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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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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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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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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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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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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336. 교리

DUMMY

“지금 뭐라고 지껄었나?”


한가로이 정원을 거닐던 진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며칠만에 나타난 둘째 동생이, 만나자마자 터무니없는 말만 늘어놓기 시작했기에.


“저, 정말입니다. 큰형님. 이미 다른 이에게 점령된 상황이었습니다.”

“곽 태사 쪽도 등 부호(富豪) 쪽도 이동 객잔은 건들지 않겠다는 양조를 했다. 그런데, 다른 이가 점령을 해? 내가 그 말을 믿을 거라 생각 한 거냐?”


진자의 침착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에, 진돈의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창백해졌다. 공포가 밀려왔다.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저, 저희 병사들을 단번에 제압할 정도로 숙련된 놈들이었습니다. 손을 쓸 새도 없었습니다!”


진돈은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입을 놀려대었다. 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입에 담건, 아무런 관심이 없는 진자.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새로운 적에 대한 의문뿐이었다.


“어떤 놈들이었냐?”

“에?”

“어떤 놈들이 내 물건에 발을 들이고 있었냔 말이다!”

“자,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을 이끄는 남자가 조금 특이하기는 했습니다.”

“특이해?”


특이하다는 단어가, 진자의 흥미를 끌었다. 얼마나 큰 특징이 있었기에, 진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올까. 자신 이외의 것들에게 큰 관심이 없는 진돈이.


“온통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무림인처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북쪽이나 남쪽에서 온 사람인 거 같았습니다.”

“붉은색 옷? 북쪽? 남쪽?”


진자는 진돈의 이야기를 종합했다. 정제 모를 외부인이 자신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이동 객잔을 점령했다. 이동 객잔에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세력은 현재 네 군데. 가씨, 곽싸 등씨의 명문세가와 황제뿐이다. 하지만 명문세가는 움직이지 않았으며, 황제가 움직였다면, 곽 태사가 모를 리 없다. 그렇다는 건,


“점령이 아니라, 그자가 만들었군. 이동 객잔을.”

“네? 그자가 만들었다고요?”


진돈은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저런 결론을 유추할 수 있을까. 자신의 머리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내가 직접 가야 하는 건가?”

“그, 그자가 직접 온다고 했습니다!”

“온다고 했어? 나를 만나러?”


이건 또 무슨 소리인 것일까. 진자는 약간 혼란스러웟다.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놈이? 왜?


“한 달 뒤면 도착할 테니 잠자코 기다리라는 말을...”

“한 달 뒤?”


누가 만나러 오기로 했었던 걸까. 진자는 가만히 서서 예전 일들을 하나둘 씩 꺼내 보았다. 그러던 그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인물. 신화경의 남자, 현과장이었다.


“설마, 이동 객잔도 그놈이 만들었다는 건가?”

“그놈이라면...”


진돈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진자의 입에서 나온 ‘그놈’의 정체를.


“감히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을 해?”


순간 진자의 이성을 잡아 먹어버린 분노. 얌전했던 정원을 중심으로 폭풍이 몰아닥쳤다. 분노의 소용돌이에 겁을 잔뜩 집어먹은 진돈은, 그만 자리에 주저앉았다. 축축히 젖어가는 그의 가랑이 사이. 갈피를 잃은 그의 동공은 파르르르 떨리기만 했다.


“좋다! 내가 여기서 기다리며 거한 환영을 해줘야겠군.”


진자의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 그는 이까지 빠득빠득 갈며, 화를 겨우 참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면에 쌓인 분을 주변으로 뿜어내는 것 밖에는.




증 승상을 동동구리모로 데리고 온 지도 2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죽은 자의 귀환에 모두 반가워한 분위기였지만, 이틀이 지난 시점에, 그 반가움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했다. 증 승상이 이동 객잔 안에서는 정말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평생 국가에 종사하며 여러 대소사를 관장한 그였지만, 그때의 경험이 동동구리모 안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정치와 사업은 완전히 다른 분야. 증 승상의 지식은 이동 객잔을 운영하는 데 작은 도움도 되지 않았다.


“현 대협.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심지어 그의 심성 너무나 올곧다. 그냥 건너뛰어도 되는 세세한 부분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다. 정말이지 사업에는 너무나 맞지 않은 인물이었다.


“증 승상 님. 오늘은 그냥 쉬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난, 몇 번이나 그에게 찾아가, 그냥 쉬는 것을 권고했으나, 고집은 또 얼마나 센지. 그는 밥값을 하겠다는 이유로, 무작정 객잔의 일을 도우려 했다. 그가 움직이면 일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모르는 듯이.


“부마님, 승상님이 자꾸 객잔으로 나오십니다.”

“주방에도 모습을 비추십니다.”

“욕실 쪽에도 오십니다.”


객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듯 쏟아졌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승상의 움직임을 봉인할만한 특단의 조치가.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자, 나는 여희와 그녀의 동생 남수를 찾았다. 그나마 그 둘이라면, 승상의 성격이나 특기를 객관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빠? 아빠는 바보야. 할 줄 아는 게 없어.”


여희는 너무나 단호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칼에 평가하는 그녀의 입술. 앞뒤 안 가리는 성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에게까지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정말 무서운 여자다.


“그래도 아버지는, 여러 고사(古史)나 정책, 병법 등에는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남수야, 그걸 쓸모없다고 하는 거야. 여기서 그게 무슨 소용이니? 우리가 누구랑 싸울 거야? 우리가 나라를 세울 거야? 아니잖아.”


그녀가 입 밖으로 꺼낸 단어 하나하나에 뼈가 실려 있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증 승상이 잘하는 것은 지금 이 이동 객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 승상께 아이들의 교육을 부탁하면 어떨까?”


내가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공부방을 만들어, 승상이 객잔 내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것. 나쁜 방법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서방님, 그건 힘들 거 같아요.”

“그건 아닙니다, 형님.”


여전히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여희. 이번에는 남수도 무척이나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 것일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우리 아빠는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사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자신만큼 생각하지 못하는 걸 절대 이해 못 하는 분이라고요. 객잔의 아이들이 글자도 모르는 걸 이해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거죠.”


여희의 말에, 남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자식들이 이런 슬픈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걸까. 순간, 증 승상이라는 인물 자체에 측은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본인들의 아버지인데...”

“아버지이기 이전에 승상입니다, 형님.”


남수의 말에, 난 그들이 자신의 아버지와 어떤 삶을 보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가족은 뒷전으로 미루고, 자기의 일에만 몰두하는 아버지.

그게 가족의 화목을 지키는 일이라고 철썩 같이 믿는 아버지.

다를 것이 없었다. 가부장 시대를 살아갔던 우리 아버지와의 모습과.


“허허... 헛사셨네, 헛사셨어. 어린 시절 경험이 죽을 때까지 가는 법인데.”


안타까웠다.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가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삶을 살았다면, 그의 자식들이 이런 모습을 보였을까. 이렇게 삭막한 태도를 보였을까. 자기의 아버지에 대한 그들의 반응을 보니 은아의 아버지인 현과장, 비록 내 손에 데이터쪼가리가 되어버렸긴 했지만, 그가 얼마나 제대로 된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다.


“뭐, 두 사람의 감정이 그런 건 내가 어찌해 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건 그렇죠, 서방님.”

“귀족은 이게 당연하다고 하셨습니다.”


이게 당연하다라. 그런 건 없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당연하다는 말은, 순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번지르르한 거짓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시게 될지도 모르지. 본인이 얼마나 멍청한 삶을 살았는지.”

“아빠는 한 번 죽었던 사람이잖아요. 그런데도 아직 저 상태면, 개선의 여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희가 또 말 속에 뼈를 실었다. 그래, 그녀의 말이 맞다. 죽었다 살아났음에도 불구하고 예전 버릇이나 생각을 고치지 못했다면, 그건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객잔 여기저기를 맴돌며 무작정 일을 하는 것도 조금 납득이 되었다. 평생 중요한 일을 도맡았던 그가, 쓸모없어진 자신을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는 지금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 시간과 장소가 그의 능력을 원하지 않고 있음에도.

그가 이대로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긴 하지만, 그가 현실을 인지할 때까지 모두를 희생할 수는 없는 법. 객잔의 주민과 영업, 그리고 승상을 위한 다른 길을 빠르게 찾아야만 했다.


“흐음... 그럼 이건 어때요?.”


바로 그때, 뭔가 떠오른 듯 이야기를 이어가는 여희. 난 그녀의 입술에 집중했다. 그런데, 여희의 입술이 저렇게 붉고 예뻤... 잠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교리있잖아요, 교리. 그걸 아빠에게 써보라고 하는 건 어때요?”

“교리?”


교리라면, 창조교의 교리를 말하는 건가? 여희에게 부탁했던?


“증 승상은 창조교 사람도 아니잖아.”

“그럼 뭐 나는 창조교 사람인가요? 서방님이 하라니까 했던 거지.”


틀린 말은 아니다. 애당초 창조교라는 종교 자체가 창조주를 엿 먹이고 싶어서 만든 종교. 굳이 교리를 쓰는 사람이 창조교일 필요는 없다. 아니, 창조교 사람이 아니면 아닐수록 좋다. 그래야, 창조주를 엿 먹이는 일이 되는 거니까.


“그런데 창조교가 뭔가요, 형님.”


창조교라는 단어에, 고개를 기울이는 남수. 하긴, 그가 모르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에게 창조교에 대해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으니까.


“도련님, 도련님은 좋은 사람이지?”

“그건...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럼 창조교는 믿지 마. 거기 사이비야.”


나는 그를 아끼는 마음에,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진실을 말해 주었다. 하지만,


“두 분이 믿는 종교인데, 사이비일 리 있습니까?”


남수는 내 말을 거의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저지른 업보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난 그냥 못된 창조주를 욕보이고 싶어서 만들었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되는 걸까.


“도련님, 내가 믿지 말라고 해도, 믿을 거지?”

“제 눈과 귀로 판단을 하겠습니다.”


자신의 눈과 귀로 판단을 하겠다라... 그럼 믿겠다는 거잖아. 내가 창조교의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니까. 본인이 자체가 창조교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니까.


“그래, 사람에게는 종교의 자유도 있으니까.”


복잡한 일이 많았던 터라, 난 그에게서 살며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이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창조교의 은혜를 입은 그가 먼 훗날 창조교의 멸시에 제일 앞장서는 인물이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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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5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3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3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6 4 12쪽
»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5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1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6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8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0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3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1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3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4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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