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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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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0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28 10:00
조회
13
추천
3
글자
11쪽

320. 북빙신궁

DUMMY

“걱정할 필요 없다. 이번엔 쉽게 배신하지 못할 테니까.”


진건의 부하의 걱정에,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정확히 적어라. 이번 일을 성사시켜준다면, 극북표국의 모든 이권을 넘겨주겠다고.”

“안씨 문중이었던 그 표국 말씀이십니까?”


진건은 대답대신 고개를 나직이 끄덕였다.

그의 부하는 아직도 걱정이 되는 듯한 눈치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전서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북쪽을 향해 빠르게 달리기 시작한 부하. 진건은 멀어지는 부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내 빙긋 웃었다.


“대어를 낚는데 이 정도 떡밥은 뿌려야지.”




마을을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막 기지개를 펴고 있던 햇님은, 이제 막 중천을 지나, 천천히 서쪽 하늘을 향해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묵묵하게 걸어가고만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험난한 산길을.


“이거 생각보다 꽤 먼데요?”


여희가 내 곁으로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그래, 그녀의 말대로다. 해가 뜰 때 마을을 빠져 나왔지만, 이제 해가 지려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먼 거야.


“죄송합니다. 이게 마을에서 북빙신궁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말을 타고 가려면 빙 돌아가야 해서...”


광귀의 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일까. 광귀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힘들지 않으니까,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면목 없습니다.”


그는 연신 고개를 숙이더니 앞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의 뒤를 따라 진건의 살수였던 사람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북빙신궁의 사람들을 불신하는 모양이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우리의 출발을 만류했던 살수들. 그래도 내가 길을 나서자, 그들은 만에 하나 있을 북빙신궁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발걸음을 함께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큰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은데 말이다.


“거의 다 왔습니다, 성녀님, 부마님. 이제 저기입니다.”


광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긴 하지만, 거대한 무언가가 있기는 있었다. 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고, 그냥 집이라고 하기에도 좀 이상한. 그래, 그냥 폐허에 덩그러니 남은 집 한 채. 그런 느낌이었다.


“저기가 북빙신궁이라고요?”

“예, 안으로 드시죠.”


짤막하게 대답한 광귀는 빠르게 건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뒤를 따라 우리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가 숨어서 급습할 수 있을 만한 구조물도 없었기에, 난 주위를 경계하지 않고 그대로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그런데,


[피융!]


어디선가 나를 향해 날아온 화살 한 발. 굳이 피할 생각은 없었다. 누가 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시간이 말해 줄 거니까.


“으악!!”


폐허 구석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오호라, 저 인간이 활시위를 당겼구나. 그럼 슬쩍 다가가서 얼굴을 한번 봐볼까? 난 건물을 향했던 발걸음을 멈추고, 비명이 들린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으... 으...”


나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던 자는 바로, 털로 된 옷을 칭칭 감고 있는 여성. 그녀의 왼손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으며, 오른손 또한 손가락이 대부분 잘려져 있었다. 자업자득이다. 자업자득. 그러니까, 상대를 보고 활을 당겨야지.


“봐주는 건 이번 한 번뿐이다.”


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에게, 소생을 불어넣어줬다. 사라졌던 왼손이 재생되고, 잘려나갔던 그녀의 오른 손가락이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는 듯,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하긴, 이런 값진 경험을 언제 해보겠어. 이럴 때 해보는 거지.


“다음부터 사람을 잘 알아보고 덤벼. 알았지?”


이내, 난 사람들을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대, 대협!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갑자기 내 발을 잡고 늘어지는 털옷의 그녀. 그 모습에 놀란 건 내가 아닌, 바로 여희였다.


“아니! 지금 내 남편에게 무슨 짓인 거야?! 죽고 싶어?!! 기껏 살려줬더니!”


여기까지 와서도 그놈의 남편타령. 아... 정말이지 넌덜머리가 난다.


“들어가면 전부 죽습니다! 전부 죽어요!”

“상관없어.”


그녀의 조언에, 난 내 생각을 가감하지 않고 표현했다.

그래, 상관이 없다. 그들이 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무슨 작당모의를 꾸미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내가 지금 관심 있는 건, 오로지 북빙신궁의 주인. 지 마음대로 세율을 올리는 북방신궁의 주인의 낯짝이 궁금할 뿐이었다. 겸사겸사 혼도 좀 내주고.


“광귀 님도 당하셨을 겁니다! 들어가시면...”


난 그녀의 조언을 완전히 무시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천장이 완전히 사라져 있는, 폐가 그 자체인 건물.

그 건물 안에 들어서니, 그녀의 말대로 광귀가 제압당해 땅에 꼬꾸라져 있었다. 광귀도 무공에 큰 자신감을 보이던 사람인데, 이렇게 힘도 못 쓰고 잡히다니. 상대가 꽤 강한 모양인데.


“그쪽이 사이비 종교의 교주시유?”


맞은편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이 젊은 목소리의 주인이 북빙신궁의 주인인 걸까?


“교주는 아니고, 그냥 포교자. 그 정도.”

“젊은 놈이 참 말이 짧네.”


약간 상기된 목소리와 함께, 맞은편 안쪽에서 실루엣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실루엣만 봐도 건장함이 느껴지는 남자. 떠오르는 달이 점차 그의 이목구비를 비추기 시작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듯 풍파에 찌든 얼굴이긴 했지만, 그리 나이가 들어보이진 않았다. 많으면 30. 내 예상은 그 서른 밑이었다.


“반말이 오니까 반말이 가는 거지.”

“겁대가리를 상실했네. 여기가 어디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려!”


남자는 빠르게 달려 내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가볍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가볍다. 이런 놈이 광귀를 쓰러뜨렸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건 그냥 졸개일 뿐이다.


“얼른 주인 불러. 까불지 말고.”

“이런 싸가지!”


그는 곧바로 내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건물 안에 울려 퍼지는 건 그의 비명. 얼굴만 시퍼렇게 멍든 것을 보아하니, 이 놈 힘도 전혀 없다. 그냥 덩치만 큰 졸개일 뿐이다.


“주인 나와라~ 주인~ 여기 주인 나와라~”


이때까지만 해도 난, 광귀가 북빙신궁의 주인이라 생각했었다. 나름 무예에 조예가 깊은 광귀인데 이렇게 쉽게 잡히는 게 말이 되질 않으니까. 하지만, 이런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야 말았다.


“허허. 정말 반탄신공을 쓰는 자로군.”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냥하고 부드러운 듯했지만, 묵직하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러나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건 아니었다. 내가 느끼기엔 적어도.


“얼굴 좀 봅시다.”


말을 하든 싸움을 하든, 우선은 얼굴을 봐야 가능한 일. 난 일단 그의 모습을 모두의 앞에 드러내게 할 심산이었다.


“그래, 얼굴은 한 번 봐야지.”


길지 않은 대답과 함께, 건물 안에 드리운 그림자 안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내는 노인. 거대한 몸집과 무시무시한 눈빛. 하얀 그의 옷 덕분에 잠깐 어흥선생이 떠올랐다. 그와 비슷하게 그림자 능력을 가지고 있던 어흥선생이.


“그림자를 이용하실 줄 아시네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비슷한 능력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어쩌면 나와 동문일 지도 모르겠군. 허허허”


그는 날 바라보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 사이사이에서 느껴지는 적대감.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우호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 날 보자고 한 이유가 있나?”

“왜 마음대로 세율을 올립니까? 가뜩이나 사람들 살기 힘든데.”

“그건 대협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데.”

“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죠? 난 이미 거기서 먹고 자고 싸고 할 거 다 하는데.”


난 당당했다. 내가 거짓말 한 것도 아니잖아. 실제로 돈을 내고 머물고 있으니, 세율이 올라가면 물가가 올라갈 테고, 물가가 올라가면 내 숙박비도 올라가는 거잖아. 이건 참을 수 없지.


“그럼 대협이 빨리 마을을 떠나면 되겠군.”

“허허! 말이 안 통하시네. 내가 떠나는 것보다, 세금을 조금 덜 걷는 게 나을 거 같은데요.”

“북빙신궁이 건제하는 한, 마교가 탄생하는 건 두고 볼 수 없다!”


난 웃음이 나는 걸 겨우 참았다.

마교라니! 마교라니! 창조주를 섬기는 이 종교가 마교라니! 이렇게 고맙고 통쾌할 때가 또 어디 있을까! 꼴좋다! 창조주! 꼴좋아!


“마교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창조교는 모두를 위한 종교라니까요.”


이 말을 들은 북빙신궁의 주인은, 그대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래, 저 반응이다. 절대 믿을 수 없다는 저 반응.

휴,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것만 같았다.


“맞습니다! 두령님! 이 남자가 절 살려 줬어요!”


바로 그때, 뒤에서 반갑지 않은 도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에게 활을 겨누었던 바로 그 여성. 그 털옷의 여성이었다.


“어허, 어디 어른들 이야기하는데 말을 섞나! 워이! 워이!”


나는 빠르게 이 여성을 구석으로 밀어냈다. 어디서 겨우 만든 이 절호의 기회를 날려먹으려고! 감히!


“정아야, 널 살려줬다고?”


노인의 이마에 있던 주름살이 살짝 펴지는 것만 같았다. 아니, 이게 아닌데...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난 그냥 다친 부분만...”

“양손이 날아갔는데 고쳐 주셨습니다! 두령님!”


난 그녀를 온 감정을 담아 째려보았다. 아니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아? 이건 누가 봐도 배은망덕한 짓이잖아!


“저기, 그... 너무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면 안 되니까...”

“손을 딱 내미니까 내 손이 똭 생겼습니다!”


정아라는 여성은 양손을 내밀며 신기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왜 자꾸 일이 꼬이는 것 만 같지. 하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누가 저런 말을 믿겠어. 잘린 손을 고쳐줬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나쁜 사람은 아닌 모양이군.”


설마, 이걸 믿는 거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어허, 이러면 안 도지. 북빙신궁의 두령이라는 사람이 저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으면 안 되지!


“두령 님. 저분은 제 목숨도 구했습니다. 다 죽어버린 절 다시 살려 줬습니다. 칼을 겨누고 무공을 빼앗으려고 했던 저도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제압된 채, 광귀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살려줬더니 내 뒤통수를 쳐? 지금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데! 내가 창조주를 엿 먹이려고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그럼 일단 칼은 거두겠다.”


아니, 칼을 왜 거둬? 이러면 안 되는데...


“자, 잠깐만요. 왜 그리 성급한 행동을 하십니까?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대협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손녀딸을 살려준 은인이라는 건 알지.”


내가 구해준 게 손녀딸이었어? 아... 일이 왜 자꾸 이렇게 꼬이지?


“그럼 안으로 들어가지.”


뭔가 심하게 잘못되어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두령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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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5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3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3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6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6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1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6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0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4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1 3 11쪽
»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4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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