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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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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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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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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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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7쪽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33

DUMMY

세이드가 취소된 후유증... 정확히는 난생 처음 무의식의 영역에 발을 디딘 여파로 인해 나는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그, 그래도 지구는 돈다...!’


역시 갈릴레이가 옳았다.

나는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허억! 허억!”


현세가 뒤섞인다.

무의식과 뒤섞여 세계가 일그러져 보였다.

난생 처음 겪는 격한 멀미증상에 어떻게든 중심을 잡아보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내 눈에 잡히는 저것들은 과연 무엇인가.


일어서려다 다시 넘어지려는 나를 친구들이 달려와 지탱해줬다.


“괜찮아. 실패할 수도 있어.”

“배움은 본디 오래 지속하는 것. 벗이여, 고작 반달을 했을 뿐이다. 좌절하지 않기를 바라지.”


아무래도 내가 좌절감에 무릎 꿇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시험 떨어지는 건 상관없는데... 우욱, 죽을 것 같아.’


시험에 떨어졌어도 별로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하지 않는다.

이전에도 말했다시피 볼바는 여신 프레이야를 섬기는 종이자 대리인이다.


그리고 나는 미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는 불의 신.

친구로 동격에 설 수는 있어도 그를 섬기는 볼바가 되기 위해 목을 맬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거다.


전생을 불러낼 수 있다는 이 엄청난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게 그저 아쉬울 뿐.


“우웨엑...”


시야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진다.

위와 아래의 상이 뒤집히고 좌우가 반전되며 미나의 몸에 유피의 얼굴이 달렸다.

시계(視界)가 엇갈리며 제정신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 모습에 시리우스가 서둘러 달려와 등을 두들겨 줬다.


불의 꿈으로 인해 이 비슷한 상황이 많았기에 그 대처가 능숙했다.


‘시리우스가... 맞나?’


시리우스 몸 위엔 엘레나의 머리가 달려있었다.

토하다가 웃으면 기도가 막힐까봐 멋대로 웃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감은 잡았어. 전생을 불러오는 것이 아닌 나와 계약된 이들의 힘을 불러오는 거라면 아마 가능할 거야. 딱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세이드는 신의 힘을 빌리는 것이기에 당연하게도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원하는 신도 있고 그 몸으로 온갖 문란한 짓을 하라고 요구하는 신도 있으며 산 제물을 바치길 원하는 등, 별의 별 신이 다 존재한다.


‘그런데 그들을 과연 신이라고 부를 수 있나? 신은 관리자가 준 아르케로 이루어진 육신, 그리니까 생명의 열매를 허락받은 적이 있는 이들을 뜻하는데 죽어서 영혼만 남은 이들은 오히려 정령에 더 가까운...’


생각이 끝없이 이어진다.

육체는 잠든 것과 다름이 없었지만 오직 정신만은 깨있었다.


미나처럼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이 그저 자신의 전생의 모습을 불러오는 게 아닌 이상, 세이드는 함부로 사용할 게 못 된다.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강제로 징수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나와 계약이 되었다 한들 대가 없이 힘을 빌려준다는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전생의 기억이 없었어. 내가 못 찾은 게 아니라 아예 없는 거야. 내가 로키가 맞나?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지만 상태창은 절대적이었다.


“시인이 왔어야 했어...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 왔어야 했어...”

“코르?!! 코르!!!!”


나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참지 못한 채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다 결국...


암전(暗轉).

눈앞이 검게 물들었다.


***


달의 바다.

달의 뒤편에 흐르는 달의 바다에서, 강에서 시작되었으나 모이고 모여 결국 바다 그 자체가 된 이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구나.>


관리자 레테, 그녀는 자신이 잠들어 있는 동안 흘러간 역사를 훑어봤다.


존재할 수 없는 기록.

존재할 리 없는 기록.


인과(因果)는 완벽하게 들어맞았지만, 어딘가 위화감이 있었다.


인과를 조작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녀와 동등한 존재들뿐일 텐데, 그녀의 동족은 이미 모두 그 생이 꺼진지 오래일진대...


그녀가 잠에 들고 1000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스스로를 자각하여 윤회에서 벗어난 ‘사람의 아들’을 제외하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새로운... 데카르트의 악마의 탄생인가?>


레테는 아카식 레코드를 뒤져 온갖 신적인 존재들에 대한 기록들을 훑어봤다.

어쩌면 자신의 창조물이 드디어 자신과 같은 위치로 올라온 것이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이 아이가 다시 난 거지?>


존재할 리 없는 존재가 제 땅위를 거닐었다.

영혼이 없어 고리로 돌아오지도 못한 그릇이 스스로 생을 얻고 다시 지상을 거니는 것이다.

다음세대의 불의 신으로서...


로키, 그녀가 만든 작은 거인.

그 탄생이 대홍수를 일으킬 계기가 되었으며 신과 인간을 나누게 한...

끝내 지혜의 왕의 그릇이 되어 죽었던...


용의 죽음이 문명의 시작이라면, 거인의 죽음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

관리자 자신이 잠든 것이 아니라 로키의 죽음이 곧 신화시대의 종막이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불러들여야겠구나.>


그녀가 만들지 않은 영혼이 있다?

그것은 불가능했다.

영혼이란 모두 그녀가 그녀의 동족들의 유해를 새롭게 빚어 창조해낸 것들.


인간들이 상태창이라는 은혜를 내려 받은 것은 분명 그녀의 예상 밖의 결과였으나, 이미 내려진 것을 회수할 만큼 그녀는 모질지 않았다.


<나의 작은 이해자도 함께 불러들여야겠어. 통역 없이는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테니...>


본디 그녀는 전지전능(全知全能)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이해자 없이 대화를 나누는 건 할 수 없어도 그들에게 신탁을 내려 일방적인 소통을 하는 것은 가능했다.


허나, 지금은 그 전지(全知)를 잃었다.

그저 제 몸을 소모해 발휘되는 대가성(代價性) 전능(全能)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랬기에 직접 불러들여 상태창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상대의 특성조차 확인하기 어려웠다.


탑이 세워진 그 해(年), 대홍수의 계기가 된 그 달(月), 인간을 쓸어버리리라 결정했던 그 날(日), 제 반신이 뜯겨져 나간 그 시(時)...


이계의 방문자들이 연 문을 약속의 땅 후보 중 하나였던 그 금기의 땅에 봉인한 뒤 그녀는 터무니없이 약해져버렸다.

다만 한없이 약해진 지금도 지구를 리셋(Reset)할 정도의 힘이 남아있다는 것이 그녀의 아이러니이자 본래 그녀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증명하는 거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우주의 창조자가 한 행성을 시야 아래 두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이번에도? 내가... 실패한 적이 있던가?>


우주의 모든 기록이 적힌 ‘아카식 레코드(Akashic Records)’, 하늘도서관의 유일한 사서는 다름 아닌 ‘망각(忘却)’이었다.


***


‘세이드는 성공했다.’


코르가 주술을 사용함과 동시에 그 몸에 담기고 싶어 하는 초월적인 존재들의 아우성을 엘레나는 ‘볼’ 수 있었다.


그 여파로 동공이 갈라져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그녀는 누구도 눈치 못 채게 슬쩍 닦아냈다.

보는 것만으로 영혼이 쪼개질 법한 격을 지닌 존재들.


‘하지만 동시에 실패했어. 전생을 불러내지 못했으니까.’


영혼을 관조하고 무의식에 발을 디뎌 기억저장고를 탐색하는 그를 봤다.

그녀의 눈으로도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거대했지만 의식이 성공한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신은 망각하지 않는다. 윤회의 고리로 돌아갈 때 전생의 기억이 강물에 먹혀 봉인될 뿐.’


이는 미나에게 주술을 가르치며 그녀 스스로 알아낸 것들이다.


‘그라는 존재의 특수성? 아니면 진짜로 아저씨인가?’


바벨의 원로 정도 되는 위치라면 바벨에 숨겨진 기록들을 훑어보며 신 이상의 관리자급의 존재에 대한 기록 또한 찾아볼 수 있다.


기원(Origin), 상태창에 표기된 그것.

현재 기원을 가지고 있는 다음세대들은 전부 그러한 존재들의 흔적들이다.


「원동자(Prime mover)」


「최초의 원인이 없는 원인(Unmoved mover)」


「관념적인 존재(Ideological being)」


「지적 설계자(Intelligent designer)」


가장 자주 쓰이는 표현은... 「본질(本質)」

다른 말로는...


「이데아(Eidos)」


관리자 레테가 속한 종(種)이자 우주를 이루는 개념(槪念) 그 자체인 존재들.


관리자 레테가 망각이란 개념과 함께 태어난 개념 그 자체인 존재이듯 이러한 존재들도 새로운 개념과 함께 탄생한 개념적인 존재인 것이다.


관리자 레테의 이명, 라스트 엠브리오(Last Embryo).

그녀는 종의 마지막 생존자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들은 모두가 죽거나 뒤틀려버렸고 레테는 그들의 유해를 이용해 윤회의 고리를 만들었다.


언젠가 다시 태어날 동족들을 기리며.

하지만 이미 죽은 이데아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개념이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이데아가 태어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만...


‘그들은 시공(時空) 너머의 존재. 미래에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계기로 태어난다고 해도 이미 존재해있다.’


그러기에 외신(外神).


‘어쩌면 영혼 없는 것이라는 새로운 개념적인 존재로서 태어난...’


시간에게 속박된 새로운 「부동(不動)의 원동자(原動者)」일 가능성이 생겼다.


‘역시 아저씨가 맞았어... 아저씨도 다시 태어난 거야.’


기뻤다.

엘레나는 결국 코르가 로키의 환생임을 인정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의 모습을 불러낸 것보다 오히려 불러내지 못한 것이 더 개연성이 있고 믿음이 갔다.


‘신들 중, 일부는 육신이 흩어져 윤회의 고리로 돌아갔으며 일부는 낙원(Eden)으로 들어가 정령(精靈), 그중에서도 신령(神靈)이 되었다죠.’


윤회의 고리로 돌아간 영혼은 언젠가 환생한다.

영혼이란 존재는 기본적으로 불멸이기에...


그렇게 태어난 것이 현재의 다음세대란 존재.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이들은 모두 기원을 갖고 태어났다.

그 강대하던 전생조차 감히 소유하지 못했던 기원을 타고난 것이다.


‘현재 이집트에서 지내는 케빈 토트... 토트의 이름을 가진 그는 헤르메스의 환생이고 그 둘은 자주 동일시되곤 합니다. 역시 섞인 거겠죠! 윤회의 고리 안에서! 비슷한 기원을 둔 신들이 하나가 된 거야!’


기원을 얻는 두 번째 방법.

첫째가 평행세계의 자신을 죽여 유일성(唯一性)을 얻는 것이라면 두 번째는 고리에서 본래 하나였던 존재끼리 합쳐져 온전해지는 것이다.


엘레나는 옷에 오물이 묻는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쓰러진 제자를 품에 안은 채 자리를 옮기려는 시리우스를 봤다.


저 모습을 보라.

기존의 로키와 발드르의 관계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모습, 마치 잘 맞는 형제지간 같지 않은가.

철전지원수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그들이 말이다.


‘그러면 프레이야님과 나는...’


전생과 현생은 다르다.

다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아니, 맺어야 한다.


그제야 엘레나는 한 번도 미나를 똑바로 본 적이 없음을 자각했다.


‘그분은... 뭘 좋아하시지?’


프레이야 님이 좋아하는 건 안다.

열흘밤낮을 지새워도 이야기할 것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대자(代子)는?

태어날 때부터 지켜보고 돌보아온 ‘루미나 폰 덴브리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루미나 님은...’


그 순간 엘레나에게 있어 전생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언제나 산 자들이 사는 곳은 현재인 법이다.

현재가 아닌 과거를 살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금 그녀가 모시는 신은 프레이야가 아닌 루미나 폰 덴브리던이었다.


‘사과해야겠지. 이름을 불러줘야겠지. 미몽(迷夢)으로 흐려진 눈을 비비고 똑바로 봐주어야겠지.’


그 순간 엘레나의 키가 조금 자라났으나 모두 코르를 데리고 떠나갔기에 이 변화를 눈치 챈 이는 없었다.


***


“유ㅍ... 하아~ 역시 애칭은 입에 잘 안 붙네. 너무 오래 성으로만 불러서 그런가? 사무엘, 어쨌거나 오랜만이야.”

“늦은 인사로군. 덴브리던.”

“어디 갔다 온 거야?”

“일처리가 좀 있었다.”

“혹시 성묘라도 하고 온 거야? 그 이름이 뭐였더라... 비아그라? 아니, 그라비아였던가?”


*비아그라(Viagra): 남성의 발기부전 치료제.

*그라비아(gravure): 사진의 음각판 인쇄기법, 주로 성인용 화보를 지칭하는 말.


떠들썩한 말소리에 내가 눈을 떴을 땐 옆에서 유피가 자신의 새끼 손가락만한 과도를 들고 사과를 깎다 말고 그 과도를 미나의 목에 겨누고 있었다.

한 번만 더 지껄였다간 그 예쁜 가죽을 직접 벗겨주겠다는 듯이.


“제노비아다. 그대가 누군가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번 한 번만 묻겠다. 고의인가, 아닌가. 만약 진심으로 모욕하고자 한 것이라면 가차 없이 그대의 목을 뜯어버릴 거다.”


*제노비아(Zenobia): 제우스에게 생명을 받은. 주로 여성 이름.


‘이, 일어나지를 못하겠어.’


그 살벌한 분위기에 나는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나는 누운 것도 일어난 것도 아닌, 허리를 15도 정도만 일으킨 상태로 대화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했다.

몸 상태가 얼마나 엉망인지 고작 이 정도로 배 근육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벗이 일어났군. 이번에는 이 정도에서 넘어가주지.”


그제야 사무엘이 내가 깨어났음을 인식해줬다.

난 더 이상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도 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친구들의 싸움이 멎어서인지 모를 이유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코르가 딱 맞춰 일어나서 살았네. 잘 잤어? 그런데 진짜 그라비아가 아니었던 거야?!”


유피는 병실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는지 아니면 마코데모와 미나를 동급으로 놓은 것인지 미나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사과를 깎는데 집중했다.


‘곰이 사과 깎는 거 같다.’


유피라면 사과도 한입에 입안에 넣고 씹어 먹을 것 같은데 조막만한 칼로 일일이 껍질을 깎고 있으니 뭔가 언밸런스했다.

물론 미나의 도발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릴 순 없었는지 토끼모양으로 깎은 사과가 조금 으스러졌다.

이를 차마 환자에게 건넬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그저 미나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였는지 유피는 이를 미나의 입을 막는데 사용했다.


“웁! 우붑!!”

“뭔가 불쾌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군. 그래서 벗이여, 몸은 이제 좀 괜찮나?”

“그런 것 같아. 네 얼굴이 미나의 몸 위에 달려있지 않은 걸 보니 분명 괜찮은 거겠지.”

“그런가...? 거 다행이군.”


미나의 여리여리한 몸에 자신의 근엄한 머리통이 달려있는 모습을 잠시 상상했는지 유피는 떨떠름하게 답했다.


“아, 방금 우주에서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 둘이 서로의 허니문 베이비를 기원하며 촉수를 꼬아 하트 모양을 만드는 걸 봤어. 외계인 진짜로 있더라.”


아직 이게 이 눈으로 관측한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꾼 건지 확실하진 않지만 나는 내가 본 놀라운 장면을 나누고자 이야기를 꺼냈다.


놀랍게도 우주는 하나가 아니었다.

『프라우스 대우주』, 일명 온유한 자의 세계.

언젠가 우리가 새롭게 나아가야 할... 어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


“......뭔 소린가, 대체!”


한 차례 늦게 들어오는 태클!

유피는 내가 쓰러질 때 머리를 부딪친 것이냐며 내 볼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봤다.


“괜찮아. 그 둘은 사실 자웅동체거든. 그저 아이를 갖기 위해 상대가 필요했을 뿐이야.”

“내가 걱정한 것은 그쪽이 아니다마는... 솔직히 대련이 끝나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가 벗에게 개밥이라도 먹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유피가 결국 이해를 포기했어!”


어느새 사과를 다 씹어 먹은 미나가 소리쳤다.


“에이 설마~”


다음세대가 아무리 어긋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미나가 그런 일까지 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믿지 않는 군. 그에게는 전적이 있다. 저번의 결투에선 상대를 패배시키고 약 한 달간 개처럼 끌고 다녔지. 사실 그보다 더 시키려고 했지만 그 이상은 원로들에 의해 제재되었기에 한동안 아쉬워했다.”


나는 내가 일어났을 때 목에 개 목줄이 메어져 있던 것이 떠올리며 식은땀을 흘렸다.

내 옆에 앉은 미나를 바라보자 미나 역시 식은땀을 흘리며 서둘러 내 시선을 피했다.


‘설마... 그게 엘레나가 미나의 이전 행동을 떠올리며 행한 것이라면?!’


무서우니까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미나는 대체 어디까지 말하려는 거냐며 유피를 째려봤다.

아무래도 진짜인가 보다.


“어쨌든 급한 일은 끝낸 거야?”


나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긴 여행 전에는 한 번씩 집안 정리를 해야 하는 법이니... 잘 끝마쳤다.”

“어디 여행 가?”

“음? 벗은 듣지 못하였는가?”


내 물음에 유피는 오히려 모르고 있었냐는 듯 내게 반문했다.


“우린 함께 무림으로 간다. 사절단을 겸해서 회수임무를 수행하러.”

“참고로 나도 간다?”


이에 맞추어 미나 또한 잇달아 내게 충격적인 고백을 해왔다.


작가의말

‘시인이 왔어야 했어.’는 영화 콘택트의 유명한 명대사 중 하나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을 봤을 때 이보다 더 공감가는 표현을 저로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네요.

물론 코르가 본 것이 결코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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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32 22.08.07 88 3 13쪽
133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31 22.08.06 97 3 13쪽
132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30 22.08.05 95 4 19쪽
131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9 22.08.04 94 4 18쪽
130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8 22.08.03 93 4 14쪽
129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7 22.08.02 100 4 17쪽
128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6 22.08.01 95 4 13쪽
127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5 22.07.31 93 4 12쪽
126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4 22.07.30 95 4 19쪽
125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3 22.07.30 95 5 22쪽
124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2 22.07.29 97 4 22쪽
123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1 22.07.28 92 4 15쪽
122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0 22.07.27 102 4 13쪽
121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9 22.07.26 95 4 15쪽
120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8 22.07.25 98 5 16쪽
119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7 22.07.24 109 3 12쪽
118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6 22.07.23 98 4 17쪽
117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5 22.07.22 100 3 17쪽
116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4 22.07.21 94 3 11쪽
115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3 22.07.20 99 3 15쪽
114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2 22.07.19 96 3 13쪽
113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1 22.07.18 99 4 18쪽
112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0 22.07.17 102 6 16쪽
111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9 22.07.16 105 4 20쪽
110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8 22.07.15 109 6 17쪽
109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7 22.07.14 102 4 19쪽
108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6 22.07.13 100 4 14쪽
107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5 22.07.12 106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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