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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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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5,723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09.29 10:00
조회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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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제3장 귀신을 보는자(8)

DUMMY

“남의 진영 와서 밥 구걸 하러 왔으면 곱게 처먹고 갈 것이지 뭐하는 짓이야!”


여차하면 한 대 칠 기세로 주먹을 어깨 높이로 올린 춘호였다.


“와 한 대 칠 기세네! 왜! 한 대 치게? 쳐봐라! 쳐봐~!”


놈은 춘호의 머리에 이마를 바짝 같다대고는 몸을 바짝 붙였다.


덩치나 키가 춘호에 비해 압도적인 놈은 대놓고 건들거리며 춘호를 툭툭 이마로 가슴팍을 건들며 비열한 표정으로 도발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굴러온 놈들이 조용히 찌그러져 있을 것이지 말이야, 기둥서방 바람나 미쳐서 날뛰는 계집마냥 요란하게 주목받고 있는 너희들 같은 놈들 때문에 배알 꼴려 있던 차에 잘됐다. 한 대 쳐봐라 새끼야! 계집주먹 한번 맞아보자~!”


놈의 의도가 드러난 말이었다.


만만한 상대, 적절한 기회다. 도발에 넘어왔고 추후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거면 된 거다.


야릇한 미소로 입 꼬리가 올라간 놈이 힐끗 눈치를 주며 동료들에 눈을 맞췄다.


주먹을 부르르 떨고 있던 춘호였다.


본인이 만든 창작물.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행복해 하는 모습이 좋았고 즐겁게 먹어주는 게 좋았다.


고향에서야 다시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러나 이 척박한 타지에서 어렵게 만들어 동료들을 먹이고자 열과 성을 다한 결과물이 반도 먹지 못하고 바닥에 흥건하게 쏟아지자 남은 동료들이 생각났다.


더군다나 무수가 식전이다.


화가 났고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고 놈의 멱을 잡고 주먹을 올리고 말았다.


후회하긴 늦었다.


여기서 멈추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놈의 비꼬는 말투, 표정, 뭔가 뒤가 구렸다.


차마 주먹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같이 온 놈들이 커다란 솥단지를 발로 차대고 있었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몰려오고 있는 기병대들을 상대로 양팔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주위를 빙 둘러 치며 몰아세우고 있었던 나머지 두 놈이었다.


덤벼라~!

한 대처라~!

해봐라~!


일행인듯한 놈들이 소리를 쳐대자 몰려오던 대원들이 재미나다는 표정으로 같이 구령에 맞춰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씨익~!


걸려든 거다.


수많은 구경꾼들을 독려하며 비열한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고는 어깨를 마주 대며 같이 온 동료와 눈빛을 교환했다.


북방기병대의 불문율,


그 중 하나가 동료와 이유 없는 싸움은 중징계대상이다.


여차하면 옷을 벗어야만 할 수도 있다.


다만, 상관의 명령, 다수의 지켜보는 가운데 동의는 가능하다.


수 십 명에 둘려 쌓여진 상황.


춘호와 대치를 하던 놈의 춘호의 주먹을 가볍게 뿌리치고는 뒤를 돌았다.


“무적의 북방기병대 대원들 보시오~!”


양손을 펼치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밥그릇 한번 엎었다고 주먹 쥐고 달려드는데 뭐! 동의 한번 해주시렵니까? 여러분.”


우~~~~~, 우~~~~~, 우~~~~.


일제히 소리를 질러대며 엄지를 들어올리기 시작한 대원들이 모처럼 재미난 구경거리에 신이 잔뜩 난 표정으로 둥그렇게 큰 원을 그리며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럼 이건 어떤가?”


젖은 머리를 툭툭 털어 내다 뒤로 질끈 묶고는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며 무수가 큰소리로 말을 건넸다.


“너희들 셋, 나 그리고 저 친구. 삼대 이는 어떤가?”


풀어 헤쳐진 머리카락에 젖은 물을 짜내며 말했다.


무수의 제안에 이게 웬 횡재냐 싶은 표정으로 살짝 놀라며 동료들과 손바닥을 쳐댔다.


샌님을 상대로 일대일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내심 뒤가 구린 상황에서 적절한 제안이었다.


더군다나 눈엣가시는 샌님이 아닌 무수였기 때문에 이참에 무참히 밟아주면 자신의 입지가 올라가니 이건 뭐 도랑 치니 가재가 나온 격이다.


어디선가 나타나 신립 옆에 떡 하니 붙어서 오른팔 역할을 하는데 그리 유쾌할 수 없던 북방기병대 대원들, 오로지 실력하나가지고 지금까지 치열한 경쟁을 해왔던 기병대 대원들 사이에서 말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내심 누군가 나서기를 기대 했던 만큼 이번기회에 북방기병대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라는 눈빛들이었다.


놈들이 몸을 돌려 몰려든 구경꾼들에게 동의를 얻으며 흥을 돋우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좀처럼 화를 내지 않던 네가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말이지.”


춘호에게 다가간 무수가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생각에 잠시 짜증이 밀려 온 거야, 무엇보다 네가 좋아하는 국 끓여 놓았는데, 저 새끼들···.”


짜증이 밀려오는지 머리를 쥐어뜯자 무수는 춘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다시 목에 팔을 두르고 머리를 끌어 당겨 귓속말을 했다.


“숭늉은 있겠지?”


피식.


춘호에 얼굴에 옅은 미소가 돌아왔다.


“저놈은 네가 나머지 두 놈은 내가 괜찮겠지?”


무수가 손가락으로 상대를 지정하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그린 춘호였다.


놈들은 지켜보는 구경꾼들에게 동의를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풀었고 윗옷을 벋어 던져버렸다.


잘 발달된 근육에 군살하나 없는 몸, 어디선가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긴 듯 깊은 흉터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구경꾼들이 조용해졌다.


놈들의 요란한 몸동작에 숨죽여 지켜보며 역시 북방기병대라는 표정이었다.


그만큼 자존심뿐만 아니라 전투나 싸움에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놈들의 움직임을 보던 무수가 입을 열었다.


“해도 되나?”


놈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이건 또 뭔가 싶었다.


와다닥!


몸을 던졌고 놈들의 코앞에서 몸을 돌렸다.


휙! 휙!


한번이 아닌 두 번 몸이 돌았고 놈의 턱에 무수의 발이 들어갔다.


퍽!


놈의 몸이 들렸고, 착지와 동시에 다른 놈의 코앞에서 무수의 몸이 들려졌다.


퍽!


공중제비와 동시에 놈의 머리가 뒤로 젖혀지며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퍽!

덜푸덕, 덜푸덕.


순식간에 두 놈이 약간의 차이를 두고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눈동자가 눈 위를 향했고 입에서 거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적들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몸을 풀 시간조차 사치인 게 전장이다.


언제 어디서든 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기본조차 안 된 거다.


그 많은 전투경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무수의 기습에 두 놈이 제대로 된 방어조차 하지 못하고 뒤로 나자빠진 상황이었다.


우~!, 와~~! 아~!


구경나온 대원들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고, 몇이 튀어나와 쓰러진 놈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몸을 일으킨 무수의 시선이 춘호를 향했다.


두 손바닥을 위로 했고 가슴높이에서 멈추고는 머리를 살짝 젖히며 어깨를 살짝 들어올렸다.


싱겁다는 표정의 무수다.


춘호에게 힘을 주는 행동이다.


여차하면 나설 테니까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었다.


사건의 원흉인 놈이 잠시 당황하다 춘호를 노려보며 안정된 자세를 취했고 천천히 다가섰다.


휙! 휘이익!


놈의 빠르고 간결한 선제공격이 두어 번 이어졌다.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한 춘호, 놈은 자존심이 상한 듯 다시 주먹을 날려 춘호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쉬이익! 휙! 휘이익!

우! 우!


군더더기 없는 주먹이 순식간에 수십여 차례 들어가자, 뒤로 한발 물러선 춘호를 본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이어졌다.


빠른 속도의 주먹이 강한 바람을 일으키며 날아오자 상체를 웅크리고 놈의 주먹을 피한 춘호이 한발 물러서다 다른 한발로 놈의 무릎을 가격했다.


퍽!


놈이 몸이 휘청거렸다.


허를 찌르는 공격이었다.


우!, 짝짝짝.


박수가 이어졌다.


놈의 얼굴이 붉어졌고 다시 춘호를 몰아치기 시작했다.


한 대면 된다.


쉭, 쉭.


다시 몸을 날리며 들어가는 놈이었다.


묵직한 한방이면 재수 없이 계집처럼 생긴 샌님은 항거불능이 된다.


꽉 다문 입술에 턱밑까지 차오른 숨을 크게 내쉴 때였다.


퍽!


또 다시 무릎이 꺾이면서 휘청거렸다.


“컥!”


외마디 비명이 입술사이로 배어나왔고 날카로운 춘호의 뾰족 주먹이 옆구리에 들어오자 팔을 웅크려 주먹을 막아내고는 춘호를 어깨로 밀어냈다.


후, 후.


잠시 숨을 골랐다.


뒤로 두 걸음쯤 물러섰다가 다시 나아갔다.


춘호를 노려보며 다시 전투자세를 취했고 이번에는 옆으로 빙그르 돌기 시작했다.


얌전한 강아지처럼 순한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슬 퍼런 이빨을 감추고 있던 늑대였다.


자존심은 뭉개져버렸고 지켜보는 이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그건 이놈을 바닥에 눕히면 된다.


그보다 지금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밀려오는 무릎 통증이다.


춘호 주위를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어쩔 수 없이 놈이 춘호에게 달려들었다.


허수의 왼쪽 주먹을 날렸고 살짝 몸을 비트는 춘호를 향해 오른 주먹이 관자놀이로 묵직하게 들어갔다.


퍽!


또 다시 무릎이 꺾였고 허공에서 목표물을 잃은 주먹이 큰 원을 그리자 춘호의 뾰족 주먹이 그대로 옆구리에 들어왔다.


“흑~!”


신경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틈엔가 귀신같이 무릎에 춘호의 발이 들어왔고, 뒤 이어 옆구리에 강렬한 한방에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만 놈이었다.


와라락!

퍼어억!


춘호의 빠른 발걸음에 양팔로 얼굴을 감싸며 방어를 하던 놈이 다시 한 번 휘청거렸다.


들려진 발은 놈의 얼굴 쪽이 아닌 또 다시 무릎을 향했고 무방비상태로 타격을 당해 기형적으로 살짝 옆으로 꺾인 무릎과 일그러진 붉어진 얼굴로 고통을 참아내며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우~!우~!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앞선 무수의 경우는 명쾌함, 혹은 화려함의 표현이 맞는다면 춘호의 경우는 뭐랄까, 영리함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정교하고 예리한 싸움이었던 것이다.


터벅터벅.


춘호가 놈에게 다가왔고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짝~!

짝! 짝!


놈을 노려보던 춘호가 뺨을 날렸다.


“한대는 힘들게 농사지은 분들, 또 한 대는 네놈 때문에 제때 식사를 거른 대원들,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내꺼다.”


자리에 일어섰다.


“잘 들어···, 아니꼽고, 분하고 열 받으면 언제든지 상대해준다. 다만 이런 식으로 비열하고 지저분하게 도발한다면 네놈 목구멍에는 음식이 아닌 화살촉이 박힐 각오 하는 게 좋을 거다.”


춘호의 시선을 피하지 않던 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미 자존심은 꺾였다.


싸움에서 패한 마당에 더 잃을게 없었다.


당분간은 고개 떨구고 다녀야 할 놈이다.


기생오라비 같은 샌님한테 당했으니 말이다.


자리에 일어났고 몸을 돌린 춘호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코앞에서 무수가 손가락 하나를 흔들고 서있었다.


뭐지 하는 표정에 놀라던 찰라 우!, 와! 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웅크리던 놈이 허리 줌에서 단도를 하나 꺼내들고 있는 힘을 다해 춘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춘호를 옆으로 살짝 밀어내던 무수였다.


달려 들어오는 놈의 칼을 잡아챈 무수가 팔꿈치를 이용해서 놈의 팔을 하늘 방향으로 꺾어놓고는 쥐고 있던 칼을 낚아채자마자 놈의 목에 박아버렸다.


우두둑.

쩌거럭. 털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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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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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장 귀신을 보는자(8) 21.09.29 89 2 11쪽
19 제3장 귀신을 보는자(7) 21.09.29 91 2 12쪽
18 제3장 귀신을 보는자(6) 21.09.28 94 2 12쪽
17 제3장 귀신을 보는자(5) 21.09.28 101 2 11쪽
16 제3장 귀신을 보는자(4) 21.09.27 104 2 11쪽
15 제3장 귀신을 보는자(3) 21.09.27 109 2 12쪽
14 제3장 귀신을 보는자(2) 21.09.24 119 2 11쪽
13 제3장 귀신을 보는자 21.09.24 122 2 12쪽
12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7) 21.09.23 134 2 11쪽
11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6) +1 21.09.23 125 2 12쪽
10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5) 21.09.23 131 2 12쪽
9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4) 21.09.22 149 2 12쪽
8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3) 21.09.22 160 1 10쪽
7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2) 21.09.22 177 2 11쪽
6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 21.09.19 220 1 12쪽
5 제1장. 임진전쟁(5) 21.09.19 224 4 12쪽
4 제1장. 임진전쟁(4) 21.09.19 236 5 11쪽
3 제 1 장 임진전쟁(3) 21.09.18 280 4 11쪽
2 제 1 장 임진전쟁(2) 21.09.18 404 5 13쪽
1 제 1 장 임진전쟁 21.09.18 60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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