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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06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03 10:00
조회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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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DUMMY

“현과장! 현과장! 어디 있어!”


언제나 그가 자리 잡고 앉아있던 거실에, 그 어떤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갈 곳도 없는 인간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여기입니다~ 여기요~”


바로 그때, 집 안 어딘가에서 들려온 현과장의 목소리. 주방으로 다가갈수록, 현과장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아니, 도대체 여기서 뭘...”


주방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믿기지 않을 광경이 날 반기고 있었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부엌 여기저기에 가득 차 있는 호떡들. 보통의 호떡부터, 씨앗호떡, 아이스크림 호떡 등등 형형색색의 호떡들이 현과장의 손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또 왔어요?”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여기서 호떡을 왜 만들어? 여긴 그냥 상상의 공간일 뿐인데.”


난 이런 그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실제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마음속 상상의 공간에서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다는 것인지.


“연습이죠, 연습. 은아 엄마의 입에서 감탄사를 자아낼 연습.”

“연습? 단순히 여희를 위해 호떡 만드는 걸 연습하고 있다고?”


어이가 없다. 어이가 없어. 단 한 사람을 위해 호떡 만드는 걸 연습하고 있다고? 이게 정상적인 생각인 걸까?


“뭔가...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아닌 게 아닙니다. 내 호떡을 먹고도 까무러치지 못한 사람이 있다니.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요.”


자존심이 걸렸다는 말을 입에 내걸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고 있었다. 마치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처럼.

아니지? 아닐 거야.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면 안 된다고. 여기서 이런 식으로 해피엔딩을 내려고 하면 안 된다고. 아직 원더랜드 문제가 남아있는데, 현과장의 결혼식 엔딩으로 끝맺음을 할 순 없다고.


“현과장, 잘 들어. 현과장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는데,”

“이거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단맛이 어떤지.”


갑작스레 내민 호떡 때문에, 말이 막혀버렸다. 그래, 일단 먹고 다시 이야기하자. 난 호떡을 입으로 천천히 가지고 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난 계속 걱정하고 또 걱정했다. 그를 말려야만 한다. 그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최우선적인 문제가 있으... 잠깐, 이거 왜 맛있지? 단맛도 덜하고 계피 향도 덜한데, 왜 맛있는 거야?


“호떡에 무슨 짓을 한 거야?”

“훗, 현과장만의 특별한 비밀이랄까요.”


현과자의 입가로 번지는 자신감. 얼마나 연습을 했기에, 이런 맛을 찾아낸 것일까.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대단하네.”

“그런데 무슨 용건이시죠?”


아! 그래! 호떡의 미미(美味)에 취해 내가 이곳에 온 용건을 잊어버릴 뻔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바로 이동 객잔의 동력원. 무협랜드의 모두의 입에서 ‘헉’ 소리 나게 만들고 싶었다.


“밖에 거대한 이동 객잔을 만든 거 알지? 그걸 움직이고 싶어.”

“뒤에서 밀면 되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 모양이 빠지잖아.


“그러지 말고 알려줘. 현과장은 알고 있잖아.”

“어째서요? 내가 뭘 알지?”


그는 시치미를 떼며, 내 시선을 회피했다. 정말이지, 현과장이나 나나 연기를 더럽게 못 하네. 다 티가 난다고, 티가 나.


“이미 들켰어. 원더랜드로 돌아올 때, 차원문이 생길 곳을 알고 미리 걸어갔잖아. 내가 못 본 거 같아?”

“눈썰미는 기가 막히게 좋으시네.”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관찰만 했는데.”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순간에 주방을 치워버리더니, 이내 나를 데리고 거실로 나갔다. 사실, 그가 동력원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단지,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 느낌만이.


“기계나 엔진을 만들어서 동력원 대용으로 사용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이 방법이 있긴 하죠.”

“이 방법?”


느낌이 영 좋지 않다. 뭔가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내 걱정이 표정으로 나와 버린 것일까. 살짝 경계하는 나에게, 현과장은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바로 『창조주의 권능』!”




가끔은 싫은 일도 해야만 한다.

상대방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들을 걸 알면서도, 용기를 내 입을 열어야 하는 때도 있고. 지금까지 쌓아 놓은 자존심을 한 번에 무너뜨리면서까지 해야 하는 때도 있다.

지금 나의 경우는 후자. 마음속에서 현과장이 나에게 건넨 그 방법이 너무나 날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젠장! 젠장!”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오직 욕뿐. 그 어떤 아름다운 단어도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지켜온 자존심인데, 여기서 이렇게 포기하라고? 이런 아무것도 아닌 일로? 정말 미치겠네.


“여보! 왜 그래요?”


저 멀리서 들려오는 ‘여보’라는 단어. 이런 단어를 입에 담을 사람은 한 사람뿐이다. 바로 그 여자, 여희. 내 상황을 이렇게 암울하게 만든 차원문의 여인 말이다.


“가까이 오지 마. 지금은 그럴 상황 아니니까.”

“상황?”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래,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게 당연한 일. 문제는 그녀가 아니라, 이 몸뚱이의 주인에게 있으니까.


“무슨 상황인데요?”


진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내 곁으로 와버린 여희. 결국,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와락!]


거의 반사적으로 여희를 품에 안아버리는 현과장의 몸뚱이. 말을 하면 좀 들어 처먹어라! 왜 사람 말을 이렇게 무시할까?


“너 때문에 시간이 또 걸리잖아!”

“내가 안았나? 여보야가 안았으면서!”


여보가 아니라, 이번엔 여보야? 미쳐 버리겠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누가 보면 내가 츤데레 남편으로 보일 거 아니야!


“너 빨리 이 품에서 나가.”

“안아줄 땐 언제고 또 나가래.”

“야! 내가 안고 싶어서 안은 게 아니라,”

“아이고, 알았어요. 알았어. 사람이 참 솔직하지 못해. 몸은 솔직한데.”


야릇한 미소만을 남긴 채, 여희가 내 품에서 슬쩍 빠져나갔다. 정말이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 없다. 『창조주의 권능』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세상 모든 일이 제멋대로인데.


“하아... 젠장. 다른 방법은 없을까?”


차라리 『세이브 포인트』가 있었다면, 과거로 돌아가 여러 방법을 찾아봤을 텐데. 답답함이 눈앞을 가렸다. 정말 이 방법뿐인 걸까. 정말? 정말!!


“왜 그렇게 심각하세요?”

“지금 난,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야.”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왜 여희는 또 내 품에 있는 거야. 이거 미치겠네.


“너 저리 안 가냐?”

“서방님이 끌어당겼잖아요! 누, 누가 보면 내가 일부러 안긴 줄 알겠네!”


억울하다는 양반이 말은 왜 더듬는 것일까. 하, 심란하다. 심란해.


“저쪽으로 물러나.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난 잘 떨어지지 않는 그녀를 억지로 멀찌감치 두고, 거대한 이동 객잔을 향해 다가갔다. 아직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내게 남아있는 마지막 자존심이.


“그래,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었잖아! 그래, 그냥 눈 딱 감고 하는 거야!”


난 각오를 다지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래, 하는 거다. 질러 버리는 거다! 자존심이 밥 먹여 주냐? 밥 먹여 줘?!


“나, 현과장... 권능하신 그 힘을 겸허히 받아... 아! 못하겠다! 죽어도 못해!”


마지막 그 순간에, 잘난 자존심이 튀어나와 버렸다.

그래, 못 한다! 죽어도 못 해! 뭐? 창조주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날 이렇게 골탕 먹이고 뺑이 돌리는 그 꼬맹이 놈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그가 창조주라고 해도, 아니, 창조주 할애비라고 해도 못 한다! 절대 못 한다고!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나 현과장! 자존심만으로 살아온 놈이야! 그런데 자존심을 구기라고? 그건 안 되지! 안 그래, 여희!”


난 그녀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저는 복수만 할 수 있으면 자존심도 필요 없어요.”


돌아온 것은 뒤통수를 강하게 스쳐 지나가는 깨달음. 그래, 지금은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전부 원더랜드를 구하는 일의 한 부분. 여기서 이렇게 자존심을 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젠장. 또 개입했네. 또 개입했어.”

“네?”


물론, 창조주의 손길이 물씬 풍기긴 하지만, 내게 선택지는 없다. 그에게 머리를 숙이고 힘을 빌리는 수밖에.


“창조주님 부탁합니다! 도와주세요!”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진짜 가슴 속에 담긴 말만 꺼내 놓았다. 그러자,


【승인. 『창조주의 권능』 가동합니다.】


오래간만에 들려온 시스템 목소리. 순간, 세상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시간이 멈췄다.

그런데, 목소리가 들려온 것 치고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거... 뭐지?


“뭐야? 왜 이래?”

【에러. 『창조주의 권능』 이미 작동 중.】


이미 작동 중이라고? 하긴, 예전부터 작동하고 있긴 있었지만...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


“이게 무슨 상황이지?”

【사용자의 미숙한 행동으로 『창조주의 권능』이 이중 작동되었습니다.】


뭐? 미숙한 행동? 이게 지금 누굴 놀리나?!


【『창조주의 권능』 사용 설명서를 제시합니다.】


사용 설명서라고? 현과장이 말한 건 이것 때문일까. 내가 사용 설명서를 열람하도록 만들기 위해?

이내 나는, 시스템이 제시한 『창조주의 권능』 사용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빠르게 원더랜드를 구하기 위해서.




『창조주의 권능』

창조주 본인이 만든, 제일 기본적인 능력. 그 어떤 창조주의 능력도, 『창조주의 권능』 없이는 제대로 발동하지 않는다. 지금 가지게 된 『무한의 주방』도, 예전 가지고 있었던 『세이브 포인트』도.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소생』도.

『창조주의 권능』이 가진 기본적인 능력은 방어. 「신의 애착방패」의 모티브가 『창조주의 권능』인 모양이었다. 상당 부분이 비슷했다. 느낌상, 『창조주의 권능』을 무척이나 간소화시킨 것이 「신의 애착방패」였다.

그럼 이제, 『창조주의 권능』에 남은 능력은 무엇일까.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약간의 물리력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여러 언어를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합』이었다.

『조합』에 관한 내용은 자세히 적혀 있지 않았지만, 예전, ‘음’의 능력 「조립과 분해」의 상위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자, 그럼 힘 좀 써 볼까!”


다시 본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창조주의 권능』을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객잔 밑에 반(反) 중력장을 만들어 건물을 띄우고, 객잔 건물 밑바닥에 가해지는 마찰력을 확연히 줄였다. 그 결과,


[쿠구구궁...]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는 객잔 건물. 그래, 무협핸드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이동 객잔의 완성이었다.


“우와...”


여희를 비롯한 마을 주민의 모두가 넋을 잃고 객잔만 쳐다보았다. 어허, 사람들. 아직 놀라기는 이른데. 진짜는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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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343. 무뢰배 24.01.18 17 4 12쪽
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5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3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3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6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6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1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7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0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4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1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4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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