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창작공장 님의 서재입니다.

격동의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창작공장
작품등록일 :
2021.11.22 10:37
최근연재일 :
2022.03.23 10:50
연재수 :
191 회
조회수 :
334,385
추천수 :
6,818
글자수 :
988,619

작성
21.12.21 20:20
조회
2,538
추천
60
글자
12쪽

격동의 시대 시즌1 - 35화

DUMMY

1950년 6월 25일 새벽 다섯 시, 춘천 6사단.


타다닥!

쾅!


“허억, 허억. 당직부관님! 지금 이상한 전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전보길래 아침부터 그리 호들갑이야?”


보급 물자 서류를 검토하던 강태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질책했다. 하지만 강태수의 질책에도 달려온 통신병이 급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통신병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북, 북한이 한 시간 전에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사단장님께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사단장은 늘 전쟁을 언급하며 항시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그것을 떠올린 그의 눈빛이 돌변했지만 강태수는 침착한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


“산발적인 전투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 한동안 교전 없이 잠잠했잖아. 다시 시작한 것 아니야?”

“확실합니다! 통신에 따르면 우리 춘천을 포함해 옹진, 개성, 동두천, 포천, 주문진, 정동진, 임원진까지 동시에 공격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 얼른 대대장님께 보고드려! 나는 대열을 준비하겠다!”

“예!”


타다닥!

쾅!

탁, 탁!


통신병을 사단장실로 보낸 강태수는 진열을 확인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가 걸음을 한 번 옮길 때마다 상황이 바뀌었다.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강태수는 조속히 부대를 정리하고 그가 통솔할 수 있는 인원들을 집결시켰다.

강태수의 부름에 따라 연병장에 모인 군인들의 얼굴에서 하나같이 비장함이 흘렀다. 그들도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얼추 사태를 파악해 가고 있었다.


후우.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켠 강태수가 그대로 호흡과 함께 외침을 토했다.


“잘 들어라!”


무장을 마친 강태수의 커다란 목소리가 인파를 타고 쩌렁쩌렁 울렸다.


“지금은 훈련 상황이 아니다! 우리의 대한민국이 위협받고 있다! 다들 그동안 우리가 해 온 대비를 떠올려라!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을 붙들어라!”


그때 연단에 선 강태수에게 통신병이 다가왔다. 불길한 예감이 그를 스쳤다. 강태수는 또다시 침통한 소식을 듣고 말았다. 통신병이 장병들이 보지 못하도록 입을 가리고 강태수에게 방금 막 들어온 통신을 전달했다.


“강 소위님, 적들이 자주포를 앞세워 오고 있다고 합니다. 9중대 관측소에 포탄이 명중하여 1개 분대가 폭사 되었고, 1소대 소대장 전사하였으며, 모진교까지는 벌써 돌파했답니다.”


강태수는 혼란이 드리우는 낯빛을 재빨리 추슬렀다. 그가 재빨리 진술을 구상했다.


‘이런 젠장. 생각보다 속도가 너무 빠르군. 남하하는 게 목적인가? 그렇다면 옥산포를 지켜야 한다.’


강태수가 시간을 확인했다. 한 시간 반 만에 모진교를 지키던 9중대 인원들이 패한 것이었다. 하필이면 대대장은 이틀 전 몇 달 만에 농번기 휴가를 나가 있었다. 강태수는 자신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전원 옥산포로 이동! 적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방어진지 구축을 최우선으로 한다!”

“충성!”

“충성!”


타다닥!


강태수의 말을 따라 훈련받은 대로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


강태수가 대열을 꾸려 옥산포로 향하는 그 시각, 화천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모진교. 포탄에 쓰러진 국군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턱!


누군가 바닥에 얼굴을 박고 엎어진 국군의 시신 위로 군홧발을 디뎠다. 북한 2사단장이었다.


“신속히 움직이라우! 내래 우리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하루 안에 춘천을 점령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이마에 긴 흉터가 있는 북한 2사단장은 시신을 디딘 채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소리쳤다.


“어차피 남조선은 한 점의 방비도 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 발밑을 보라! 우리의 포탄 하나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나약하지 않네! 이런 오합지졸들을 중국내전에서 공을 세운 우리가 무찌르지 못할 리 없지 않갔어!”


2사단장의 얼굴 흉터에 묻은 피가 흘러내렸다. 막 생긴 상처처럼 보일 정도로 피가 무성했다. 전부 한국군의 혈흔이었다. 2사단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서울로 진격하는 동무들은 이미 근처까지 무혈입성을 했다고 한다! 우리도 빨리 수원까지 진격해 대전으로 가야 하지 않갔어! 우리는 남조선 인민들의 해방을 위해 힘쓰는 해방 용사들이니 말이야!”

“우아아아!”


쿵, 쿵!


발을 구르는 인민군들의 군화 아래에 피를 머금은 끈적한 진흙이 질척이며 늘어졌다.


“그러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예 2사단의 저력을 저 남조선 수괴들에게 보여 주라-!”

“으와아아아!”

“아아아아!”


피 칠갑이 된 2사단 인민군들이 총을 치켜들며 광기 어린 외침을 토했다. ‘인민 해방’이라는 맹목적인 목적에 도취된 그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광기에 젖어 있었다.


*


어스름한 새벽빛 아래서 강태수는 몸을 숙여 바닥에 무릎 한쪽을 대 보았다. 그가 곧이어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강태수의 미간이 한껏 찌푸려졌다. 희미한 진동이 손을 타고 느껴졌다.


‘자주포가 한 대가 아니다. 더 있어. 통신에 따르면 38선 근처는 전부 쳐들어 온 것인데, 한 대가 아니라니. 북한이 단독으로 벌일 수 있는 규모가 아니야.’


강태수의 옆에서 통신병들이 통신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여기는 6사단 2연대, 6사단 9중대 응답하라.”

“---.”

“응답하라.”

“---.”


척.


강태수가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수그렸던 몸을 일으켰다. 기다리던 통신병이 보고를 올렸다.


“강 소위님, 고탄리에서 마지막으로 통신을 보낸 것이 다섯 시쯤인데 그 후에는 전부 먹통입니다. 통신 체계가 전부 무너진 것 같습니다.”

“적의 규모는 파악됐나?”

“전차를 앞세워 밀고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모진교의 마지막 통신이었습니다. 사단장님은 서울에서, 대대장님은 자택에서 복귀 중이시랍니다.”

“알았다.”


대답한 강태수가 질끈 주먹을 쥐었다. 현재 지시를 내릴 만한 사람은 강태수뿐이었다. 강태수가 속한 6사단의 사단장인 김종호 사단장은 지난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장교 구락부 낙성식에 초대를 받은 터라 사단 미 고문관과 같이 서울로 떠나 있었다.

하지만 김종호 사단장은 출발 전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고, 수상하니 대대장급 이상은 영내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얼마 전에 신혼을 맞은 대대장만은 예외였다. 강태수가 거듭 마른 세수를 반복했다.


‘큰일이다. 우리는 단 하나도 없는 자주포를···.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 봐야 한다. 이날을 막기 위해 수백 번은 연습하지 않았나.’


척!


고뇌하며 침음하던 강태수가 곧바로 손을 들어 훈련해 온 대로 수신호를 보냈다.


“사단장님과 대대장님의 복귀 때까지 전군 방어진지 구축과 함께 대전차포 배치한다. 정찰은 다섯, 들키지 않을 만큼만 파악해라.”

“충성!”


강태수의 수신호 확인과 더불어 말을 들은 군인들의 낯빛이 희게 질렸다. 훈련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이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한 몸처럼 그동안 준비해 온 대로 재빨리 진열을 정돈하고, 뛰어나갔으며, 대전차포를 배치시켰다.


“방심하지 마라. 몇 분 이내로 적의 머리가 보일 것이다.”


상황을 살피는 강태수에게 대대장이 다가왔다. 아내를 만나러 휴가를 나갔다가 연락을 받고 금세 복귀한 것이었다.


“강 소위,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 방비를 잘해 주어 고맙다. 육사에서 날아다녔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군. 왜 더 빨리 군인이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야.”


무거운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대대장은 진심이었다. 강태수가 지시한 대로 꾸린 전열은 완벽하다는 말과 가까웠다. 일 초로 생과 사가 갈리는 것이 전쟁이었다. 그것이 대비이든, 공격이든. 자신이 지휘했을 때보다도 더 완벽한 진영이었다.


“충성, 훈련받은 대로 했을 뿐입니다.”

“훈련과 실전은 다르지. 훌륭해.”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적의 이동 속도로 보아 금방 격전할 것 같습니다.”

“으음, 사단장님의 기우가 사실이 되다니.”


드드드드.


강태수의 말처럼 이제는 모두가 땅에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발끝에 힘을 주고 버텨야 할 정도였다.


타다닥!


그때 강태수가 정찰을 보냈던 인원들이 돌아왔다. 온몸에서 연기가 나는 그들이 헐떡이며 정찰 결과를 보고했다.


“파악 결과 병력의 차이는 네 배 정도입니다.”

“적의 자주포는 총 10대입니다. 모두 전방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근방에 다다랐습니다. 십 분이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옵니다.”


강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수고했다. 위치로 돌아가 매복한다.”

“충성.”


드드드드!


까아악.

까악.

까악.


산이 흔들리자 까마귀들이 일시에 날아올랐다. 긴장감이 옥산포를 맴돌았다.


끼이이이.


척!


억겁 같은 십 분이 지나고, 대전차포에 오른 강태수가 팔을 들어 올렸다. 전방에 적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였다. 직후 머리를 보이는 적의 자주포를 겨냥했다. 강태수가 발사한 포탄은 쇠끼리 부딪치는 불쾌한 소리를 내며 선두를 이끌던 적의 자주포의 정확히 명중했다.


콰앙!


“으아악!”

“뭐, 뭐네!”


모진교에서 생각보다 빨리 전투를 이겨 잔뜩 고무돼 있던 북한군들이 당황했다. 국군은 현재 인민군들보다 높은 지대에 매복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난데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포탄과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능선 위로 자주포를 조준한 그들이 금세 반격을 이어왔다.


쿠우, 쾅!

후드득!


방어진지 근처에 떨어진 포탄에 흙이 비처럼 휘날렸다. 나무들이 부러져 쓰러졌다. 강태수의 옆에서 인민군들이 있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대대장이 외쳤다.


“적의 포격이다! 거리를 내주지 않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

“넵!”


쾅!

콰앙!


“아악!”


몇 번의 포탄이 오갔으나 국군이 미리 구축해 둔 방어진지 덕분에 인민군들은 쉽게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격렬하나 성패는 없는 교착이 몇 시간째 이어졌다. 빛이 어스름하던 새벽을 지나 태양이 하늘의 한가운데서 그들을 관망하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전차조종수의 탄식이 혼란 사이로 흩어졌다. 제일 뒤에 있는 전차 안, 훈장처럼 모진교에서의 핏물을 닦지 않고 있던 2사단장의 얼굴에 서서히 그늘이 드리웠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 측의 그 누구도 춘천을 뚫는 데에 이렇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첩보에 따르면 춘천을 지키는 6사단의 사단장은 현재 서울에 있었으며, 춘천을 비롯한 이 남조선에는 전차 하나 없었기 때문이었다. 2사단장이 굳은 피가 달라붙은 얼굴 위로 느릿하게 마른 세수를 했다. 손에 묻어나오는 자국은 없었다.

그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진격을 멈추라 하라.”

“사단장 동지! 그럴 수는 없습네다!”


2사단장 옆에 있던 여단장이 첩보를 가지고 왔던 인민군을 타박했다.


“우리 2사단이 분명 네 배는 된다고 하지 않았어! 입이 있으믄 이게 무슨 일인지 변명이라도 해 보라우!”


여단장은 삿대질하는 손을 떨면서 성질을 부렸다. 교전이 시작된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았는데 전력의 손실이 예상보다 컸다. 여전히 주변으로 포탄이 날아오고, 비명이 들렸다.


콰아앙!


‘이대로라면 예정일에 수원으로 합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건 목이 달린 일이었다. 망원경으로 봤을 때 지휘하는 이들은 첩보대로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2사단장은 재차 시간을 확인했다. 그러던 그가 홀린 듯이 중얼거렸다.


“양구.”


아직까지 성질을 내던 여단장이 재빨리 2사단장을 돌아봤다. 2사단장은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렸다.


“양구 쪽으로 인원을 나누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격동의 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3 격동의 시대 시즌1 - 43화 +4 21.12.28 2,003 49 12쪽
42 격동의 시대 시즌1 - 42화 +2 21.12.27 2,046 52 11쪽
41 격동의 시대 시즌1 - 41화 +1 21.12.27 2,036 51 12쪽
40 격동의 시대 시즌1 - 40화 +3 21.12.27 2,057 56 14쪽
39 격동의 시대 시즌1 - 39화 +1 21.12.25 2,095 57 13쪽
38 격동의 시대 시즌1 - 38화 +2 21.12.24 2,116 47 13쪽
37 격동의 시대 시즌1 - 37화 +4 21.12.23 2,195 58 14쪽
36 격동의 시대 시즌1 - 36화 +7 21.12.22 2,361 62 13쪽
» 격동의 시대 시즌1 - 35화 +6 21.12.21 2,539 60 12쪽
34 격동의 시대 시즌1 - 34화 +4 21.12.20 2,701 50 13쪽
33 격동의 시대 시즌1 - 33화 +6 21.12.19 2,977 57 11쪽
32 격동의 시대 시즌1 - 32화 +1 21.12.18 2,631 50 12쪽
31 격동의 시대 시즌1 - 31화 21.12.17 2,634 49 12쪽
30 격동의 시대 시즌1 - 30화 +8 21.12.16 2,658 48 11쪽
29 격동의 시대 시즌1 - 29화 +1 21.12.15 2,440 40 11쪽
28 격동의 시대 시즌1 - 28화 +8 21.12.15 2,413 37 11쪽
27 격동의 시대 시즌1 - 27화 +2 21.12.14 2,584 42 12쪽
26 격동의 시대 시즌1 - 26화 +6 21.12.13 2,695 44 13쪽
25 격동의 시대 시즌1 - 25화 +4 21.12.12 2,721 43 12쪽
24 격동의 시대 시즌1 - 24화 +6 21.12.12 2,776 44 12쪽
23 격동의 시대 시즌1 - 23화 +3 21.12.11 2,935 44 11쪽
22 격동의 시대 시즌1 - 22화 +10 21.12.10 3,069 45 12쪽
21 격동의 시대 시즌1 - 21화 21.12.09 3,251 51 12쪽
20 격동의 시대 시즌1 - 20화 +2 21.12.08 3,653 54 12쪽
19 격동의 시대 시즌1 - 19화 +2 21.12.07 3,561 61 11쪽
18 격동의 시대 시즌1 - 18화 +4 21.12.06 3,819 68 12쪽
17 격동의 시대 시즌1 - 17화 +1 21.12.05 4,010 78 12쪽
16 격동의 시대 시즌1 - 16화 21.12.04 4,091 79 12쪽
15 격동의 시대 시즌1 - 15화 +1 21.12.03 4,318 81 8쪽
14 격동의 시대 시즌1 - 14화 21.12.02 4,514 7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