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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 신들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Paz
작품등록일 :
2020.05.11 11:35
최근연재일 :
2020.06.05 06:4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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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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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
글자수 :
170,317

작성
20.06.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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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양날의 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26화. 양날의 검


술신(戌神)의 서슬파란 칼날이 어린 아이의 목에 겨눠줬다.


묘신(卯神)은 그런 술신(戌神)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행여나 두렵거나 놀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스레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오히려 남자아이는 조금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당당히 서있었다.


술신(戌神)의 추궁만으로도 무서워하던 아이였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남자아이는 쓴 웃음을 입가에 띠며 말했다.


“후후... 하필이면 그대랑 마주할 줄은 몰랐네요. 이런 게 어쩌면 동방세계에서 말하는 인연이란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고? 나를 알고 있어?”


그 남자아이는 별것 아니라는 듯 두 손을 펼쳐 올렸다.


“그럼요, 잘 알죠! 제가 한동안 그쪽을 따라다니며 계속 감시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인가 ‘펑’하며 터지는 소리가 한 차례 들렸다.


그 남자아이는 마침내 숨겨진 본모습을 드러냈다.


파란 눈에 노란 머리. 동방세계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샛노란 곱슬머리를 가졌는데, 길이가 귀를 넘어가진 않았다.


그리고 등에는 작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는데, 뽀얀 새털뭉치처럼 보이기도 했다.


복장도 동방의 옷과는 다른 특색이 있었다.


한 쪽 팔과 가슴이 훤히 드러나는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다.


동방세계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익숙지 않은 모습과 외형이었다.


그는 조그마한 몸으로 날개 짓을 시작했다.


유유히 자신의 목에 겨눠진 칼을 피해 날아올랐다.


“여러분 반가워요! 저는 사랑의 신 에로스에요.”


꼬마아이는 공중에서 오른손은 배 쪽에 올리고, 왼 손은 뒤로 쭉 빼며 고개를 숙였다.


비록 어린아이의 몸짓이었음에도 한 마리 백조 같은 우아함이 돋보였다.


이것이 서방세계의 인사예절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묘신(卯神)과 자신(子神)은 그가 본모습을 드러내자 입이 딱 벌어졌다.


철썩 같이 믿었던 그 남자아이가 서방세계의 신이었다니.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술신(戌神)은 역시 그랬다는 듯 담담히 칼을 거두었다.


“신이라면 너도 황도 12궁인건가?”


“네. 맞아요, 제가 바로 물고기자리죠!”


에로스는 인사로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며 이야기했다.


그는 눈앞에 수많은 적을 앞에 두고도 여유 있게 벙싯벙싯 웃어댔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검게 물든 자신(子神)은 공중을 날고 있는 에로스 근처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아니, 너 그렇다면 그 남자 아이도 결국 죽었던 거야?!”


에로스는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우헤헤헤헤, 글쎄요 죽었다고 해야 할까?”


마치 농락당한 기분에 자신(子神)은 기분이 팍 상했다.


“네 이 녀석 똑바로 말하지 못해?”


그러자 웃음을 그치고 에로스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좋아요. 음 원래부터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없었어요. 그 아이는 바로 저였으니까요.”


“그럼 왜... 그때 우리를 구해주려 했던 거야?”


묘신(卯神)은 계속 되는 충격에 목소리가 떨려왔다.


“아~ 그거! 처음에는 친해져서 정보나 좀 얻어 볼까나 했죠. 어차피 마을사람들이 신을 함부로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요.”


“......”


“근데 돌아가는 꼴을 보니 조금만 마을 사람들을 꾀면, 남의 손을 빌어 죽일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래서 밤에 제가 마을사람들을 꾀었어요, 두두리나무가 원하는 건 피! 신의 피니까 더 좋은 양분이 될 거라고 말이죠.”


석재는 두두리 마을의 옥에 갇혔을 때가 떠올랐다.


밤늦게 찾아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죽이려한다며, 어른들이 나쁘다고 하던 그 남자아이.


하지만 그 말과는 배치되게 남자아이가 우리를 죽이려 했다는 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에로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그 천군인가 뭔가 하는 할아버지가 제 말에 동조하더니,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후훗, 안타깝게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는 자신의 책략이 자랑스러운 듯, 다소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子神)과 묘신(卯神)은 철석같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어안이 벙벙했다.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었다.


“역시 이상하다 생각했소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마을사람들을 학살한 건가 보구려.”


용의 모습을 한 진신(辰神)도 어느 순간 그들의 곁에 와있었다.


범의 신 인신(寅神)이 진신(辰神)을 부축하여 온 것이었다.


그러자 에로스의 시선이 피가 낭자한 용에게로 옮겨졌다.


“후후, 맞아요. 이제 이용가치가 없어졌거든요.”


“이용가치라고?!”


자신(子神)은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당당하게 말하는 에로스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러자 에로스는 걸치고 있던 헐렁한 가운 속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꺼냈다.


“네, 이용가치가 없어졌어요. 이 두두리 나뭇가지를 대면, 당신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렇죠?”


그는 나뭇가지를 손으로 빙글빙글 돌려대며 익살스럽게 말했다.


자신(子神)은 그 말을 듣자 아차 싶었다.


서방세계의 신들과 한번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벌써 약점이 노출된 것이었다.


‘아... 저 나무가 우리에게 유용하게 쓰일 줄 알았더니, 결국 양날의 검이 되어버렸구나.’


*

에로스는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다.


그가 두두리나뭇가지를 꺼내며 건넨 말 뜻이 무엇인지 자신(子神)은 단박에 파악할 수 있었다.


본인은 이미 십이지신의 약점을 알고 있으니, 그에게 섣불리 공격하지 말라는 은근한 엄포였다.


에로스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치며 이야기했다.


“아참 그리고 그 얘기를 안했구나. 그들을 그렇게까지 연민해줄 필요는 없어요!”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자신(子神)은 부글거리는 속마음을 애써 누르며 그의 말에 대꾸했다.


“그들은 죽을 만한 짓을 했거든요. 저도 막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진 않는답니다.”


“죽을 만한 짓이라고...!?”


“혹시 두두리 마을로 오기 전에 주변 마을들을 보셨나요? 분명 폐허가 되어있었을 텐데.”


그는 두두리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보았던 다른 마을모습을 곰곰이 떠올려보았다.


그랬다. 분명, 두두리 마을에 오기 전까지 그 근처 마을들은 모두 폐허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보니 묵을 곳이 없어서 한참을 찾다가 도착한 곳이 두두리 마을이었다.


“음... 그랬지. 그게 왜?”


“그거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게 아니라, 두두리 마을의 장정들이 습격해서 그렇게 만든 거예요! 후훗 몰랐죠?”


“그럴 리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헛소리가 아니라 진짜에요! 두두리 나무를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살아있거나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선한 피가 필요했거든요.”


자신(子神)은 처음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어귀에 쌓여있던 시체가 떠올랐다.


“설마....?”


“맞아요. 그래서 주변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죽이거나 생포했던 거예요 그들은.”


그 이야기를 들은 그는 머리를 한 대 두들겨 맞은 듯 했다.


에로스와 이야기를 나눈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충격적인 이야기가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그저 좋으신 분들로만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다.


아마 촌장님도 본인의 잘못을 알았기에 그 사실을 애써 숨긴 게 아닌가 싶었다.


에로스는 손에 들고 있던 두두리 나뭇가지를 다시 품속에 고이 집어넣었다.


*

개의 모습을 한 술신(戌神)에게는 아까부터 풀리지 않던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왜 날 감시하고 있었던 거냐?”


그의 질문에 에로스는 배시시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손 위에 활과 화살 하나가 나타났다.


“혹시 이게 뭔지 아시나요?”


그는 땅으로 내려와 쥐의 모습을 한 자신(子神)에게 다가갔다.


아직까지 충격에 휩싸여 혼자 생각에 빠진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 순간, 에로스는 들고 있던 화살을 쏘아 자신(子神)의 몸에 꽂아 넣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응?’


자신(子神)은 갑작스런 공격에 뒤늦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子神)이 공격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인신(寅神)은 에로스에게 화살을 날리며 이를 맞받아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공격에 대부분은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인신(寅神)은 달랐다.


하지만 에로스는 하늘로 재빨리 날아오르며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냈다.


“후후 위험했잖아요. 죽을 뻔했네!”


“쳇, 강수가 만들어 준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아직 손에 익지 않았군.”


“얼마 되지 않은 것 치고는 솜씨가 좋은데요?”


인신(寅神)은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젠장, 조금 더 연마해야겠어.”


자신(子神)은 화살이 관통한 몸을 찬찬히 바라봤다.


분명 몸에 화살이 관통했음에도, 화살은 온데간데없었다.


“네 녀석!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의 붉은 눈동자가 다시 광기에 차올랐다.


그는 에로스를 매섭게 쏘아봤다.


에로스는 그의 공포스러운 모습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해맑은 표정을 유지했다.


“에이~ 장난이에요, 장난. 이 화살이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한 번 시험해 봤어요.”


그러자 그는 단검을 허공에 가르며 분노를 표했다.


“뭐라고, 시험?”


에로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게 말이죠. 오래전에 저 개 모습을 한 신이 화살을 한 대 맞은 적이 있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통하지 뭐에요. 원래 신에게는 안 통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자 이번에는 개의 신이 분노했다.


“뭐라고! 나한테 쐈었다고?”


해선 안 될 말을 꺼낸 듯 에로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참! 이건 비밀이었는데...”


자신(子神)은 그 짧은 순간에 에로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에로스의 덤벙대는 성격을 잘 활용해 보면, 많은 정보를 캐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석재의 바람에 불과했지만,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었다.


그 순간 또 하나의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아 그래, 이 녀석은 은근 자기애가 강했잖아. 아까 전에 분명 자신을 뽐내고 싶어 했어. 그걸 한번 이용해보자!’


“에로스라고 했지? 정말 똑똑하구나. 정말 적으로 두긴 아까울 정도야. 저 개 모습을 한 신에게 쏜 거도 대단한 활약으로 이어졌니?”


자신(子神)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짐짓 자상한 척 하며 이야기했다.


그의 눈에서 살기가 사라지자, 어느새 회색 털로 돌아와 있었다.


“우헤헤헤. 맞아요, 맞아. 제가 또 엄청난 활약을 했죠. 에이 참 어쩔 수 없네. 이야기 해드리죠. 후후훗.”


에로스는 자신(子神)에게서 인정을 받자 매우 기뻐했다.


그는 주먹 쥔 손을 허리에 대며,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쫙 펴 자신감을 보였다.


“지금부터 엄청난 이야기를 해드릴 테니 놀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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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0.06.02 21:29
    No. 1

    추천 꾸우욱!
    건강 지키면서 글 쓰세요. 건강이 최곱니다. 오죽하면 프랑스 속담에 '건강한 개가 병든 인간보다 쓸모 있다'는 말이 있을까요.
    건필 응원하고요. 파이팅!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 Paz
    작성일
    20.06.03 00:07
    No. 2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정말 힘이나네요! 독자님도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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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져버린 꽃 20.06.03 26 3 11쪽
27 농간과 간계 20.06.03 29 3 11쪽
» 양날의 검 +2 20.06.02 31 3 11쪽
25 수상한 냄새 20.06.02 24 1 11쪽
24 세가지 물질 20.06.01 31 3 11쪽
23 무위의 의미 20.05.30 30 4 11쪽
22 무너진 마을 20.05.29 29 6 12쪽
21 입장 차이 20.05.28 30 7 11쪽
20 짧은 우정 +1 20.05.27 35 6 11쪽
19 폭주한 신력 20.05.26 33 8 12쪽
18 사라진 정의 20.05.25 34 8 11쪽
17 뜻밖의 만남 20.05.23 42 10 12쪽
16 신력 활용법 20.05.22 38 8 12쪽
15 오해와 진실 +1 20.05.21 39 7 11쪽
14 의문의 남자 20.05.20 39 6 12쪽
13 동방의 전설 +2 20.05.19 56 6 12쪽
12 운명의 도박 20.05.18 55 6 11쪽
11 나무의 비밀 20.05.17 53 6 11쪽
10 두두리 마을 20.05.16 59 8 12쪽
9 초월한 우정 20.05.15 58 8 13쪽
8 깊은 절망 20.05.14 66 9 13쪽
7 평화의 무게 20.05.13 78 8 13쪽
6 진정한 평화 20.05.13 119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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