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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마왕과 도둑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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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이 있는 곳 - 인더북 -

도 서 명 : 대마왕과 도둑고양이

작 가 명 : 채현

출 간 일 : 2007년 10월 25일

(저자 소개)

채현

더러운 욕망에 충실하고자 하는 각오로 서른 살 되던 해에 로맨스를 쓰기 시작했으나 퇴고는 서른두 살에 힘겹게 한 게으름뱅이.

손가락이 긴 피아니스트가 라흐마니노프를 칠 때마다 숨을 헐떡거리는 변태기만 빼면 산책과 독서를 좋아하는 평범한 삼십대.

(목   차)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작가후기

(작품 소개)

이역만리 떨어진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만난 대마왕 유재운과 도둑고양이 이루리!

그러나 그가 6살 아래인 막냇동생과 동기동창임을 알게 된 루리는 그대로 도망친다.

한데 재회 장소가 다름 아닌 루리네 집이라니! 그것도 재운은 상의 탈의 상태로!!

“네가 너무 좋아서 무서워. 사랑하다 갑자기 사라지면 마음의 빈자리는 어떻게 해야 돼?”

-루리

“누나야는 이제 도망 못 가요. 도망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끝장낼 거야.”

-재운

너무 용감한 대마왕 유재운과

너무 걱정 많은 도둑고양이 이루리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

(본문중에서)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기체가 쿵하고 흔들렸다.

그 바람에 졸다 깬 루리는 눈을 비비며 드디어 도착했나 싶어 동그란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인천공항에는 활주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벽안개가 뒤덮고 있었다.

근 육 개월 만이었다. 네 시간 밖에 비행기를 타지 않았는데도 온몸이 찌뿌듯한 듯해서 팔다리를 길게 뻗으며 기지개를 쭈욱 켰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입국하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아, 공항을 빠져나와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지고 있는 배낭 무게에 어깨가 자연스레 축 처졌다.

아직 쌀쌀하게만 느껴지는 새벽 공기에 얇은 점퍼만 걸친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작년 11월에 속초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배를 타고 간 게 잘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말도 잘 안 통하는데 어떻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건지, 자기가 생각해도 참 용감하다 싶었다.

러시아는 이상한 나라였다. 서양 같지도, 동양 같지도 않은 이국적인 문화 앞에서 자기가 참 좁게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종종 느꼈다.

러시아를 벗어나 에스토니아로 가는 국경을 넘었을 때, 비로소 유럽에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에스토니아에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까지 주욱 내려가 터키로 돌아갔다. 몇 년 전에 터키를 여행한 적이 있었다.

터키에서 그루지아, 아제르바이젠, 아르메니아를 갔다가 이스탄불로 돌아와 며칠 쉬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탔다.

경유지인 하노이에서 며칠 놀다가 막 한국에 도착한 참이었다. 약 육 개월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정이었다.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피곤에, 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욕조에 물 받아놓고 거품 목욕이나 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단골이었던 아파트 앞 떡볶이 포장마차도 가고 싶고,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도 보고 싶다. CSI 7시즌도 시작했다던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항버스에서 내려서 집까지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고,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나름 다행인게 집채 만한 배낭에, 너덜거리는 운동화가‘장기 여행객’이라고 써 붙은 듯한 차림인지라 아마 평일 낮 시간이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도시의 거리에서는 눈에 띄었다.

여행의 끝에는 언제나 착잡해진다. 공항에 내리는 순간 이미 삶의 무게가 덮쳐 온다.

온몸 가득 그 무게감에 비틀거리며 집으로 가는 내내 한 가지 생각만 했다.

이미 궤도에서 어긋난 인생은 어디로, 어떻게 달려가는 걸까. 내년 이맘때에는 어느 하늘 아래를 떠돌게 될까. 루리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평소보다 무겁게 눌러오는 배낭을 이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아직 아홉 시가 안 된 시간, 동생들은 자고 있을 게 뻔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이 년이나 됐는데 그 뒤로 계속 왔다 갔다해서 인지 집에 올 때마다 낯설어지곤 했다.

오히려 전에 살던 작은 아파트로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벌써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도 십 년이 훌쩍 지났는데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생각나는 건 엄마랑 아빠였다.

이제는 희미해진 얼굴들.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보고 싶고 그립고…… 루리는 기억을 지우려는 듯이 도리질을 쳤다.

이런 와중에 발걸음은 기계적으로 움직여서,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거울에 낯선 여자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그을린 뚱해 보이는 여자.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걸까. 가끔 자기 나이가 안 믿겨질 때가 있었다. 서른 살,

이뤄놓은 것은 없고 앞으로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엘리베이터의 건강한 사람도 아파 보일 정도로 창백한 조명 속의 이루리는 정말 막막해 보였다.

그때 엘리베이터가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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