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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원의 빈둥거리는 곳

잘생기면 그깟 무공따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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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원
작품등록일 :
2023.05.10 10:39
최근연재일 :
2023.06.16 11: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4,260
추천수 :
40
글자수 :
196,466

작성
23.05.16 10:55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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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백은우'를 죽여야할 수십가지 이유

DUMMY

백은우가 불꽃이 튀는 두 눈으로 백안의 목숨을 당장 끊어버릴 수 있는 흉기를 찾았다.


“네 이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끄윽~~~”


백은우가 벼락같은 고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다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한 시간 동안 억눌린 감정과 분노를 한꺼번에 토해내다 보니 약골 그 자체인 몸이 버텨내지 못한 모양새.


“스승님, 아니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득달같이 달려온 백안이 쓰러지는 백은우의 뒷목과 허리를 받쳐 조심스레 소파위로 눕혔다.

황망함 속에서도 느껴지는 뜨뜻한 온기.

백은우가 잠시 눈을 감고 지금 느껴진 온기가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다.

비록 모든 내공이 얼굴로 집중됐지만 평생 갈고 닦아온 무공에 대한 지식수준은 고스란히 남은 터.


‘보통 내공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옷이 큰데도 백안의 탄탄한 몸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않은가.

체면상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백안을 물린 뒤 백은우는 천천히 그의 몸을 살폈다.

무공을 연마하지 않아서인지 우락부락한 형태는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태.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군.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러고 나서 또 날 따라 나섰고?”


“화담과 소월의 갱생이 끝나자마자 바로 선배님의 뒤를 쫒아 천신만고 끝에 결국, 크흑!”

쾅! 쾅! 콰앙!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백안이 천추의 한이 담긴 듯한 주먹질로 트레일러 바닥을 마구 두들겼다.

백은우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울림!


“으악, 뭐야!”

들썩이는 트레일러에 귀를 대고 있던 정대표와 조감독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불초한 소자, 용서해 주시옵소서! 전 선배님이 돌아가신 줄로만 알고, 크흑! 그저 편하게 모시기 위해 그랬던 것인데!”


“편...... 편하게?”

설마했던 그 냄새가 진짜 저 놈의 체취였다니!

저 말종을 그냥 편하게 찢어 죽이는 게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 아주 맷돌로 갈아버릴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주화입마에 빠지신 것도 모르고, 이 무식한 놈이 그만 선배님을, 크흐흑! 죽여주시옵소서! 지금 당장 이 한심한 인간의 멱을 따주시옵소서!”


쿵쿵! 쿵쿵쿵!

주먹과 머리로 트레일러 바닥이 뚫어져라 치는 백안 너머를 백은우가 상세하게 살폈다.

뾰족한 거, 아니면 조금이라도 날카로운 거!

저 짐승 같은 놈을 처단하려면 지금 상태에선 뭐라도 들고 덤벼야했다.

무공을 버린 후 이렇게 후회된 적이 또 있었던가!


“어, 어지럽다. 그만해, 그만 하라고!”


멀미와 같은 어지러움에 백은우가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에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파와 끄응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다시 자리에 누울 수밖에 없는 체력.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머리 찢는 걸 멈춘 백안이 불안한 표정으로 백은우를 올려다봤다.


“휴우~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넌 어찌 살아났느냐?”


“선배님이 그렇게 되신 걸 보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책을 훔쳤지.”

“전 그저 선배님의 무공을 조금이라도 잇고자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저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

운공에 들어가기 전 책을 불사르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백은우가 열심히 눈알을 굴렸다.

뭐든 찾아야 했다.

저 싸가지 없는 놈을 당장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려면.


“그래서, 훔쳐서 살아남은 거냐? 이렇게?”


“제 어찌 선배님의 무공을 따라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저 책에 있던 건 가장 기본적인 내공의 운용. 주변에 있는 다른 동굴에 들어가 그것만이라도 어찌 해보려다 저도 결국 주화입마에 빠졌습니다.”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아깝.’

백은우가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天地一助 (천지일조)

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내공법서라 내공을 키우는 덴 가장 효과적이었을 테지만 무공에 대한 이해 하나도 없이 운공만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선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천지개벽하는 산사태 때 깨어났지만 내공의 부족함을 느껴 계속 그 근처에서 운공을 해왔습니다.”


“될 리가 없지.”


백은우의 타박에 침울한 표정의 백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님 말씀대로 어느 한계에 이르자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이 모질고 멍청한 놈의 머리론 스승, 아니 선배님의 뒤를 밟기엔 한없이 부족하고 또 부족하였습니다.”


“또 주화입마가 오진 않았고?”


“여러 번 그럴 뻔 했지만 한번 빠졌다 나와서 그런지 전처럼 그리 쉽게 빠지진 않았습니다.”


“아깝... 흠흠. 그래, 아까 한 말 다시 해 보거라. 어찌 내려왔다고?”


“간혹 가다 나타나는 사람들의 말투나 행색으로 세상이 많이 바뀐 건 알았지만 세월이 이리 흘렀는지는 몰랐습니다. 당연히 저 혼자 이 세상에 외톨이처럼 남아있는 줄 알았는데, 흐흐흑!”


감격에 겨운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백안이 다가오자 백은우가 기겁했다.


“거기, 거기서 말하라.”


“스승님이 살아계실 줄이야, 흐흑!”

“날 어찌 알아봤느냐?”

“사람들이 버리고 간 다 헤진 종이쪼가리를 보자마자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제 어찌 스승님의 존안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비록 외형은 조금 바뀌었다 할지라도 형용한 눈빛과 담대하기 그지없는 생김새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으셨습니다!”


“역시 네놈도 사내긴 사내구나.”


입에 발린 말이라도 백은우는 듣기 좋았다.

비록 여러 참화에 얽히고설켜 많이 상한 얼굴이었지만 남자들은 인정해주던 얼굴이었다.

그저 반반한 것들만 좋아하는 여인들과는 다르게.

젠장, 쓸모없는 사내놈들한테만 인정받는 꼴이라니, 쯥!


“게다가 제 이름을...”

“어허!”


백은우의 한 마디에 트레일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여전히 트레일러 밖에서 귀를 대고 있던 정대표와 조감독이 찢어진 듯한 두 귀를 손으로 막다 못해 뒤로 크게 넘어졌다.

백은우가 목소리를 최대한 나직하게 깔며 겁을 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금부터 네 이름을 단 한번이라도 그 입에 올리면 다신 안 볼 것이야, 아니 이 손으로 네 목숨줄을 단박에 끊어버릴 것이다...... 알았느냐?”


빠드득 갈리는 이가는 소리에 백안이 고개를 푹 숙이며 황급히 물러섰다.


“내 비록 기이한 인연으로 네 이름과 비슷한, 흠흠! 쓰게 되었지만 뜻도 다르고 한자 획도 다르다. 그러니 그걸로 내가 뭘 어찌했다는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라, 알겠느냐.”


“네, 스승, 선배님!”


백안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저 주억거리기만 했다.



백안 백은우.

사람들은 그를 백안이라 불렀다.

얼굴이 새하얗다고(白顔), 또 다른 이들은 얼굴중의 얼굴(伯顔)이란 뜻으로.

뭐가 됐든 백은우, 아니 남자의 입장에선 꼬일대로 꼬였다.

자신을 살려 준 간호사들이 원망스러울 지경.



“그래도 나 있는 곳까지 용케 잘도 찾아왔구나.”


백은우가 빠르게 말을 돌렸다.


“네...... 말도 안통하고 세상도 너무 요상하게 바뀌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오다보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서.”

“네?”


의문에 가득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백안을 향해 백은우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뭘 하고 싶은 거냐고.”


“저, 전... 당연히...... 선배님의 무공을 배워서... 열심히 정진을......”


“풋! 이백년을 헛살았구나.”


백은우가 천천히, 그러나 아주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러게 여기까지 오면서 사람들이랑 좀 마주치며 했어야 했는데. 뭐 느낀 거 없니? 지금 시대는 조선 때보다 더 무공이란 게 필요가 없어요. 경공? 차타면 되고, 신선처럼 구름을 타고 싶어? 그냥 비행기란 걸 돈 주고 타면 되구. 장풍 쏘고 싶으면 총 쏠 수 있는 나라로 가면 돼. 또 뭘 하고 싶은 건데? 말만 해, 내가 다 해줄 테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전 그저......”


“내 무공? 쓸데없어서 나도 버린지 오래야. 그나마 있던 것도 네가 날 주화입마에 빠지게 만들어서 다 날라 가 버렸고.”


“선배님! 전 그럼 어찌... 크흑!”


백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억눌러오기만 했던 모든 억한 심정이 터져나갈 듯이.


“야, 너 왜 그래?”


놀란 백은우가 뒤로 물러섬에도 백안은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얼굴로 그의 다리라도 잡아보려는 듯 어렵게 기어왔다.


“선, 선배님을 뵈러, 쿠흑! 이 긴 세월동안, 허어어걱!!”


백안이 두 눈을 뒤집으며 게거품까지 물었다.

사지가 격하게 꺾이고 뒤틀리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큰 탈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

백은우가 재빠르게 백안의 맥을 짚었다.



이때의 일을 백은우는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때 그냥 뒀어야 했는데......

머리통이 터지든, 모든 구멍으로 핏물이 솟구치든.

그냥 그대로 곱게 세상 하직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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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2 23.06.08 22 0 9쪽
37 액션 천재와 대역 천재 23.06.07 27 0 9쪽
36 액션 영화를 찍는 아주 신박한 방법 2 23.06.06 20 0 10쪽
35 액션 영화를 찍는 아주 신박한 방법 23.06.05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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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드디어 만난 이상형! 2 23.05.28 29 0 9쪽
26 드디어 만난 이상형! 23.05.27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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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내 얼굴이 뭐가 어쨌다고? 2 23.05.24 33 0 9쪽
23 내 얼굴이 뭐가 어쨌다고? 23.05.21 41 0 9쪽
22 살아갈 이유를 찾고 폭주하는 경이사 2 23.05.20 42 0 10쪽
21 살아갈 이유를 찾고 폭주하는 경이사 23.05.19 47 0 10쪽
20 ‘백은우’를 받아들일 단 한 가지 이유 23.05.18 54 0 10쪽
19 남자로 태어나서 한 입으로 두말을 하진 않겠지 23.05.17 55 0 9쪽
18 '백은우'를 죽여야할 수십가지 이유 2 23.05.17 61 0 10쪽
» '백은우'를 죽여야할 수십가지 이유 23.05.16 79 0 9쪽
16 왜 하필 지금, 재수없이 네가 나타나는데! 23.05.16 77 0 10쪽
15 모든 문제는 그저 아랫도리에서 시작된 것 23.05.15 9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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