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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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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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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4.01.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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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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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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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37. 교리 - 2

DUMMY

“나에게 다른 일을 주고 싶다고요?”

“네, 승상. 승상께서 직접 해주셨으면 합니다.”


난 그의 자존감을 북돋아 주면서, 그의 관심을 끌어보았다. 내 예상대로 그는 크게 반응했다.


“그 일이라는 게 뭡니까?”

“교리를 적는 일입니다.”

“교리요?”


그러나, 교리라는 말에 현저하게 떨어지는 그의 관심. 그의 반짝였던 눈빛이 이내 빛을 잃었다.


“종교도 없는 이에게 무슨 교리를...”


그의 목소리에 회의감이 가득했다. 난 이런 그의 반응에 쾌재를 불렀다. 오히려 완벽했다. 무신론자가 만든 교리라, 얼마나 엉터리일까. 분명 그는 교리 안에 신이란 존재가 없다는 이야기를 잔뜩 숨겨 놓을 리 틀림이 없다.

사람들이 교리를 배우면 배울수록, 창조주를 부정하고 그를 욕하게 되는 상황. 이 얼마나 바람직한 상황이란 말인가.


“그러시다니 더욱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난 신을 믿지 않아요, 현 대협.”

“느끼시는 대로 써주시면 됩니다. 쓰고 싶은 말, 전달하고 싶은 말. 전부 넣으셔도 됩니다.”

“교리 안에요?”


내 파격적인 조건이 마음에 든 것일까. 그의 눈빛에 흥미가 피어났다.


“네. 자고로 교리라고 하는 것은,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이치나 이념을 말하는 것. 그렇기에 저는 승상께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올바르게 살아갈 규범이나 도덕을 교리에 넣어주세요.”


난 신을 모독하라는 말을, 교묘하게 뒤틀어서 이야기했다. 신을 믿지 않는 그라면, 분명 무신론자다운 교리를 완성할 것이다. 창조주의 권위를 땅으로 떨어뜨릴 만한 위대한 교리를.


“그럼,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생각 잘하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까지 창조주에게 당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원하지도 않는 능력을 받고, 무협랜드로 떨어지고, 또다시 불려가 능력을 빼앗기고 얻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격까지 분리되고. 얼마나 많은 수모와 불합리함을 경험했단 말인가. 이번엔 창조주, 그가 받을 차례다. 그도 자신의 피조물들에게 무시당해 봐야지.


“그런데, 어떤 신입니까?”

“창조주입니다.”

“창조주요?”


살짝 올라간 그의 목소리. 그러나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학자가 가지는 작은 궁금증 정도로만 여겼었다.


“네. 만물의 주인. 저를 여기로 보낸 존재이기도 하고요.”

“여기로 대협을 보내신 존재라고요?”


난 궁금해하는 그에게, 내가 겪었던 일들을 차분히 꺼내 놓았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가감 없이 전부 이야기했다. 어느 하나 예외 없이. 난 오히려 숨기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내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신에 대한 의만과 나쁜 환상만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요?”

“네. 제 능력도 신께 받은 겁니다.”

“신께서 주신 능력이라...”


그는 생각에 잠기는 듯 말을 끊었다.

그렇게 끝나게 된 나와 승상의 대화. 이 시간 이후, 그는 눈에 총명함을 품고 책에 뭔가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그에게 자리를 내주고, 그대로 빠져나왔다.

이제 남은 건 승상이 교리를 완성하는 것뿐.

생각만 해도 즐겁다. 너무나 즐겁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이루어지다니. 난 그날이 어서 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날이 절망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등 책사! 등 책사 있는가?!”


뒤뚱거리며 정원을 걸어가는 곽 태사. 그의 얼굴에 불안함과 당혹감이 함께 섞여있었다. 그는 걸어가는 내내 ‘등 책사’라는 인물을 연신 부르짖으며 나아갔다. 그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불안감. 예삿일이 아니었다.


“아니, 서재에 있는 걸 뻔히 알면서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야단입니까?”


정원 안쪽에 있던 건물에서, 풍채 좋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얼굴 가득 느껴지는 욕심과 비열함. 결코,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은 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네! 그가 돌아왔단 말이야!”

“누구 말입니까, 곽 태사 님.”

“누구긴 누구야! 증 승상! 그자가 돌아왔네!!”


증 승상이라는 말에, 등 책사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죽은 자가 어찌 돌아왔단 말인가.


“노, 농담도 잘하십니다. 증가 놈이 돌아온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죽은 놈이 어찌 살아서...”

“살아서 돌아왔다니까! 내가 직접 보았네! 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벌벌벌 떠는 곽 태사의 모습에, 등 책사도 살짝 겁을 집어먹었다. 정말 죽은 자가 살아 돌아온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죽은 자가 살아 돌아왔다는 이야기나 소문은 없었으니까.


“비슷한 사람일 겁니다. 그럴 리 없어요!”

“아니! 분명히 증 승상이네. 그놈이 말했던 대로 살아서 돌아온 거야.”

“그럼 다시 잡아서 죽이면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벌벌 떨 이유가 있습니까? 우린 황제보다 위대한 사람들입니다!”


등 책사는, 밀러오는 부려움을 이겨내려는 듯, 억지로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태사의 말은, 그를 절망으로 밀어 넣는 듯했다.


“엄청난 고수가 증 승상의 곁에 있네. 소문에 의하면 반탄신공의 고수라고 하더군.”

“반탄신공이요? 그건 이야기 속에나 나오는 무공 아닙니까?”

“내가 확인했어. 정말로 그자를 공격하니, 내 병사들만 죽어 나가더군. 평범한 고수가 아니야. 조심해야 하네.”


죽은 자가 돌아온 것만으로도 무척 심난한데, 그의 곁에 절세무공의 고수가 있다니. 암울함이 배가 되어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곽 태사님.”

“일단, 아들놈을 시켜 무당파에 연락을 했네. 이럴 때 쓰려고 만든 연줄 아닌가.”


무당파라는 말이, 등 책사에게 숨구멍으로 다가온 것일까. 그의 상기된 얼굴에, 작은 평화가 다가오는 듯했다.


“그렇지요. 이럴 때를 위해 돈을 얼마나 퍼부었는데.”

“가씨 문중에도 내가 연락을 해 두지. 공동파도 끌어들이는 게 나을 거 같으니까.”

“그럼 저는 아미와 소림사 쪽에 연락을 해 두겠습니다. 6대 정파 중 4대 문파가 움직이면, 아무리 절대 고수라도 함부로 덤비진 못 하겠지요.”


대화를 마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자신감이 넘치는 그들의 표정. 그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이가, 죽은 자를 살렸을 정도의 엄청난 인물이라는 것을.




큰 사건 없이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는 중경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가끔 도적 때가 달려와 행패를 부리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기지로 손쉽게 물리쳤다. 아무래도 가씨 문중의 진돈을 물리쳤던 경험이 주민들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준 듯했다.


“부마님! 승상님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증 승상께서 나를? 이유가 무엇일까. 난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던 때가 오늘 아침인데, 아직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날 찾는다고? 창조교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걸까. 아니면 교리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포기하려 그러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난 그대로 승상을 만나기 위해, 그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방에서 만난 그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 것도, 그렇다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없었다. 이상하리만큼 편한 얼굴의 승상. 이 일을 맞았던 아침과 다르게, 그의 분위기에서 평화와 언도가 느껴지고 있었다.


“승상께서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교리를 완성했습니다.”


난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교리를 완성했다고? 하루도, 아니 반나절도 안 돼서? 이게 가능한 거야?


“정말 교리를 완성하셨다고요?”

“네. 완성했습니다. 현 대협이 겪었던 일들과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 그리고 제가 겪은 일을 전부 종합해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교리를 만든 속도에 무척 놀랐지만,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빠르게 완성되었다면, 분명 그 내용이 엉망진창일 것이다. 이건 창조주를 한 번 더 모욕하는 일.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란 말이냐.

난 부푼 기대감을 안고, 그가 만든 교리를 읽어보기 시작했다.

여느 교리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위한 당위성이 철철 넘친다. 그래, 이런 거다.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기가 나와야 사이비지.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모든 인간은 존중받아야 한다. 창조교는 존중을 기본으로 한다.」


크! 멋지다! 그래, 이런 당연한 말도 적혀있어야지. 지금 무협랜드는 귀족 제도와 노예 제도가 존재하는 계급의 사회. 이렇게 사회를 무너뜨리려는 듯한 이야기가 안에 들어있어야 한다. 당연하게 움직이는 사회 제도를 비판하여 적을 많이 만든다. 그렇게 창조교는 사이비, 또는 마교가 되는 거다.


“어떻습니까?”

“최고입니다! 최고예요!”


나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쩜 내 마음에 쏙 드는 이야기를 이렇게 적어 두셨을까. 교리에는 올바른 말이 적혀있지만, 사회 통념상 창조교는 배척당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배척당한 창조교는 미움을 받을 것이고. 창조교에 대한 미움은 이윽고 창조주를 향한 미움이 되겠지. 내가 계획했지만 정말 완벽하다. 완벽하기 그지없다.


“더 읽어보시지요.”

“굳이 더 안 읽어도 될 거 같습니다.”

“아닙니다, 끝까지 읽고 고칠 부분을 말씀해 주셔야죠.”


고칠 부분이 과연 있을까. 이렇게 완벽한데. 난 내키진 않았지만, 승상의 강압적인 권유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그가 만든 교리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초반에 나온 충격적인 내용 이외에는, 종교에서 내세우는 일반적인 교리들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정말 무난했다.


“고칠 부분이 없습니다, 창조교의 교리로 완벽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대로 교리를 전파해도 되겠습니까?”


난 순간 그를 멀뚱이 바라보았다. 교리를 전파한다고? 승상이 직접? 왜?


“승상이 직접 말입니까? 왜요?”

“난 종교를 믿지 않았지만, 대협이 한 말을 듣고 마음을 달리 먹었습니다. 이렇게 눈앞에 신을 만난 사람이 있는데, 신을 안 믿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일부러 믿기지 않을 만한 사실을 풀어놓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신을 믿게 되었다고? 이거,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승상, 승상은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 있으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쉽게 종교를 믿으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나에게 두 번째 삶을 주신 분이 믿는 종교입니다. 당연히 믿어야지요.”


승상의 눈빛에서 확고한 신념이 발산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창조교에 빠진 듯했다.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두려움이 날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게 아니다. 내가 계획한 건 이런 게 아니다.


“저도 믿습니다! 저도 창조교에 귀의하겠습니다!”


승상만으로 모자라, 그의 아들 남수까지 가세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난 확신이 들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바로, 여희가 ‘은아’라는 이름을 입에 담았던 그때. 이건 승상과 남수의 생각이 아니다. 창조주가 이렇게 만든 것이지.

정말이지 영악한 창조주 같으니라고! 다 된 밥에 재를 뿌려?


“재는 무슨 재야? 현과장은 그럼 가만히 있는 게 맞다는 거야? 내 아이들이 대놓고 내 욕을 하려 하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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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6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20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 337. 교리 - 2 24.01.12 18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7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8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5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5 3 11쪽
315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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