고 다리까지도.


“하아, 하아, 이, 이건 불가능하단 말이닼!! 컼!!”


숨이 가빠오는 것일까. 그의 목소리에서 거친 숨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당장이라도 가서 그의 팔을 잘라줄까.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에도 그의 숨은 꺼져만 가도 있다.


“커....엌.”


삐쩍 마른 그의 팔이 여희의 목에서 떨어졌다.

얼굴까지 완전히 말라버린 광귀의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미이라처럼 느껴졌다.


“몸에서 힘이 샘솟는 거 같은데요!”


그와는 반대로 여희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정말 흡성대법이 힘을 빼앗는 무공인가 뭔가하는 모양인데. 난 왜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분명 광귀가 공력의 반을 내가 빼앗았다고 말했는데.

흐음, 궁금하니까, 한 번 물어볼까?

난 완전히 말라바린 시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내 손끝을 따라 그에게로 전해지는 청명한 빛. 객잔의 모든 이가 이 장면을 숨죽이고 지켜보았다.


“으... 내가 어떻게...”

“또 덤비면 어떻게 될지 몰라. 매번 살려 줄 수는 없거든.”


난 그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정말이지 이번에만큼은 달려들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 날 살려준 건가? 아니면 내가 꿈을 꿨었던가?”


죽음에서 살아온 광귀는 현실을 믿지 못하는 듯 연신 자신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를 마치 경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객잔 안의 사람들. 그 경건한 눈빛은 이내 나와 여희에게로 향했다.


“성녀 강림! 창교 구세!”

“성녀 강림!! 창교 구세!!”


이윽고 터져버린 그 구호들. 가만히 듣고만 있던 광귀도 객잔의 목소리에 자신의 음성을 얹었다.


“성녀 강림! 창교 구세!!”


하... 어쩌다 이런 결과가. 오늘 정말 날이 아니었던 거 같은데.


“자자, 진정들 하시고. 그래, 적혈마왕 씨.”

“광귀라고 불러 주십시오! 교주!”


그가 교주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 객잔의 모두가 외침을 멈추고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왜, 왜들 이러는 건가?”


갑자기 분위기가 사늘해지자, 당황한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는 광귀. 그런 그의 앞에 그녀가 내려왔다. 오늘 온종일 문제의 발언만 일삼던 그녀, 여희가.


“교주가 아닙니다, 제 낭군님이십니다.”

“교주가 아니라 남편?!!”


광귀는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정말 당연한 반응이었다. 성녀에게 남편이 있다니. 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서, 성녀님이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혼인한 몸이시라고?”

“그것도 맞습니다. 저분은 제 남편입니다.”


잠깐 머릿속에서 잊고 있었던 조금 전의 일들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생각을 하면 할수록 열이 받네. 이걸 어쩌지.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능력을 봐서는 확실한 거 같은데... 성녀에게 남편이 있는 게 말이 됩니까?”

“남편이 없어야 합니까? 성녀는 뭐 그냥 혼자 늙어 죽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그녀는 화가 난다는 듯 두 눈동자에 불꽃을 일렁이며 광귀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한 발 뒤로 물러서는 광귀. 그는 고개까지 숙이며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죄했다. 아니, 사죄를 올리는 듯했다.


“성녀님, 죄송합니다. 미천한 소인의 실수를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옵소서.”

“그럴 수도 있는 법입니다. 사람은 실수를 하는 법이니까요.”


아니, 미안해할 게 따로 있지. 왜 그런 게 미안한 거야? 무턱대고 덤볐던 걸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너그러운 용서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창조교를 위해 일해 주시면 됩니다.”


어이가 없네. 어디 대본이 있는 거야? 축 하면 척이네, 아주. 정말 가슴이 답답해 미칠 정도로 둘의 죽이 무척이나 잘 맞았다. 이거 이번에도 이상한 놈을 살려준 거 같은데.


“저기, 둘 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저기, 광귀 씨.”

“네, 부마 어른.”


순간, 내 머릿속의 모든 사고 회로가 멈췄다.

부마라고? 성녀의 남편이라서 부마라 부르는 거야?


“말씀하시죠, 부마 어른.”

“아, 그... 정말 나에게 무공의 반이나 빼앗겼어?”


나는 그의 헛소리에 하나하나 따지는 것도 이젠 지쳤기에, 그냥 내가 궁금한 것만 물었다. 대답이나 듣고 빨리 방 안으로 들어가 쉬려고 말이다.


“분명 반절을 빼앗겼습니다.”

“난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내 말을 들은 광귀는, 자존심을 조금 다친 듯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저도 초절정의 고수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취급을 하시면 제가 어찌 됩니까, 부마.”


나를 향하고 있던 시선을 완전히 틀어 먼발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조금만 다친 게 아니라, 정말 많이 다친 모양인데.


“그러게요. 저는 정말 많은 공력을 받은 거 같은데.”

“그렇지요? 성녀님? 저는 초절정의 고수입니다. 사파들 사이에서도 이름 꽤 날렸단 말입니다!”


여희의 말에 다시금 자신감을 얻은 듯한 광귀. 아니, 왜 이렇게 죽이 잘 맞는 거야? 짜증나게.


“아니, 정말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정말이야.”

“거짓말.”

“부마,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두 사람은 마치 내가 사기라도 치고 있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눈을 흘겼다. 아니, 내가 무슨 거짓말을 한다고 그래? 난 정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그래, 그래. 내가 거짓말 했다. 그렇다고 치자.”

“아니, 그 엄청난 공력이 온몸으로 쫘악 퍼지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았다고요?”

“힘이 막 용솟음치지 않으셨단 말입니까, 부마?”


난 두 사람의 질문에 당연히 고개를 저었다. 느껴진 게 있어야 느껴졌다고 말을 하지. 힘이 뭐야, 작은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뭐, 어찌 됐건. 내가 궁금한 건 물어 봤으니까. 난 들어가 잘 거야. 나머진 알아서들 하시라고.”


완벽하게 궁금증이 가신 건 아니었지만, 난 그 자리를 피했다.

이유는 너무나 당연했다. 스트레스의 원인과 같은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서.


“나도 같이가요!”


그런데 자꾸만 쫓아온다. 입만 열면 사고를 저지르는 증씨 집안의 둘째 딸이.




“여기가 설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첫 번째 마을인가?”

“네, 진건 님.”


마을 어귀에 도착한 진건은 천천히 마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보통의 마을과는 다를 것이 없었다. 사람이 있고 객잔이 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을 스쳐가는 한 풍경이 있었는데.


“저건 뭐지?”


그가 바라보고 있던 것은, 객잔에서 나오고 있던 사람들. 그들은 객잔을 바라보며 연신 뭔가를 외치고 있었다.


“기서 확인해 봐라.”

“네.”


그의 곁에 있던 살수가, 말을 이끌고 빠르게 객잔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이내 진건의 곁으로 돌아온 살수. 그가 가지고 온 소식은, 진건이 찾고 있던 소식 그 자체였다.


“지금 객잔에 창조교의 성녀와 사람을 살리는 부마가 함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부마라... 그자가 틀림없는 거 같다.”


진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그때,


“저기에 내 여자가 있다는 거야?! 지금 뭐 하고 있어?! 빨리 잡으러 가질 않고!!”


갑자기 말을 몰며 객잔으로 돌진하는 진적. 그 모습을 본 진건은 입가에 퍼지던 미소가 싹 사라졌다. 마치 매우 언짢아진 듯 어두워진 그의 낯빛. 이내 그는 말을 몰며, 나직이 모두에게 말했다.


“객잔에 들어가자마자 저놈을 묶어라. 더 나대면 내가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눈을 감고 침상에 누워있었다. 겨우 나에게 찾아 온 내면의 평화. 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오늘의 일들을 드디어 머릿속에서 지웠다.


“하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뭘 그렇게 한숨을 깊게 쉬어요?”


내 귓가에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오늘 나에게 엄청난 멘붕을 가져다 줬던 그 여자, 바로 여희. 순간, 겨우 지워 놓았던 일들이 다시금 무덤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잠깐, 그런데 왜 내 옆에서 들리는 거지? 난 지금 침상에 있는데.


“너, 설마...”


난 그대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어서 내 눈에 정면으로 한 여자의 실루엣. 그 여자다. 징글징글한 그 여자.


“너 또 기어 올라온 거냐?”

“당연하죠. 남편 곁에서 자는 건 부인의 기본적인 권리라고요.”


권리? 무슨 권리? 가짜 아내에게 무슨 권리가 있냐고!


“아니, 권리는 개뿔! 야! 너 저리 안 가?!”

“안 가! 못 가! 저쪽에서 혼자 있는 건 춥단 말이에요!”

“그럼 옷을 껴입던지, 아니면 이불을 더 덮든지 하란 말이야! 내 곁으로 기어 오지 말고!”


나는 그녀를 들고서 침상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복장이냐?”


얇디얇은 옷 한 장만 걸치고 내 곁에 누워있던 여희. 그러니까 춥지. 이러니까 춥지!


“남편의 온기를 느끼고 싶은 부인의 작은 마음가짐?”

“아오! 저 입을 그냥!!”

“입을 그냥? 뭐요? 어쩌려고요? 어쩔까~ 저쩔까~”


여희는 내 품에 안긴 채, 애교 가득한 음성을 뿜어냈다. 간들간들한 그 목소리가 왜 이렇게 가증스럽게 들리는 걸까. 아무래도 마음 깊이 요 악마에 대한 혐오가 뿌리박힌 거 같은데.


“하... 그만하자. 이러면 나만 손해다, 나만 손해.”


화를 풀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의 난, 그냥 여희를, 그녀의 침상 위에 올려놨다. 생각 같았으면 그냥 침상 위로 던져버렸겠지만, 그냥 마음을 내려 놨다. 피폐해져 망가진 내 정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것처럼 말이다.

정말 오늘은 날이 아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나 듣고, 허접한 일에 휘말리기나 하고. 오늘 이럴 줄 알았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조용히 지냈을 텐데. 세이브도 안 해서 돌이킬 수도 없고. 이래저래 난감하다, 난감해.


[우당탕탕!!]


바로 그때였다. 1층에서 들려온 엄청난 소리. 마치 객잔 전체가 부서지는 것만 같은 소리였다.


“이번엔 또 뭐니?”


하루가 정말 길다. 이번엔 또 뭘까. 난 소동의 원인을 알아보려, 문을 열고 객잔 1층을 바라보았다.


“여희! 내가 왔다! 여희!!”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건 기루에서 여희의 손에 죽은 그 남자. 내가 처음 살려준 그 인간이었다.


“진적! 뒤로 빠져라.”

“내 여자가 여기 어딘가에 있다고!! 빨리 나와! 다 죽여 버리기 전에!”


진적이라는 놈은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칼을 마구 휘둘렀다. 아니, 광귀는 어딜 간 거야. 저런 놈들이 객잔을 망치고 있는데.

또 내가 나서야 하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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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3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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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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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7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4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5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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