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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방패 님의 서재입니다.

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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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칼과방패
작품등록일 :
2021.09.18 09:58
최근연재일 :
2021.10.20 06: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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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2
추천수 :
105
글자수 :
253,130

작성
21.09.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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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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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3장 귀신을 보는자(3)

DUMMY

놈들이 말에게 뭔가를 먹이던 게 생각난 무수가 욕이 터져 나왔다.


말에 고삐를 바닥에 던진 무수가 구릉을 뛰어 올라갔다.


불빛의 위치, 박영수 일행의 말의 이동경로를 파악한 무수가 구릉을 빠르게 내려왔다.


무수의 행동을 지켜보던 대원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뛰어간다. 반각정도다. 자신 있는 무기 하나 정도만 챙기고 간다. 춘호, 손세용, 윤주승, 윤업, 최윤, 준비해라, 혹시 다른 지원자 있나?”


무수의 명령에 몇이 손을 들어 자원을 했다.


“중간에 포기해도 좋다. 준비해라, 노함어르신 나머지 부탁합니다.”


노함이 어디있는지도 몰랐던 무수다.


그저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 말이라도 한마디 해야 위안이 될 것 같았다.


‘간다!’ 라는 소리와 함께 몸을 돌린 무수가 빠르게 뛰어 나갔다.





새끼들 그 흔한 물 한잔 주는 법이 없다.


간간히 던져준 빵 덩어리도 애들 먹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설령 한 조각 먹으려 해도 딱딱해서 오래 씹어야 했고 이걸 왜 먹나 싶었다.


배고픈 건 그래도 참을 만한데 좁디좁은 천막 안이 문제였다.


비좁은 임시 천막에 잡혀온 여인네와 아이들이 스물에 남자가 셋이다.


담이와 아리 그리고 아리 또래쯤 되어 보이는데 이름이 칠수라고 했다.


나흘 정도 끌려 다녔다고 하는데 온몸에 시퍼런 멍 자국이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끙끙 앓고 있었다.


잡혀온 여인들에 보살핌이 없다면 독수리 한 끼 식사가 되어 있을 법했다.


끙끙 앓고 있던 또 한사람, 담이었다.


전날 밤에 놈들에게 맞은 무자비한 폭행쯤으로 다들 알고 있는 눈치였다.


퉁퉁 부어오른 눈덩이, 터진 입술에 딱지가 아슬아슬 붙어있었고 몸 여기저기 폭행에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고통스런 표정에 입술을 씰룩거리며 머리를 흔들자 이마에 맺힌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런 담이를 안쓰럽게 지켜보던 푸른 눈에 여인이 자신이 입고 있던 치마 한쪽을 부우욱 찢어내고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땀을 훔쳐내려 손을 내밀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홱 돌린 담이와 푸른 눈의 여인의 눈이 마주쳤다.


“따···, 땀.”


떨리는 손, 흔들리는 푸른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붉게 출혈된 두 눈에 겁먹은 표정을 확인한 담이는 욕 한마디 하려다 숨 한번 크게 들이 쉬고는 고개를 다시 돌리며 말했다.


“시방 나가 쪼매 바뿐께 걸리적 거리지 마랑께.”


가뜩이나 짜증이 나있던 상황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결박, 뒤로 묶인 결박이 풀 수도 없고 끊을 수도 없었다.


힘을 주면 팔목을 더 조여와 고통만 더할 뿐이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운 아리와 담이는 등을 마주 대고 앉아 서로의 결박을 푸는 작업을 틈틈이 눈치를 보며 진행하고 있던 중에 여인의 등장은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인은 눈물을 훔치며 뒤로 물러났고, 다시 작업은 계속되었다.


아리에 의해 담이의 매듭이 하나가 풀어질 때쯤이었다.


인기척과 함께 대륙의 말소리.


일순간 천막 안에는 적막이 흘렀고 작업도 중단되었다.


전날 밤과 비슷한 시각, 무자비한 폭행이 예견된 상황에 다들 몸을 떨며 긴장하고 있었다.


다들 지켜보는 앞에서 이루어는 폭행이다.


이건 사람 다룰 줄 안다는 소리다.


거의 죽을 지경까지 자행되는 폭행에 이를 지켜보는 자들은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명령에 복종하게 된다.


세 놈이 들어왔고 각자에 손에는 몽둥이가 들려져 있었다.


누워있던 칠수에게 시선을 주던 놈들이 뭐라 말을 하면서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말은 못 알아먹어도 짐작 가능한 상황이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칠수가 일어서지도 못하고 무릎을 질질 끌며 놈들에게 다가가자 호피무니 바지를 입은 놈이 머리채를 잡아채고는 욕을 하며 사정없이 얼굴을 걷어찼다.


“와챠오!”


퍼어억!


크어억! 카아아악!


동시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칠수에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피분수를 뿜어내자 지켜보던 여인네들과 아이들이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뒤로 서서히 무너져가는 칠수에게 호피무니가 들고 있던 몽둥이가 뒤로 젖혀졌다.


전 날 밤하고는 다른 양상, 의도가 다분한 눈빛, 죽이려는 거였다.


눈을 감은 칠수의 눈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퍼어억!


쿠우웅~!


충격에 떨어져 나간 건 다름 아닌 호피무니였다.


담이가 몸을 던져 머리로 들이 박아 놈을 기습했고 바닥에 쓰러진 칠수의 몸을 덮쳤다.


죽었다 싶었던 칠수는 자신의 몸을 올라 타있는 담이에 얼굴을 보았다.


“쪼매만 귀둘러 보드라고 나가 살려줄텐께.”


꽉 다문 입술, 다부진 표정이었다.


죽음에 문턱이 코앞인 상황에서 삶을 포기하려했던 자신과는 달리 살겠다는 의지가 눈빛에 그대로 녹아있었다.


살려준다고? 놈들이 달려오고 있는데? 전날 그렇게 폭행을 당해서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은데 나를 왜 감싸지? 이해 할 수 없는 담이에 행동에 눈을 감지 못하고 있던 칠수였다.


떨어져 나간 호피무니가 흥분을 하며 뛰어 들며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려치려하자 곁에 있던 놈이 소리를 지르며 제지를 했고, 머뭇거리다 몽둥이를 던지고는 사정없이 발로 담이를 짓밟기 시작했다.


퍽! 퍼어억! 퍽!


머리. 팔, 다리. 몸통 무자비한 폭행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다못해 아리가 달려들었지만 결박상태에서는 놈들의 일방적인 폭행만 돌아올 뿐이었다.


퍼버벅! 퍽! 퍽!


그나마 무기를 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오늘은 죽일 생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고통스러울 법도 한데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 담이었다.


새끼들 조선의 노비라는 거 알까 싶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개, 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온갖 노역에 시달리다 제때 먹지 못하니 비실거린다고 때린다.


뭐라도 주면 많이 먹는다고 때린다.


몸이 안 좋아 적게 먹으면 배때기 불렀다고 때린다.


양반들만 때린다고? 후후, 차라리 양반들한테 맞으면 그나마 편하지, 노비들끼리 서열 만들어 놓고 더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다.


매일 이렇게 처 맞다 보니 자연스럽게 요령이 생겨 근육과 살점을 키우게 되는데, 뼈마디가 욱신거리는 마른 몸에 비해 덩치가 커지면 견디기가 수월해지고 금세 회복이 되는데 지금 놈들이 짓밟고 있는 몸이 그런 몸이었다.


퍼버벅!


안 아프냐고? 아프다.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이 악물고 견디는 건 너희 눈빛이 말해주고 있잖아, 그렇게 안 죽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견뎌야 하지 않겠어?


붉어질 대로 붉어진 담이의 두 눈, 이를 악물고 있는 입술 사이로 핏물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놈들의 발길질에 흔들리는 담이의 몸과 함께 덩달아 같이 움직여지는 칠수, 담이에 입술에 배인 핏물에 시선이 멈춰있었다.


언제 끝나나 싶었던 폭행은 밖에서 들려오는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동작이 멈춰졌다.


“디런! 디런!”


적이 나타났다는 소리와 여럿의 발자국소리가 들려왔고,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누군가 뛰어들어 왔고 놈들을 데리고 나갔다.


놈들이 황급히 밖으로 나가자 담이가 힘겨운 표정으로 몸을 바닥으로 굴렸다.


“니미럴, 퉷.”


붉어진 핏물을 뱉어 내던 담이가 아리에게 눈짓을 하고 있었다.


한참을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던 칠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돌아 누워보셔요, 아저씨”





후~, 스흡.

다다! 다다다! 다다다!


얼마 동안 달려왔나 가늠하기 힘들었으나 저 멀리 수풀이 보이는 게 방향은 맞는 것 같았다.


예상대로라면 절반에 아직 못 미친 것 같은데 몸에서는 벌써부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심장은 쿵쾅거리며 온몸을 두들겨 대고 있었고, 폐는 양쪽 문을 전부 열어젖히고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심장을 달래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속도에 성난 근육들이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너희는 주인 잘못만난 거였다.


무수가 속도를 더 높였다.


수풀에 다다르자 뒤를 돌아본 무수는 쳐진 대원들이 없자 다시 정면을 응시하고는 수풀 속으로 진입했다.


샤사삭!


생각보다 억센 수풀들이 빼곡하게 차있었고, 어중간한 높이였다.


아예 작거나 더 컸으면 좋았을 법한데 자꾸 시야를 가리며 몸을 웅크리게 만들었다.


월도를 앞세웠고 두 손을 모아 시야를 확보하며 뛰었지만 날카로운 잎들에 여기저기 몸이 베어지며 속도를 줄게 했다.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저기 몸에 생채기를 만드는데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었다.


점점 뛰는 속도가 줄어 갔다.


“씨팔~!”


무수의 입에서 욕이 나왔고 뒤따르던 대원들도 여기저기서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돌아갔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담이와 아리가 지척인 상황, 쥐새끼 같은 박영수, 이를 악물었고 다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잠시 평온했던 심장이 다시 울어대기 시작했다.


채쟁챙챙! 으으악!


멀리서 병장기소리와 비명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거리는 가까워졌다.


담이와 아리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숨이 턱밑까지 차있는 상황, 전속력으로 달려와 체력을 쥐어 짜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를 중얼거리는 순간 수풀에 끝이 보였고, 놈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됐다.”


라고 말하는 순간 몸이 공중에 떴고,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풀이 끝나자 계곡이 나타났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무수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굴러 떨어진 것이었다.


쿵! 퍼어억! 슈스슷슥!


몇 차례 몸이 바닥에 부딪히며 굴러가다 가까스로 균형을 잡으며 미끄러져 나갔고, 바닥에 다다르자 몸이 겨우 멈춰 섰다.


쿠울럭! 우우웩!


피를 한 움큼 토해낸 무수.


몸 어딘가 진창이 난 모양이었다.


바닥에 두 손을 대고 가픈 호흡을 내쉬다 몸을 일으켰고, 한 발짝 움직여 월도를 집어 드는 순간 옆구리에서 강한 통증과 몰려왔다.


누군가 배속까지 손을 넣고 몸속에 있는 내장들을 한 움큼 움켜쥔듯했다.


“조심해!”


통증을 참아내며 대원들에게 소리를 치는 무수의 시선에 춘호가 바닥을 구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아악!

데구르르!


가까스로 중간쯤에 멈추고는 몸을 일으키던 춘호가 비명을 지르며 손목을 부여잡고 고통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무수의 고함소리인지 춘호의 비명소리인지 나머지 대원들이 극적으로 계곡위에서 멈춰 섰다.


“춘호야!”


무수가 다가가려 하자 팔을 들어 손바닥을 보인 춘호였다.


얼마나 아프면 말도 못하고 저럴까 싶었던 무수는 잠시 주춤했고 마지못해 몸을 돌려 계곡을 올라갔다.


예상과는 달리 치열해 보이지는 않았다.


누워있는 병장기들과 시체가 된 놈들이 상당수였다.


멀리서 무수를 발견한 몇 놈이 달려오고 있는걸 봐서는 희망적인 상황 같지는 않아 보였다.


고개를 돌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고통스러워하는 춘호 이외에는 큰 부상은 없어 보였다.

제때 도착한 대원은 춘호, 손세용, 윤주승, 최윤, 윤업뿐이었다.

“춘호는 윤업과 함께 내 뒤를 따르고, 손세용, 윤주승, 최윤은 저쪽으로 돌아가서 담이와 아리를 찾아라!”


명령이떨어지자 몸을 날린 세 명과 달리 무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놈들이 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평소와 다른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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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룡(육지에 이순신이라고 불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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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제3장 귀신을 보는자(7) 21.09.29 91 2 12쪽
18 제3장 귀신을 보는자(6) 21.09.28 94 2 12쪽
17 제3장 귀신을 보는자(5) 21.09.28 101 2 11쪽
16 제3장 귀신을 보는자(4) 21.09.27 104 2 11쪽
» 제3장 귀신을 보는자(3) 21.09.27 109 2 12쪽
14 제3장 귀신을 보는자(2) 21.09.24 119 2 11쪽
13 제3장 귀신을 보는자 21.09.24 122 2 12쪽
12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7) 21.09.23 134 2 11쪽
11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6) +1 21.09.23 125 2 12쪽
10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5) 21.09.23 131 2 12쪽
9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4) 21.09.22 149 2 12쪽
8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3) 21.09.22 160 1 10쪽
7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2) 21.09.22 177 2 11쪽
6 제2장 정기룡 이름을 얻다. 21.09.19 2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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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 1 장 임진전쟁(3) 21.09.18 280 4 11쪽
2 제 1 장 임진전쟁(2) 21.09.18 404 5 13쪽
1 제 1 장 임진전쟁 21.09.18 60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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