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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원의 빈둥거리는 곳

잘생기면 그깟 무공따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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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9
최근연재일 :
2023.06.16 11: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4,256
추천수 :
40
글자수 :
196,466

작성
23.06.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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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영화를 찍는 아주 신박한 방법

DUMMY

깜짝 놀란 두 사람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는 백은우.


“그동안 제작기간이 너무 짧았던 것도 좀 그랬어. 차근차근 준비해서 멋진 액션영화 한편 만들어 봅시다, 경이사.”


백은우가 내민 손을 감격에 겨워 제대로 잡지도 못하는 경이사.

하지만 그 누구보다 충격에 휩싸인 건 정대표였다.


“오랜만에 회의를 길게 했더니 피곤하네. 이 정도면 다 된 거 같은데 더 할 거 남았나요, 정대표님?”


악수를 하는둥마는둥 넋이 나간 정대표에게 백은우가 한마디를 더 건넸다.


“경이사 이번 작 흥행이 별로라 기분이 좀 안 좋을 텐데 대표님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실 거죠? 그럼 믿고 갑니다.”


“끄으으으윽......”


당장이라도 울음보가 터질 것처럼 부풀은 경이사의 얼굴.

그제야 제정신이 든 표정으로 돌아온 정대표.

그런 정대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백은우가 사무실을 나섰다.


“아참, 앞으론 이 친구가 운전을 맡아서 해줬으면 하는데. 차를 운전하려면 면허라는 게 필요하다고 하니까 좀 알아봐 주겠어요? 아무래도 이동이 많으니 운전을 한사람이 했으면 해서. 그럼 수고~”


정대표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자 사무실 문이 조용히 닫혔다.


“으아아아아앙! 은우씨가 날 저렇게나 생각을 해주다니! 자기도 지금 힘들 텐데, 우앙! 우아아앙!!”


오열하며 무너지는 경이사 곁을 정대표가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하며 끝까지 지켰다.






그날 밤, 숙소.

거울 앞에선 백은우가 아무도 없는 방안을 다시 한 번 예의주시하며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턱 주변에 난 아주 작은 뾰두라지 하나.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대리석 같은 피부에 처음으로 피어난 흠을 백은우는 오래도록 살펴봤다.


‘더 이상 번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 지금은 그깟 정력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일단 다음 영화부터 성공시켜놓고......’


백은우는 이제 갓 데뷔한 경이사의 액션영화 사전제작준비가 최대한으로 길게 이어 졌음 좋겠단 생각뿐이었다.






“자, 오늘의 마지막 소식! 여러분들이 그토록 기다리시던 백은우씨의 신작 촬영현장을 저희가 전 세계 최초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 보실까요?”


엠씨의 신나는 멘트와 함께 등장한 발랄한 리포터.


“짜잔! 이곳이 바로 강원도 모처에 새로 만들고 있는 백은우씨 전용 스튜디오입니다. 어때요? 멀리서 보기만 해도 으리으리하지 않나요? 네, 그래요! 전 세계 최초로 제가 제일 먼저 들어왔답니다, 여러분~ 부럽죠?”


리포터 뒤로 보이는 웅장한 스튜디오 건물들.


“이제 곧 촬영을 위해 백은우씨가 도착하실, 어머! 저기 벌써 오셨네요. 은우씨! 백은우씨!”


먼발치 떨어진 차에서 내린 백은우가 리포터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는 스튜디오 안으로 사라졌다.


“여러분~ 보셨죠! 어쩜 저리도 친절하실까, 아응! 그나저나 저 옆에 딱 붙어 계신 분도 참 멋지지 않나요? 운전석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은우씨를 잘 서포트하는 저 능수능란함! 길게 찰랑거리는 머리카락하며 그 옛날 용맹한 장군처럼 휘날리는 수염까지! 선글라스까지 하면 온통 까만색으로 가리고 있어 그렇지 한눈에 봐도 정말 멋지신 분일 거 같은데, 짜잔!”


리포터가 카메라를 향해 핸드폰 화면을 비췄다.


“이번에 새로 생긴 저 보디가드 분 SNS계정인데요, 개설하자마자 폭발! 벌써 팔로워 수가 2천만이 넘었답니다. 이제 고작 사진 5개밖에 안 올라왔는데도 댓글들도 칭찬 일색! 저도 벌써 팔로우하고 있답니다~”


“김은비 리포터~ 이번 신작은 전작들과는 다르게 장르가 액션이라고 하던데 또 다른 정보는 없나요?”


“없을리가요~ 제가 오늘 완전 아주 아주 중요한 얘기를 입수했습니다!”

마치 비밀얘기 하듯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온 리포터.


“이번 작엔 여주인공이 없답니다.”


“네? 백은우씨 하면 로맨스의 제왕인데 여자 주인공이 안 나온다구요?”


“하지만 걱정은 금물! 그만큼 액션의 비중을 확 늘렸다고 합니다. 전작들을 사랑해주신 팬 분들을 위해 이번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주신다고 하시니 너무 너무 기대되지 않나요? 어때요? 상상만 해도 전 막 온몸이 짜릿짜릿해지는데. 백은우씨가 나쁜 적들을 멋지게 해치우는 걸 큰 스크린으로 보게 되다니~”


빙글빙글 돌며 상상에 빠진 행복한 모습의 리포터가 갑자기 동작을 멈추곤 카메라를 막아섰다.


“지금도 제 옆에선 새로운 세트들이 지어지고 있는데요, 기밀사항이라 못 보여 드리는 게 너무나~ 아쉽답니다. 네, 괜찮아용~ 부서진 빌딩 세트 안 찍혔습니다. 호호홍, 보안 요원 분들이 워낙 철저하셔서. 네네, 그쪽 피라미드 세트 쪽으론 절대 안 갈게요.”


능청맞은 리포터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엠씨들이 재밌다면서 킥킥댔다.


“그래도 먼 거기까지 갔는데 좀 더 보여주시면 안 될까요? 기다리고 계신 전 세계 팬 분들을 위해서 라도요.”


“잠시 만요...... 속닥속닥~ 아잉~ 한 번 만요, 네?”


갑자기 화색이 된 리포터가 카메라맨의 손을 잡고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됐습니다, 여러분! 제가 해냈어요! 조금 있으면 액션 장면 촬영이 시작되는데 그 장면을 저희가 독점으로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급해요, 백은우씨가 액션을 하는 최초의 장면, 지금 바로 현장으로 갑니다! 고고, 고~!”






“이 정도로 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풋!”


“컷!”


감독의 컷 싸인이 나자 스튜디오 안이 떠나갈 정도로 온 스탭들의 박수소리가 우렁차게 퍼져 나갔다.

목검을 어깨에 올리고 한 손을 바지주머니에 찔러 넣은 건방진 포즈로 마무리를 한 백은우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손한 자세로 스탭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하자 더 커지는 박수소리!


“자, 이제 표정 따겠습니다.”


조감독의 말에 순식간에 조용해진 스튜디오.

백은우가 카메라 앞에 서서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지! 이번엔 약간 무시하는 듯한, 오케이! 좀 더 미간을 찡그려주시고, 다음엔 바로 썩소! 그레잇! 살짝 비틀어서 깔보는 것처럼... 조금만 더, 살짝 위로... 오케이!”


감독의 디렉션에 이런 저런 표정을 지어보인 백은우가 촬영이 다 끝나자 입을 크게 벌려 좌우로 돌리며 세트 밖으로 나갔다.


“수고하셨어요.”


경이사가 내준 촬영용 의자에 앉는 백은우.

손가락을 까딱하자 최강자가 아이스박스에서 음료를 꺼내 대령했다.


“난 폼만 잡았는데 뭘.”


“에이, 폼은 아무나 잡나요. 그냥 서있기만 해도 그림인데.”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다 백은우의 인상이 변하자 물티슈를 가져와 꼼꼼히 닦아내는 경이사의 자세가 매우 공손하기 그지없다.


“어제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 많이 아파보이던데.”


“아, 은우씨 대역하던 스턴트 맨. 괜찮아요, 저기 오네요. 삼층 높이에서 떨어질 때 허벅지를 조금 다쳤다던데 지금 보니까 멀쩡하네요.”


절뚝거리며 들어오던 스턴트맨이 백은우와 경이사 쪽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쏜살같이 세트 위로 달려갔다.


“자자, 이번 씬 아주 중요하니까 다들 집중!”


무술감독의 지휘아래 긴 복도 좌우에 착착 자리를 잡는 스턴트맨들.


“주인공이 여기부터 저기 복도 끝까지 한 번에 가는 씬, 연습한 거 잊지 않았지? 방금 전 은우씨가 멋지게 이번 씬 마지막을 장식했으니까 우리도 그에 맞게 잘 해야 돼. 칼, 도끼, 송곳, 야구방망이, 거기 철근은 좀 더 뒤로... 그렇지, 거기에 있으면 되고. 감독님, 준비 다 됐습니다!”


스크립터와 상의하던 감독이 스탭들이 챙겨준 카메라를 능숙하게 어깨에 올리곤 세트장으로 들어왔다.


“씬 56! 테이크 원!”


조감독의 외침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 나가는 백은우 대역!

첫 번째 건달을 목검으로 내려치자마자,

“컷!”

카메라를 든 감독이 잽싸게 자리를 바꿨다.

“액션!”

쓰러지는 건달을 밟고 바로 반대쪽으로 점프하는 대역.

“컷! 좋았으.”

다시 자리를 바꿔 대역의 어깨 뒤로 넘어간 감독과 카메라.

“액션!”

점프하며 발길질을 날린 대역이 다음 건달의 정강이를 향해 목검을 휘두르자 두 명의 건달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컷! 오케이! 자 다음!”





“흐아아아함~”

지루한 표정의 백은우와는 반대로 흡족한 미소만 짓고 있는 경이사.


“계속 저런 식으로 찍네. 뭐만 했다하면 컷, 컷. 저래서 영화 잘 나오겠어?”


“저 감독님 전작들 다 보셨잖아요. 저렇게 찍는 게 저분 특기인데. 스턴트맨 출신이라 어떻게 찍어야 멋지게 나오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죠. 찍는 작품마다 액션의 신기원을 이룬 분이니까 그냥 믿고 맡기시면 되요.”


그걸 모르는 백은우가 아니었다.

감독부터 해서 무술감독, 하다못해 청소하는 스탭까지 일류 중에서도 최고만을 뽑아 이번 새 영화 촬영을 들어왔으니까.

다만 옆에서 보면 마치 술 취한 사람이 춤추는 것처럼 카메라를 흔들고 있는 뚱뚱한 감독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게 마음에 안 들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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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마지막 한 수 23.06.16 34 0 15쪽
43 폭로 23.06.14 18 0 11쪽
42 보디가드를 보디가드 해줘야 하다니 23.06.13 22 0 10쪽
41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5 23.06.12 32 0 10쪽
40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4 23.06.10 22 0 10쪽
39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3 23.06.09 23 0 10쪽
38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2 23.06.08 22 0 9쪽
37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23.06.07 27 0 9쪽
36 액션 영화를 찍는 아주 신박한 방법 2 23.06.06 20 0 10쪽
» 액션 영화를 찍는 아주 신박한 방법 23.06.05 19 0 9쪽
34 문제는 거기가 아니라고! 4 23.06.05 21 0 10쪽
33 문제는 거기가 아니라고! 3 23.06.04 20 0 9쪽
32 문제는 거기가 아니라고! 2 23.06.02 19 0 9쪽
31 문제는 거기가 아니라고! 23.06.01 30 0 10쪽
30 지옥의 문이 열린 날 23.05.31 36 0 10쪽
29 당신을 가지고 싶어요! 23.05.30 33 0 9쪽
28 드디어 만난 이상형! 3 23.05.29 28 0 10쪽
27 드디어 만난 이상형! 2 23.05.28 29 0 9쪽
26 드디어 만난 이상형! 23.05.27 40 1 9쪽
25 까라면 까야지.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 23.05.26 31 0 9쪽
24 내 얼굴이 뭐가 어쨌다고? 2 23.05.24 33 0 9쪽
23 내 얼굴이 뭐가 어쨌다고? 23.05.21 41 0 9쪽
22 살아갈 이유를 찾고 폭주하는 경이사 2 23.05.20 42 0 10쪽
21 살아갈 이유를 찾고 폭주하는 경이사 23.05.19 47 0 10쪽
20 ‘백은우’를 받아들일 단 한 가지 이유 23.05.18 54 0 10쪽
19 남자로 태어나서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진 않겠지 23.05.17 55 0 9쪽
18 '백은우'를 죽여야할 수십가지 이유 2 23.05.17 61 0 10쪽
17 '백은우'를 죽여야할 수십가지 이유 23.05.16 78 0 9쪽
16 왜 하필 지금, 재수없이 네가 나타나는데! 23.05.16 77 0 10쪽
15 모든 문제는 그저 아랫도리에서 시작된 것 23.05.15 9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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