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격동하는 조선 그리고 조선 통신사(2)
한민권은 이날 박제가, 정약용, 박지원, 유득공을 따로 불렀다. 어쩌면 이들은 이제 조선에 남아 있는 마지막 실학자라고 볼 수 있는 자들이었다.
“지금부터 과인이 하는 말을 잘 들으시오.”
"예, 전하. 하명하시옵소서.“
“과인이 경들을 따로 부른 것은 과인이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을 경들에게 맡기기 위함이오.”
한민권은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었다.
“과인은 상업과 공업을 발전시키고, 화폐경제를 도입할 예정이외다.”
여기까지 들은 신하들은 거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특히 박제가는 다른 사람보다 더욱 놀랐다.
박제가는 이미 수년전에 정조에게 상업과 무역의 개선을 언급하였고, 상공업을 천하게 여기는 조선의 유교적 사상으로 인하여 조선이 발전할 수 없다고 여겨 이를 바꾸고자 노력했던 인물이다. 특히 정조에게 직접 화폐 유통을 건의하기도 했었다. 이러한 박제가의 사상은 지금이 중상주의 경제이론과도 일맥 상통했다. 이미 18세기 말엽에 이러한 자본주이 경제이론을 완성했을 정도로 박제가는 경제에 있어서는 매우 해박했다. 하지만 당시의 유교적 사상 속에서 이러한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물론 정조는 박제가의 사상과 이론에 동의했던 왕이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 준비한 것이 바로 화성 천도였다.
지금까지의 정조의 발언은 서두에 불과했다.
“그리고 상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서양과 적극적으로 통상을 실시할 것이오.”
“전하 서양과의 통교는 국법이 엄히 금하고 있는 일이옵니다. 특히 서양이 우리에게 접촉해 오면 우리는 반드시 청국에 그 사실을 알려야 하옵니다.”
호조판서 박제가가 말했다.
“잘 알고 있소. 허나 경들도 청국을 통해 서양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전해들었을 것이오. 그래서 경들도 서학을 공부하고 그 서학을 조선에 전파시킨 것이 아니오. 조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양과 적극적인 통상을 통해 그들의 발전된 기술과 문명 그리고 과학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오.”
“전하, 전하의 말씀이 백번, 천번 옳사옵니다. 우리 내부적인 것은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도, 청국은 어찌하시렵니까? 우리가 서양과 통교하는 것을 알게 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옵니다.”
이조판서 박지원이 말했다.
“과인은...”
한민권은 목소리를 낮췄다.
“더 이상 청국을 상국으로 섬기지 않을 것이오.”
“네에!”
모든 이들이 놀라서 동시에 대답했다.
이 말은 청국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발언이었다. 정조의 이 발언에 4명의 대신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하, 전하의 뜻은 잘 알겠사옵니다. 신, 벌을 받을 각오로 말씀 올리겠나이다. 지금의 조선은 청국에 대적할 위치가 아니옵니다. 얼마전 청국을 다녀왔을 때 보았지만 이미 청국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상업과 공업에 많은 발전을 하였습니다. 특히 그 군사 역시 조선의 군사와 비할 바가 아니옵니다.”
박지원이 말했다.
“조선은 엄연한 자주국이오. 그렇다고 과인이 지금 바로 자주국임을 선언하겠다는 것은 아니오. 예전 인조대왕 시절의 치욕을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 말이오. 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언젠가는 대륙을 호령하던 동이 민족의 기상을 다시 살릴 것이오.”
“전하!”
대륙을 호령하던 기상을 살린다는 말에 이곳에 모인 대신들은 부복했다. 그 의미는 정조의 말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공조판서 유득공은 발해고(渤海考)에 이어 고구려사高句麗史)를 저술해 주시오. 고구려사가 정리되어야 우리가 대륙을 호령할 수 밖에 없는 정당성이 세워질 것이오.”
“전하의 명 받들겠나이다.”
유득공은 목소리를 높여 정조의 명을 받아들였다.
유득공은 1884년 발해고 1권을 시작으로 1889년까지 4권까지 저술했는데, 발해를 우리의 역사로 편입시킨 최초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었다.
한민권은 발해 역사 외에 고구려의 역사를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여 북방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향후 백성들에게 교육 및 전파시켜 짧게는 200년 길게는 1500년 가까이 이어온 중국에 대한 사대사상을 바로잡고 싶었다.
“경들이 조선의 상업을 발전시키고, 조선의 공업을 발전시켜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나아가 군사를 양성하여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나라를 만들어줘야 하오. 군기시를 맡고 있는 공판께서 군사의 무기 개발에 힘써 주셔야 할 것이외다.”
“전하의 명 받들겠나이다.”
신하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전하, 서양과의 통상을 어찌하시려고 하옵니까? 지금 서양과 통상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청국을 통하거나 청국에 들어온 서양 상인을 통하는 것뿐이온데, 그렇게 하면 청국의 의심을 받을 수 있사옵니다.”
유득공이 말했다.
“그래서 통신사를 파견할 것이오. 그리고 서양과의 통상은 국가적 차원이 아닌 사무역에 한할 것이오. 즉 조선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통상을 금하는 것이오. 이를 위해.......”
한민권은 통신사 파견과 관련된 일과 자신이 계획하는 일을 4명의 대신들에게 털어 놓았다.
정조의 계획을 들은 대신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을 예조판서와 함께 박지원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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