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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론도 :: 신성 - 그에게는 게임이야말로 삶이요,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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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있는 곳 - 인더북 -

도 서 명 : 론도 3권

저 자 명 : 신성

출 간 일 : 2007년 10월 25

(작가 약력)

신성

좋아하는 것들 :

헬스, 독서, 무라카미 하루키, 온다 리쿠, 로지 젤라즈니, 애거서 크리스티…

말죽거리 잔혹사, 반지의 제왕, 캐리비안의 해적, 식스센스…….

재미있으면서도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습니다.

아, 끝났구나…… 하며 책을 덮은 후,

다시 펴보고 싶은 그런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작품 소개)

그에게는 게임이야말로 삶이요, 인생이었다.

프로게이머 진수련, 사고로 인해 왼팔의 신경을 잃다.

"넌,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나?”

살아 있다는 사실,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명.

게임이 필요했다.

게임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프로게이머.

오직 게임을 하고 있을 때,

그는 그렇게 외칠 수 있었다.

“나는 살아 있다.”

끝나지 않는 일곱 겨울의 세계.

이제 그 첫 번째 조각이 작은 영원을 향해 다가선다.

(목  차)

Episode 012. Sour grapes

Episode 013. Labyrinthos

Episode 014. Farewell, my fairy

Episode 015. Chaos knight

Episode 016. Murphy’s law

Episode 017. Wandering shadow

Episode 018. Broken heart

(본문중에서)

아득한 도시의 야경은 부드러운 초여름의 바람에 밀려 곱게 뭉그러져 가고 있었다.

저녁나절 잠깐 내렸던 비에 촉촉이 젖은 회색 숲은 한기를 느끼는 것처럼 번져 가는 불빛 속에서 몸을 떨었다.

고급 호텔의 디럭스 룸을 연상시키는 거실과 도시 특유의 세련된 멋을 살린 호화스런 방.

남자는 그 풍부한 광경의 중심에서 어울리지 않게도 바나나를 까먹고 있었다.

고상한 손길로 정성껏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바나나 껍질을 벗겨낸 후, 순결한 속살을 씹는 그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서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딜 가나 그치지 않는 텔레비전 소리가 그 어색한 침묵의 깊이를 와해시키고 있었다.

“하하, 그렇습니다. 희경 씨의 말대로 얼마 전 페르비오노의 동부에서 깜짝 이벤트 퀘스트가 발생했답니다.”

하하, 라니. 이 얼마나 바보 같은 웃음이란 말인가. 방송인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저런 식으로는 웃지 않는다.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또 다른 바나나를 따 입으로 분주히 옮겨갔다.

남자 MC는 그런 그의 생각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여자 MC가 그의 말을 받았다. 생긋 웃는 미소가 무척이나 요염한 여자였다.

“그럼, 함께 이벤트 퀘스트의 화면을 보시겠습니다.”

화면이 바뀌며 거대한 스켈레톤 로드의 대검이 나타났다.

거대한 회색 빛의 검은 한 번 몰아칠 때마다 막대한 풍압을 일으켜 유저들을 멀리 날려 버렸다.

정통으로 맞은 유저는 백이면 백 모두 로그아웃이 된다.

그러던 도중, 한 유저가 전장에 나타났다.

온몸을 백색 패너플리로 두른 그는 얼핏 보기에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음에도 용감하게 스켈레톤 로드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뒤를 재빨리 지원하는 네 명의 또 다른 흑색 디펜더.

백색의 검사는 무거운 갑주를 걸치고 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스켈레톤의 검극을 피하고 있었다.

아니, 피하는 것처럼 보였다.

‘공격에 타격을 입지 않고 있다.’

브라운관을 보던 남자는 까먹던 바나나를 내려놓고 날카로운 눈으로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것처럼 보이는 스켈레톤 로드의 공격은 사실 제대로 적중하고 있었다.

팔을 반쯤 베고 지나가기도 했고, 허벅지를 거의 자를 만한 상처를 입히고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백색 검사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고 있었다. 남자는 확신을 굳혔다.

실체가 아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백색 검사는 스켈레톤 로드의 검에 맞아 산화하고 말았다.

곧 흑색 디펜더들도 하나둘씩 쓰러지고, 난전이 시작되자 남자는 다시 바나나를 까먹기 시작했다.

잠깐 솟아올랐던 일말의 흥미도 이미 사그라져 있었다. 투명한 회색의 시선은 인내심을 가지고 브라운관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됐다.

시선에 감응하듯 화면이 바뀌었다. 아마 동영상을 녹화하던유저가 공격에 맞은 모양.

새로운 시점으로 옮겨간 카메라는뜻밖의 광경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는 죽은 줄만 알았던 다섯 명의 유저가 서 있었다. 한 명의 백색 검사와 네 명의 흑색 디펜더.

다들 수고했다. 백색 검사의 입은 분명히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자는 다시 바나나를 내려놓고 숨죽인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달려가는 다섯 명의 데스나이트.

남자의 시선은 거대한 기억의 흐름 속에서 뭔가를 골라내고 있었다. 그는 누구인가…….

검과 검이 부딪치며 강력한 굉음이 울렸다.

화면을 잠식하는 그 호화로운 불꽃을 바라보던 남자는 나지막이 숨을 토해내며 휴대폰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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