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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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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5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25 19:00
조회
14
추천
3
글자
11쪽

315. 창조교 - 2

DUMMY

“성녀 강림! 창교 구세!”

“성녀 강림! 창교 구세!”


오늘도 아침부터 시끄럽다.

모든 게 내가 저지른 일이라, 크게 뭐라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아침부터 이러는 건 아니지 않아?


“정말이지! 진짜 시끄럽네!!”


등 뒤에서 신경질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잔뜩 날이 선 듯한 여희의 목소리가.


“그냥 참아. 성녀 강림이라고 외쳐 주잖아.”

“난 성녀 하기 싫다고요! 복수를 해야 한다고요!”

“이것도 복수를 하는 방법 중 하나야. 참고 견뎌.”


난 칭얼거리는 그녀를 밀쳐 내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아니, 언제 또 내 침상으로 숨어든 거야? 정말이지 여희에게 틈을 주면 안 된다. 이 도둑고양이 같은 녀석은 틈만 나면 내 침상으로 파고 든다. 춥다느니, 잠자리가 뒤숭숭하다느니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그리고 그만 좀 기어와라. 여긴 네 침상이 아니야. 그리고 넌 성스러운 성녀라고. 조신하지 못하게.”

“누가 성녀 한데?! 난 그냥 일반적인 소녀라고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애도 낳고! 뽀뽀도 하고!”

“아니 넌 무슨 순서가 이렇게도 엉망진창이야? 애를 낳은 다음에 왜 뽀뽀해?”


정말이지, 이래서 나이 어린 것들이란. 세상을 살아 봐라. 애 낳고 기르면 그런 징그러운 생각이 드는 지. 가족끼리는 뽀뽀 같은 짓 하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난 이걸 왜 아는 거야? 결혼도 한 적 없는데.


“아니! 당연히 뽀뽀도 해야지! 부부인데!”


여희는 얼굴이 붉어져서 나에게 대들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열을 낼 주제인가?


“그런 거에 열 내지 말고, 가서 옷이나 제대로 입어. 오늘부터 본격적인 포교활동을 시작할 거니까.”


이 이상 그녀와 언쟁을 벌이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의 침상 쪽으로 데리고 갔다. 내 눈가로 그녀의 얼굴이 살짝 스쳐갔다. 여전히 붉은 그녀의 얼굴. 그녀의 동그란 눈동자는 살며시 흔들리고 있었다.


“그만 화내고 빨리 준비 해.”

“내, 내가 무슨 화를 냈다고!”

“지금 내고 있잖아. 빨리 준비해. 그래야 복수도 빨라지니까.”


준비를 위해 그녀를 방에 내버려 둔 나는, 이어서 객잔 1층으로 내려왔다.

아침부터 많은 인원들이 객잔에 모여 있었다. 아무리 봐도, 손님으로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었다.


“교주님!”

“교주님이 내려오신다!!”


나를 보자마자, 그들은 교주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며 날 떠받들기 시작했다. 잠깐, 이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데.


“저는 교주가 아닌데요.”

“성녀님을 모시고 계신 분이 교주가 아니면, 그럼 누가 교주라는 말씀이십니까?!”


객잔에 모인 사람들이 의아하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그들의 생각이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교주가 될 생각은 없는데.


“창조교에는 교주가 없습니다. 오로지 성녀 님만이 계십니다.”

“그럼, 기적을 일으키신 대협은...”


아뿔싸. 사람을 살린 건 나였지. 생각이 짧았다. 뭐라고 둘러댈까. 창조주의 사자? 아니면 서자? 또 뭐가 있을까? 창조주의 오른팔? 오른팔은 좀 그러니까 왼팔?


“제 남편입니다.”


뒤통수에서 너무나 황당한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에서 가당치도 않은 개소리가.

아니, 남편이라니. 누가 누구의 남편이라는 거야?!


“서, 성녀님의 남편이시라고요?!”

“네, 제 남편입니다. 저를 믿고 따라주는 남편.”


얼굴에 미세한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여희. 정말이지 사람들만 없었으면, 당장 머리통을 쥐어박았을 거다. 그런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성녀님께서는 성스러운 분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다. 그 역시... 그러니까, 선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제 반려자로 선택 받은 사람.”


그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짓말을 이어갔다. 아니, 거짓말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르는 건가? 거짓말을 한 번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그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또 거짓말을 해야 한단 말이야!

난 이대로 그녀가 거짓말을 늘어놓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창조주를 향한 내 작은 복수가 틀어져도 상관이 없었다.

...이 자리에서 유부남이 되는 것에 비하면.


“자, 잠깐 이 모든 건!”

“이 모든 건 모두 신의 뜻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신. 그러니까, 창조주님을 섬깁시다.”


내 말을 막은 그녀는, 나를 밀치고 사람들 앞으로 다가갔다. 배은망덕한 것! 죽을 뻔한 걸 살려 줬더니, 내 뒤통수를 쳐? 뭐, 남편이라고? 이걸 어떻게 혼내주지?


“여러분 아시죠. 창조교는 작은 돈도 바라지 않는답니다. 시주하지 마시고 맛있는 거 사드시고. 기부하지 마시고 그 돈으로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세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참 성녀다운 착한 말들을 입 밖으로 계속 흘렸다. 가증스러운 것! 어찌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그것도 내 앞에서?


“성녀님, 나 좀 보시죠.”

“네, 낭군님. 여러분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저희도 후사를 도모해야 해서.”


순간, 모두의 눈이 휘둥그래 졌다. 아니, 이 멍청한 녀석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헛소리 말고, 빨리 와! 빨리!”

“아아~ 여러분 그럼 잠시만요~”


그녀를 데리고 2층 방으로 돌아오는 그 짧은 사이에도, 그녀의 헛소리는 끊어지질 않았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무슨 억하심정으로?!


“아니, 내가 뭘 잘못 했니?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남녀가 같은 방에서 나왔는데, 사람들이 의심을 안 하겠어요?”

“내가 다 알아서 잘 말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남편은 뭐야? 후사는 뭐냐고!!”

“이 정도는 해야 사람들이 날 보고 딴 마음을 안 먹죠. 내가 얼마나 예쁜데.”


자신감 넘치는 그 모습이 날 더울 열 받게 만들었다.

예뻐? 누가 얼마나 예쁘다는 거야?

채야의 발끝, 아니지 그것 보단 낫네. 어쨌든 채야보다 안 예쁜... 뭐 나름대로 아름답긴 하지만. 어쨌든!!! 아직 미숙하다고! 넌! 미숙하다고! 아직 숙녀의 기품이 아직 없잖아!


“네가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너에겐 아직,”

“성숙미가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그런 건 나이를 먹으면서 천천히 몸으로 익히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말 한번 더럽게 잘하네. 이런 인간인 건 진즉 알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한 마디를 안 진다. 한 마디를 안 져!


“어쨌든! 너 더 이상 사고 치지 마! 확 그냥 옷 다 벗겨서 천장에 매달아 버릴 수도 없고!”

“어머, 그런 취미가 있었어요? 낭군님?!”


그녀가 얄미운 미소와 함께 날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하... 그냥 다 포기 할까? 이 녀석을 죽이고 그냥 원더랜드고 나발이고 다 포기해? 그냥 다 죽어? 나도 죽고! 저 녀석도 죽고! 원더랜드도 죽고! 그냥 다 죽어?!!


“여기에 감히 내 허락도 없이 이름을 파는 녀석이 있구나!!!”


내 증오가 이성을 날려버리려 할 때쯤, 방 밖에서 악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였으면 상대도 하지 않았겠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온 신경으로 분노가 뻗어나간 오늘만큼은.


“나! 적혈마왕 광귀가 네 놈의 목을 가지러 왔다!!”


광귀? 적혈마왕? 마왕이고 나발이고 너 오늘 잘 걸렸다. 너 내 샌드백이 되어라.

난 분노를 삭이지 않은 채, 곧바로 1층 객잔으로 달려나갔다.

1층에 모여 있던 인원들은 한 남자를 중심으로 멀리멀리 떨어져 있었다. 검은색 깃털과 동물의 가죽으로 온몸을 둘둘 만 한 중년 남성. 아마도 이 인간이, 광귀인지 뭔지 하는 놈일 것이다.


“네 놈 붉은색! 네가 사람들을 현혹하고 다니는 놈이냐!”

“미안한데, 넌 죽더라도 안 살려 줄 거다. 내가 오늘 화가 무척 많이 났거든.”

“애송이 놈이 입만 살아서.”


내 경고를 경고로 듣지 않는 중년 남성.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냥 죽이는 수밖에.


“내 흡성대법으로 네 놈의 무공을 전부 빨아 먹어 주마!!”


광귀라는 이 멍청한 남성은, 곧바로 내 목을 향해 손을 뻗으며 날아왔다. 무공인지 뭔지 하는 걸 빨아 먹는다는데. 이걸 어쩌지. 난 무공이 없는데.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악!!”


내 몸에는 항상 『창조주의 권능』이 흐르고 있다고. 신의 방패를 넘어선 그 말도 안 되는 방어 오라가.

내 목을 감싼 그의 팔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마냥 점점 가늘어 지시 시작했다. 어라, 이건 내 능력이 아닌데. 설마, 그의 흡성대법인지 뭔지 하는 걸 그대로 반사한 걸까.


“어, 어떻게 네 놈이 이 무공을!!!”


고통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는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잘라버렸다. 내 목을 쥐고 있던 그의 오른팔을.


“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모르긴! 천하의 마공을 사용하면서 발뺌하는 거냐!”

“발뺌이 아니라, 정말 모르는 일이야.”


아무리 정직하게 말해도 그는 날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바로 눈앞에서 자신의 기술과 완벽히 같은 기술에 당했는데 믿을 리 있나. 나 같아도 안 믿겠다. 아니 믿을 수가 없겠지.


“믿기 힘들겠지만, 난 정말 흡성 뭐시기 따위는 모른다고.”

“같은 마공을 사용하면서, 내 공력까지 훔치려하다니!”


훔쳐? 내가? 내가 뭘 훔쳤다는 거야, 도대체?


“내가 뭘 훔쳐 훔치긴.”

“시치미 떼지 마라! 이미 내 공력의 절반이나 네 놈에게 빼앗겼는데 뭐?”


절반을 가져갔다고? 난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는데? 도대체 뭘 빼앗았다는 거야? 정말이지 난 억울해 미칠 것만 같았다. 가뜩이나 여희 때문에 돌아버릴 거 같은데, 이런 발도 안 되는 오해를 한다고? 이젠 이런 작은 오해를 받는 것조차 버티기 힘들었다.


“그냥 가세요. 더 험한 꼴 보기 전에.”


오늘은 날이 아니다. 무슨 일을 해도 안 풀릴 게 뻔하다. 이럴 때는 그냥 방 안에 틀어박혀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 나는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그냥 그를 보내주려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갈 순 없다!”


오히려 역정을 내며 나에게 달려오는 광귀. 정말 피를 봐야 하는 걸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런데 그때,


“무슨 일인데 아직도 안 오세요?”


갑자기 문을 열고 얼굴만 빼꼼 내미는 여희.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순간,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말이다.


“그래, 네놈이 아닌 네 소중한 것의 목숨을 가져가겠다! 성녀의 목숨 말이다!!”


나를 향한 움직임을 돌려, 2층의 여희에게로 날아가는 광귀. 정말이지 미칠 것만 같았다. 걔는 내 중요한 사람이 아니야! 여희는 그냥... 뭐 친구 같은 거라고!


“아니, 제발 오해 좀 하지,”

“죽어라! 사이비 성녀 년!!”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왼손을 뻗어 여희의 목을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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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342. 현과장의 결단 24.01.17 20 3 12쪽
341 341. 악인들의 집회 - 2 24.01.16 16 3 12쪽
340 340. 악인들의 집회 +2 24.01.15 19 4 11쪽
339 339. 사이비가 아닌 게 아니 것이 아닌가? ... 이게 맞아? 24.01.14 14 3 11쪽
338 338. 난입 24.01.13 14 4 11쪽
337 337. 교리 - 2 24.01.12 17 4 12쪽
336 336. 교리 +2 24.01.11 15 4 11쪽
335 335. 배신 24.01.10 15 3 11쪽
334 334. 믿을 수 있는 사람 24.01.09 20 4 11쪽
333 333. 거지굴 - 4 +2 24.01.08 16 4 12쪽
332 332. 거지굴 - 3 24.01.07 22 3 11쪽
331 331. 거지굴 - 2 24.01.06 15 3 11쪽
330 330. 거지굴 - 1 24.01.05 22 4 11쪽
329 329. 이동 객잔, 동동구리모! 24.01.04 14 3 11쪽
328 328. 현과장의 꿍꿍이 - 2 24.01.03 17 3 11쪽
327 327. 현과장의 꿍꿍이 24.01.02 19 3 11쪽
326 326. 호떡이 싫다고? 24.01.01 11 3 11쪽
325 325. 분열 - 3 23.12.30 12 3 11쪽
324 324. 분열 - 2 23.12.30 13 3 11쪽
323 323. 분열 23.12.29 9 3 11쪽
322 322. 북빙신궁 - 3 23.12.29 15 3 11쪽
321 321. 북빙신궁 - 2 23.12.28 12 3 11쪽
320 320. 북빙신궁 23.12.28 14 3 11쪽
319 319.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 2 23.12.27 14 3 11쪽
318 318. 아!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23.12.27 11 3 11쪽
317 317. 집착남 등장 - 2 23.12.26 11 3 12쪽
316 316. 집착남 등장 23.12.26 15 3 11쪽
» 315. 창조교 - 2 23.12.25 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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